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블리자드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에서 처음 '디아블로 3'가 공개되었을 때 수많은 게이머들은 전작인 '디아블로 2'가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추억 섞인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디아블로 2가 없었다면 대학교의 레벨이 달라졌을 것이고, 훨씬 좋은 직장에 연봉도 올라갔을 것이라며 악마와도 같은 게임 디아블로 2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소 과장이 섞였을 수도 있고, 어차피 공부 안 할 사람은 게임이 나오든 말든 공부를 안 했을 테지만- 하나의 게임이 이토록 수많은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예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디아블로 2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러면 디아블로 3는 하지 않을 거냐"고 물어보면, 막상 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정판 판매는 언제부터냐고 묻는 사람은 있었지요. 그런 악마의 게임이, 영상과 스크린샷이 공개되면서 발매일이 머지않을 것처럼 보였다가 제작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대부분의 타이틀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약 없는 발매 연기가 계속됩니다. '지스타 2010'에 시연 행사까지 진행되었지만, 결국 실제 게임 발매는 2년 뒤인 2012년 5월 15일에나 이루어졌습니다.
전작으로부터 12년. 개발 공식 발표로부터 4년.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악마 사냥꾼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디아블로 3에 할애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현금 경매장' 시스템을 둘러싼 몇몇 문제로 인해 베타 테스트를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국내 게이머들은 더욱 갈증이 심했을 겁니다. 한국 공식 베타 테스트 이전에 북미 베타 테스트 서버가 잠시 뚫리고, 그것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PC 게임 패키지를 구입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줄을 서는 모습은 디아블로였기에 가능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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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발매된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 2. |
디아블로 3 발매 D-1 행사에 모인 인파. |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그래픽 기반이 2D에서 3D로 바뀌었어도, 캐릭터 직업과 시스템에 변경이 있어도 디아블로 3는 이전 시리즈가 갔던 길에서 큰 벗어남 없이 게임이 진행됩니다. 디아블로 시리즈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유저도, 디아블로 시리즈를 플레이하지 않았던 유저도 몇 분의 조작 설명만 들으면 흥겨운 악마 사냥에 나설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시리즈를 거쳐오고 4년 넘게 후속작을 제작하며 다듬어온 유저 인터페이스는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신 트리스트럼'을 시작으로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합니다.
2D 기반에서 3D 기반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쿼터뷰 시점으로 고정된 화면과 마우스 클릭 등을 이용한 이동/액션 시스템은 디아블로 3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Z 키를 이용해 줌인 화면으로 설정할 수도 있고, 발표 당시부터 많은 불만을 낳았던 밝은 화면도 그리 큰 이질감은 없습니다. 화면에 존재하는 다수의 오브젝트는 충격에 무너져내리면서 묘한 쾌감과 함께 소소한 눈요기가 되기도 하며, 적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함정 장치는 유저들의 수고를 덜어주기도 합니다. 서버 문제로 인한 최적화 문제가 도마에 오르긴 하지만, 시각적인 만족감은 훌륭합니다.
전체적으로 화면 곳곳에 정교한 묘사가 이루어져 꽉 찬 느낌을 주며, 세련된 인터페이스는 12년 전의 전작과 닮은 듯하면서도 세련된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전투 발생 시의 역동적인 느낌과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때의 화려한 화면 연출은 적과의 전투를 아이템을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닌, 전투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요소입니다. 요즘 온라인 게임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건드릴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모드는 없지만 방대한 수의 아이템을 이용한 외형 변경을 지원하기에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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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제작되었기에 화면 확대 기능을 지원한다. |
발표 초기 우려를 샀던 밝은 느낌은 그리 거슬리지 않는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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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3에선 야만 용사/악마 사냥꾼/수도사/부두술사/마법사의 총 다섯 직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당연히 각각의 캐릭터마다 고유의 기술과 성능이 달라지며 분노/증오-절제/공력/마나/비전력 등 서로 다른 '자원'을 소모하며 플레이하게 됩니다. 만약 하나의 캐릭터를 레벨 10까지 키우고 나면 캐릭터 생성 화면에서 '하드코어 캐릭터' 모드로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하드코어 캐릭터는 말 그대로 한 번 죽으면 그걸로 영원히 끝이며, 경매장은 물론 캐릭터 창고도 일반 생성 캐릭터와는 공유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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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업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악마 사냥꾼. |
한 번이라도 죽으면 그걸로 끝인 하드코어 캐릭터. |
2012년 출시된 게임답게 시스템적으로는 유저들을 많이 배려했습니다. 원래부터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진행이 가능한데다 적이 떨어트린 금화를 획득할 때도 하나하나 클릭할 필요 없이 그 위를 지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오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또한 인벤토리에 상관없이 특별한 소모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마을로 돌아가서 아이템을 정리한 뒤 원래 있던 곳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파격에 가까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맵을 통한 정보 표시와 홈페이지에서 지원하는 '기술 계산기' 역시 초보 게이머들에겐 편리한 기능입니다.
