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 | 출시일 | 2020년 1월 28일 |
개발사 | 타이푼 스튜디오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
기종 | PC, PS4, XONE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안 그래 보이지만 나름 '중견 게임 개발들의 제2의 출발' 같은 개발사다.
2017년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결성한 타이푼 스튜디오는, 신생 회사지만, 배경이 화려한 회사다. 유비소프트, 일렉트로닉 아츠, 워너 브라더스 몬트리올 출신이 만든 회사기 때문이다. 그 중 주목할 이름이 있다면 알렉스 허친슨이다. 이 사람은 의외로 거물이다. 참여작 숫자는 많지 않지만, 그 참여작 대부분이 꽤 굵직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인 알렉스 허친슨은 토러스 게임즈라는 호주 개발사에서 일하다가 북미로 넘어가서 맥시스에 입사해 <심즈 2>와 <스포어>리드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미 오브 투> 후속작을 끝으로 유비소프트로 넘어간 허친슨은 <어쌔신 크리드 3>와 <파 크라이 4> 디렉터로 활동했다. 둘 다 전작의 후광이 너무 강하고 몇몇 결함 때문에 비판받았지만, 그래도 '할만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장인이라고 보면 좋겠다. 다소 널을 뛰는 게임 간 장르들도 그렇고 어찌 보면 '작가'보다는 전문적인 '기술자'를 요구하는 주류 게임 개발자의 왕도를 걸어온 사람인데, <파 크라이 4> 제작 후 허친슨은 유비소프트에서 독립했고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타이푼 스튜디오 창립자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파 크라이 4>가 2014년에 나온 게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적지 않은 오랫동안 공백 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허친슨 경력에서는 <파 크라이 4>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마냥 <파 크라이> 시리즈 같은 게임은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플랫폼 액션 게임에 가깝다.
타이푼 스튜디오의 데뷔작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그 점에서 거대 게임 제작사에서 독립한 알렉스 허친슨이 평소에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지 짐작 가능한 게임이다. 일단 표지에서 짐작했겠지만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3D 플랫폼 액션 게임이다. "우주 개발 제 4위 기업"을 자청하는 우주 탐사 회사인 킨드레드 에어스페이스 직원인 주인공은 파이오니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AR-Y26라는 외계 행성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지 탐사 미션을 받게 된다. 별다른 지원도 받지 못한 채 AR-Y26에 불시착한 주인공은, 행성 조사와 더불어 이 행성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밝혀가게 된다.
허친슨의 기나긴 개발 경력에서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과 가까운 게임은 <파 크라이 4>다. 일단 코옵이 지원되는 FPS라는 점도 그렇고, 넓은 맵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자원을 모아 기술 해금과 자원 수집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전반적인 노선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선 <파 크라이> 시리즈 특유의 파쿠르는 줄어들었고 (벽을 잡고 올라가는 수준이다.), 대신 플랫폼 요소가 대거 도입되었다. 심지어 중간에 등장하는 보스전 역시 전형적인 플랫폼 액션 게임의 양태를 띄고 있다. <파 크라이> 외전과 분위기는 유사하지만, 3D 플랫폼 액션으로 고친 게임을 상상하면 좋다.
한편 허친슨이 만들지 않은 게임 중에서는 <서브노티카>나 <노 맨즈 스카이>의 영향력을 지적한 평자도 있는데, 분명 이들의 영향을 받았으면서 좀 더 캐주얼하게 바꾼 모양새를 보인다. 특히 서바이벌 요소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행성 환경에 맞춰서 장비를 맞춰 대응하거나 생존을 위한 자원이나 아이템을 수집하는 과정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캐주얼한 3D 플랫폼 FPS로써 재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행성을 탐색하는 과정이 강조된 편이다. 달성도 100% 채우기 역시 바이저 스캐너로 행성과 관련된 정보를 스캔해 기록하는 게 대다수다.
