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5편은 그저 학생물일 것 같아 보이는 겉 모습과는 다르게, 그리고 전작들보다도 꽤나 깊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는 후반부의 급전개 등으로 전작들에 비해서 다소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만,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생각해 볼만 여지를 남겨둔 것은 전작들보다 5편의 다른 요소들에 비해서 특히 더 좋았습니다. 주로 게임의 배경이 되는 일본의 사회 문제들이지만 많은 경우 현대 사회에서 발견되는 문제들인지라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볼 법한 문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 엔자이(寃罪[えんざい, 원죄])와 사회적인 낙인
주인공은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을 도우려다가 성추행범이 내각에 계신 높으신 분이라 억울하게 폭행죄를 뒤집어 써서 전과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예 시사 용어로 '엔자이'라는게 있는게, '억울하게 누명쓴 죄'를 뜻하는 말입니다. 사실 어느 법치주의 국가나 잘 정비된 법제 하에서 언제나 올바른 판단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일본에서 아예 엔자이라는 시사 용어로 까지 있는 이유는 일본은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인데다가 유독 유죄율(검사가 기소를 해서 재판 결과 유죄판결을 받는 비율)이 높은데다가 수사나 검찰 쪽에서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이라고 해도 재심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도 있고 물론 판결이 뒤집어지는 사례가 잘 없기 때문입니다.(후반부에 니지마 사에가 이미 주인공에 대한 사건의 판결이 났기 때문에 주인공이 사면되거나 복권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다행히 주인공은 주변의 노력으로 엔딩에서 판결이 뒤집혀서 누명을 벗게 되긴 합니다만 현실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다가 보통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들을 보면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몇 십 년씩은 걸렸다고 합니다.(엔자이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종종 있는데 최근에 영화 <재심>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전과가 생기면, 형벌을 받는 것은 물론 기록에 남아 각종 사회적인 불이익을 받는데 주인공같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경우에도 내막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알기가 어려우니 그저 전과가 있으니, 다른 전과자들과 같게거니 생각하고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서 사회 생활을 하기까지 어려워집니다.(게임에서는 이를 주인공의 학교 생활이 전작들에 비해서 단축시켜놓은 것으로 표현해놨습니다. 괴도단 동료들이나 코옵을 하는 캐릭터가 아닌 학교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을 범죄자라고 수근수근 거리고 굉장히 위험한 인물로 꺼려 대화도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엔자이가 있는 주인공말고도 일부러 학생을 도발해서 알고 보면 쓰레기같은 교사를 때려서 문제아가 되버린 류지나 혼혈로 튀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편견이 생긴 안, 학생회장이라 모범생이라 딱딱해보이고 결국에는 교사들이나 교장의 대리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마코토 등의 동료들도 저마다 사회적인 낙인이 찍혀 있어 주변부에서 겉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낙인이 찍힌 이들과는 달리 사실은 살인마에다가 속마음이 꼬여있고 추하기까지한 아케치 고로는 온갖 미디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전국적인 탐정 고등학생 스타입니다. 그리고 주인공들과 가장 대립하는 존재기도 하구요.
2. 무기력하고 나태한데 자극적인 것만 찾는 대중들과 이를 부추기는 미디어
페르소나 5에서 보여지는 대중들은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유행이나 자극적인 것에는 민감하지만 무기력하고 나태한 모습을 보입니다.(후반부에 가서는 대중들의 속마음이 메멘토스 최심부에서 대중들이 스스로 감옥에 갇혀있는데다가 단체로 나태에 빠져서 누군가가 대신 결정을 해주고 자신들을 지배해주길 바라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거기다가 언론은 괴도단이 뜰 때는 괴도단을 띄워주고, 아케치 고로가 뜨면 고교 탐정이라고 띄워주고, 시도 마사요시가 현정부를 비판하면 시대의 참정치인이라고 띄워주는 등 대중들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다가 시도 마사요시는 이러한 대중들에게 표를 구걸하면서도 내심에선 대중들을 우민이라고 여기고 그저 자신은 그러한 우민들에게 표를 얻어 우민들을 지배하고 침몰해가는 일본에서 혼자 또는 주변 소수 그룹들만 잘 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들은 시도의 겉모습만 보고, 현정부와 괴도단을 비판하는 모습에서 자신들을 잘 살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 시도의 의도대로 그의 당에 표를 줍니다.
