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엔딩 보고 현타와서 귀차니즘에 안 적고 있다가 느낀 단점들 적어봅니다. 하시는 분도 얼마 없겠지만...
초반에는 느끼지 못했던 단점들이 후반 갈 수록 두드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1. 전투 밸런스 문제
솔직히 이 게임은 전투만 떼어 놓고 보았을 때 잘 만들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RPG를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은 되는데 그래픽이나 모션보단 근본적인 전투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좀 많습니다.
단축키 설정이 12개 밖에 안 된다는 점도 불편한데(물론 이는 게임 콘솔의 한계 때문일 것이지만), 이 때문에 여러 아이템과 기술을 다양하게 사용하려면 중간 중간 게임을 멈추고 일일이 선택해서 사용을 해야한다는 점은 전투의 맥을 끊는 단점입니다. 드래곤 에이지 같은 파티 위주의 RPG 게임은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있고 세세한 행동들도 설정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러한 전술적 시간정지는 필수일 수도 있었고 나름의 유용성도 컸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오로지 주인공만 조종이 가능하며, 파티원의 전술적 행동도 전혀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플레이어의 전술적 선택의 폭이 적어진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축키 설정 개수의 제한때문에 전투 중간에 게임을 멈추는 일이 잦아진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이 게임이 여타 파티 위주의 RPG게임들과는 달리 전술적인 측면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은 게임을 너무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기 보다는 캐주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로 볼 수도 있으나(제 생각에는 그냥 못해서일 것 같지만), 그렇다면 그런 컨셉을 확실하게 살렸어야 합니다.
캐릭터 성장과 빌드에서 이 게임은 자유도가 높습니다. 특정 클래스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포인트를 투자하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캐릭터 빌드가 완성되는 중후반에는 이런 것이 그냥 제작자가 말한 허상임을 알게 됩니다. 각 스킬 간 밸런스가 매우 좋지 않아, 어떤 스킬은 매우 강력하고 어떤 스킬은 전혀 쓸 일이 없을만큼 구립니다. 이 갭이 너무 커서 구린 스킬은 그냥 재미로 사용할 수준도 안 됩니다. 좋은 스킬을 찍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찍는 구린 특성과 스킬이 너무 많습니다.
캐릭터 성장의 방향도 굉장히 이상하게 잡혀 있습니다.
전사 트리를 예로 들면, 양손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손 무기 트리를 끝까지 올려야 합니다. 결국 양손 무기가 한손 무기보다 상위 무기라는 개념인데, 한손 무기보다 양손 무기가 상위 개념이라면 양손 무기를 쓸 수 있게 된 후에는 한손 무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는 뜻도 됩니다. 물론 한손 무기만의 장점(빠른 공속)은 있으나, DPS차이도 있고, 양손 무기의 범위와 리치도 넓고, 속도마저도 양손 대검 트리의 공속 증가를 찍고 나서는 얼추 비슷해 지기 때문에 나중에는 정말 한손 무기는 사용할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최고 성능의 고유 전설템도 근접무기는 양손 대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손 무기의 존재 의의는 그냥 양손 무기 사용을 못하는 동료용 밖에 안 되지요. 그나마도 둔기류는 아예 사용할 수 있는 동료가 한 명 뿐인데, 그는 전사형이므로 양손 대검을 쓰지, 한손 둔기는 존재 의미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쓰지도 않을 한손 무기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해야만 양손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뭔가 매우 이상합니다. 게다가 같은 양손 무기라도 둔기는 거의 쓸 일이 없습니다. 왜냐면 양손 둔기를 쓰려면 힘 속성에 투자해야 하는데(대검은 민첩) 힘 속성은 데미지가 아닌 아머와 스턴(공격 시 상대가 밀려나는 확률을 결정합니다)을 올려주는 속성인데, 여기만 투자하면 데미지가 약하기 때문에 추가로 민첩도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합니다. 이는 게임 전체에서 16포인트 밖에 얻을 수 없는 속성 포인트를 무려 근접에만 10포인트를 투자해야 최고 근접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둔기의 특성은 아머(방어막 같은 개념-이걸 먼저 깨줘야 물리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감) 파괴 수치와 스턴 수치가 높다는 것인데, 보스전을 예로 들면 아머를 부수고 나면 대검과 둔기의 데미지 차이는 큽니다. 게다가 익스트림 정도의 높은 난도에서는 강한 적들은 둔기든 대검이든 내 공격을 씹으면서 같이 공격합니다.(즉, 스턴 수치가 웬만큼 높지 않고서는 근접 무기로 상대를 물러서게 만들기는 힘듭니다) 즉, 둔기의 장점조차도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죠.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한손이든, 양손이든, 둔기는 좋은 템이 게임 전체에서 잘 나오질 않습니다. 양손 대검은 최고 성능의 전설템만 무려 3개고 레벨이 높아지면 상점에서 파는 것들도 상당한 성능을 자랑합니다만, 양손 둔기는 전설템 하나 있고, 상점이나 루팅으로 대검만큼 좋은 템이 안 나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래요.