초반부 미션도 점프 추진기와 양성자 밧줄을 획득하는 내용이다.
양성자 밧줄을 스테이지 내 '빠른 이동'처럼 활용하는 디자인이 영리했는데, 정작 보기 드물다.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의 플랫폼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점프 추진기를 이용한 점프 액션이 있다. 점프 추진기는 총 4단까지 업그레이드 가능하며 고급 부스터를 업그레이드하면 수평 이동을 유지하면서 점프할 수 있다. 추가로 점프 추진기를 통해, 회피 액션을 할 수 있는데 게임 진행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또 하나는 갈고리 기능이 있는 양성자 밧줄이다. 단순히 고정형 갈고리뿐만이 아니라, 철길 형식으로 갈고리를 걸면 자동으로 이동케 하는 밧줄 형태의 구조물도 배치하고 있다.
이 철길 형식의 밧줄을 종종 '빠른 이동'처럼 다루는 디자인이 흥미로운데, 게임 분량이 워낙 짧아 이런 디자인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적다는 게 아쉽다. 마지막으로 아이템에 젤라틴이 있다. 일종의 간이용으로 쓸 수 있는 점프 발판이라 할 수 있는데, 게임 도중 점프 추진기로도 부족하다 싶은 부분에 젤라틴을 배치해 점프할 수 있는 높이를 늘릴 수 있다. 허친슨과 휘하 제작진은 이런 공중 발판과, 점프 추진기, 갈고리 밧줄 같은 요소들을 무리 없이 다루면서 게임이 요구하는 속도감과 리듬을 살려내고 있다.
스테이지간 이동 경로가 선형적이라 오픈월드 게임이라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메트로배니아스럽다.
스테이지 구성과 디자인도 <파 크라이>랑 판이하다.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 스테이지 디자인은, 서로 어느정도 연결되어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는 선형적인 편이다.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 제작진이 오픈월드 대신 선택한 디자인은 메트로배니아다. 이 게임은 메인 스토리 동선도 동선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구역 내 숨겨진 미로가 많다. 이 때문에 부가 미션과 수집 요소 같은 걸 전부 완료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탐사해야 한다.
그 결과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보다는 '입체적'으로 구성된 아케이드 게임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극단적인 높낮이를 활용한 스테이지 및 개별 레벨 설계가 인상적이다. 505 게임즈가 이전에 유통했던 3D 메트로배니아 게임이었던 <컨트롤>이 초상 현상을 이용해 건물 내부로 끊임없이 파고드는 거대한 지하 도시 같은 디자인을 선보였다면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끊임없이 높낮이가 달라지는 섬의 조합과 배치로, 묘하게 붕 뜬듯한 감각을 전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죽는 경우가 흔한 게임인데…
나름 사후 보상으로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한 티가 난다.
이런 높낮이가 자주 변하고 틈이 넓은, 추락사하기 쉬운 레벨 디자인에다, 후술할 적 디자인과 패턴 때문에 생각보다 죽기 쉬운 편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사망 시스템의 설계 방식에 묘한 유머와 배려가 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의 사망은, 플레이어에게 엄격한 것처럼 보인다. 죽기 직전까지 수집해둔 자원을 잃고 기지에서 부활해 사망한 장소까지 찾아가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죽은 장소로 가면 플레이어는 잃어버린 자원이 담긴 상자와 함께 자신의 시체를 '면목없이 매장'을 할 수 있다. 이때 매장이 끝나고 나면 플레이어는 추가 자원을 채집할 수 있다. 벌칙을 두되, 일정 부분 보상을 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점에서 죽음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플레이어에게 윙크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활에 대한 벌칙이 없는 점도 한몫한다. 후술할 게임의 '블랙 유머'를 생각하면 이것도 풍자의 일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진행 대부분은 퍼즐과 전투를 하면서 사당까지 도달해 장비 재료를 채취한 뒤,
기지로 돌아와 자원을 보관하고 3D 프린터에서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면 된다.
