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는 처음 해봅니다. 저는 라오어나 언챠티드도 거시적으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입문작입니다. 조작이 간편해서 게임하기 편하겠다~ 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우선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듯이 조작감이 역대급 쓰레기입니다. 저도 암 걸릴 뻔 한 적 많구요.
특히 패드를 기울이는 조작이 잘 안 되서 정말 짜증났었는데 대부분 게시판에 있는 팁이지만
패드를 핸들 잡듯이 90도 세우고, 기울일 때 휙 돌리면서 '멈추는' 게 중요합니다.
스위치로 피트니스 복싱 할 때 생각이 나서 멈추면서 관성을 주니까 한 번도 미스가 안 나더군요.
그리고 무모한 돌진에서 가장 난관인 경찰차 피하는 부분은 '왼쪽으로 돌리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돌린다'는 팁이
저에겐 100% 성공률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플래티넘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어마어마한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무려 스킵이 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세이브도 할 수 없고, 한 번 본 컷신도 스킵이 불가능합니다. 엔딩 트로피도 세이브파일 1개로 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자잘한 버그도 정말 많습니다. 저는 딱히 치명적인 버그는 없었지만 블루스크린을 4번이나 봤네요.
그야말로 불편함의 총집합 같은 느낌? 그 외 생각나는 불만은 마네킹 처럼 움직이는 캐릭터
도무지 우산을 쓸 생각을 안 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왜때문에 트로피는 꼭 챕터가 끝나야지만
확인이 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트로피 딴 순간 캡쳐가 죄다 캐릭터 얼굴ㅋㅋ)
그렇지만 저는 갓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9년 전 플3으로 했다면 정말 황홀했을 것 같아요. 몰입감이라는 면에서 여태 해본 플스 게임중에 최고였습니다.
위에 언급되지 않은 단점들 중에 스토리의 개연성을 따지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도 이과형 인간이라 많이 따졌었습니다.
근데 그런 저의 편견을 깨준 영화가 인터스텔라입니다. 재밌으면 사소한 개연성 정도는 익스큐즈 되더군요.
헤비레인도 저에겐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말도 안되는 장면이 많죠.
저는 거슬리지 않았어요. 가장 많이 지적되는 에단의 단기 기억상실도 그냥 극적 긴장감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내내 비가 내리는 우울한 분위기, 에단의 부성애와 희생, 뻔한 클리셰이지만 맛깔나게 연기하는 배우들 등등
게임하는 내내 헤비레인이란 게임에 흠뻑 젖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제가 이 정도인데 유부 게이머라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더군요. 저는 게임 캐릭터가 죽든 말든 크게 신경 안 쓰는 편인데 플래티넘 따려고
에단 죽는 엔딩을 봤을 땐 굉장히 찝찝하고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잔인한 게임보다도 도마뱀 시련이
저에겐 제일 보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몰입감이 쩔었어요. 아마 이 스토리 그대로 영화로 나왔다면
흔하디 흔한 B급 영화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게임으로 나왔기 때문에 성공한 것 같아요.
혹시나 조작감으로 광속삭제하신 분이라면 조금 더 진행해보시는 건 어떨런지..
위와 같은 맥락으로 아마 유튜브에서 실황 같은 걸 봐도 직접 하는 것만큼 재밌진 않을 것 같거든요.
비욘드 투 소울즈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도 기대됩니다. 3작품이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던데,
저에겐 어떤 게임이 제일 재밌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