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하르난쿠르
150년 전, 또 다른 이솔라인 그라드 이솔라의 미로바 마을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겨울 저녁이었지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항구에 모여 있었다. 부두는 군중으로 인해 붐볐고, 그 뒤에는 교회 탑과 굴뚝이 펼쳐져 있는 그라드 궁전이 보였다. 군중은 하늘로 떠오르는 비행선에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발코니에서는 나무와 니켈로 만든 화려하게 색칠된 백조가 전례 없는 모험을 떠나는 세계 최초의 이솔라 횡단 비행 승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것은 미심쩍고 두렵지만, 동시에 유쾌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오늘날의 기술로는 약간 부유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호화로운 비행선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신비한 창백의 반대편에는 카틀라 이솔라와 그의 왕도인 바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들이 모여들고 카메라 플래시가 깜박이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카메라의 작은 전구가 터지면서 그 빛으로 인해 눈송이가 공중에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다. 같은 방식으로 카메라는 나쟈 하르난쿠르를 포착했다. 오페레타 스타는 길고 아름다운 목을 쭉 늘이고 머리에는 모피 모자를 쓴 채 수석 엔지니어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그녀는 하늘에 있는 자신의 이름을 딴 비행선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수건을 흔들었다. 출발하는 비행선에는 고풍스러운 서체로 "하르난쿠르" 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이 나쟈의 명성의 절정이었다.
이틀 후, 이솔라 횡단 비행선이 창백에 진입하고 겨우 6시간 만에 비행선의 경로에 편차가 발생했다. "하르난쿠르"는 1,500명의 승객이 탑승한 가운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비행은 미지의 엔트로피적 실체인 초심도 창백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믿어진다.
그런데 그것을 믿는건 누구? 유사역사학자들, 반대자들과 미친 소수의 SRV 창백 광신자들. 미쳐버린 엔트로포넛 K. 보로니킨같은 사람들과 사마라 인민 공화국의 공산주의자들, 역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채 어머니의 지하실에서 살고 있는 자칭 권위자 이나얏 칸과 같은 남자들. 어쨌든, 칸과 보로니킨같은 사람들이 주류라고 폄하하는 역사과학 분야에서는 "하르난쿠르"라는 비행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최초의 이솔라 횡단 민간 비행은 "아나스타시아 룩스"였으며, 이는 다음 10년 후였다.
75년 후, 이전세기 혁명이 가라앉으면서 "하르난쿠르"는 거의 잊혀졌다. 예를 들어 그라디언 혁명(Graadian Revolution)의 화재로 인해 신문 기록 보관소의 문서가 손실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사건은 잊혀지기에는 너무 거대한 사건이었다. 비록 소급적용이긴 하지만, 역사적 기억이 율리우스 쿠즈니츠키와 같은 사라진 정치위원에게도 증명된다면, 1,500명이 탑승한 세계 최초의 이솔라 횡단 비행의 기억은 어떻게 사라질 수 있었을까? 혁명 이후 세기에 "하르난쿠르"는 마침내 역사적 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실종 사례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선진국 중산층에서 컬트적으로 떠오른 50년대까지는 확실히 설명불가능한 현상은 아니었다. 대부분 젊고 외톨이인 이 남성들은 장르의 베스트셀러 "Los Desaparecidos"(스페인어: 실종된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데사파레시도스라는 이름을 얻었고, 한 사진을 주목하게 되었다. 흥미롭게 실종된 나쟈 하르난쿠르가 항구에 서 있는 사진이었다. 그녀는 모피 모자를 쓰고 수석 엔지니어의 팔에 팔짱을 낀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진의 배경에서는 기이하게도 모든 군중이 하늘에 떠 있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신기하게도 비어 있었다.
그 비어있는 하늘은 데사파레시도의 성배이다. 그들에 따르면, 그 원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는 공산주의자들이 당시 혁명공화국이었던 지금의 인민 공화국에서 퇴각할 때 그라드에서 사마라까지 가져간 같은 이름을 가진 비행선의 산업 모형이었다. 원본은 사푸르맛 울란 엔트로피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공산주의자들은 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불행하게도 아무도 공산주의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SRV의 엔트로포넛 K. 사로노비치 보로니킨은 회고록에서 모델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비행선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 산업 프로젝트를 통해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창백을 통해 상업적인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놀라운 과학적 성취였을 것이다.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투자로서 이 모든 작업을 완료하지 않은 채 남겨둘 이유가 없다. 그것은 전혀 변증법적 유물론적이지 않다.
비평가들은 창백으로의 현장실습이 200회 이상의 흔적을 남겼다고 말한다. 보로니킨에 따르면, 다시 말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처녀 항해에서 영원히 실패했다. 그렇다면 모델이 실제로 작동할까? "하르난쿠르"는 "아나스타시아 룩스"의 일종의 실패한 프로토타입이 될 수 있을까? 왜 문서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까?
그러나 K. 보로니킨은 그 모형이 배로 만들어졌고, 배가 창백에서 미지의 현상에 직면하여 항로를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18. 세 개의 기름바른 고기파이
148년후, 고층 건물의 창문 밖으로 눈부신 그라드의 수도 미로바가 유리벽에 비쳐 보인다. 열병에 걸린 듯 했던 역사에 남을 밤에 제국의 건축물은 모두 파괴되었다. 혁명가들은 쫓겨났고, 이제 도시는 빛나는 민주주의 정신으로 재창조되었다. 그것은 초고층 건물 유리 표면에서 끊임없이 반사되어 움직이는 끔찍하고 통제 불가능한 환경이 되었다. 미로바조차도 신화적인 공포처럼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그 거울속 움직임은 그라드의 물리적으로 멈출 수 없는 경제 성장이다. 진정한 열역학적 불가역성은 이런 식으로 확립되었다. 지하철은 미끄러지고 교통 흐름은 밤낮으로 소용돌이친다. 이 60층에서는 신경중추 누(Noo)가 시야에 들어온다. 누(Noo)는 한 국가의 오만의 정점, 즉 그라드의 금융 반도이다. 국가 과학자들은 지구가 한때는 지구권으로, 그다음에는 생물권으로, 이제는 지식권의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정신은 지구를 덮고 있으며 누(Noo)의 고층 빌딩은 이 네트워크의 왕좌이다. 정신의 왕좌. 여기에서는 장거리 전화와 보이지 않는 통신을 통해 작업을 수행한다. 그 정신의 사고과정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상품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리 거울은 검은색, 즉 범이솔라 레알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그저 유리거울 사이를 부유하는 빛에 불과하다.
