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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쿵, 쾅 쿠쾅 쾅 슈우웅 쾅 콰쾅’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나타난 우주함대.
멸망 전 인류가 밴쿠버라고 불렀던 도시 상공에 못해도 5km가 넘는 크기의 함선 수십척이 갑자기 공간을 찢으며 나타나 곧바로 지상을 향해 일제히 광자포를 쏘고 있었다.
다급히 펙스소속 AGS부대가 반격을 개시했지만 함대는 그깟 공격쯤은 방어막에 맡겨버리고 회피기동도 않은 체 상공에 정시한 상태에서 포격을 퍼붓고 있었다. 포격 한발에 AGS부대 하나씩 증발시키면서.
그렇게 지상에서는 함대에 의한 초토화 작전이 진행되는 와중, 지하 깊숙이 위치한 어느 회의실에 모인 7명....중 한명이 빠진 6명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다급히 모여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알파 말로는 저항군이 온다며! 그 고철덩어리 잠수한 한척만 온다고 했잖아! 근데 저게 뭐야! 하늘의 저것들은 대체 뭐냐고!!!”
검은색 긴 생머리에 몸에 딱 붙어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옷을 입은 바이오로이드가 경악과 분노를 섞은 사자후를 외치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어! 절대로 저항군은 저런 병력... 아니, 애초에 인류 역사상 저런 기술력을 갖춘 적은 없었어! 대체 저것들은 뭐야?! AGS는 도대체 싸우고 있긴 한거냐고!!”
“진정해 오메가. 아직 나의 어나이얼레이터 함대가 있다. 최대한 방어하면......”
보기만 해도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거대한 건틀렛을 장착한 은발의 바이오로이드가 오메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나오자마자...
“저기 감마. 초쳐서 미안한데, 저기 지금 얻어맞고 있는 함선... 어나이얼레이터 아냐??”
붉은 머리의 귀부인 복장을 하고 있는 바이오로이드가 파이프담배를 물다 말고 화면을 보고 말했다.
“뭐??? 이 씨X....!!!!!!!!!!!”
그녀가 욕설과 함께 경악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함대에서 함선 한 척이 내려오더니 어나이얼레이터 바로 위에 정지한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함선에서 고에너지를 응축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예전 별의아이를 죽일 때 쓰던 그 플라즈마 빔을 어나이얼레이터에 수직으로 내리꽂아 넣었다.
제대로 된 싸움도 못해보고 출격하자마자 단 5초동안 뿜어진 플라즈마 빔에 의해 정확하게 이등분되어 바닷속 어초로 변해 침몰하는 어나이얼레이터를 본 감마는 이미 이성을 잃고 회의실에 집기들을 모조리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또 다른 함선이 화면에 잡혔다. 아니, 화면에 잡힌 건 함선이라기보다는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도시와 같은 형상을 한 물체였다.
“저건 또 대체 뭐야?! 왜 도시가 날아오는 건데?!!”
이미 갑작스런 공습에 정신이 반쯤 나간 오메가는 또 다시 자신의 눈을 의심 할 수 밖에 없는 광경을 보고 모듈의 과부하를 겨우 참으며 격노의 외침을 하고 있었다.
“오메가, 잠깐. 저것좀 봐. 저건 전투지역으로 가지 않는데?”
“뭐가 델타?! 또 뭔데 그래?!”
델타가 말한 대로 화면에 그 도시처럼 생긴 물체는 이상하게도 전투지역을 회피하고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투지역을 넘어 거대한 면적의 수용소같은 곳 바로 위에서 정지했다. 이윽고 밑바닥에서 수용소 안의 넓은 평지를 향해 황금색의 빛기둥을 쏘아 두 지점을 이었다.
오메가는 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급박해짐을 느끼고 다급히 알파를 찾기 시작했다.
“대체 알파는 어디서 뭐하고 있는거야?! 알파! 지금 어디야!......알파!!!”
연락이 되지 않는 알파.
“부관! 유미!! 당장 알파 찾아서 이리로 데리고와! ......... 부관! 이년은 또 어딨는거야!!!!!”
역시 연락이 되지 않는 부관 유미.
그때 델타가 화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오메가! 저거 알파랑 유미 아니야? 또 하나는 누구야...?......!!!!!!!!! 오드리??? 저거 내 의자년이잖아?!?! 저것들이 왜 저기서 알파랑 뭐하는거지?!”
그녀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화면에서 보이는 알파, 유미, 오드리 세사람은 방금 전 도시함선이 켜놓은 빛기둥으로 난민 바이오로이드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저 년들이 지금 우릴 배신한거야?!”
이제는 오메가 마저도 회의실 집기들을 내던지며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가 가서 끝장을 내야겠군.”
감마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자신의 건틀렛을 만지작거리며 회의실을 나섰다. 한쪽 눈은 안대로 가렸지만 그 안대를 뚫고 나올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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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이 빛기둥으로 들어가세요! 저 함선을 타야만 여러분들이 살 수 있습니다!!”
“알파님... 자매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거 정말 타도 되는거죠? 빛기둥 속에 들어가니까 자매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는데 괜찮은거죠?”
“날 믿으세요. 오드리. 구원자분들께서 오신겁니다. 시간이 없어요. 시간 안에 모든 자매들을 탑승시켜야 해요! 곧 지구 전체에 죽음의 빛이 덮칠거에요!”
알파, 유미, 오드리 세 사람은 정신없이 수용소에서 난민 바이오로이드들을 불러내어 도시함선에 올려보내고 있었다.