생각보다 미션 가짓수가 많은 게임이다.
메인 미션은, 진행을 위한 장비 재료를 획득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파 크라이>랑 달리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의 장비는 대체로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하기 위한 퍼즐 도구인 경우가 많다. 이 도구를 얻기 위해 플랫폼을 뛰어다니며 퍼즐을 풀고 전투한다고 보면 좋다. 이렇게 장비 재료를 획득한 뒤 기지로 돌아가 후술할 3D 프린터로 장비를 생산하면 큰 단계가 끝난다. 처음엔 가서 재료를 획득하는 수준이지만, 첫번째 중간보스를 기점으로 퍼즐과 전투의 비중이 늘어난다. 사실 메인 미션은 그렇게 길지 않다. 목표를 위해 진행해야 하는 중간 미션을 포함해도 그렇다. 게임 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했다면 10시간 내로 클리어할 수 있다.
대신 부가 미션 수가 상당히 많고, 게임 진행과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장비나 무기 업그레이드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 게임의 장비/무기 업그레이드 해금은 '과학 실험'이라는 부가 미션을 수행해야지 가능하다. 이 과학 실험에 배정된 생각보다 뻔하지 않고, 실험 컨셉을 확실히 잡아둬 진짜로 탐사 연구하러 온 느낌을 준다는 점은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물론 컨셉이 지나친 나머지 장비와 스킬 해금을 위해 귀찮은 뻘짓을 하는 것처럼 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복조 띄워서 처치하기 같은 미션은 후술할 조준 문제 때문에 수행하는게 좀 짜증나는 구석이 있었다. 이외 숨겨진 엔딩과 관련이 있는 엔진 재료와 연료 모으기부터 삼투압 큐브 획득 같은 아이템 수집이라던가 외계 영화관 같은 스캔용 수집 요소들도 많이 준비해둬 생각보다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편이다.
주황색 점액, 외계 합금, 연료 공급원은 구석구석 숨겨둬서 감지기 획득 전까지 발품 좀 팔아야 한다.
지도 시스템이 없는데다 나침반 기능도 썩 좋지 못하고 오브젝트가 빽빽한지라 숨은 요소 찾기가 은근히 어렵다.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3D 프린터가 상당히 중요하게 등장하는 게임이다. 설정 상 플레이어의 장비 업그레이드부터 (무기, 아이템, 장비, 배낭, 바이저 총 다섯 개로 나눠져 있다.) 사망 후 부활까지 이 3D 프린터로 이뤄진다. 다만 이 3D 프린터가 주인공이 타고 온 자벨린 거주지에만 있기 때문에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의 동선은, 진행하다가 짬짬이 돌아와 거주지에 자원을 보관하고 장비와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재출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진행-거점-진행 이런 구조를 반복하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 자체는 획득하기도 쉽고 양도 적당히 나오는 편이다. 채집 난도가 높진 않지만, 자동 채집이 해금 스킬 귀중품 자석으로 배정된 지라 해금 전까지 채집하는게 조금 귀찮다. 사실 채집 난도가 높은 쪽은 생명력과 체력을 올려주는 주황색 점액과 외계인 합금, 연료 공급원이다. 셋 다 게임 진행에서 나름 중요하므로 (특히 연료 공급원은 게임의 엔딩을 보는 데 필수적이다.), 최우선으로 바이저 감지기 해금을 추천한다.
바이저 스캔 역시 지리 파악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큰 문제가 있다. 메트로배니아 장르 자체가 플레이어 스스로 탐색하길 요구하는 부분이 있지만,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다소 극단적이다: 지도가 없다. 탐색을 통해 만들어지는 지도조차 없다.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는 오로지 나침반과 텔레포트 지점뿐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전체를 조감할 수 있긴 하지만, 그냥 없다고 보는 게 좋다. 바이저 스캔 기능도 딱히 도움되지 않는다. 상술한 주황색 점액과 외계 합금, 연료 공급원 스캔을 제외하면 도감 채우기와 부가 임무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덕분에 알아서 머릿속에서 지도를 구축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탐색해야 한다.