그런데 그나마도 근접 트리는 총, 폭탄, 마법 등의 트리보다 월등히 구립니다....쓸만해 지려면 10포인트나 속성을 투자해야하는데 그렇게 해도 다른 트리보다 월등히 구리다는 것입니다.... 적에게 공격을 당하기 쉬운 리스크를 안고 공격하는 근접 전사의 데미지는 총보다도 약합니다. 게다가 총은 스턴 수치와 아머 파괴 수치도 월등히 높고, 쉴새 없이 피하거나 방어하며 공격해야 하는 근접 전사보다 DPS도 월등합니다.
테크니컬 트리도 불합리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테크니컬 트리의 시작은 트랩부터입니다. 던지는 폭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트랩에다가 일정한 수치의 포인트를 투자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트랩은 거의 쓰잘데기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내 발 밑에 함정 설치 후 적이 오면 발동하는 것인데, 발동 범위도 매우 좁아서 거기다 적 유인하는 것도 짜증날 뿐더러,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적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고, 그거 설치할 시간에 그냥 총 한 방 더 쏘거나 때리는 게 이득일 때도 많습니다. 트랩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쓸 수 있는 폭탄은 반대로 매우 유용합니다. 폭탄 트리를 끝까지 올리면 범위도 넓을 뿐더러 데미지도 꽤나 나오기 때문에 무더기로 나오는 적들에겐 거의 최고의 대응 수단입니다. 결국 쓰지도 않을 트랩에다가 포인트를 낭비해야 폭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위의 근접 트리와 같은 문제네요.
테크니컬 트리에는 근접 무기에다 독, 마법, 원소 데미지 코팅을 해서 추가적인 데미지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트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근접 전투의 비효율과 비합리성 때문에 이 트리 역시 쓰레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아이템까지 소모해야 하므로, 그 아이템을 차라리 폭탄으로 투척하는 게 훨씬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테크니컬 트리는 힘과 민첩 모두에 투자해야 좋아지는 근접 트리와는 달리 총과 폭탄, 트랩의 성능이 모두 정확성 속성에만 포인트를 투자하면 올라갑니다. 즉 근접트리보다 훨씬 적은 투자만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테크니컬 트리의 유일한 단점인 아이템 소모는 초반에는 압박이지만,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고 사이언스 3레벨을 찍은 후 약간의 노가다만 해주면 막 써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며, 폭탄이 없더라도 총알만 여유있게 준비하고 다녀도 게임 진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마법 트리를 살펴보면, 스테이시스라는 메즈기가 아예 한쪽 트리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을만큼 비중이 큽니다. 그만큼 이 스킬은 매우 유용하며 강력합니다. 너무 강력해서 테크니컬트리든 근접 전사 트리든 무조건 찍게 되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요. 어려운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스킬은 아예 배제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스테이시스는 여러 적이 떼거지로 나오는 혼전에서는 쓰기 힘들지만, 보스전에서는 치트키 수준의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냥 스테이시스 걸고 한 대 때리고 다시 스테이시스 걸고, 또 때리고 ...하는 식의 플레이만 해도 제일 어려운 보스마저도 코 후비면서 죽일 수 있을 정도지요. 그리고 모든 궁극기 중 가장 강력한 '스톰'은 이 스테이시스를 단체로 거는 스킬입니다. 거기에다 공속 저하와 마법 저항 저하 디버프까지 단체로 겁니다.......솔직히 이거 찍고 나면 다른 궁극기는 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마법 공격 트리를 보면, 일단 기본 마법 공격 자체의 위력은 매우 약합니다. 게다가 마나까지 적지 않게 처먹어서 마법 공격을 마구 난사하면 금방 마나 앵꼬나서 약 먹어야 합니다. 총과 비교하면 위력이 거의 반토막 이하입니다. 총이 총알이라는 아이템을 소모해야 하는 페널티가 있더라도, 데미지나 아머 파괴 효과, 스턴 효과까지 감안하면 같은 원거리 공격인데 기본적인 성능의 차이가 넘사벽입니다. 퓨리를 소모하는 마법 특수 공격의 위력도 총이나 근접에 비하면 매우 약하고, 마법 스턴 공격은 심지어 근접해서 주먹으로 때리는 공격(!!)입니다. 마나도 꽤 많이 먹고요. 기본적으로 마법 트리도 굉장히 뭔가 이상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마법 트리에도 과도하게 좋은 기술들이 있는데
라이트닝 대쉬 - 이 회피기는 발동도 빠르고 아무 페널티 없이 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찍고 나면 맞을 일이 크게 없게 됩니다. 근접 전사가 이걸 못쓰는 이유는 마법 공격용 반지를 착용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섀도우 버스트 - 이 기술은 시전자 주변의 일정 범위를 마법 데미지로 공격하는 스킬입니다. 마나 소모가 매우 크지만 트리의 최상위까지 찍고 나면 이 스킬은 범위가 매우 넓어지고 폭탄급 위력을 가지는데 '스톰'과 연계하여 사용하면 핵폭탄급 위력으로 바뀝니다. 다수전에서 극도로 유용한데, 전투 시작 시 '스톰' 사용 후 적들이 모여있는 곳 중간으로 들어가 섀도우 버스트 두 세번 갈겨 주면 적들이 다 녹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스전을 제외하면 이걸로 모든 전투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언급하지 않은 테크니컬과 전사 트리의 궁극기는 '스톰'에 비해 성능이 그닥이라...안 찍는 걸 추천합니다만, 후반에는 어차피 포인트가 남아돌아서 찍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전사 트리의 궁극기 '퓨리'는 심각한 수준이라....안 찍는 걸 추천합니다.
