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 | 출시일 | 2020년 10월 29일 |
개발사 | 반다이남코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
기종 | PS4, 스위치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요즘은 극장가를 장악한 아메리칸 슈퍼 히어로들이 지구를 지키지만 필자가 어릴 적에는 옆나라서 비디오 타고 넘어온 특수촬영물(이하 특촬물)이 곧 영웅의 보고였다. 그 시절 대여점에 가면 ‘지위방위대 후뢰시맨’를 위시한 슈퍼전대와 미국 버전인 파워레인저, 비교적 마이너였던 울트라맨, 메탈히어로 등이 한 쪽 매대에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사실 특촬물 주인공은 대부분 출신이 비범한 편이지만 그땐 잘 몰랐다) 번쩍이는 혁대나 팔찌를 차고, 힘찬 기합과 함께 변신하는 모습은 뭇 소년의 판타지 그 자체였다.
또다른 인기 특촬물 ‘가면라이더’는 비교적 늦게 접했는데, 국내 케이블에서 ‘가면라이더 류우키’를 방영할 당시에 이미 머리 굵은 청년이었다. 그래도 예상외로 진중한 서사와 매력적인 등장인물 덕분에 유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면라이더’ 시리즈도 매해 나오는 작품마다 타겟 연령층이 갈리긴 하지만 대체로 성인이 즐기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다. 개중에는 ‘가면라이더 아마존즈’처럼 심의의 한계에 도전하는 문제작도 있을 정도니까. 덕분에 더는 슈퍼전대를 보지 않는 현재도 ‘가면라이더’를 통해 특촬물 덕질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특촬물은 특촬물만의 매력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팬덤이 품은 추억과 애정도 각별하다.
시리즈 최초로 국내 정식 방영된 '가면라이더 류우키, 필자는 이미 특촬물을 볼 나이가 아니었음에도 푹 빠져들었다.
서론이 길었다. 그저 필자가 특촬물을, ‘가면라이더’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소개할 게임은 바로 필자 같은 이들을 노리는 일종의 덫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보이는 일본 만화 IP 게임화가 그러하듯 특촬물로 만든 게임도 완성도보다는 대충 만들어 팬들을 낚는데 더 관심이 많다. 아니, 그나마 관련 시장이 거대한 만화에 비해 특촬물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만화 기반의 게임은 기본적으로 수가 많고 정말 가끔 괜찮은 경우가 나오지만 특촬물 게임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데다 양품은 더욱이나 씨가 말랐다.
당장 ‘가면라이더’ 게임의 계보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잔혹사가 따로 없다. IP 게임화의 가장 게으른 형태인 대전 장르가 대다수고 무쌍 형식을 빌린 ‘배틀라이드 워’ 시리즈가 나름 할 만한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할 만은 하다는 것뿐이다. ‘가면라이더’는 액션만큼이나 등장인물간 관계와 서사가 흥미로운 IP인데 거기에 주목한 작품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29일(목) 국내 정식 발매된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다. 드디어 스토리 중심의 ‘가면라이더’ 게임이 탄생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평범한 게이머라면 첫 공개 영상을 보자마자 “헐, 그래픽 뭐야…”하며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리라. 하지만 다년간 졸작에 시달려온 필자로선 그런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그저 ‘가면라이더’니까 좋았고 ‘가면라이더’니까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냉정히 평하여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는 최근 발매되는 양질의 콘솔 신작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만한 작품이 못된다. 자신이 ‘가면라이더’ 팬이 아니라면 이걸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본 리뷰 또한 굳이 이 게임을 사서 즐길 법한, 이 게임을 좋아하고픈 팬의 입장이 반영됐다.
'가면라이더' 팬이 아니라면 이 게임에서 최대한 멀어지길 추천한다. 본 리뷰는 어디까지나 팬의 입장에서 작성했다.
