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은 하후란의 서사가 다뤄져있어서 혹시나 처음 보시는 분들은 조심의 말씀,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제자를 부탁합니다. '
탈백유란(奪魄幽蘭). 그녀와 단 둘이 나누었던 마지막 한 마디가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단순히 조활과의 관계 중, 누나 동생의 관계를 염두해둔 것일까? 아니면 다른 관계? 하지만 섣불리 그쪽으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용상이 그리 생각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불현듯, 뒷덜미를 스쳐지나가는.
불안감.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에는 생기가 돌지 않았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여자는 오감 말고도 육감이라는 것이 은근슬쩍 알게 모르게 있다. 그것은 둔감하기로 소문난 개방의 이동식 금고 용상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했다. 이 씻을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은 용상의 이마에서 식은 땀을 쥐어짜 흘려내고 있었다.
금나라 자객들의 사건이 일단락되고 난 뒤, 그들과 떨어져 어느 덧 열흘이 지났다. 용상은 불안함에 계속 설산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을 자도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아 끊임없는 불안함에 가슴앓이만 할 뿐이었다. 그녀가 즐겨먹던 닭다리 조차도 목구멍을 넘기지 못해 객잔 주인도 그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용상은 결국 보름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을 먹었다. 검을 고쳐잡고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한 뒤, 결심에 찬 눈빛으로 설산을 올랐다. 새차고 날카로운 설산의 칼바람이 용상을 덮쳤지만, 용연칠절의 내력을 더욱 두텁게 조정하는 현현조화공(玄玄造化功)이 용상을 지켜주었다. 입에서는 증기가 뿜어져나오고, 눈빛은 불안함에 겹쳐진 단호함이 서려 한 층 더 매서워졌다.
' 조 동생. 네 사부가 무슨 생각을 하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너희 사제지간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도와줄게. '
조활과 하후란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용상은 그들을 당장 마주 할 생각이 없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을 관찰하리라 마음 먹었다. 조활이 지어놓은 설산파 건물은 거대하고 안락함이 느껴지는, 그의 정성이 가득한 것이었다. 조활이 스승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던 용상은 비어있는 절묘한 공간을 발견했고, 최대한 인기척을 지우고 나서는 그 공간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아직 문제가 없었지만 용상은 끝까지 확인할 심상이었다. 불안감이란 의혹을 떨칠때 까지는 그들을 지켜보리라.
요 며칠간은 별일이 없었다. 용상은 배고픔, 목마름을 최대한 참아내고,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져 바깥의 소리가 사이좋고 가까운 듯 한 것이 이어지면 그날은 안도하고 있을 수 있었다. 그래도 식음은 해야했기에 그들의 눈을 피하면서 요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에 쌓아뒀는데. 쥐들이 그새 따뜻한 곳을 소문듣고 들어온건가?"
"......"
아직까진 괜찮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후란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포착했고, 그제서야 잠시 느슨하게 거두었던 긴장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반응이 맞다면, 분명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지리라. 조활도 그녀를 따라서 바깥으로 나섰고, 용상도 천천히 나와 인기척을 죽인 뒤 그들이 잘 보이는, 먼 나무에 자리를 잡고 숨을 죽인채 상황을 살폈다.
"오늘인건가? 낌새가 좋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 거지?"
"그리 보입니까?"
"......!! 자, 잠깐...윽!?"
툭!
용상이 이전에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뒤를 잡혔고, 갑작스럽게 점혈을 당해서 움직이지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역시... 오셨군요. 안오기를 바랬지만 본 녀도 어찌 방도가 없습니다. 점혈을 했으니 앞으로 두 시진 동안은 몸을 쓸 수 없을 겁니다. 운기한다면 설산의 추위 정도는 막으실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을 하신다면 주화입마 하실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조용히 계시는 것이 화를 면하게 될겁니다."
