차가워진 소녀의 손을 붙잡는 순간, 마치 시간의 흐름을 되돌리는 버튼이 눌린 것만 같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종말의 순간을 그려낸 두루마리 그 자체가 되었고, 하늘에서는 녹아내린 황금과도 같은 불꽃이 흘러 떨어졌다.
그리고 허공에 매달려 있던 장막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린 조각은… 차례로 재가 되어 땅 위에 흩어졌다.
마침내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한다. 시공의 안개를 넘어서서, 각자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넘어서서.
그 시선에는 가족들 사이에서 흐르는, 끊어낼 수 없는 따스함이 담겨 있었지만… 기나긴 세월이 새겨놓은 간극 또한 존재했다.
그리고 후회와 몰이해가 서로 뒤엉키는 가운데, 빛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