제작진은 '룬 시스템'을 새로 추가하면서 '기술(스킬)' 시스템에 다양성을 부여했습니다. 전작의 '스킬 트리' 시스템이 아닌 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6 레벨이 되면 룬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룬을 특정 기술에 지정해주면 해당 기술의 사정 거리를 늘려줄 수도 있고 지속 시간을 증가시킬 수도 있으며, 단순히 적에게 대미지만 주었던 기술에 적을 멀리 날려버리는 효과가 부가적으로 생기기도 합니다. 기술 창에서 사용하고 싶은 기술을 선택하면 현 시점에서 활성화된 룬을 지정해줄 수 있으며, 기술 하나 당 하나의 룬만 지정할 수 있습니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같은 기술이라도 룬 효과에 따라 성능과 성격이 달라집니다. 기술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공략 지역에 따라 필요한 기술 능력도 달라지기 때문에 일종의 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국민 기술 조합이라는 이름하에 고착화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잘 살려주는 조합을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술 변경 이후 대기 시간(5초~2분)을 제외하면 별다른 패널티도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조합 시도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좀처럼 클리어하기 어려운 부분을 클리어하기 위해 레벨을 올리거나, 혹은 더욱 강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맞게 새로운 기술을 조합하고 룬을 새로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전작의 고정된 스킬 트리 시스템과 국민 트리에서 벗어나 적에 따라 유연하게 언제 어디서나 기술과 룬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가져다준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유저들에게 만렙까지 가는 여정은 그리 길지 않겠지만, 저레벨 시절 이러한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며 키워나가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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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걱정을 날려버리는 마을 차원문 시스템. |
보기엔 웃기지만 항아리 깨기에는 편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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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을 올릴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룬이 활성화되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통해 수월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
블리자드 특유의 '단순 한글화'가 아닌 '완전 현지화' 역시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동사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국내 제작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한, 현지화된 기술명과 아이템명은 디아블로 3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디아블로 2 발매 초기 영문판 베이스에 한글 채팅도 불가능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아이템은 적절한 센스로 번역되어 있고, 스토리를 진행해주는 주요 대사와 문서는 물론 재미를 위한 소소한 부분까지 깔끔하게 한글화되었습니다. 방대한 한국어 음성은 굳이 자막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비전력이 부조카당'으로 대변되는 몇몇 부분은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를 놓고 볼 때 국내 유명 성우진들의 열연을 비롯해 제작사의 전용 한글 폰트 제작과 센스 넘치는 번역 작업은 모범적인 현지화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게임이 출시되기 훨씬 이전부터 떠돌던 루머가 거의 그대로 들어맞는 스토리 상의 반전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그리 충격적이지 않고 가끔 어색한 진행도 보이지만, 오프닝 영상과 엔딩 영상을 비롯해 다양하면서도 멋진 이벤트 영상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잘 만들어진 CG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게임이 이어지고, 필드 곳곳에 서브 퀘스트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해가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플레이어와 함께 여행을 하는 '추종자'가 생기게 되며, 이를 통해 유저가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모자란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해줍니다. 추종자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캐릭터지만 약간의 행동 지정을 해줄 수 있으며, 장비를 장착해주거나 특정 레벨이 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간이 스킬 트리를 만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추종자와의 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현지화 정책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끊임 없이 이어지는 추종자의 대사는 메인 스토리와는 거리가 있는 잡담이지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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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력이 부조카당~♡ |
작년 연말 간담회에서 블리자드가 밝힌 현지화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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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형제로 남지 않겠다" |
"신성 모독이다!" |
대부분의 유저들이 말하길, "디아블로는 템 맞추는 재미" 라고도 합니다. 방대한 숫자의 아이템은 만렙을 찍은 유저로 하여금 더욱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에 충실히 응해줍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많은 유저들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지옥문을 두드립니다. 비록 제작사가 아이템의 효과를 가지고 꼬아놓아서 어느 아이템을 사용할지 고민하게 하지만, 아이템 파밍과 성능 확인을 위한 절차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습니다. 한눈에 성능과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봉인된 아이템의 확인 역시 간편하게 바뀌어서 쾌적한 아이템 파밍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최고 레벨인 60 레벨까지 올리면 '네팔렘의 용기' 버프 중첩을 활용해서 특정 적을 잡을 때마다 아이템/금화 획득 확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만렙 이후 아이템 맞추는 재미에 부합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아이템을 착용하기 위해 능력치를 올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레벨만 맞으면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반가운 부분입니다. 