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파판7 올드팬입니다.
AC를 2005년에 보고 뒤늦게 유입됐죠.
당시 원작 게임을 하고 너무 즐거웠던 터라 아직도 기억이 하나하나 다 납니다.
그때도 뭐 사실 따지고 보면 헛점이 없는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당시 기준으로
뛰어난 연출, 늘어짐 없는 호흡 덕에 재밌게 했었습니다.
근데 리버스는 3편(물론 당시에도 디스크 3개짜리 게임이었지만)으로 쪼개면서
빌드업한 것 치고 너무 스토리가 부실하단 생각이 드네요.
제가 원작을 하면서 궁금했던 건 동료들과의 추가적인 스토리였습니다.
이를테면 에어리스가 홀리를 어떻게 쓸 수 있게 되는지,
왜 세피로스는 언제든 현현할 수 있으면서 다른 일행들의 단독행동 때는 가만 있다가
홀리를 쓰는 법을 여전히 잘 모르는 에어리스를 죽여야만 했는지 등등이 그랬어요.
그렇게 리메이크 시리즈는 스토리가 변하고 세세해진다는 개발진 언급에
잔뜩 기대하고 1편을 했고 운명의 벽을 넘을 때 진짜 뽕이 좀 찼습니다.
아, 설마 잭스 에어리스가 살아남는 세계로 가나?
그렇게 또 리버스를 기다리며 현생을 살다가 이번에
연휴를 맞이하여 연휴 전부터 조금씩 달리는 식으로 어제 저녁 엔딩을 봤습니다.
그런데 엔딩을 보고 남은 건 어째서? 라는 생각과 용과 같이 감성 뿐이네요..
솔직히 1997년 게임이다보니 원작은 더하면 더했지
개그 센스가 좋진 않습니다. 딱 그 시절 감성입니다.
오히려 그시절 치곤 여성 캐릭터들은 참 당차고 보기 좋죠.
그래서 현대적이지 못했던 센스를 개선하고
진중해야 될 내용들을 보강해주길 기대했는데 1편부터 불안했던
개그 센스는 여전히 별로였고 미니게임을 넣기 위한 서사는 모두
용과 같이가 떠오르는 불협화음으로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미니게임이 많아서 피곤하다 정도가 아니라
그냥 미니게임을 해야 하는 구간 이전부터 갑자기 다른 게임이 된 느낌이었어요.
제가 바랐던 스토리 보강이 필요한 부분들은 모두 오히려 원작보다 불친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잭스가 살아남은 세계가 존재하고, 그건 1편에서 운명의 벽을 넘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세피로스의 발언이나 제작진이 엔딩 크레딧에 넣은 문구를 보면
잭스와 에어리스는 도구처럼 쓰일 뿐, 여전히 살아남는 엔딩따윈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암시하더군요.
저는 1편 마지막의 문구와 대비가 되는 이런 전개가 마치 라오어2급의 뒤통수 후리기로 느껴졌습니다.
리메이크를 할 거면 그대로 하되 설정의 깊이를 더하는 식으로 했어야 하는데,
이건 뭐 다 바꿔놓고 수습도 못하는 느낌이고 늘리기 위해 더한 것들 죄다
게임과 따로 놀고 있으니...
여러모로 참 실망스럽네요. 원작에선 그 폴리곤 덩어리를 보고도 한참을 슬퍼했는데,
이렇게 더 부실하고 모호한 묘사로 오히려 감정선이 참 집중이 안됐습니다.
에어리스가 클라우드에게만 보이는게 세피로스처럼 별의 사념체로서 리버스했다는 내용으로
이해를 했는데, 이게 살아있는건가요..? 사실 에어리스는 홀리를 시전해도
별의 사망을 온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라이프 스트림 속에서 고군분투하여
끝내 동료들을 죽어서도 돕는다는게 원작에서의 행보이고 메세지입니다.
생명의 순환 테마를 에어리스로 묘사하죠.
근데 잭스를 살리면서 멘트를 그렇게 날리길래 와 얘네가 산다고?
뭘 어떻게 묘사하려고 그러나 하고 지켜봤거늘 참..