가면라이더만 멋있게 싸워도 절반의 성공
그러면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의 괜찮은 부분부터 소개하겠다(절대 좋은 부분이 아니다). 우선 그래픽이 괜찮다. “이 그래픽이 괜찮다고!?” 싶겠지만 단순히 전작보다는 나아서 혹은 필자의 시각이 마비돼서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다. 본작은 어디까지나 ‘가면라이더’ 팬덤을 겨냥한 캐릭터 게임이다. 세밀하게 묘사된 현실적인 배경과 생동감 넘치는 상호작용을 지원한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애초에 기대도 안 했고, 어쨌든 한정된 자원을 집중하여 라이더와 괴인만 제대로 살려도 중간은 간다. 그런 의미에서 괜찮다는 것이다.
비록 배경 그래픽이 나쁜 의미로 시대를 초월해버렸지만 캐릭터 모델링은 볼만하다. 주역 라이더의 여러 폼을 신경 써서 제작했고 각종 기술 이펙트도 퍽 만족스럽다. 초반에는 기본 폼만 해금되어 심심한 감이 있으나 최종 폼으로 갈수록 이펙트가 크고 화려해진다. 특히 더블 루나조커의 신체가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제로원 샤이닝 어설트 호퍼가 적 주변에 홀로그램을 띄우고 공격하는 등 구현 난이도가 높은 기술도 멋지게 묘사해냈다. 움직임 또한 평소에 뛰거나 뒷걸음질 치는 모습은 뭔가 어설퍼도 전투에 돌입했을 때 동작간 연계는 매끄러운 편.
배경은 참작의 여지가 없지만 그래도 캐릭터 모델링은 괜찮다. 보기보다 움직임도 나쁘지 않다.
특히 각 라이더, 폼에 맞춘 기술 구현이 충실히 되어있다. 몇몇 연출은 이 게임에게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
'가면라이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라이더 킥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보스전에선 마무리 연출로도 나온다.
이어지는 맥락으로 액션의 박력과 전투 시스템의 짜임새도 나쁘지 않다.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의 전투는 콤보 기반이다. 모든 라이더는 기본적으로 약, 강, 고유 공격과 도약, 회피가 가능하고 폼 체인지와 동시에 공격을 이어갈 수도 있다. 각 라이더, 폼마다 공격 속도와 범위가 다르고 적을 띄우는지 눕히는지가 갈리므로 어떻게 패야 콤보가 자연스럽게 이어질지 나름 고민이 필요하다. 적을 공격하면 축적되는 EX 파워를 소모하여 필살기인 EX 어택을 시전할 수 있는데, 최종폼으로 변신할 때도 EX 파워가 필요하므로 적절히 안배하여 사용하자.
흔히 전투원이라 불리는 졸병 괴인들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보스전을 제외한 모든 전투는 공방을 주고받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화력을 퍼붓는 양상이며, 승리 자체가 아닌 더 높은 콤보 기록을 달성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요소가 RP로, 약 공격을 제외한 모든 동작에 사용되는 일종의 스태미나다. 신나게 공격을 퍼붓다 보면 순식간에 RP가 바닥나 콤보가 끊기고 폼 체인지와 회피조차 할 수 없다. 즉 여타 액션 게임에서 스태미나 관리를 하듯이 한정된 RP로 어떻게 최대한의 화력을 뽑느냐가 관건이다.
약, 강, 고유 공격과 폼 체인지를 연계하여 콤보을 이어가는 것이 전투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이동 → 전투 → 이동의 반복 구조이며, 매 전투가 끝날 때마다 콤보와 대미지로 랭크를 산정한다.
회피, 강 공격, 고유 공격, 폼 체인지 등 약 공격을 제외한 동작 대부분이 RP를 소모한다. 쉽게 말해서 스태미나다.