용상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못하게 될까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눈을 가려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렇게까지는 못하겠군요. 오늘이 마지막 만남일텐데 이렇게 만들어버린 점, 죄송합니다."
"......으윽."
.
.
.
.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안간힘을 써도 움직여지지 않으니 허망하고 허탈했다.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것 일까. 용상은 그저 누군가가 무너지는 꼴을 막기위해 온 것이거늘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것을 뜬눈으로 바라봐야할 상황에 빠졌다.
절망이 가슴 속을 먹구름처럼
아득히
아득히
새까맣게
가득 채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주인이 자리를 비운, 새까만 침묵과 고요함이 드리운 객잔 안. 촛불하나를 사이에 두고 술잔을 기울이는 두 여인. 서로가 친하거나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의 사내 덕분에 맺어진 특이한 관계. 한 명은 애정하고 있으며, 한 명은 애매하기에 혼란스럽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서로가 각자의 각별함으로 사내를 생각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관계는 특별하게 형성이 된다. 서로가 가볍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국 붉은 실의 인연은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다.
인간관계는 그런 것이다.
소중하지 않더라도 결국 그런 것이다.
가볍더라도 결국 그런 것이다.
인연이란, 결코 쉽게 끊어지지 않는.
그런 것이다.
오늘 따라 목구멍으로 넘겨지는 술은 제법 각별하고 맛이 있다. 달콤한 것 같으면서도, 대나무의 은은한 향이 콧 속과 입 안을 가득 메우니 쓴 맛도 손 쉽게 가려져 혓바닥이 마비된 것 같이 머릿 속에 황홀함만 가득하다.
"하... 좋구나. 이 객잔의 명물이라고 했던가. 죽련주(竹連酒)? 빠져들것 만 같군. 어떻소, 용 여협?"
"하하... 본 녀가 술을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지껏 보았던 술 향 만큼은 정말 가히 최고군요. 최근에 들렀던 객잔의 어떤 술보다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하후란은 잔에 채워진 맑은 술을 찬찬히, 그리고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두 손가락으로 사뿐히 들고 매끄럽게 입 안으로 넣어 넘겼다. 타오르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감쌌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감각이었다. 언제 이렇게 이 감각을 느낄지 몰랐었기에 두고두고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다. 분위기도 한 몫 했다. 객잔이 그리 작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술과 어울리는지 제법 운이 좋은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좋군요. 후후... 용 여협께서는 제자를 어찌 생각하시오?"
단도직입적이었다. 용상은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지는 못 한 듯 했다.
"조 동생은 의롭습니다. 가지지 못 한 것에 스스로가 고민이 가득하지만 끊이지 않는 노력도 가상합니다. 칭찬을 해도 모자르나 주변의 시선은 오로지 용모에만 관심이 있고 배척할 뿐이니, 누나라고 있는 제 시선으로는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생에게 있어 동정일 뿐이라, 안타까운 마음은 마음으로만 새겨야 하는 것이 그를 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쪼로록.
빈 잔에 술 차는 소리가 청아하고 맑다.
"그렇군요."
하후란은 가볍게 말하고는 다시 또 한 잔을 비워냈다.
"하아... 재미있군요, 용 여협께서는."
"하후 여협께서 하신 말씀에 의미가 있으신 것 일까요?
"의미는요. 후후. 그저 제자에게 이런 믿음직한 누나가 있다는 사실이 이리도 힘이 되니, 스승으로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덕분에 술 맛도 좋군요."
쪼로록.
용상이 비워진 술잔을 마저 채워주니 하후란의 눈빛은 그윽하고, 부드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에게는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제 일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 말이지요. 매우... 중요한 일이 말이지요."
술이 제법 잘 넘어갔다.
"안그래도 얼마 전 소동 때, 조 동생에게 짧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해야할 일이 있어 설산파에 왔다고.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설산파의 일이라 쉽게 물어볼 수가 없더군요. 혹여 민폐가 아니라면 제쪽에서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조 동생의 일이라면 본 녀 역시 알고 싶습니다만."