2. 버그
게임 진행이 되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버그는 겪지 못했습니다만, 사소한 버그들은 좀 있습니다. 가장 짜증나는 것이 지형 버그로, 전혀 끼이지 않을 것 같은 낮은 턱에 끼여서 움직이지 못 한다든지 길을 달려가다 느닷없이 돌에 걸려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든지 하는 상황은 꽤 자주 나옵니다. 자잘하게 퀘스트 진행하다 생기는 버그들은 진행을 못할 수준은 아닌데, 완성도 측면에서 아무래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지역에 진입할 시 지역이 로드되면서 NPC들의 행동들이 나중에 로드되는 상황때문에 어색했던 적이 꽤 많습니다. 이게 뭐냐면, 술집에 들어갔는데, NPC들이 다 서 있다가 내가 들어가니 갑작스럽게 다들 의자에 앉는 등의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의 문제인지, 게임 자체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정 지역 사이를 왔다갔다 할 경우 플래시가 터진 듯이 화면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하는 그래픽 버그들도 종종 나옵니다.
3. 메인 스토리 라인의 문제
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서양의 식민지 개척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진행됩니다. 주인공인 드 사데는 상인 연합(연합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국가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의 왕자인 사촌 콘스탄틴을 따라 식민지 섬 티어 프라데로 가게 됩니다. 티어 프라데에는 여러 세력들이 식민지를 개척하고 있는데 그 중 뉴 세렌은 상인 연합의 식민지로써, 콘스탄틴은 이 식민지를 통치하고 주변 세력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동시에 현재 본 대륙에서 활개치는 '말리코'라는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명을 받고 오게 되었으며, 주인공은 그 콘스탄틴의 특사(즉, 심부름꾼)로서 권한을 위임받아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고자 함께 섬에 오게 됩니다. 이 '말리코'라는 전염병은 이미 주인공의 어머니까지도 감염되었고 치료 방법도 전무하여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주인공은 식민지 섬에서의 원주민을 비롯한 여러 세력과의 정치적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동시에 이 전염병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꽤 흥미로운 설정과 무대인데... 중반까지는 괜찮다가.... 후반 가서 뭔가 ...마무리가 아쉬운 진행을 보여줍니다. 각 동료들이 주는 고유 퀘스트라든지 사이드 퀘스트들은 괜찮은 것들이 꽤 있었는데... 정작 메인 스토리는 뭔가 용두사미 같은 이야기라....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나중에 캐릭터의 급변 과정이 말 그대로 뜬금없이 일어나서 황당함을 느끼게까지 합니다. 특히 .... 이 말리코라는 전염병의 원인마저도 저에게는 그럴 듯 하다기 보단 어거지로 끼워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엔딩에서도 주인공에게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그 선택지가...완전 뜬금포라서...ㅡ.ㅡ; 선택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던....
아무튼 서사 측면에서 보았을 때, 메인 스토리의 정리가 약간 부실하단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이 외에도 사소한 연출적 문제라든지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만, 제가 느낀 가장 심각한 문제들은 위의 문제들이네요.
다회차 요소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도전과제 플래티넘을 노리시는 분들은 무조건 2회차 이상이 강제됩니다...왜냐면 동료들과의 연애 관련 도전과제 때문에...ㅡ.ㅡ; 주인공의 성별에 따라 연애할 수 있는 캐릭터가 갈리기 때문에 남자 한 번, 여자 한 번씩은 무조건 플레이를 해야합니다. 익스트림 모드 게임 클리어 도전과제도 있는데, 이건 중간에 난도를 변경하면 안 되는 도전과제이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