추방된 혁명가들의 3세대인 공화국의 과학계는 이것을 비웃는다. 사마라에서는 엔트로포스피어(Entroposphere)라는 네 번째 용어가 도입되었다. 파동방정식과 사마라의 계산은 정확한 것 같다. 이 아름다운 계산의 결과는, 언제든지 창백이 그라드를 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산주의가 허무주의로 변하는 미묘한 지점에서(확실히 어린이의 친구에서 어린이의 학대자로 변하는 것보다 더 미세한 전환이다), 당의 최고 지도자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의 이상은 더 이상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솔직히 말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을 좋아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그렇다면 그냥 사라지게 하자.
그래서 사르잔 암바르춤잔이 자신의 누(Noo) 집 꼭대기 층 창문에서 등을 돌렸을 때, 그날까지 남은 시간은 2년뿐이었다. 동창회가 다가오고, 북쪽 고속도로가 무너지면, 암바르춤잔의 등 뒤에서 빛나고 있는 도시의 불빛은 다름 아닌 원소의 마지막 단계라는 것이 일련의 사건 속에서 명백해질 것이다.
모든 빛은 외부에서 나온다. 누(Noo)의 상념속에서 눈은 창밖을 떠다니다가 60층 아래 거리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 버린다. 미로바에는 다시는 겨울이 오지 않는다. 여기 60층 하늘에서만 겨울은 지속된다. 방안은 추웠고, 지지기둥은 어둠 속에 어렴풋이 보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암바르춤잔은 양복을 입은채 맨발로 걷는다. 그의 주변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종 기념품 컬렉션이 유리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었고, 진열장 유리 위에서는 눈송이의 그림자가 춤추고 있었다. 암바르춤잔이 50세의 석유 억만장자가 되기 전에는, 이성에게 가장 매력적이지 못한 무리중에 하나였다. 전화벨 소리가 방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남자는 책상뒤에 앉아 스피커를 켰다. 그는 책상위에 놓여있는 라무트 카르자이의 진짜 두개골에 한 손을 얹었다.
"듣고있네."
"바사 지역번호를 사용하는 카틀라 남자입니다." 충실한 비서는 보고한다. "개인 소장품 경매에서 번호를 얻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대출을 원하는 것 같아요."
"무엇때문에?"
"글쎄요, 장거리 전화는 수신자 부담입니다."
암바르춤잔이 웃는다. "수신자 부담이라! 뭐, 좋아, 연결해 줘. 하지만 대출은…" 남자는 한 손은 라무트 카르자이의 두개골에, 다른 한 손은 회색 수염을 쓰다듬으며 기다린다.
"대출받지 못할겁니다." 비서가 말했다.
"그럼요. 원칙적으로는 그렇죠. 연결해 주세요."
스피커가 장거리 전화로 전환되고, 수신기의 직물을 통해 스며드는 창백이 실내 공기를 가득 채운다. 신호는 카틀라에서 그라드까지 미지의 세계를 통과한다. 중계국은 도중에 발생하는 과거의 소음을 제거하지만, 항상 유령 라디오 방송국이 몰래 전선에 끼어든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의 조용한 목소리는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를 상기시킨다. 바로 생명을 끝장내기 위해서임을. "방위각-보레아스-섹터..." 잡음은 숨겨진 무선 주파수를 통해 흐르다가 사라진다. 암바르춤잔은 잡음에 익숙했다. 그 와중에 3000km 떨어진 곳에서 왜곡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나얏 칸입니다."
"누구라구요?"
"이나얏 칸."
"알겠습니다. 얏 칸.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습니까?"
"이나얏 칸. 노르퀘핑 박람회의 경매에서요. 당신의… 취미에 관해 전화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당신이…" 남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암바르춤잔씨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실종된 사람들의 물건을 취미로 수집하시죠?"
"실종" 창백이 스피커에서 속삭인다.
"예, 수집합니다." 암바르춤잔이 대답한다. "그리고, 그건 취미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진지하게 마음을 쏟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정말요? 정확히 말하자면 '실종된 사람들의 물건'이 아니라 '실종수집품'이겠지요."
암바르춤잔은 복도의 어두컴컴한 안락의자에 만족한 듯 가라앉는다.
안락의자는 값비싼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예, 저도 정확한 용어가 무엇인지 압니다. 맞습니다." 칸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데사파레시도간의 만남은 거의 우호적이지 않으며,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이번 구매가 제 첫번째 구매는 아닙니다. 그리고 아니요, 저는 그것을 장식품으로 사지 않았습니다. 걱정하시는게 그거라면요."
"그러면 당신은 전문적인 수집가인가요?"
"내가 방금 구입한 물건에 대해 말할 기회를 주셨다면 그런 질문은 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당신의 컬렉션은 얼마나 광범위 합니까?"
"보세요! 여전히 말 할 기회를 주지 않는군요!"
"기회는 드릴겁니다. 그 전에 먼저 내가 어떤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암바르춤잔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수년간의 단련 끝에 괴짜 칸의 투덜거리는 소리에는 희미한 떨림만이 남아 있었다. 여드름은 또한 다소 심리적 위축을 야기하고, 그의 회색 수염은 권위를 드높였다. 남자는 애완동물처럼 라무트 카르자이의 두개골을 쓰다듬었다.
"저는 '하르난쿠르'의 기술 모형을 제 최고의 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칸이 볼멘 목소리로 불쑥 내뱉었다.
"누구랑 얘기하고 있니?" 배경에 나오는 여성의 목소리가 순간의 드라마를 망친다. "와서 먹어라, 음식이 식어가고 있어!" 칸이 손으로 전화기의 소리를 막았지만,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음성을 전달한다. "엄마, 통화중이에요! 방해하지 마세요!"
"엄마" 창백이 메아리를 되돌려준다. "제 엄마에요."
암바르춤잔이 고개를 젓고는, 탁자 가까이로 갔다. "'하르난쿠르'를 가지고 있다구요?"
"네, 갖고 있어요." 칸이 대답한다.
"복사본인가요?"