게임의 최종보스 자체도 이러한 대중들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나태함의 총집합인데다가 오쿠무라 사건 이후 시도의 의도대로 괴도단에 대한 관심도나 지지도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메멘토스와 현실이 합쳐지고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괴도단을 응원하는 누군가의 선동으로 당장의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갑작스럽게 괴도단을 응원하다가도 모든 사건이 종결되니까 다시 괴도단의 지지는 차차하고 괴도단이 도시전설인지 실재하는지부터 갈려서 대중들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작품 끝까지 보여줍니다.
게임의 주 배경인 일본의 경우가 사회가 많이 경직되어 있어서 심한 편인데, 대중들의 문제는 우리나라나 다른 서구 국가들, 선진국들에서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심지어 민주주의의 요람인 고대 그리스나 공화주의적인 전통을 오랫동안 유지한 로마에서도 많은 이들이 대중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중우정치라고 꺼렸고, 근대에 와서도 민주주의의 대명사인 미국에서도 건국의 아버지들 중에서도(대표적으로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 대중들의 속성을 비판하고, 대중의 정치 참여를 꺼려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3. 극우주의, 전체주의 또는 국가주의
작중에서 현실의 흑막인 시도 마사요시는 개혁적이고 젊은 정치인으로 평가를 받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실상은 "세계에서도 통하는 강한 일본의 재건"이라는 극우주의 또는 전체주의적인 주장으로 대중들을 선동하고 그저 자기 자신의 성공밖에 모르고 뒤로는 온갖 더러운 술수를 쓰는 기성정치인이랑 크게 다를게 없는(아니 어쩌면 더 최악) 인물입니다. 자꾸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일본을 재탄생시키자면서 평화헌법을 뜯어 고치려고 하고 공모죄(범죄를 계획한 멤버 2명 이상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이 범행을 하려는 현장을 사전조사하다 적발돼도 나머지 멤버 모두 처벌)를 시행하고 본인은 장기집권해서 국가주의적인 색체를 강화해 일본 사회를 더 경직시키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를 여러모로 떠올리게 합니다. 거기다가 일본뿐만 여러 가지 이유로(경제적인 침체, 테러에 대한 공포 등) 유럽이나 미국, 터키 등의 여러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성향을 가진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야금야금 대중들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4. 판옵티콘(Panopticon)
판옵티콘은 공리주의자인 벤담이 고안한 원형 교도소로 감시자들은 중심에서 재소자들의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고, 재소자들은 중앙에서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감시자들이 없어도 스스로 감시당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특징(내제화라고도 합니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감옥뿐만이 아니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이나 만족을 추구하는 근현대 사회 전반에 확대 적용되기도 합니다. 페르소나 5에 나오는 감옥의 형태는 모두 가운데에서 외곽을 감시할 수 있는 원형 감옥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내면이라 할 수 있는 벨벳 룸도 감옥 형태로 주인공은 그 감옥의 재소자로 표현되어 있고, 게임 최후반의 메멘토스 최심부에는 대중들이 벨벳룸같은 원형 감옥에 갇혀 있고 가운데에는 성배(얄다바오트)가 대중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경우에는 누명을 썼지만 어쨌든 전과가 생겼고 관찰기간 동안에 다른 문제를 일으키면 소년원에 가게될 처지(스스로 감옥에 가게될지도 모른다고 내재화되어 있음)인데다가 이고르(얄다바오트)의 게임(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와일드 능력자들 간의 대결과 나태에 빠진 대중들의 갱생)의 장기말인 처지라서 판옵티콘의 형태로 벨벳룸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대중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무언가 결정하고 싶지도 않고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어 전체주의자인 시도같은 인물이 자신 대신에 결정을 내려주고 통제해주길 바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어 성배를 악신으로 만들어서 스스로 통제당하고 있기(심지어 성배를 응원하기까지 합니다.) 때문에 이렇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5. 인터넷의 파급력과 익명성
인터넷은 '정보 혁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현대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특히 정보 전달력과 그 파급력이 역사상 그 어느 매체들보다도 빠르고 강력합니다. 하지만 실명제가 아닌 이상에야 대부분의 인터넷이 익명성에 기대어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라든가 가십성 정보들이 빠르게 유통되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인터넷은 정보 공유와 습득의 장이면서도 동시에 목적을 가진 사람 또는 단체가 의도적으로 여론을 어떠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중에서는 주인공이 전학을 오기 전부터 이미 슈진 고등학교에 주인공이 전과자라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져있고, 거기에 가십들이 덧붙어 있어 주인공은 전학오자마자 전교에 악명(?)을 가진 유명인이 되어있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괴도단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괴도 채널을 통해 괴도단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조성되기도 하고(괴도단의 활약이나 괴도 채널의 운영자인 미시마 유키가의 프로모션으로도 호의적인 여론이 생기기도 했지만, 시도가 의도적으로 차후에 괴도단을 부정해 괴도단의 호의적이었던 여론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괴도단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기도 합니다.