리메이크와 리버스에서 묘사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에어리스가 살아있는 미래는 그저 가능성에 불과하고,
세피로스 타도가 끝나는 순간 잭스와 에어리스가 살아남은
세계가 설령 가지가 뻗었다고 해도 그건 가능성이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사라지겠죠.
마지막 컷신에서 에어리스의 인사는 물론 마음이 아팠습니다
불안한 클라우드의 정신 상태 때문에 걱정이 된 에어리스가,
잭스의 대해 티파가 말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었듯
정해진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클라우드가 자신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
똑같이 거짓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마지막에 비행기가 떠나고 홀로 인사를 한 이유도 같다고 느꼈어요.
분명 1편 대비 많이 좋아진 게임이지만 글쎄요.
이게 원작팬을 위한 테마파크 정도로 끝난다면
굳이 불필요한 설정 놀음을 하기 위해 에어리스의 죽음이
이렇게밖에 묘사되지 않는게 달갑진 않았네요.
전 티파 쪽을 응원하지만 이 작품의 테마는
에어리스가 완성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장씬이 생략된게 설령 3편 도입부에서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해도
그 선택마저 저는 이해가 가질 않네요.
이 모든게 3편에서 새로운 엔딩을 만들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해도,
분기를 통한 멀티 엔딩이라고 해도 앞서 말한 서사 부족은
개인적으로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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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물에 가라앉히는 장면이 생략된 게 의아했는데 마지막에 에어리스와의 인사 장면을 넣기위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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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3편이 나오지 않았지만, 멀티 엔딩이라도 도입하지 않는 이상 원작과 거의 동일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아서 참 걱정입니다.. 리버스와 비슷한 연출 감각을 유지한다면 특히나 좋은 소리 안 나올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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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거의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그게 결말 시점에서 어떠한 영양가도 없었다면 뭐하러 스토리를 바꿔야 했나 하는 의문이 남는거죠. 불필요한 미니게임을 제외하면 40시간 안에도 1회차 엔딩을 볼 수 있는게 리버스인데, 스토리를 바꿔놓고 정작 신규 유입 유저도, 올드팬도 만족하지 못할 연출과 스토리를 냈으니 판매량이 이걸 증명했지 않나 싶어요. | 25.10.10 10: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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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3편이 나오지 않았지만, 멀티 엔딩이라도 도입하지 않는 이상 원작과 거의 동일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아서 참 걱정입니다.. 리버스와 비슷한 연출 감각을 유지한다면 특히나 좋은 소리 안 나올 거 같아요. | 25.10.10 10: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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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판매량은 별개라 봅니다. 애초에 파판 IP 자체가 죽어버렸다는게. 설문을 통해서 확인 되었고요.. 파판IP에 대한 유입이 없고, 젊은층에서는 안다고 해도 꼰대 게임 같은 IP가 되버렸습니다. 게임이 아무리 잘나와도 판매량은 그다지 높지 않을 IP이고 이미 특정층에선 파판을 JRPG가 아닌 온라인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버스는 리메이크와 아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라 결국 리버스의 판매량 맥스치가 전작인 리메이크1이라는 겁니다. | 25.10.11 22: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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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치에 대한 말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정말 재밌게 만들었다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진짜 리메이크이기에 3부작으로 강행한거였다면 이렇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게임은 순수재미만 보장된다면 알아서 바이럴이 되는 경우들을 봐와서 그게 더 확신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 25.10.13 1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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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물에 가라앉히는 장면이 생략된 게 의아했는데 마지막에 에어리스와의 인사 장면을 넣기위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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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에 동의합니다. 3편 도입부에 2편의 마무리를 보강하며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수장씬을 생략함은 그들도 근거가 있었겠죠. 그렇지만 중요한 건 신규 유저도, 올드팬도 스토리를 이렇게 꼬아가며 연출을 모호하게 하면서까지 에어리스의 죽음을 원작과 다르게 연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거죠. 오픈월드의 재미를 살리려고 노력한 게 느껴지고 저도 꽤 만족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만족하는 유저도 물론 있겠지만 저는 판매량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생각해요. 마케팅 문제라고 스퀘어는 얘기하지만, 정말 재밌는 게임이라면 알아서 바이럴이 됩니다. | 25.10.10 10: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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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되새기게끔 하네요. | 25.10.16 22: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