"아니요, 사루프맛 우란에서 훔쳤습니다.(한국어역자주: 칸은 지금 비꼬고 있다) 당연히 원본이 아니지요. 그리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죠!" 칸은 잠시 정신을 차렸다. "당신이 또 다른 사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것이 제가 전화한 이유입니다. 소유자의 권한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당신에게서 정비 매뉴얼을 받기로요."
"그게 뭔지 아세요?" 암바르춤잔은 매우 심각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십니까?"
"그것만 남았습니다."
암바르춤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잠깐만요. 소녀처럼 생각해야 해요, 알겠어요? 아름다운 소녀를 혹시 본 적 있나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장난감이 아니에요."
"어떻게 생각하라구요?"
"그게 관리 지침이에요. 내가 스위치에 대해 설명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할 텐데요, 그렇죠? 예를 들어 ‒ 세 번째 사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세 번째 사본이요?" 칸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당신은 몰랐겠죠…" 암바르춘잠은 가슴 위로 팔짱을 꼈다. "이제 아셨다시피 세 번째 사본이 있었습니다. 남은 것은 빈 진열장뿐이지만요. 당신은 그것을 지켜봐야합니다. 항상. 혼자 두면 안됩니다. 그리고 만약 언젠가 혼자 남겨졌다면, 생각해 보세요. 원본을 박물관에 보관하는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생각해 보세요.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그들은 그 진열품을 봅니다. 그러다가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 야간경비원들이 지켜보는 거죠."
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령 같은 창백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전화기에 울려퍼졌다.
"그것은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암바르춤잔은 결론내렸다. "세상이 더이상 실존을 보증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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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은 2년 후 계곡에서 얼어붙었다. 숲길에는 생명의 흔적도 없다. 눈 위에는 핏방울의 흔적이 어두운 터널의 길을 따라 발자국과 함께 이어진다. 눈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전나무들을 지나 주요 도로와의 교차점에까지 이어진다. 교차로 바닥에는 붉은 웅덩이가 있었고, 그 옆에는 버려진 모닥불이 꺼져가고 있었다. 어설픈 철망이 불 위에 놓여 있었다. 나뭇가지 두개가 소진된 불꽃 위에 수평으로 세 번째 가지를 붙잡고 있었다. 깨끗하게 갉아 먹은 뼈는 눈 위에 놓여 있었다.
더 이상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 길을 따라 발자국은 계속된다. 얼어붙은 전선이 어둠 속에 뒤틀려 있다. 발자국을 따라 땀방울이 지독한 결심으로 눈 위로 하나씩 하나씩 떨어진다. 길가의 도랑에는 크롤러 기계의 잔해가 잠들어 있고, 도로가 구부러지는 저 멀리에는 주유소의 어두운 형상이 웅크리고 있다.
"궤도-아편-초월-삼색-줄임표..."
뭔가가 일어난다. 금속이 삐걱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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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고 그대로 하겠다고 하세요!" 암바르춤잔이 명령했다.
"알 것 같아요. 해 볼께요."
"해 보는게 아니라 하세요! 결국은 이해하게 될 겁니다. 세 번째 사본이 사라진 후 나는 약간 편집증에 빠졌습니다. 지금도 방에 들어가 불을 켜면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방 중앙에 빈 진열장이 있다는 것. 아니면 그 방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 말이죠. 당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날까 두렵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칸은 사소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다.
암바르춤잔은 침묵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두개골을 두드리고 있었다.
"무슨 말이에요?" 칸이 반복한다.
"잃어버렸어요. 그것이 일어난 일입니다. 세번째 사본도 내 것이었는데. 그런데 뭔가가 사라지는 게 평소와는 달랐어요. 예를 들어 열쇠나 값비싼 물건같은 것들. 당신도 그런 느낌 아니면 현상을 경험해 보셨나요?"
칸의 목소리에서 전문가의 오만함이 사라졌다. "그런 적이 있어요." 그는 말했다.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겠죠?" 남자의 손이 라무트 카르자이의 두개골에서 빠져나갔다. 긴 비행선에서 나오는 프로젝터 빔이 거실 창 밖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기둥의 그림자가 바닥을 가로지른다.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암바르춤잔이 물었다.
"18년 전이에요.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때부터…" 칸은 침묵했다.
"그때부터 그런 일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칸이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요."
"다른 어떤 것들이요?" 암바르춤잔의 귀는 이제 스피커에 닿아 가슴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모든 것?"
"예. 뒷골목에서 자전거를 타는 소녀, 그리고 가로등 불빛, 혹은 어떤 말이 바라볼 때. 특히 동물들이..."
"전 세계가?"
"그래요. 전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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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양쪽 가장자리에는 크롤러 머신이 창백의 그림자속에 철제 유물이 되어 버려져 있었다. 녹슨 프레임에서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무색의 세계를 붉게 물들이는 아날로그 리듬처럼 물질은 조금씩 조금씩 분해되고 있었다. 국제표준 알파벳은 낮은 주파수 밑에 숨겨져 "...천저-생략-전체-방위..." 정착지 가장자리까지 계속됐다.
네멩기 우우이는 유령 도시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계곡 양쪽에 세 개의 콘크리트 건물이 솟아 있었다. 그네 옆에 고독한 자전거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만 아니면 모든 것이 완전히 정상이었다. 식료품점의 창문이 지나가고 주민센터가 이어졌다. 발자국은 자물쇠가 부러진 병원 입구 계단을 따라 이어졌다. 그는 탈출할 것이다… 그는 도망칠 것이다! 어두운 복도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삼색-아이콘-궤도-천저."
전송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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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당신은 18년 동안 그래왔나요? 나한테는 12년째에요." 암바르춤잔은 가죽 깊숙이 의자에 앉았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요. 하지만 결국에는…" 칸의 목소리는 창백의 곡선에서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결국, 그것은 어떻게든… 어떻게든 좋은 느낌이 됩니다."
"좋다구?"
"네. 마치 모든 일이 잘 될 것처럼요."
"모든 일이 잘 될 것 처럼." 암바르춤잔은 한숨을 쉬었다. "난 더 이상 열정이 없어요. 그리고 그게 더 낫습니다. 나는 내 남은 모형을 팔았어요. 더 이상 없어요. 끝없는 감시, 의무…" 그는 자신을 추스렸다. "난 지쳤어요."
"그래서 팔았다구요?"