용상의 물음이 살짝 언짢았지만 그 기분은 곧, 바람처럼 흩어져 아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자세히는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짧게라면 가능하겠습니다만, 들으시겠습니까?"
용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술잔의 술을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쓴 기운과 은은한 대나무의 향 덕분에 하후란의 이야기를 제대로 경청할 준비가 되었다.
하후란도 술잔을 비우고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읊기 시작했다.
"일단 제 이름은 본래 란(蘭)이 아닙니다. 본 녀는 어릴 때, 공동파에 납치되어 공동사주인 매난국죽(梅蘭菊竹)의 난초의 이름을 따, 강제로 개명 당했습니다. 본명은 설산파 장문인의 딸, 매(梅)입니다."
용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예? 납치라구요? 게다가 이름을 강제로 개명이요? 이런 허무맹량한 이야기가 어째서 하후 여협의 입에서 나온 것 입니까? 말씀하신 것이 정말 사실입니까??"
하후란은 한숨과 함께 어느샌가 쓰게 물든 술잔을 묵묵히 비웠다.
"설산파에 제삼향이라는 사형이 있었습니다. 본 녀는 그에게 구원받았고, 사랑했고, 혼인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호, 혼인...??"
"그렇습니다. 우리 둘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사이였지요. 그만큼 애정하고, 특별했습니다. 세상에 우리 둘만 있었다면 싶을 정도로 사랑했지요."
"사, 사랑...!?"
용상은 하후란의 대담한 성인들의 이야기에 너무 놀랐다. 술에 취하지 않았지만 취해버린 듯 얼굴이 벌게지며 서둘러 비어 있는 술잔을 덜덜 떨면서 채우려했다. 그러나 너무 당황해 술잔을 제대로 채우지 못 하자 이를 지켜보던 하후란이 잔잔히 미소짓고는 술잔을 따라 주었다. 용상은 고개를 숙이며 잔을 단숨에 비워내 두근거리는 심장을 잠재우려 애썼다.
' 후후. 재미있는 여협이로고. 겉모습과 같게 순수하고 청아한 것이 티 없이 맑은 새하얀 구름과도 같구나. 지켜주고 싶을 정도구나. 활아가 이런 여협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을 줄이야. 괘씸하도다. 후후. '
탁. 쪼로록.
하후란도 비어있는 술잔을 잔잔히 채워내고는 두 손가락으로 술잔을 잡고 휘휘 돌리며 자그마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공동파의 썩고 오래된 규율이 제삼향의 판단을 순식간에 흐려놓았고 이윽고 본 녀의 공동파 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어버렸지요."
"......네?"
용상은 더 놀랄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채 하후란의 한숨 섞인 이야기를 듣고는 머리 뒷편에 소름이 돋는, 신경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꿀꺽.
하후란은 흔들던 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도 아주 잠시였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요. 세상의 모든 것이 증오스러웠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쓰레기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눈물이 눈 앞을 흐렸지만 정신 만큼은 다잡아야 한다고 가슴 속으로 피눈물 흘리며 버텼지요.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와 제삼향과 대결했지만, 당시에 본 녀는 너무나 약했습니다. 손쉽게 져버렸지요. 개 같은 것..."
용상은 쓸쓸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가 그녀의 마음처럼 새하얗게 비워진 촉촉한 술잔을 다시 채워주었다. 하후란도 고마워서 용상의 빈 술잔도 채워주었다.
"그에게 죽을 것을 기다렸지만 죽이지 않더군요. 본 녀에게 미련이 남아버렸는지, 공동파에서의 상황이 파국이 된 마당에 7년 뒤 다시 만나 대결하자 했지요. 그래서 결국 그날 이후로 공동파 삼림에 홀로 깊이 은거하였지요. 복수에 사무친, 아홉 꼬리달린 여우의 이빨을 날카롭게 갈며 복수에 점철돼 수련에 온 집중을 했으니, 비로소 세간에는 혼을 빼갈 정도로 아름다운 난초(奪魄幽蘭 탈백유란)가 말그대로 혼을 잡아먹는 탈백유란(女魔頭 여마두)이 되어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었지요. 아주 마음에 들어 전율이 온몸에 전달될 정도였습니다."