반면 소노자키 일가 등 보스 괴인은 제법 난이도가 높다. 뭐 ‘소울’류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 전투원들이 워낙 허수아비라 체감상 보스가 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전투원은 머릿수나 채워주고 괴인이 전력의 중핵인 특촬물 공식을 충실히 따른 셈. 보스는 뭘 쏘든 휘두르든 범위 공격이 기본인데 발동 전 위험 지역이 표시되어 RP만 충분하다면 피할 수 있다. 다만 아머 게이지가 매우 높고 깨기 전까진 경직이 걸리지 않아 난타전으로 가면 불리하다. 공격을 칼같이 회피했을 때 잠시 주어지는 카운터 기회를 살려 아머 게이지를 깎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의 보스전이 긴장감 넘치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게임에서 뭐가 좋다는 건 그저 비교적 견딜만하다는 뜻이다. 샌드백에 불과한 전투원을 패서 콤보 기록을 세우는 건 이제는 ‘무쌍’에서나 용납되는 구시대적 방식이고, 보스는 공격 패턴이 뻔하디 뻔한데 아머 게이지와 HP만 엄청나게 뻥튀기해 긴장감보다 짜증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델링과 액션은 이 작품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부분이고, 후술할 단점들에 비하면 충분히 장점으로 분류할만한 만듦새라 하겠다.
보스는 범위 공격이 기본이고, 아머 게이지를 깎고 나서야 제대로 공격할 수 있다. 패턴은 뻔한데 아머가 짜증난다.
보스 가운데 소노자키 일가와 그리드 같은 네임드는 진심 모드라는 2페이즈가 있다. 사실 별 차이는 없지만.
난타전은 불리하다. 칼같은 회피로 카운터를 발동시켜 아머 게이지를 단숨에 깎자. 문제는 카운터 메커니즘이 영 어설프다.
사공을 줄여도 스토리는 계속 산으로 간다
서두에서 밝혔듯 필자가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를 기대한 이유는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수십 편에 달하는 역대 ‘가면라이더’ 가운데 더블, 오즈, 제로원만을 선별한 이유가 선형적이고 밀도 높은 서사를 쓰기 위해선 줄 알았다. 물론 마음 깊은 곳에선 이건 ‘가면라이더’ 게임이니까, 절대 그렇게 잘 풀리지 않으리라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평범한 극장판 정도는 되겠지 싶었다. 이런 식의 크로스오버는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선 흔한 일이고 그간 좋은 극장판 기획도 많았으니까 그런 걸 적당히 참고하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결과적으로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의 스토리는 그런 적당함에 한참 못 미치는 안타까운 수준이다. 지나치게 게으르고 편의적이며 무미건조하다. 섹터 시티라는 외딴 연구단지, 실종된 박사, 조사차 방문한 가면라이더, 누가 봐도 나쁜 놈인 악당(제우스의 디자인은 정말이지… 말을 말자), 너무 뻔해서 하품 나오는 악의 계획, 죽은 사람 살렸다가 다시 죽이는 억지 감동 연출, 막판에 온갖 허술함을 다 무시하고 “이 정도면 만족하지?”라는 듯 내달리는 열혈 전개, 그걸 또 좋다고 불타오르는 나 자신.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점이 하나도 없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한데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냥 얘들 모아야 하니까 모았어 수준의 스토리다.
불타오르는 전개인 건 인정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편의적이고 작위적인 등장이 계속 이어진다.