"네, 첫 번째 입찰자에게 저렴하게 팔았어요. 적당한 사람 같았어요. 그 사람도 그걸 원했고, 그게 중요했어요. 일을 처리하려면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사라지지 않게 해줄 사람. 나처럼. 아직도 천오백 명이…"
"그런데 등록부에는 아직도 그게 당신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무슨 등록부?"
"경매 등록부요" 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당신이 그걸 판걸 알았으면 애초에 당신과 얘기할 이유가 없죠! 새 주인이랑 얘기 좀 해야겠어요."
"아니, 이해가 안 돼요. 그 사람이 직접 등록했을 거에요. 확실합니까?" 암바르춤잔은 일어나 테이블 주위를 돌아다녔다. 해골은 손에 여전히 들고 있었다. "어쩌면..."
"누구한테 팔았어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물론이죠. 기억해요." 암바르춤잔이 중얼거렸다. "베르그가 그의 이름이었어요. 개인 수집가입니다."
"지기스문트 베르그요?" 스피커에서 큰 소리가 났다. "검은 머리에 마른 편인가요?"
"대체로 그랬죠. 그건… 그게 뭐였지? 10년 전이지만, 맞습니다. 지기스문트 베르그."
"확실해요? 그 사람 입이 험악했나요? 아니, 그 사람이 바사 억양으로 말했나요?"
"맙소사, 그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억양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해요?"
"그리고 10년 전이라고 말씀하셨죠? 그게 정확히 몇 년도였나요?" "59년 아니면 60년. 왜요?"
"어쨌든 57년 이후였다 이거죠?"
"물론이죠. 여기 서류가 있어요! 하지만," 암바르춤잔이 두개골을 자신 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물었다. "갑자기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왜냐하면..." 신탁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흥분으로 폭발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1957년에 죽었으니까요!"
거대 석유 억만장자가 테이블 위로 몸을 굽혔다: "다시 말해 보세요. 뭐라고요?"
하지만 전화 반대편의 칸은 더 이상 듣고 있지 않았다. "단서에요!" 그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리고 암바르춤잔이 마지막으로 들는 것은, 점점 커지는 소음 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이었다. "엄마, 엄마!" 그는 말했다. "단서를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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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후.
미로바 스카이 스테이션 플랫폼은 밤 사이 비어 있었다. 나머지 승객들은 집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자기력 열차가 플랫폼 측면의 도시 위에 놓여 있었다. 5층짜리 모터 캐리지 주차탑과 눈보라를 뚫고 로봇이 앞으로 나선다.
목소리가 다가온다. "춧-춧-춧" 로봇은 한 걸음 한 걸음 디딜때마다 말한다. 조종석에 앉아있는 크고 뚱뚱한 조종사가 로봇의 머리를 돌린다. 제어 시스템은 "티-디리-딧" 이라고 응답한다. 기계가 경로를 수정하고 물고기 꼬리 무늬 코트가 바람에 펄럭인다.
"이봐, 진심이야! 이제 충분하잖아." 로봇 옆의 마른 금발 남자가 투덜거린다. 그의 머리가 쿵쿵 울리고 있다. 그의 뒤에는 암바르춤잔과 지기에 대한 끊임없는 실종이야기, 라무트 카르자이의 두개골, 칸이 소녀들을 떠올리게 하는 '자질'을 가진 비행선 등으로 가득 찬 6일간의 기차 여행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 엔트로피적 취미는 너무 병적인 것이어서 아무도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파노라마"바 카라오케에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세 사람 모두 노래했다: "이제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해요!"
"춧-춧-춧" 대신 로봇은 가속한다. 조종사가 머리를 뒤로 당겼으니 가속을 의미한다. 로봇이 다가오면서 뚱뚱한 남자가 등을 보이며 끼긱 소리를 낸다. 그의 청록색-주황색-보라색 스카프가 바람에 펄럭인다.
"유압 작동, 시작: 진단" 로봇이 로봇 음성으로 말하곤 비틀거린다.
"무기 시스템, 체크!" 조종사가 명령을 내리고 그 마른 사람에게 손가락을 튕긴다.
"무기 시스템 작동 가능" 로봇이 대답한다. 마른 금발은 마지 못해 조종사에게 병을 건네준다. 그는 기계 입에 연료를 붓는다. 기계가 그것을 삼켜버리고 붉은 액체방울이 눈 위로 떨어진다: "예비 연료: 100퍼센트."
"계속해!" 뚱뚱한 남자가 눈보라를 가리킨다.
"대기!" 로봇이 말하고 부하를 조정한다.
"준비되었나?"
"준비완료. 초기화 중: 수색 및 구조 프로토콜!" 로봇이 말한다. 하지만 그는 단지 세 걸음만 내딛을 수 있었다. ‒ "춧-춧춧…" ‒ 플랫폼의 반대편 멀리에서 누군가가 눈보라를 뚷고 나온다. 로봇이 깜짝 놀라면서 뚱뚱한 남자가 등에서 떨어지고, 금발의 남자가 본능적으로 옆으로 뛰었다. 수배 요원 테레즈 마체젝이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고, 플랫폼 반대편의 내사과 직원도 똑같이 했다. 그의 뒤에서 두 명의 연합 요원이 권총을 장전한 채 덤불 속에서 더 등장한다. 그들은 조준하고 수배 요원 마체젝도 그들을 조준한다.
내사과의 남자가 말한다. "얼마나 몰락했는지 보니 안타깝군. 22개의 사건을 해결하고도 이제는 강박적인 데사파레시도가 되다니."
스카이 스테이션은 미로바의 빛 속에 검은 유령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플랫폼 위, 하늘 아래 얼어붙은 거리에 전 요원 테레즈 마체젝이 서 있었다. 내사과의 남자는 여전히 면도하지 않은 수염, 어깨에 걸쳐진 넥타이, 술고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맛난 베리 와인이 그의 턱에 얼어 있었고, 담배로 누런 치아가 웃는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두 친구가 눈 속에 웅크리고 있는 또다른 누군가를 발견하고 가리켰다. 그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내사과 남자는 깔끔한 검은 코트와 검은 양복을 입고 있다. "네가 경찰에게서 그냥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는 바람속에서 소리친다. "총을 내려놓고 순순히 항복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20명이 더 있어. 도망칠데가가 없다구!"
미친 요원이 뭐라고 대꾸하지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사과의 블러드하운드가 그의 귀를 세운다: "뭐라고?!"
"용감한 프란티첵!!!" 플랫폼 반대편에서 권총이 발사된다.