6. 노동자의 기계 부품화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시작한 근대 산업혁명 이래로 노동자가 존중받는 개인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부품의 일부가 되어가는 현상이 줄곧 이어져왔습니다. 초기 사회주의자들이나 현대 공산주의의 대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면서부터 입니다. 그래서 공산주의화를 막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서 현대에 들어서는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현재에는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전멸)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생각하게 되었고 '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당장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이 특히 단순 노동을 하는 직종들의 비정규직 문제들) 그럼에도 여전히 '경영 합리화' 등을 이유로 들어 기업들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노동자들을 단순히 비용으로 생각하고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부품으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작중에서는 성공한 요식업 사업가 오쿠무라 쿠니카즈의 팰리스에서 노동자들을 로봇으로, 쓸모없게 된 노동자들은 폐기 처분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7. 공권력과 자경단
법과 시스템에 의해 사회가 돌아가는 법치주의 국가들에서 유일하게 범죄자나 악인들을 처벌하거나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권리를 위임받은 공권력(경찰권이나 사법권)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공권력 대신에 사적으로 공권력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자경단이라고 부릅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시작으로 각종 미디어에서 트랜드를 이루고 있는 슈퍼 히어로들 역시 넓은 의미에서 자경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페르소나 5편에서 나오는 괴도단 역시 공권력 대신에 자신들의 정의를 사적으로 행한다는 점에서 자경단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경단은 보통 공권력의 공백이 있는 곳에서 공권력을 대신해서 활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권력이 발달하고 치안이 좋은 편인 일본이나 우리나라보다는 개인의 총기 무장이 흔하던 독립전쟁, 서부시대 등을 겪어 현재까지도 치안이 지역별로 들쑥날쑥한 미국에서 더 잘 다뤄지는 소재입니다.
자경단이 나오는 작품들에서는 그래서 공권력과 자경단에 대한 문제들("법치주의 국가에서 자경단을 인정해도 되는가?",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영웅'이라고들 하지만 결국에는 이들도 범죄자랑 다를게 없다" 등)을 많이 다룹니다.(대부분의 최근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다루는 단골 주제입니다. 대표적인 영화는 <다크 나이트>) 그래서 작중에서도 괴도단 내부에서도 그들이 하는 행동이 정말 옳은 행동인가하는 이야기들이 캐릭터들 간에 계속 나오고, 인터넷이나 TV에서도(주로 아케치의 입을 빌려) 괴도단이 법치주의를 침해하고 있어서 위험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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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 작곡가 사건은 알고 있었는데, 그게 마다라메 이치류사이의 모티프였었군요. 일본 대중의 무기력증, 이지메적인 요소도 포함시켜서 쓴다고 한게 사회적인 낙인이나 대중들로 썼는데 두서 없이 쓰다보니까 제가 충분히 못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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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 작곡가 사건은 알고 있었는데, 그게 마다라메 이치류사이의 모티프였었군요. 일본 대중의 무기력증, 이지메적인 요소도 포함시켜서 쓴다고 한게 사회적인 낙인이나 대중들로 썼는데 두서 없이 쓰다보니까 제가 충분히 못 다뤘습니다. | 17.07.13 19: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