어떻게 봐도 악당인 녀석이 누가 들어도 문제 있는 계획을 진행 중이면서 왜 자신을 방해하는지 모르겠다고!?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원래 특촬물이 그런 거 아니냐, 애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거 아니냐. 그러나 그건 특촬물에 대한, ‘가면라이더’에 대한 모욕이다. 뭣보다 본작의 골자인 ‘가면라이더 더블’과 ‘가면라이더 오즈’는 2009년, 2010년작이다. 시청자가 10대 초반에 봤더라도 이제는 성인이 됐을 나이다. 따라서 더블과 오즈를 전면에 내세운 본작도 당연히 성인 타겟의 게임으로 봐야한다. 그런데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뜬금없이 팟! 등장하고 악당은 쇼와 라이더 시절 쇼커 수령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고리타분한 야망이나 설파하고…
일단 라이더들이 연구단지를 뒤지며 실종된 박사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팬들이 기대하는 ‘가면라이더’다운 스토리가 아니다. 퇴장한 인기 캐릭터를 되살려 눈물의 이별쇼로 소모하는 건 극장판에서도 종종 쓰이는 전개지만, 여기선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서사조차 받쳐주지 못한다. 다짜고짜 “나와 싸우자”고 덤비다 속이 시원해진 목소리로 “그래, 그거면 된 거야”라며 스르륵 사라지고, 주인공은 “○○야~~!!” 절규하다 “크흑, 이런 식으로 생명을 경시하는 제우스를 용서할 수 없어!”로 마무리. 도대체 부활시켜준 게 왜 생명 경시인지 모르겠지만.
크로스오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타 작품과 상호작용도 얄팍하긴 마찬가지다. 바스와 액셀이 같은 경찰관 라이더라고 인사하는 게 거의 유일한 장면이고 특히 제로원은 투명인간 취급에 가깝다. 애초에 더블과 오즈가 스토리의 중심이며 제로원은 카메오 출연이다(제로원의 평가를 생각하면 차라리 다행). 이게 어느 정도냐면 오즈가 제로원을 구해서 동료들과 합류했는데 액셀이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후 잠시 자기 소개를 하긴 하지만 “AI를 조사하러 왔다” 한 마디로 끝. 도펀트와 그리드끼린 아예 만나지도 않으니 공동 전선 같은 것도 없다.
대체 뭐가 그렇게 다들 "그래, 이거면 돼…"는 거야, 갈 때 가더라도 나도 좀 알려주고 가라.
크로스오버임에도 타 작품 캐릭터간 상호작용이 별로 없다. 엄밀히 말해서 게임 분량에 비해 대사 자체가 부족한 편.
특히 제로원은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스토리상 없어도 상관 없고, 되려 없어야 더 매끄러운 수준이다.
더블, 오즈 방영할 때 나왔어도 안 먹힐 구성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의 전체적인 구조는 이동 → 전투원과 싸움 → 이동 → 이벤트 → 이동 → 보스전이다. 문제는 이동 → 전투원과 싸움 → 이동이 엄청나게 잦다는 것. 거진 50m마다 한 번씩 싸운다. 전투원은 어차피 허수아비에다 다섯 종류 가량을 게임 내내 돌려 쓰고 한 번에 나오는 수도 네다섯 명이라 쓸어버리는 손맛도 부족하다. 일방적으로 화력을 퍼붓고 콤보를 달성하며 노는 것도 처음 두어 번이지 나중에는 지겨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이렇게 쓸데없이 이벤트간 간격을 벌려 놓아 스토리의 몰입도가 더 떨어진 측면도 있다.
출시 전에 한창 홍보한 서포트 메카(디스크 애니멀, 메모리 가제트, 캔드로이드) 활용은 액션 어드벤처인척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하다. 가령 덴덴 센서로 숨겨진 뭔가를 찾는다고 할 때, 게이머가 능동적으로 서포트 메카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순간에 그 위치에서만 활성화된다. 그냥 더블이 덴덴 센서로 단서를 찾는 걸 원작 재현하기 위해 쓸데없이 버튼을 몇 번 눌러야 할 뿐이다. 캐릭터 게임으로서 이런 기믹도 필요하긴 하지만 방법이 너무 재미없고 게임의 맥까지 끊는다. 서포트 메카를 쓸 때 뭔가 미니 게임이라도 넣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무쌍은 몰려 나오기라도 하지 이건 네다섯 명 패고 좀 달리다가 다시 네다섯 명 패고…
하지만 반복된 전투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맥을 끊는 덴덴 센서다. 원작 재현이 필요하긴 해도 이런 식은 사절이다.