"안돼!" 칸이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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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는 발로 문을 걷어차서 열었다. 슬로우모션으로. 파편이 날아가고, 자물쇠의 척추가 갈라지며 포기한다. 문이 경첩에서 떨어져 매달려 있는게 비참해 보인다. 웃통을 벗은 소년이 오른손에 와인병을 들고 문지방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암페타민에 취해 애정과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는 열일곱 살이었고, 성인이 될 때까지 3년이 남았다. 소년은 왼손을 바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너희 부르주아 계집들 중 누가 섹.스.하고 싶어?"
지기 앞에는 깔끔하게 꾸며진 거실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는 20명 정도의 중산층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데, 그것은 하우스 파티였다. 그들 중 절반은 여자지만, 지기와 자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해 전야였다. 두 시간 후면 51년은 52년이 된다. 이 젊은이들은 지기의 새 학교 친구였다. 이제 그들은 지기를 초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해!" 잘생긴 알렉산더가 소파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그는 결코 "나가라, 이 멍청아!"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 그는 친구 지기를 배신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지기에게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기는 불타는 억지력이다. 그는 소리친다: "지기, 먼저 공격해 !!!"
그리고 레드 와인 병이 잘생긴 알렉산더의 얼굴로 날아간다. 압살롬처럼 아름다운 청년이 두 손을 얼굴에 댄다. "맙소사, 내 얼굴!" 그는 손에 묻은 포도주를 보고 피가 쏟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굴좀 봐!" 알렉산더의 여자친구중 하나가 소파 뒤로 뛰어오르며 소리친다.
"알렉스의 얼굴이 부서졌어…"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누군가 외친다. 잘 생긴 알렉산더 자신도 분노에 눈이 멀었다. 포도주로 얼룩진 그의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돌격 함성으로 일그러진다. "아아아..." 그는 입으로 내지른다. 소년은 지기의 다리로 돌진한다. "내 얼굴! 널 죽여버릴 거야!"
땀에 젖은 ㅁㅇ중독자와 헐렁한 셔츠를 입은 남성미가 바닥에 엉켜있다. 지기는 일어나려고 하지만 잘생긴 알렉산더는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그는 주먹으로 그를 있는 힘껏 때린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계산 착오였다. 지기는 잘생긴 알렉산더가 수업 후에 체육관에 가서 모든 근육 하나하나에 동일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잊었었다. 지기는 고통 받고 있었다. 램프와 함께 누군가가 마시던 컵이 바닥에 떨어졌다. 중산층 청소년은 지기의 두개골 내부에 펀치를 먹이고 있다. 소녀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들은 "중독자, 패배자!" 라고 말한다.
소년의 손은 주위를 더듬어 보지만, 그의 손에는 무기가 잡히지 않는다. 아, 검만 있었다면, 오각형이 칼자루에 박힌, 태양광선처럼 아름다운 검만 있었다면!
"젠장, 알렉스를 돕자…" 용감한 소년들이 다가온다. 그리고 소년의 다리는 곧게 고정된다. 지기는 단련된 근육을 붙잡고 몸부림친다.
"짐승. 항상 짐승이야." 세포질이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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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과 수사관의 코트자락이 펄럭인다. 검은 천에 작은 총알 구멍이 생겼다. 쓸모없고 어리석은 저항이었다. 눈보라에 대응하여 세 개의 화약 폭발이 날아온다. 전직 연합 경찰 요원의 무릎 패드가 공격을 받아 폭발한다. 첫 번째 총알은 테레즈의 발을 때렸고, 두 번째 총알은 그의 어깨에 부딪혔다. 눈보라 속에 힘줄과 혈전으로 엉망이 된다.
"프란…티…" 칸은 친구가 신음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쌓인 눈으로부터 머리를 들어 올린다. 테레즈의 감자색 머리카락이 피로 물들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무작위 색깔의 그의 눈은 눈보라 속에서 촉촉했다. 코이코는 무릎을 꿇고 일어선다. 권총이 떨리고 화약이 총신 속으로 떨어진다. 쇠공으로 된 탄약이 그의 코트 주머니에서 떨어졌지만 테레즈는 눈 덮인 피 웅덩이에서 그것을 찾을 수 없다. 그의 부상당한 손은 재장전이라는 섬세한 작업을 감당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코트를 입은 세 인물이 플랫폼에 접근한다. 조심스럽게, 자칼처럼 등을 굽히고. 테레즈는 등을 대고 쓰러져 기어가며 후퇴한다. 그는 넝마가 된 젖은 옷을 눈 속으로 끌고가며 핏자국을 남긴다. 권총과 화약은 칸의 앞쪽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웅덩이에 남겨져 있다. 코트자락을 날개처럼 펄럭이며 세 명의 연합 경찰 요원이 칸을 스쳐 지나간다. 내사과 수사관이 무릎을 꿇는다. 그는 권총을 든 손에 힘을 준다. 테레즈가 죽음의 천사로부터 권총 손잡이로 얻어 맞고 경련하는 동안 칸은 멍청하게 서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제스퍼가 친구의 무기 쪽으로 손을 뻗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는 이유를 모른채 그것을 주머니에 숨긴다. 마치 기념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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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는 정원 문 밖으로 날아갔다. 두 소년이 그의 팔과 다리를 잡아 감자포대처럼 던졌다. 소년은 공 모양으로 몸을 웅크린 채 거리에 안착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옆에는 흰색 말뚝 울타리가 빛나고 있었다. 열려있는 문으로 소년들은 되돌아갔다. 집 문이 닫히기 전에 안에서 음악이 들려왔다. 파티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고는 ‒ 정적.
눈송이가 반짝였다. 카틀라의 겨울밤은 얼음처럼 맑았고, 그 아래 지기가 누워있었다. 그의 몸은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웃통을 벗은 채 눈밭을 터벅터벅 걸었다. 멸망할 운명의 소중한 세계가 돌고 있었다. 마차 바퀴만큼 큰 그의 검은 눈에는 가로등의 쇄도하는 광선이 반짝인다. 소년은 웃기 시작하고 개들은 짖는다. 그리고 그들의 짖는 소리는 동네의 모든 개들을 짖게 만든다.
"아름다운 짐승아," 세포질이 속삭인다. "공산주의는 너를 사랑해. 딛고 일어서, 되돌아가서 집의 모두를 학살하라!"
