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즈 오브 어라이즈 엔딩 봤습니다.
저도 그래서 간단한 소감
뭐 길게 쓸까 했는데 아무도 안볼 것 같으니 간단하게만.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재미있었습니다. 보스전보다 잡졸이 더 재밌던 것은 처음이었네요.
일단 필살기 같은게 시원시원하게 나가고, 기술도 전작 베르세리아처럼 고민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기술을 아끼면서 전투하지 않아서 재미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P 개념이 신선했네요.
다만 보스전이나 거대 몬스터전은...여엉 그랬습니다. 후반에는 그냥 치트키 썼어요.
그렇습니다 그냥 린웰 가지고 밀어버렸다는 말입니다.
최종보스전은 의리상 알펜으로 잡아주긴 했지만 나머지는 린웰로 하니까 세상 편하더라고요.
UI도 일신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스타일리쉬하다는 감상이 들 정도로 유려했고, 심플했으며, 있을 건 다 있었습니다. 길 찾는거라던가 서브 퀘스트라던가, 별로 헤메지 않고 쭉쭉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단점은...가끔 스토리 진행할 때나, 어디를 갈 때 좌측 하단에 대화가 뜨는게 좀 불편하달까.
확인 안하고 스킷 누르는 경우나 다른 사람에게 말 걸 경우가 있어서 좀 그랬습니다.
디자인적으로도 좋았습니다. 일단 모델링이 아주 예뻐서 볼 맛이 났습니다.
남/녀 캐릭터의 개성은 몰라도 디자인 가지고 불평하는건 드물지 않을까.
다만 인게임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작화가 너무 달라서...엔딩 부분에서 이질감 엄청나더라고요.
캐릭터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께서 알펜을 보고 크레스를 연상하시던데, 정말 저도 그랬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붉은 망토 같은걸 두르고 있어서 더 그런 듯. 다른 메인 캐릭터들도 나름 생각하는 바가 있고, 개성이 있어서 그냥 흔해빠진 캐릭터같지는 않았습니다.
알펜 빼고.
스토리적인 측면.
많은 분들이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혹평을 하시던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렇게까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충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지 짐작은 갑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는 주제는 ‘용서’ ‘화합’ ‘서로 손잡고 나아가는 미래’ 이런 건데...
물론 아름답고 훌륭한 주제입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너무 많이 쓴 레퍼토리이긴 합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너무 성인군자답게 그려지다보니 요즘 세대에는 솔직히 잘 맞지 않아요.
주제가 주제다보니 막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겠습니다만, 솔직히 주인공의 고지식함이라든지, 대충 ‘선한 마음을 가지고 어째어째 하면 다 잘 된다! 난 선하지만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고려 안하고 양손의 꽃을 쥐어볼 테다!’라고 하는 건 어린애들은 몰라도 성인들 입장에서는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엔딩 부분 볼랑의 용서 부분은 와 주인공 대단해! 보다는 어처구니없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주인공이 볼랑을 걍 베어버리면 주제가 어그러진다는 점이고.
마지막 다나의 의지 부분도 복선은 있었다지만 다소는 뜬금없이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요소를 느꼈다고나 할까요. 막판에 와서 주인공 편의주의적 전개로 흘러가다 보니 대충 뭉뚱그려서 해피엔딩으로 만든 기분.
그 외에도 극적인 전개를 만들기 위해서 주인공 일행에게 고난을 마구 부여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뭔가 기책 같은 것으로 한방에 일발역전! 같은 느낌이 들어서...억지스러운 연출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이건 JPRG는 다 들어가 있는 요소긴 합니다.
거기에 외부적 요소를 고려하자면...
게임 다 즐겨놓고 이제와서 뭐라 하냐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이 게임은 일본산입니다.
게임에서는 레나가 다나를 300년간 지배하면서 착취했죠.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보면 과거 한국은 일본에게 지배당하면서 착취당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걸 감안한 뒤에 생각해보자면 사실 레나인이 딱히 다나인에게 사죄를 한다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은 거의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듀오할림이나 시온 등등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장면은 있지만, 어차피 그들이 레나 전체를 대변하는 뭐는 아니죠.
린웰도 증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증오를 극복한 것에 가깝습니다. 응어리는 남아있죠.
거기에 주인공 알펜도 대인배 기질이라 갑자기, 서로를 용서하고, 전체의 증오를 개인에게 풀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는데...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솔직히 속이 시원한 것도 아닙니다.
물론 그런 걸 하나하나 다 다뤄버리면 주제도 흔들리겠고, 이런저런 구설수도 있을 거라 차라리 엔딩 저편으로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캐릭터들도 그런 느낌의 대사를 많이 하고요.
게다가 후반부에는 이놈도 사정이 있었어! 다나인도 레나인도 다 같은 인간이다! 라고 말하는데 알게 뭡니까.
대충 이런 식으로 게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문제를 대충 얼버무린 느낌이랄까.
이런저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평범한 왕도적 JRPG느낌으로 무난하게 마무리되었지만, 어째선지 여운은 별로 남지 않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엔딩을 따지자면 전작이 좀더 좋았던 것 같네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스토리가 쓰레기다! 이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부 연출이나 무리수를 제외하면 기승전결이 잘 잡혀있는 왕도적 스토리라 생각합니다.
별로라 생각한다면 ‘이런 느낌’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까닭이겠죠. 좀더 어렸을 때 접했으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개인적으로 총점 8.5점 정도를 주고 싶네요.
테일즈 시리즈 중에서는 그래도 한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