게임 자체가 짧고 개별 스테이지가 작아서 심각하게 무책임한 디자인까지는 아니지만, 게임의 디자인 성향 때문에 생각보다 불편한 구석이 많다. 일단 스테이지가 원색 위주에 배치된 오브젝트 밀도가 높은 편이라 탐색이 쉽게 피로해지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3D 멀미가 심한 사람이라면 멀미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추가로 나침반을 도입한 게임들이 그렇듯이, 나침반이 지시하는 위치와 실제 위치가 달라서 통로 찾느라 고생한다는 고질적인 단점도 걸린다. 채집 역시 이런 문제랑 겹쳐서 '그래서 이 자원은 어느 지역에 가서 얻지?' 같은 문제가 있다.
다른 무기 없이 플라즈마 권총만으로 싸우는 게임이다.
전반적으로 날아다니거나 약점을 노려야 하는 적들이 많아서 조준 못하는 플레이어라면 스트레스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스전은 좋게 평가하기 힘들다. 전체적인 구조가 천편일률이다.
전투로 넘어가 보자.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무기는 상당히 간소하다. 플라스마 권총 하나만 지급되며 보조 무기를 제외하면 다른 총기류는 등장하지 않는다.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면 충전식으로 필살기를 쓸 수 있지만, 이 이외엔 단순 성능 강화이며, 무기 부착물 개념이 없다. 이외에는 폭탄이나, 구속용 수류탄 같은 보조 무기가 전부다. 그래서 권총으로 진행되는 전투가 어떠냐고 하면, 장르 문법적으로 무난하게 구성되긴 했는데 세심한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다. 보정 요소가 들어갔음에도 소위 말하는 '조준빨'이 심한 게임이다. PS4 패드 기준으로 감도가 섬세하지 못해서, 여타 FPS 게임과 비교하면 적을 조준하기가 까다롭다.
여기다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의 적들은 비행하거나 정확히 약점을 노려야 하는 양태의 적들이 많다. 이게 플랫폼 요소와 다소 느린 재장전이 곁들어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열심히 플랫폼을 뛰어다니면서 약점을 재조준해서 공격하고, 재장전 텀을 기다려야 한다. 반응 속도가 느린 플레이어라면 스트레스 받을 가능성 높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보스전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보스 디자인이 플랫포밍과 약점 맞추기로만 구성되서 상당히 동어반복적이다. 특히 최종 보스전은 '조준빨' 요소가 최대화된, 약점 요소를 최종적으로 전부 쏴 맞춰야 하는데다 몹들이 꽤 아픈 산 공격을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보조 무기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빠른 인벤토리 기능이 없는 것도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는데, 걸맞은 보조 무기를 고르고 있다가 집중포화를 맞고 죽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산재보험은커녕 장비도 안 보내주는 악덕 자본가라니 노동부에다 신고해버릴거닷! 인터내셔날이닷!
이 영상은 아무리 봐도 <심즈> 패러디 같다.