블리자드는 아이템 입수와 사용과 관련해서 '경매장' 시스템을 내세웠지만 국내에서는 북미와 같은 '현금 경매장' 서비스 없이 게임 내 머니인 금화를 사용하는 '금화 경매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아이템이라도 분해-제작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템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직접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경매장을 통해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대장장이와 보석공의 레벨을 올려야만 하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금화와 훈련서가 필요합니다. 또한 최고 레벨까지 올리더라도 원하는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대장장이 도면과 보석공 도안이 필요한데다 단 한 번의 시도로 원하는 능력치의 아이템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경매장이 훨씬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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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아이템의 성능 비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
한국에서는 금화 경매장만 이용 가능. |
디아블로 3는, 굳이 다른 제작사의 대작 게임뿐만 아니라 전작인 디아블로 2와도 끊임없이 비교될 게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다른 게임의 팬들이 비난하는 것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팬들이 비난하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디아블로 3 덕분에 30~40대 게이머들이 다시 PC방을 찾고 PC를 새로 조립하고 휴가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런 유저들에게는 거의 모든 부분이 전작과의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골수 유저든 아니든 게임 진행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문제가 존재했으니 바로 발매 직후의 서버 문제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발매 직후 디아블로 3의 서버 문제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조롱의 대상이 되었던 '에러 37' 문제를 비롯해서 좀처럼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던 현상은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작사는 한국 유저들의 동시 접속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은 43만 명 이상이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서버 문제에 대해 해명했으며, 결국 조건별 환불안까지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배틀넷' 시스템에 접속해서 플레이하도록 한 방식으로 인해 싱글 플레이마저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었던 유저들의 불만은 여전합니다.
싱글 플레이 모드와 멀티 플레이 모드를 따로 구분하지 않은 제작사의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배틀넷의 친구 목록 시스템은 매우 간편하고 직관적입니다. 친구 등록된 플레이어가 지금 접속해 있는지, 어디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원한다면 간단한 조작을 통해 함께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플레이가 강조된 최근 게임들로 인해 그리 신선한 시스템은 아니겠지만, 게임을 쾌적하게 플레이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발매 직후 싱글 플레이마저 플레이할 수 없도록 만든 원흉임에도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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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넷과 연동하는 여러 기능은 분명 유저들의 편리한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기 위함이었지만…. |
게다가 불편하긴 해도 해킹 피해와 아이템 복사를 방지해줄 것이라 여겨졌던 배틀넷 시스템이었지만, 결국 해킹 피해는 발생했고 아이템 중복 저장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제작사의 발표로는 매우 적은 수의 피해이지만, 발매 전 한정판 예약 판매에서부터 삐걱거리며 많은 불만이 쌓였던 국내 시장에서 디아블로 3는 게임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블리자드는 패치를 내놓지만 오히려 적지 않은 유저들에게 반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문제들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도 덮어놓을 수만은 없는 부분입니다.
디아블로 3는 빠르고 경쾌한 게임입니다.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돌아다니며 시원시원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퍼즐 요소 또한 없습니다. 다른 최신 게임이나 MMORPG 처럼 키보드로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단하게 확립된 조작 체계지만 유저의 컨트롤 실력과 결합해 얼마든지 화려한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무더기로 등장하는 적은 여기저기 시원하게 터지며 시각적으로도 큰 쾌감을 주고 지루한 플레이를 방지해줍니다. 적어도 제작사가 구축한 시스템 안에서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에 브레이크를 걸만한 요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하게 바뀌지 않아서 식상한 부분은 있겠지만 큰 줄기를 남겨두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세련되고 편하게 바꾸었습니다. 수많은 던전의 진행 루트와 보스 공략을 하나하나 숙지해서 수많은 인원이 오랜 시간 플레이해야 하는 MMORPG와는 달리, 신속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장르적 특징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물론 쾌적하고 재미난 플레이를 위해 제작사가 시스템을 준비했음에도 발매 직후부터 꾸준히 이어진 접속 불가 문제와 랙 현상은 이런 디아블로 3의 장점을 상쇄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것이 문제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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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플레이마저 못하게 막은 서버 혼잡 사태. |
결국 6월 25일부터 환불 신청이 가능해졌다. |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이제 게이머들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게임 진행의 거의 유일한 길잡이인 공략집을 펼쳐놓고 플레이하거나 교실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던 이전과는 달리, 공략 사이트와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제작사가 준비해놓은 콘텐츠는 무서울 정도로 빨리 소모되고, 소수만이 알 수 있었던 우회길은 이제 모든 유저들에게 내비게이션이나 다름없어졌습니다. 물론 제작사도 '업적'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끼리의, 서버끼리의, 국가끼리의 경쟁을 부추깁니다.