스토리가 좋은 게임이 아님에도 그나마 이벤트 장면을 볼 때가 가장 즐거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스테이지를 탐험하는 방식은 PS2 시절, 아니 그보다 더 과거로 퇴보했다. 겉으로 보이는 배경 자체는 탁 트였지만 파란색 장벽 때문에 일직선으로만 다녀야 한다. 물론 이 장벽에 대한 설명 같은 건 일절 없다. 거기다 뭔가를 조작하거나 줍는 건 반드시 그 임무를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니까 A에서 B까지 가서 카드키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A로 돌아가면 그제서야 거기 카드키가 놓여있다. 이런 식으로 얼마 되지 않는 스테이지 내에서 끊임없이 뺑뺑이를 돌린다. 50m마다 전투원은 계속 나오고. 분량을 잡아 늘리려는 처절함이 가득하다.
전투의 결과로 라이더 레벨이 상승하고 획득한 재화로 액셀레이터라는 장비를 제작하는 RPG스러운 요소가 약간 있긴 하다. 아주 약간. 다만 레벨업으로 해금하는 스킬은 ‘강 공격 강화’처럼 스킬이라 부를 수 없는 수준이고, 액셀레이터도 방어력이 오르거나 재화를 더 많이 얻는 등 일차원적인 효과다. 순차적으로 폼 체인지를 확장해가는 중반까진 나름대로 강해진다는 체감이 오지만 그 후로는 무의미한 반복뿐. 심지어 중반 넘어서 합류하는 제로원과 2호 라이더들은 모든 폼을 가지고 시작하므로 성장의 즐거움조차 느낄 수 없다.
이렇게 억지로 분량을 뽑아낸 결과가 엔딩까지 약 10시간 전후의 플레이 타임. 개발사도 이건 아니라 생각했는지 서브 콘텐츠인 서바이벌 모드가 존재한다. 원하는 라이더를 고른 후 네모난 전용 스테이지로 진입하여 총 10회에 걸쳐 등장하는 적을 처치하는 간단한 구성이다. 도전 와중에는 라이더를 교체할 수 없고 한 번 이길 때마다 HP를 소량 채워준다. 난이도는 비기너, 스탠다드, 익스트림 세 종류로 어려워질수록 강한 보스 괴인이 나온다. 이걸로 벌충할 수 있는 플레이 타임은 글쎄, 길어야 2시간 정도일까. 재플레이 가치는 거의 없다.
이 메뉴가 '스킬 게인'인 것 자체가 문제다. 공격력 상승(약), 강 공격 강화 같은 걸 스킬이랄 수 있나.
장비에 해당하는 액셀레이터는 수가 극히 적을 뿐더러 효과도 심심하다. 이런 RPG 요소라도 없는 것보단 낫지만.
엔딩 후 콘텐츠는 난이도를 높여 재시작하기와 서바이벌 모드 도전하기, 단호하게 게임을 끄기 정도가 있다.
이제까지의 특촬물 게임보다 나을 게 없다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에 대한 필자의 근원적 질문은, 이게 대체 무쌍이나 대전 장르보다 나을 게 뭐가 있냐는 거다. 그나마 모델링과 액션은 봐줄 만하나 정작 기대했던 스토리는 B급이고 액션 어드벤처로서의 게임성은 C급 아니 폐급이다. 솔직히 더블, 오즈, 제로원을 꼽았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없다. 그냥 10년 만에 더블과 오즈로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최신작이니까 제로원도 넣어보자 정도의 기획이다. 오리지널 악당은 디자인도 캐릭터성도 최악이고 재단 X를 둘러싼 떡밥 같은 것도 없다.