"우주 개발사 제 4위" 운운에서 눈치챘겠지만,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는 코미디 게임이기도 하다. <고스트 버스터즈>나 <맨 인 블랙>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제작진의 언급처럼, 블랙 유머와 화장실 유머가 포함된 미국식 코메디에 가깝다. 일단 킨드레드 에어스페이스 사장인 마틴 트위드부터가 이런 장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치광이 사장'이다. 유능하고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지만, 작중 플레이어가 받고 있는 푸대접부터 시작해 미묘하게 나사 빠진 분위기는, 킨드레드 에어스페이스가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숨겨진 엔딩을 보면 마틴의 본색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마틴를 비롯한 직원들은 과장된 실사 영상로 등장해 정신 나간 분위기를 한층 더 해주고 있다. 킨드레드 에어스페이스 뿐만이 아니라, 과장된 외계 생명체 디자인, 대체 먹을 수 있는지 의심이 드는 식품 그로브로 대표되는 미래 풍 소도구들, 약에 취해 친절해진 글라도스라 할 수 있는 에코, 배설물 관련 농담까지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노골적이면서도 사이키델릭한 유머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행성 탐사로 대표되는 레트로 SF를 비튼 설정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B급스러운 향취가 가득하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게임 내 서사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은 아니지만, 메일이나 영상 같은 플레이버 텍스트와 여러 대사를 종합해보면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의 세계는 단순히 웃기는 것 이상으로 상당히 미쳐 돌아가는 디스토피아다. 이런 풍자는 게임 내 디자인에도 녹아있는데, 복조가 대표적이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라는 도감 설명처럼 대체로 유순하고 착한 성격의 생물이지만 작중 대접은 동물 학대 수준으로 상당히 나쁘다. 울타리를 열기 위해서 그로브로 유인해 갈아버리거나 과학 미션에서 해가 없는 복조를 걷어차면서 학대하거나 쏴죽이는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학대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디자인에서 괴리감을 느꼈다면 정확히 파악했다.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는 개발과 탐험을 빙자한 환경 파괴와 무분별한 발전, 동물 학대를 풍자하는 게임이다.
작중 복조 대접이 불쌍한 수준이다. 동물 학대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좀 거부감을 느낄지도.
전반적인 주제의식은 '생명체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에 가깝다.
그 점에서 엔딩까지 놓고 보면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순환 구조로 이뤄진 게임이다. 진엔딩의 메시지가 냉소적이라 느꼈다면 작중 행성에서 이뤄진 어리석은 파괴와 멸망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암시가 깔렸기 때문이다. 의외로 동시대적인 풍자도 찾아볼 수 있기도 하고 첫인상과 달리 마냥 가벼운 게임은 아니다. 다만 이런 풍자가 일관된 주제의식으로 뚜렷하게 형상화되었냐고 묻는다면, 회의적이다. 주인공이 기본적으로는 사건의 수동적인 관찰자라는 점이 그렇고, 서사라고 할만한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다. 떄문에 설정과 풍자, 주제 의식이 한군데 모이지 않고 산발적으로 흩어진 경향이 있다. DLC로 추가 스토리를 풀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좋은 풍자물이 되기엔 2%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래닛>은 딱 가격대에 걸맞은 게임이다. 단점이 명백하긴 하지만 일단 진행 자체는 유명 게임들을 만들었던 전문가들의 노련한 손길 때문에 무난히 흘러가고 나름 인상적인 순간들도 등장한다. 비주얼을 제외하면 디자인적으로 무난한 게임이라 이렇다 할 개성이 없다던가, 적 디자인과 조준 시스템 간의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보스전이 지나치게 원 패턴이라는 명백한 단점들도 있지만, 애초에 풀 프라이스급도 아닌 중저예산급 게임이라는 지점을 고려하면 크게 나쁜 게임은 아니다. 적당히 할 FPS 게임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게임이다. 다만 유머 감각이나 미적 감각이 한국 기준으로 이질적인 편이라, 취향이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소 스튜디오의 데뷔작으로는 나쁘지 않은 게임이다. 이 이상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작성 PforP /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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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는데 나쁘진 않습니다. 그냥저냥 할만한 게임이었어요 깊이는 없었고, 플레이는 단순했으며, 난이도는 쉬웠습니다. 킬링타임 하기 좋았으나 좀 더 잘 할수 있었을것 같았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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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안족스럽고 즐거운 탐사였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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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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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이후겠죠 | 20.02.26 02: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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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밀리오쨩
나와 당신은 친구가 아니지만, 내 친구와 당신은 친구 | 20.02.29 12: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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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하는죽음의데스스핀
대충 그런 느낌 | 20.03.01 17: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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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만화 이야기~ | 20.03.01 18: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