지기는 한 줌의 차가운 눈을 집어 얼굴에 문질렀다. 눈이 그의 코에 닿자 빨간 베리 비스킷으로 변했다. 그는 부은 눈구멍에 눈덩이를 쳤다. 어둠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귓바퀴의 곡선을 따라 울려 퍼졌다.
"그걸 창문으로 던져! 그들에게 부르주아라고 선언해!"
"그들은 이해 못해!" 지기가 소리쳤다. "그들은 부르주아가 무엇인지 몰라! 더 이상 그들은 그걸로 화나지 않아! 그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구!"
"그들이 '부르주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이야?"
"바로 그거야." 지기는 투덜거리며 쌓인 눈을 손으로 쳤다. "그건 의미없는 고리타분한 단어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해. '갑옷'이나 '요부'처럼… " 그는 팔꿈치로 몸을 일으키려고 시도하지만 쓰러지고 만다. 누군가의 신발 밑으로 눈이 밣히는 소리가 정원쪽에서 들린다.
"널 죽이러 오고 있어! 달려, 짐승아!"
"닥쳐!" 지기가 속삭였다.
모든 개들이 한꺼번에 조용해졌다. 어딘가에서 가벼운 코트가 바스락거렸다. 겨울 냄새가 그의 코를 맴돌자, 너무 달콤해서 소년은 감히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는 숨을 참았고, 멀리 어둠 속에서 눈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발자국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 발자국 소리는 파괴이다. 그의 파괴와 일마라의 파괴. 이곳은 최초의 문명이 1,500년 전, 신전기둥과 고대 현악기와 함께 역사에서 사라진 곳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실제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정원의 문이 미끄러지며 열린다. 마치 지금은 사라진 추억같다. 지기는 그것이 왜 그렇게 끔찍한 느낌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마라 앰프 탓임이 틀림없다. 소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부서진 입에서 은빛 숨결이 올라왔다.
종말이 그의 앞에 버티고 서서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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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후, 엔트로포넛이 네멘기 우울(Nemengi Uul)의 텅 빈 병원 복도를 걷고 있다. 등에는 갓 가죽을 벗긴 염소 다리 두 개가 리놀륨 위로 피를 흘리고 있고, 양 손에는 연료통을 들고 있었다. 남자는 발로 문을 차서 열었다. 그는 커다란 강철 문을 향해 비상 탈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그는 마침내 강철문 앞에 멈춰서 연료통을 내려놓았다. 연료유가 그 안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엔트로포넛은 배낭에서 장검을 뽑듯이 절단기를 꺼냈다. 자물쇠가 부서졌다. 강철이 부러지는 소리가 버려진 병원 계단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깊은 창백을 따라서, 버려진 유령 도시를 지나 모닥불을 지폈던 곳으로 이어진 핏자국을 따라 도로, 주유소, 교차로로 메아리쳤다. 그리고 어두운 숲 속에는, 수컷의 뿔에 곰팡이가 자라고 송아지의 콧구멍에서는 더 이상 김이 나오지 않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숨을 쉬지만 산소 대신에 순수한 창백을 마신다.
문이 활짝 열리고 엔트로포넛이 병원 지붕 위로 올라간다. 창백이 소용돌이가 되어 휘몰아친다. 방한복을 입은 남자는 손에 연료통을 들고 등에는 염소 다리를 짊어진 채 그곳을 지나간다. 그가 연료용기를 아래로 던지고 앞으로 걷어차자 용기는 옥상의 눈 위로 미끄러진다. 연료유가 튀었다. 엔트로포넛은 뒤로 물러나고 있는 헤어라인과 늙어가는 록스타 포니테일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의 앞 착륙 플랫폼에는 방수포 아래에 작은 집만한 크기의 물체가 떠 있었다.
배낭이 눈 속으로 떨어졌다. 그는 덮개를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는 케이블을 잡았다. 얇은 강철이 그의 장갑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남자가 케이블을 잡자 창백속에서 케이블이 흔들렸다. 강철고리가 고정장치에서 딸깍 소리를 내며 풀리고, 지기스문트는 웃으며 케이블을 놓아주었다. 어두운 방수포가 새처럼 창백 위로 솟아 오르고, 그 아래에서 작은 비행선이 나타났다. 튼튼한 강철 덩어리는 장갑을 두른 살구씨처럼 떠있었고, 케이블에 의해서 땅에 고정되어 있었다. 스텐실 글자가 함선의 장갑판을 따라 쓰여있었다: 사마라 소형 비행선 제품인 "Roo 501" 이었다.
방수포 덮개가 깃발처럼 병원 위로 높이 펄럭였다. 지기스문트 베르그는 창백에 둘러싸인채 착륙 플랫폼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약 30분 만에 밀폐됐던 문이 쉿하는 소리와 함께 안쪽으로 열렸다. 조종석 밖으로 산소가 흘러나오고, 대기 변화로 일루미네이터와 계기판이 흐릿해졌다. 땀에 젖은 지기스문트 베르그가 문을 통해 들어섰다. 그가 움직이자 작은 침실만한 방이 흔들렸고, 배도 함께 흔들렸다. 그는 화가 나서 땀에 젖은 방한복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심지어 엔트로포넛을 위한 유니폼까지도. 하지만 그에게 재킷은 결코 본 적이 없는 패션 열풍, 즉 디스코와 연관되어 있었다. 남자는 허리에 묶인 밧줄을 감기 시작했다. 그는 찰과상으로 온 몸에 온통 멍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욕설도 하지 않았다. 먼저 배낭이 올라오고 그 다음에는 염소 다리가 올라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개의 연료유 용기가 배의 선체에 부딪혀 덜거덕거리는 소리를 냈다.그는 지쳐서 벽에 쓰러져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귀 뒤에 담배를 꽃고, 말아놓은 지도를 꺼냈다. 성냥갑을 물고 조종석 계기가 줄지어 늘어선 벽에 지도를 펼쳤다. 항공 사진은 나드-우마이의 짙은 녹색 타이가와 네멩기 우울의 콘크리트 건물 단지 등을 연속적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에는 회색 수채화로 그려진 옛 세계의 경계가 있었다. 방위각과 타원, 사인파로 가득한 광활한 여백은 세상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 기하학적인 미로에서 멀리, 가장 외로운 고독의 장소에서, 목적지로 이어지지 않는 원의 중심에, 머나먼 별자리 작은 점들의 선이 흐르다가, 중첩되었다. 거기가 끝이었다.