플레이할 수 있는 라이더는 조커, 더블, 오즈, 제로원, 엑셀, 바스, 바스 프로토타입까지 7종. 조커는 스토리상 필립이 이탈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쓸 일이 없고, 바스와 바스 프로토타입은 최소한의 양심인지 전투 방식이 다르지만 폼도 적고 극후반에 합류한다. 더블과 오즈의 여러 폼을 충실히 구현하고 CSM 한정인 지벌미(무카치리) 콤보까지 넣은 노력은 가상하나 여전히 콘텐츠가 너무 빈약하다. 웃긴 건 그 와중에 더블 팡조커와 오즈 코북이악어(브라카와니) 콤보는 한 번 엔딩을 봐야 해금된다. 도대체 누가 이 게임을 다회차 플레이할지 감도 안 잡힌다.
단 일곱 명의 라이더, 심지어 하나는 더블이 나오면 쓸 일이 없는 조커다. 적어도 너무 적다. DLC로 내려나?
그래도 더블과 오즈의 폼 체인지는 충실히 구현했다고 본다. CSM 한정인 무카치리 콤보도 써볼 수 있고.
흔히 무쌍을 보고 그런다. 작품을 너무 여럿 엮으니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고. 필자도 동의하는 바지만 적어도 ‘가면라이더’ 게임의 문제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더블과 오즈만 가지고 스토리를 짰는데도 이 모양 이 꼴이 나버렸으니까. 차라리 무쌍이나 대전 장르였다면 라이더는 원 없이 구경했을 것 아닌가. 2016년작 ‘가면라이더 배틀라이드 워 창생’은 헤이세이부터 쇼와까지 주역, 2호, 3호 라이더를 총집결시켜 수십 명의 달하는 캐릭터 라인업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폼이 하나로 고정이거나 캐릭터별 기술이 적었던 것도 아니다.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가 역대 최악의 ‘가면라이더’ 게임은 아니겠으나 딱히 칭찬할 구석도 없는 졸작이다. 제아무리 필자가 이성이 마비되어 이 게임을 나름 재미있게 즐겼을지언정 지금은 2020년이고 이게 시대착오적 완성도란 걸 인정해야만 한다. 그저 특촬물 IP니까, 캐릭터 게임이니까, 전작보다 나아진 점도 있으니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식으로 달래주는 건 개발사에게도 팬 본인에게도 좋을 게 없다. 근래 ‘가면라이더’ 게임이 전혀 없었던 만큼 구입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가급적 기대치를 최대한 내려놓고 플레이하길 추천한다.
게임을 이렇게 대충 만들어 놓고 트리플 라이더킥만 보여주면 누가 구매할 줄 알고!!(황급히 지갑을 연다)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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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만들거면 차라리 걍 배틀라이드 워 신작을 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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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이 멀다기보다는 애초에 가면라이더 게임이 잘 나올 수가 없음. 최신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테고 최신 캐릭터를 넣으려면 제작기간이 빠듯할 수 밖에 없음. 그럼 게임성 그래픽 뭐 하나 챙길 수 있을리가 없고 그렇다고 최신 라이더를 버리고 진짜 각잡고 만들면 누가 삼? ㅋㅋㅋ 아무리 잘만들어봐야 극소수의 팬뿐임 장난감사는 팬이랑 겜사는 팬중에 전자가 많을것같음 그렇게 잘 만든 울트라맨 파이팅 에볼루션이 망하고 안나오는거 생각하면 캐릭터겜의 필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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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남 겜이 그렇죠 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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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걍 헤이세이 주역 라이더라도 다 내주던가.. .꼴랑 3명내면서 게임퀄도 이따구로 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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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촬겜 건담겜은 믿고 거르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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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만들거면 차라리 걍 배틀라이드 워 신작을 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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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라이드워 창생까지 3작품 다해보고 이것도 해봤지만 이게 훨씬 나아요. 진짜 이렇게라도 나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정도... | 20.10.31 22: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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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팬이면 그런데 생각보다 할만해요.... | 20.11.02 13: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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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이더 제네레이션2 가면라이더 카부토 이후로 할만한 게임이 나왔다고 생각함. 배트라이드워랑 비슷한 수준이긴하지만 | 20.10.30 20: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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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관절
갈길이 멀다기보다는 애초에 가면라이더 게임이 잘 나올 수가 없음. 최신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테고 최신 캐릭터를 넣으려면 제작기간이 빠듯할 수 밖에 없음. 그럼 게임성 그래픽 뭐 하나 챙길 수 있을리가 없고 그렇다고 최신 라이더를 버리고 진짜 각잡고 만들면 누가 삼? ㅋㅋㅋ 아무리 잘만들어봐야 극소수의 팬뿐임 장난감사는 팬이랑 겜사는 팬중에 전자가 많을것같음 그렇게 잘 만든 울트라맨 파이팅 에볼루션이 망하고 안나오는거 생각하면 캐릭터겜의 필연임. | 20.10.30 20: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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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폰겜도 있으니까 콘솔겜에 신경쓸 이유가 없는거임 | 20.10.30 2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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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각잡고 내년에 나올 가면라이더 캐릭터 설정 시작부터 방송사랑 같이 게임 만들면 좋겠어요. 스포때문에 힘든거랑, 시작은 같이 했어도 방영 기간에 딱 맞춰 게임 개발이 끝날까가 문제지만... | 20.10.30 21:08 | |
