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한 일주일 하고도 3일 정도가 더 지났다. 낙원을 다녀오고나서 그 사단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르카는 비교적 빠르게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합동참모차장은 여전히 부재 중이었다.
비어있는 합참차장의 자리를 합참본부장이 직무대리를 하였다.
하준은 집에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부인들은 언제 돌아올지 모를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고, 아들들은 오늘도 게임을 들어올 아빠를 기다리며 아빠와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제외하면, 오르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저항군은 늘 철충에 대비해 훈련하고, 펙스에 대비해 전력을 갖춰나갔으며, 오르카의 주민들은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른 일상에 차이가 있다면,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인류에 영광있으라!!!”
“... 그러니깐 자네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다던...?”
“예!!!”
“이, 이번에 앵거 오브 호드 제2신속대응사단에 배치된 T-4 케시크라고 합니다!!”
“사단장님의 명성은 복원되자마자 들었습니다...!! 후, 훌륭하신 지휘관 밑에서 지휘를 받게 되어... 정말 여, 영광입니다!!!”
“앞으로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훗.”
“그래, 나도 반갑군.”
“나야말로 잘 부탁하지, 케시크 이병.”
“네, 넵!!!!”
T-4 케시크는 복원되고 일주일 하고도 3일이 지나서야 앵거 오브 호드 제2신속대응사단으로 배치될 수 있었다. 그리고 배치되자마자 바로 사단장인 칸 소장의 보좌를 위한 행정병으로 옮겨졌다. 이게 무슨 상황인고 하니 위에서 그렇게 시켰다더라. 아마 벨리코프 합참의장과 마리 육군참모총장이 뭔가 생각이 있으니 이렇게 보냈겠거니 하고 생각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영 깨름칙한 기분은 가시지 아니하였다. 하여튼 칸 소장의 말대로, 케시크를 복원하자마자 장교로 양성시킨다느니 그런 행위는 일절 없었던 모양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자신부부터 길길이 날뛰었을 테니깐.
아마도 복원하고 배치받는 데까지 일주일 넘게 걸린 이유는 멸망 이후 복원되었기에, 약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유전자 씨앗에서 복원된 이들은, 특히 바이오로이드 군인들은 기업이 바이오로이드 군인들을 소모품으로 이용하던 시기에 전술을 그대로 모듈 속에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칸의 예상대로 T-4 케시크는 모듈을 제거하고, 오르카 인류 저항군과 멸망 전, 후의 교육을 받은 뒤 약간의 적응기간을 거쳐 호드로 오게 되었다. 멸망 이후 생산이 중단되어졌다가 남아있던 유전자 씨앗에서 복원된 그녀가 보기에는, 소규모 기동부대였던 앵거 오브 호드가, 멸망 이후 대규모 경보병 부대로 바뀐 것을 보니 절로 감탄사를 나오는 모양이었다. 칸은 그녀를 데리고 호드 부대를 견학을 시켜주었고, 새롭게 바뀐 앵거 오브 호드의 전술 교리를 가르쳐주었다. 벨리코프 합참의장에게 T-4 케시크가 우수한 인적자원이라고 말한 것처럼, 복원된 케시크 이병은 경이로운 속도로 그녀의 가르침을 따라 받으며 호드에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훌륭하군, 케시크 이병. 배우는 속도가 정말 빠르구만, 그래. 매일같이 일취월장해나가고 있어.”
“감사합니다, 칸 대장님!!”
“하하하하하~”
“내 앞에서는 그렇게 불러도 되지만,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선 가급적 직책으로 호칭해주게나.”
“그게 이 곳의 약속이니깐.”
“앗, 그, 그렇군요...”
“시, 시정하겠습니다, 사단장님!!”
‘...’
‘... 약속이라...’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여단장, 사단장, 군단장, 작전사령관, 과장, 처장, 본부장, 참모총장 등등. 이는 저항군에서 장교들이 맡는 직책들의 이름이오, 호칭이었다. 그리고 특히나 별을 단 장성급 장교들은 이름 대신 직책으로 호명되며, 이는 곧 그렇게 불리는 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였다. 칸 자신도 앵거 오브 호드 사단 안에서나 칸 대장이라고 불리지, 바깥에서는 칸 소장, 혹은 호드 사단장, 제2신속대응사단장으로 불렸다. 그게 당연한 거고, 그렇기에 그 자리에 올라서서 지휘를 하고, 책임을 지며,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럴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기에 그 자리에 올라서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름 대신 직책으로 불리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불리우는 사람들은 그것을 곧 자신들의 영예요, 영광이고, 명예라고 생각했다.