탁! 꿀꺽!
둘은 동시에 잔을 들어 부딪힌 후, 술잔을 넘겼다. 두 여협은 입 안이 쓴 것 같아도 밀려오는 잔잔한 대나무 향에 황홀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하... 멋지군요. 정말 감탄이 나옵니다, 하후 여협."
"뭘요. 후후... 오늘은 속에 있던 이야기를 내놓으니 후련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란 좋은 관계라 좋군요."
하후란은 고개를 돌려 파르르 떨고 있는 등불에 기름을 살짝 흘려넣고는 다시 기운차린,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당시 본 녀의 친구도 파국의 중심에 있었지만 저와의 사이 만큼은 각별했습니다. 비록 저와 혼인한 제삼향과 사통했지만 친자매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까웠지요. 죽을 뻔한 제 대신에 목숨을 다했으니, 비가오나 눈이오나, 해가 중천에 뜨나, 건물 안에 있으나 우산을 쓰고 그녀를 기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우산도 그만 써야 할 상황이 온 것이지요."
"설마..."
용상은 그녀의 그윽한 미소를 보고는 알 수 있었다.
"그 7년이라는 세월이 설마..."
하후란은 바깥을 쳐다보았다.
"이제 곧 그 7년의 끝이 다가옵니다."
용상은 잠시 말을 하지 못 했다. 그 끝이 다가왔다는 것은 생사를 걸고 이뤄지는 대결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도 용상은 입을 열었다.
"바, 반드시 하후 여협께서는 이기실 겁니다!"
하후란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용상의 말을 경청했다.
"어찌 그리 미래를 아신답니까?"
"본 녀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런 파렴치한에게 탈백유란이 질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겁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바람이 알고, 저 용상이 알고 있습니다! 여협께서는 절대 지지 않을 것 입니다!"
하후란은 그녀의 당찬 이유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용 여협께서는 활아를 어찌 생각하십니까?"
"어? 그 질문은 아까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후란은 그녀의 대답 대신 은은한 눈빛만을 보일 뿐이었다. 그때 용상은 은근히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어? 어...? 어... 그... 그... 조 동생은..."
용상은 부끄러웠는지 차마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 했다.
' 그래... 이 여협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구나. 이 모든 일들이 정리되면 내 생에 미련이 없을 줄 알았건만, 제자가 이리도 미련이 될 줄은 몰랐구나. 나쁜 제자 놈... 그래도... 이제 이런 고민은 거두는 것이 좋겠지... 제자에게는 이제 그녀가 있다. '
우물쭈물하는 용상을 뒤로 한 채, 의자에서 일어난 하후란.
"후후. 이만 들어가 쉬시지요. 제가 감히 용 여협을 떠보려 했으나 무례했으니 이쯤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본 녀는 아직 사람 관계라는 것이 서툴러서..."
"후후.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좋은 꿈 꾸시길."
그리 말하고는 자리를 나와 방으로 들어가려 발걸음을 옮겼다. 용상은 홀로 남아 생각했다.
' 내가... 조 동생을 어찌 생각하는 거지? '
그때 조용히 하후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
.
.
.
' 제자를 부탁합니다. '
.
.
.
.
.
.
.
.
.
.
.
.
그리고 7년의 마지막이 온 날.
하후란에게 점혈 당해 가만히 그녀의 최후를 볼 수 밖에 없었고, 한 없이 절규하는 조활의 목소리를 뜬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 날.
용상의 가슴 속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망우협려전(忘憂俠侶傳) (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