(IP보기클릭)183.101.***.***
저는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원본인 영상물에서도 극장판과 티비판의 인물 성격이 다른 경우가 왕왕있잖아요. 저는 그냥 카부토처럼 배경 표현 버리고 최대 4인플레이 파티겜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카부토는 4인플레이가 없는게 아쉬웠죠) | 20.10.30 21:22 | |
(IP보기클릭)118.36.***.***
ㅠㅠ 다음작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라는 그저 막연한 기대감만 가질 수 밖에 없어서 너무 슬프네요... | 20.10.30 2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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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최근에 헤이세이 라이더라는 한사이클이 끝났기 때문에 그거 베이스로 만들어보면 됐을텐데... | 20.10.31 04: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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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면 덤핑각이 안보이는게 좋은거죠. 잘팔리면 잘만들었다는거고 앞으로도 더 잘나올 수도 있다는거니까요 | 20.10.30 20: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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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맞는거지만... 똥겜이 확실하니 돈이 아까운거도 사실이라서요..ㅠㅠ | 20.10.30 20: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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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예 사질마세요 | 20.10.30 20: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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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남 겜이 그렇죠 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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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불가. ㅠㅠ | 20.11.15 2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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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걍 헤이세이 주역 라이더라도 다 내주던가.. .꼴랑 3명내면서 게임퀄도 이따구로 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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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q_pR6N5tRlg&ab_channel=876TV | 20.10.30 21: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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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히어로즈2 재밌었죠.... 보스가 모두 3d모델이 아니라는게 아쉬웠습니다. | 20.10.30 2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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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심으로 로스트 히어로즈3를 바라고싶은데 더이상 안나올거같아서 아쉽던.ㅠㅠ | 20.10.31 19: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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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촬겜 건담겜은 믿고 거르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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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브레이크 시리즈, 건vs건 시리즈는 괜찮습니다. | 20.10.31 14: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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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건담게임은 간간히 평작에서 수작 정도는 나옴. 진짜 간간히라는 게 문제고 그런 작품들도 매너리즘이라는 게 문제.. | 20.11.01 04: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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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브레이커.. 뉴건브는 빼주세요.. | 20.11.03 16: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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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처음부터 주연은 더블과 오즈로 잡혀있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로원은 우리야 노잼트리지만 완구도 엄청 잘 팔리고 코로나 시국인 와중에서도 시청률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합니다. | 20.10.31 22: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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