로디오노프 딥(The Rodionov's Deep)은 세상의 경계로부터 4,000km 떨어진 창백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으로의 비행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흰 관절 각각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숫자는 끈으로 묶인 구슬같았다. "5; 12; 13; 14."
지기스문트 베르그가 시동 키를 돌렸다. 조종석에는 조명이 들어왔고, 창백 속에서 황금색 안개등이 켜졌다. 전자기기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비행선을 통해 고양이의 가르랑거리는 소리처럼 흘렀고, 작은 화살표가 표시기 유리 뒤에서 튀어올랐다. 환영합니다, 엔트로포넛.
남자는 함선에 설치된 스테레오 8 플레이어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테이프에는 소녀의 필기체로 "지기의 세상끝 여행 믹스테잎" 이라고 써 있었다. 디스크가 회전하기 시작하자, "지기(Zigi)"라는 이름의 마지막 "i"에 표시된 작은 하트가 디스크의 중심에 남는다. 스피커에서는 현재는 사망한 북부 출신 술꾼들의 밴드가 연주하는 50년대 록 음악이 재생됐다. 불행하게도 부르주아 계급이 이해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노래였다. 트랙 #1 - "Helvetti"는 원초적이어서 너무 복잡하고, 어둡고, 날카로웠다. 그들을 지옥에서 썩게 놔두자. 창백이 그들의 부엌 구석구석에 침투하여 모두를 단백질로 만들 때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청중이 없었던 밴드의 멤버들은 이미 렘민케이넨 마을 상점 앞에서 술에 취해 죽어 있을 것이다.
지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조종석 중앙에서 거친 스웨터를 입고 비트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음악은 말 그대로 진짜배기였다.. 하지만 아직 뭔가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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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킷을 놓고 갔어, 지기!" 종말이 어둠 속에서 소녀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기는 부은 눈을 감히 뜰 수가 없었다. 그는 정말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부서진 모세혈관 속에서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오, 부르주아 향수여!
"우우우-우우!" 종말이 노래한다. "그대의 자켓"
"말해봐...종말..." 겨울의 어둠속에서 지기가 꺽꺽거렸다. "내 가죽 자켓, 쿨해?"
"정말 쿨한 가죽 자켓이야, 그럼."
그의 위에서 자물쇠가 짤랑거린다. 피가 그의 입으로 흘러들어가고 눈덩이가 그의 눈구멍에서 녹았다. 그는 기침을 했다. "종말... 그럼...넌 가죽 재킷 좋아하니?"
"좋아해."
"내가 누군진 알아?"
"물론이지." 종말이 기쁘게 외쳤다. "넌 지기야. 학교에서 제일 나쁜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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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후, 지기스문트 베르그는 함선의 도구 상자를 열었다. 렌치 위에는 검은색 가죽 재킷이 놓여 있었다. 그의 가죽 자켓이었다. 그는 그것을 당겨 입었다. 그의 어깨가 더 이상 제대로 맞지 않았기 때문에 등이 굽어졌다. 자물쇠가 그의 살찐 배 주위에 고정되지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앞섶을 열어둔 채로 두었다. 그의 등에는 일곱 개의 흰색 줄무늬가 있는데, 여전히 매우 사악해 보였다. 엔트로포넛은 작은 비행선의 조종석 문 앞에 서서 포니테일을 어깨 위로 넘겼다.
얼어붙은 창백에서는 수루 바위 소리가 들린다. 하모니카가 울부짖는다. 지기가 문앞에서 혼자 즐긴다(Self-Chilling)고 할 수 있었다.
♫ Mutta mikä on maa? Se on Helvetti
(핀란드어: 하지만 국가란 무엇인가요? 그건 지옥이지)
… 그는 따라 부르며 비상 버튼을 손바닥으로 친다. 철제 장치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비트 시작과 동시에 울리고, 프로펠러 비행선이 고정장치에서 분리되기 시작한다. 배는 음악에 맞춰 흔들리기 시작한다. 배의 날개가 무성한 강철 꽃잎처럼 창백 내부에서 펼쳐지자 늘어신 칼날처럼 보였다. 그리고 노래는 가장 격렬한 가사에 접근한다.
♫ Se ei ole mikään kauhupaikka
(핀란드어: 여긴 무서운 곳이 아니에요)
… 그는 노래를 부르며 친숙한 합창단과 합류한다. 그들은 함께 마지막으로 열창한다.
♫ Enneminkin siinnä on surullista
(핀란드어: 그건 슬픈거에요)
이그누스 넬슨의 회색 유령 세포질이 비행선의 펼쳐진 날개사이 착륙 플랫폼에 서 있었다.
지기스문트는 그를 바라보았고, 이그누스도 지기스문트를 마주보았다. 창백은 세포질의 부글거리는 심장 안팎으로 흘렀다. 이그너스의 심장에는 약간의 가벼운 무더기만이 남아있었다. 물질의 적은 날개처럼 그를 통과해 떠다닌다.
"공산주의는 널 용서해" 그는 말한다. "공산주의는 이해한다." "이그누스," 엔트로포넛은 중얼거린다. "용서해 줘."
"이미 용서받았어. 그라드에도 너 같은 사람이 있었어. 이온 로디오노프가 그의 가명이었지. 나는 그를 친구라고 생각했어. 그 이름 알지?"
"이름만."
"근데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 그는 나와 마조프와 함께 당의 최고위 자리에 있었던 혁명의 수학자였어. 아무도 그걸 몰랐지. 그가 그라드에서 '하르난쿠르' 모형을 가져온 이유도 마찬가지로."
"하지만 난 몰랐다구!" 지기스문트가 입에서 담배를 떨어 뜨린다.
"물론 몰랐겠지. 오직 혁명 정치위원과 소수의 가까운 관련자만이 알고 있었어. 그 남자야말로 진짜 기록말살된 존재였지. 그의 평생의 일이 그랬어. 그들이 이미 변증법적 유물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들에게 물질주의적 허무주의를 설명할 수 있었겠어?"
지기스문트는 침묵을 지켰다. 노래가 끝났다.
"그는 그것을 부르주아지에 반대하는 대량 거부 무기로 사용하고 싶어했어. 그것은 핵무기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될 수 있었을거야. 사마라에는 우라늄이 없다는 거 알지?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장소를 찾을 수 없었어."