이번 작품에서 새로이 추가된 '불지옥' 난이도는 사실 누구나 도전해서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작된 난이도가 아닙니다. 아이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초반에는 등급이 좀 되는 적 캐릭터 한두 방에 녹아내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불만의 대상이 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몇몇 클래스는 기술 조합을 통해 불지옥 난이도에서 다른 클래스보다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작사에서 그러한 부분을 캐치하지 못했기에 클래스 간 불균형이 발생했고, 당연한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디아블로 3는 아름다운 배경을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12년 만에 등장한 디아블로는 6시간 만에 도륙당하고 직업 간 밸런스 패치 및 시스템 정리를 재촉받고 있습니다. 제작사는 급하게 패치를 준비했지만 1.0.3 패치 이후로도 불만은 이어지고 있으며, 공격 속도 조절과 내구도 감소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강해지자 다시 새로운 패치로 이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어떤 온라인 게임이든 밸런스 문제 및 빈부 격차와 사다리 걷어차기 현상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디아블로 3 역시 이 문제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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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 용사 하자. 꼭 하자. |
패치를 기다리는 유저들의 심정. |
국내외적으로 워낙 대작이 기다리는 상황이라 과연 디아블로 2 만큼의 반향을 일으킬지는 의문이지만, 발매 이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점으로는 나쁘지 않은 모습입니다. 디아블로 3는 발매 24시간 만에 전 세계적으로 350만 장이 팔린 PC 패키지 게임이며, 일주일 만에 63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등장하자마자 한국 PC방 온라인 게임 순위 1위와 함께 5주 연속으로 정상에 머무르며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디아블로 3의 서비스 일정과 겹치지 않으려는 게임이 적지 않았고, 몇몇 제작사는 디아블로 3를 활용한 홍보를 할 정도였습니다.
전작의 성공이 관성으로 작용해서 디아블로 3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아주 틀린 주장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아직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사는 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디아블로 3는 경쾌한 게임 진행과 호쾌한 손맛을 시각적-청각적 요소로 잘 살렸고 장르적 재미와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게임인 것도 사실입니다. 디아블로 2 시절과 달리 아무리 재미난 게임이 여럿 등장한 상황 속에서도 디아블로 3의 재미는 여전히 특별합니다.
디아블로 3는 오랜 제작 기간 동안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받아왔으며, 엄청난 화제성과 네임 밸류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춘 잘 만든 게임입니다. 하지만 일반 PC 패키지의 형태로 출시되었음에도 무조건 온라인 플레이를 강요하는 시스템과 서버 대란은 엄청난 결합 효과를 발생하면서 발매 직후 끔찍한 악몽을 만들어냈고, 전체적인 완성도와 디아블로 3에 대한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시간이 말해줄 겁니다. 블리자드는 초반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 디아블로 2가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오랜 시간 정상적인 서비스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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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의 알록달록 동산. |
앞으로도 오랜 시간 블리자드는 노력해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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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까도 디아3 만한게임 없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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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조차 3의 저주를 피해갈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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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새로이 추가된 '불지옥' 난이도는 사실 누구나 도전해서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작된 난이도가 아닙니다. 아이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초반에는 등급이 좀 되는 적 캐릭터 한두 방에 녹아내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불만의 대상이 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몇몇 클래스는 기술 조합을 통해 불지옥 난이도에서 다른 클래스보다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작사에서 그러한 부분을 캐치하지 못했기에 클래스 간 불균형이 발생했고, 당연한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이 문장이 이 리뷰의 핵심이군요. 문제는 아직도 당연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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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기대와 재미도 최악의 운영과 방침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더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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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3 돈내고 사서 되도 않는 서비스로 고생한 생각하면 진짜................. 진심으로 블리자드 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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