칸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초창기 오르카의 전력 복구에 힘써준 두 명의 최선임 지휘관들 덕분에 앵거 오브 호드는 사단급으로 성장면서 멸망 전의 호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부대가 되었고, 그녀는 그런 부대의 장이 될 수 있었으니깐 말이다. 참으로 영광스럽고 명예롭지 아니한가. 민하준 원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합참의장으로부터 케시크를 복원하면 칸 그녀처럼 지휘관으로 양성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있었기에 참 기분이 오묘했다. 뭐라고 딱 잘라서 어떻다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갑자기 그러한 호칭이 불쾌하다거나 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여지것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자리였기에 당연하다고만 여겼던 그 명예, 영광 이런 모든 것들이,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직책으로 불리우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앞서 말했듯, 그럴 만한 지휘능력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그런 자리에 오르는 것도, 그런 직책 호칭으로 불리우는 것도 당연했다.
뜬금없지만, 여기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언제까지 자신은 계속 호드의 사단장으로만 남아있을텐가.
아니,
아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이대로 영원히 호드의 지휘관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사단장님?”
지난 15년간, 휘하 여단장들은 능력을 인정받고 진급을 하여 자신과 똑같은 소장으로 진급하여 다른 부대를 이끌거나, 혹은 더 높은 계급인 중장으로 올라가 군단장, 혹은 육군본부나 합동참모본부의 처장, 본부장으로 영전하였지만, 여전히 칸 자신 만큼은 수십 년간 호드의 지휘관으로 남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부하들이 그럴 진데, 하물며 멸망 직후 오르카 인류 저항군 초창기, 부대의 장을 맡았다가 진급을 하거나 혹은 영전을 한 인물들 중에서 아직까지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오직 칸 자신 뿐이었다. 스틸라인 지휘관이었던 마리 대장은 육군본부의 최선임 지휘관인 육군참모총장으로 영전했고, 발할라의 지휘관이며 육군특수전사령관이었던 레오나 대장은 2인자인 육군참모차장으로 영전하였다. 합동전략사령부의 전신인 AA캐노니어의 지휘관이었던 안수월 대장은 자신들 중 가장 먼저 진급이 유력했던 인물이었고, 제7기갑군단인 아머드 메이든의 지휘관이었던 블러디 팬서는 지휘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신 칸 자신보다 1계급 높은 중장으로 진급하였다. 지휘관인 동료들도 마저도 이럴 진데, 칸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급에 욕심이 없었기도 했고, 딱히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간다고 해서 잘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자. 과연 자신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고 계속 이대로 남아만 있는 것이 옳은 일인가? 오히려 그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이 아닐까. 아니, 오히려 계속 이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호드를 위해 옳은 일일까? 그런 생각들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당장 대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궁금증이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어째서 그렇게 합참과 평의회에서, 그리고 벨리코프 합참의장이 그토록 케시크를 지휘관으로 양성하고 싶어했는지 약간이긴 하다만 그래도 얼추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부대의 성장은 단순히 부대의 규모만을 늘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부대가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른 직책과 부대 편제도 바뀌어야만 한다. 사실 냉정하게 봤을 때, 현재 오브 호드 제2신속대응사단의 규모는, 호칭은 사단이나, 실제론 거의 군단급에 가까운 규모였다. 군단급 부대를 지금 사단장인 소장이 지휘하고 있었다. 과연 케시크에 대하여 벨리코프 합참의장이 그냥 뜬 소리로 한 말이 아니었다.
... 어쩌면 혹시 하준은 이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 사단장님...?”
“...”
“칸 대장님??”
“아!...”
“... 이런, 미안하군. 잠시 딴 생각을 좀 하느라고 말일세.”
“괜찮으신가요?”
“응, 난 괜찮네.”
“... 그래, 오늘 하루도 수고했네. 이만 들어가보게나.”
“저, 그래도 아직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럼 남은 시간은 오르카를 돌아다녀보는게 어떻겠나?”
“깨어나고 나서 바삐 돌아다녔잖나. 그러니 한 번 자유롭게 다녀보게. 가끔은 머리도 쉬어야하지 않겠나?”
“하이에나 중사?”
“네, 대장님!”
칸 소장이 때 마침 지나가던 985번 하이에나 중사를 불러세웠다.
“오후에는 나 대신 케시크 이병을 데리고 부산 시내를 좀 돌아다녀보고 오게나.”
“맛있는 것도 먹여주고, 예쁜 옷도 좀 사고, 바닷 공기도 좀 쐬고.”
“한 마디로, 그냥 맘 놓고 놀고 오면 된단 말씀이심까??”
“그렇지.”
“끼얏호우~!”
“어이, 신병! 내가 오늘 부산 시내에서 제일로 맛있는 집들을 데리고 갈 테니깐, 배 단단히 비워두고 있으라고!!!”
“아, 네, 네!! 알겠습니다!!!”
“...”
자신의 지시에 하이에나 중사가 케시크를 어야둥둥 데리고 부산 시내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고 난 후, 칸은 불현 듯 갑자기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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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흠...
요즘 미국 서든3가 말이 많네요...
저도 그 유저들 중 한 명입니다만, 진짜 좀비 빼고 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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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걸 스스로 정하는 거져. 저도 안 정했스빈다 | 23.11.15 19: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