"우린 찾았지." SRV 엔트로포놋은 말했다. 비행선을 땅에 고정하는 케이블이 채찍처럼 느슨해졌다.
"안됐어. 나는 결코 물질주의의 편에 서지 않았어. 그들이 옳다면 끔찍할거야. 나는 세상의 모든 원자 하나하나를 사랑해. 하지만 세상이 우리 이상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너와 로디오노프가 차선책이 될 거야. 결국 내 이름은 전쟁의 이름이기도 하니까." 이그누스 넬슨이 말했다. "적어도 그 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짐승이 아니야." 스피커에서는 사라진 십이음 작곡가 콤테 드 페로우스-미트레시에의 트랙 #2인 "무덤" 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슬픈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녕. 지기스문트."
"안녕, 이그누스." 비행선 문을 뒤로 당겨 닫으며 엔트로포놋이 말했다. 이그너스는 병원 옥상에 홀로 남겨진다. "Enneminkin siinnä on surullista"(핀란드어: 무엇보다도 슬픈 일이야), 유령은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고, 비행선의 날개가 그의 세포질을 통과해 조용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블레이드는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다.
지기스문트 베르그는 조명이 켜진 패널 앞에 손을 레버에 올려놓고 서 있었다. 크랭크는 두 개의 뿔처럼 바닥의 기어박스에서 올라왔다. 남자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켰다. 그는 장치를 숨겨진 라디오 방송국으로 돌렸다. 벽의 절반을 차지하는 컴퓨터는 자동변속기를 통해 배의 항로를 계산한다. 신호는 4,000km 떨어진 수많은 중첩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의 진동이 그 말을 반영한다. 아기 목소리를 가진 소녀는 그곳에서 모든 시간을 통해 무한한 순환 속에서 반복하는데, 그녀에게 이것은 로디오노프 딥의 깊은 곳에서 볼 때 하나이고 동일하며,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건이다. 완벽한 폐쇄형 시스템. "방위각-보레아스-섹터-궤도-라우다넘-울트라-삼색-타원표 천저-타원-색역-방위각-삼색-아이콘-궤도-천저"
엔트로포놋은 레버를 내렸다가 원위치시킨다. 그의 눈은 빨갛다. 작은 비행선이 병원 옥상의 착륙 플랫폼에서 이륙한다. 창백은 나선형으로 휘어지고, 블레이드는 이그누스 닐슨을 휩쓸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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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속에서 두 남자가 구급 비행선 불빛에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물든채 손을 흔들고 있다. 구급 비행선은 천천히 멀어지고, 스카이 스테이션 플랫폼은 눈보라 속에 남겨진다. 테레즈는 상공에서 눈을 떴으나 다리에 감각이 없다. 모든 것이 소용돌이치면서 구급 비행선의 날개 소리가 맴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 심장 모니터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이 사람은 내사과 요원이다. 그는 죽음의 천사이다.
"다리에 감각이 없어." 테레즈가 기침을 했다.
"경찰에게 총을 쏘면 그렇게 되는 거야."
"너!" 테레즈는 일어나려 했지만, 구급침대에 손목이 묶여 있다: "어떻게?"
"미안하지만, 그건 대답해 줄 수 없어."
"콘찰로프스키..." 전직 요원은 다시 구급침대에 가라앉는다. "울리히를 너에게 주긴 했지만…콘찰로프스키는 존재하지 않아. 어떻게… 누가 너에게 정보를 주었지…" 그는 오른쪽 손목을 붕대에서 빼내기 시작한다.
"넌 마.약.쟁이야, 마체젝, 그게 바로 이유야. 너같은 마.약.쟁이들은 항상 부주의하지. 그 사람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전까지 몇 년 동안 ZA/UM을 사용했지? 2년, 5년?" 조사관이 테레즈로부터 일어섰지만, 붕대가 풀리면서 남자의 삽관이 달린 손이 넥타이를 움켜잡는다.
"너," 테레즈는 그의 얼굴에 기침을 하고 주먹을 쥐었다. "넌 날 도와야 해!" 그의 동료가 이미 권총을 들고 접근하고 있었지만, 요원은 손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기다려!"
"뭔가를 찾았어! 바사에서! 미해결 사건에 대해서. 그의 이름은 데렉 트렌트뮐러이고, 스무 명 이상의 아이들을 죽였어. 아마도 룬드 아이들도 죽였을 거야, 제발..."
"놔!" 비참한 요원은 잡고있던 넥타이를 놓치면서 쓰러진다. "내게 노트가 있고, 모든 내용이 그 안에 쓰여있어. 약속해! 그게 아니었으면 도망치지 않았을거야, 네가 그것을 확인해야 해..." 죽음의 천사가 그를 내려다보며 그의 입술의 피를 닦아준다. 코이코는 아래에서 서둘러 노트를 찾는다. "이것으로 메달을 받을 수 있어! 물론 승진도…" 내사과 직원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의 동료는 서둘러 테레즈의 손을 프레임에 다시 묶는다. "제발." 엔진의 포효 속에서 부서진 목소리가 들린다. 넥타이가 바람에 펄럭이는 가운데 내사과 수사관은 비행선의 선체에서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고 있다. "잊어버려, 마체젝. 데렉 트렌트뮐러는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고, 실종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어." 약간의 인간미가 그의 목소리를 어둡게 한다.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좋은 점은 그것뿐이야."
전방에서는 병원 착륙 플랫폼의 번쩍이는 불빛이 그들을 향해 돌진하고, 저 멀리에는 누(Noo)의 뾰족한 고층빌딩의 왕좌가 도시의 불빛 위로 솟아 있었다.
그곳에서 석유 억만장자는 구급 비행선의 작은 점이 베라 강 반대편의 폭풍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누(Noo)의 이상은 그의 앞에서 식었고, 강의는 폐쇄되었으며, 그라드는 전쟁에 나섰다. 내일부터 총동원이 시작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남자 뒤에는 3000개가 넘는 실종 기념품이 놓여 있지만, 이제 사르잔 암바르춤잔은 이곳의 풍경을 그의 컬렉션의 으뜸으로 여긴다. 그의 팔 아래에는 바사에서 저녁 기차로 도착한 자석 우편물인 유리 상자가 놓여 있었다. 유리상자는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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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신성하고 끔찍한 공기] 17. 하르난쿠르 18. 세 개의 기름바른 고기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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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11.03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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