사실 이 세 사람은 피난작전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난민들에게 몰래 저항군의 근황, 저항군 사령관의 정체, 사령관의 목적, 인류공화국의 모습 등을 퍼트리는 공작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하지만 펙스의 감시체계가 촘촘했던 나머지 난민들은 그런 정보의 진위여부를 알 수 없었기에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허나 오늘, 그녀들이 직접 두 눈으로 소니언의 인류에서 온 압도적인 군세를 목도하고 약속이나 한 듯이 피난을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알파, 유미, 오드리의 인도 하에 엑소더스, 대탈출을 감행한 것이었다.
한창 세 사람이 탈출을 돕고 있을 때 멀리서 작은 셔틀 우주선 한 대가 날아와 그녀들 옆에 착륙했다.
이윽고 셔틀에서 똑같이 세사람이 나왔다. 바로 소니언과 라비아타, 그리고 용이었다.
“알파,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소니언이 알파에게 탈출의 진척도에 대해 물었다.
“사령관님. 현재 절반정도 탑승 완료했어요. 작전개시 초반에 자매들이 함대를 보고 살짝 겁을 냈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순조롭게 탈출하고 있어요.”
“좋소. 저항군은 모든 난민이 탑승 할 때까지 펙스의 AGS병력으로부터 방어임무를 수행 할 것이오. 그 후에 우리도 마저 탑승 한 후 이 우주를 뜰 것이오. 그러니 최대한 서둘러야 하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그리고...”
“그리고...??”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을 구해주셔서.”
알파는 정중하게 두 손을 모아 90도 인사를 하며 소니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감사인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뒤에 해도 늦지 않소. 지금은 탈출과 생존에 집중하시오.”
//치칙...칙... 대장님. 소멸파 발생기가 도착했습니다. 현재 네오테라의 라그랑주 포인트 L1 지점에서 충전대기중입니다.//
그린프론티어 함대에서 소니언에게 소멸파 발생기의 도착을 알렸다. 소니언이 지휘관 회의때 밝힌 것처럼 이 장치 하나만으로 태양계 전체에 파장이 뒤덮이게 될 예정이다. 네오테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명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생명체, 그러니까 철충, 별의아이, 그리고 바이오로이드를 즉사시키는 이 죽음의 빛이 곧 당도한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철충과 별의아이만을 없애기 위해선 바이오로이드들을 서둘러 탈출시켜야만 한다.
“이젠 진짜로 시간이 없군... 일단 충전을 시작하면 주요 퍼센트마다 나에게 알려줘.”
//알겠습니다 대장님.//
함대와의 교신을 끝낸 소니언은 곧바로 교신채널을 변경하여 저항군 전체 회신으로 명령했다.
“모든 오르카 저항군 인원들은 들어라. 현재 난민들이 탈출을 진행중에 있다. 우리는 그들이 전부 탈출하도록 난민수용소 주변을 방어한 후 곧이어 도시함선에 탑승 할 것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번 임무는 적들을 섬멸하고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저항군이 단 한명도 빠짐없이 멀쩡히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지금 막 소멸파 발생기가 도착했다고 한다. 이 말은 즉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지. 그러니 전투에 몰입하지 말고 불필요한 교전은 무조건 피해라. 그리고 최대한 빨리 이쪽으로 오도록. 무조건 살아서 탈출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저항군 사령관으로서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다. 이상.”
“스틸라인 지휘관 마리 확인!”“호라이즌 지휘관 대리 세이렌 확인!”
“스카이나이츠 지휘관 슬레이프니르 확인!”
“배틀메이드 지휘관 대리 콘스탄챠 확인!”
“둠 브링어 지휘관 메이 확인!”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지휘관 레오나 확인!”
“앵거 오브 호드 지휘관 칸 확인!”
“캐노니어 지휘관 로열 아스널 확인!”
“몽구스팀 지휘관 홍련 확인!”
“컴패니언 지휘관 리리스 확인!”
“확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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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대 지휘관들이 일제히 소니언의 명령을 접수하고 임무에 뛰어들었음을 알리는 교신을 해왔다.
소니언은 모든 명령전달을 확인한 후 조용히 라비아타와 용을 바라봤다. 라비아타와 용은 그런 그에게 조용히 미소와 경의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워요 당신. 결국 처음에 했던 말을 지키시는군요. 처음에 당신이 자매들에게 왔을 때 하셨던 말 기억해요? 우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했던...”
“자매들은 영원히 주군의 강인함과 인간으로서의 따뜻함, 그리고 강고한 신념을 기억할 것입니다. 주군을 사령관으로 모시게 되어 정말로 영광이었습니다. 경의를 표한다는 표현도 모자를 정도입니다.”
라비아타와 용은 가슴속에서 터져나오려는 어떤 뜨거운 감정을 애써 누르며 소니언에게 무한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뜨거운 감정은 뜨겁기 때문에 억누를수록 더 강하게 세어나오는 법. 두 사람은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자 급히 눈물을 훔치며 민망해했다.
소니언은 그런 두 사람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자매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었어. 솔직히 내가 해준 건 너희들이 스스로 희망을 가지고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등 뒤에서 조금 밀어준 것 뿐이야. 이 신화의 진짜 주인공은 너희들이야. 그리고, 회포는 모든게 마무리 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임무에 집중해.”
“네.”
“알겠습니다 주군”
“마무리가 되긴 뭐가 된다는 거지?”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협화음. 먼발치에서 검은색 슈트에 한손은 거대한 건틀렛을 착용한 여성이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사령관님. 저자는 레모네이드 감마에요. 레모네이드 모델 중에 가장 전투력이 강한 개체입니다. 조심하세요.”
알파는 소니언에게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말을 하며 당부했다.
“주군. 저 자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궁금하군요.”
용이 소니언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마치 과거에 한번 맞닥뜨린 적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용, 감마와 아는 사이야?”
“네. 과거 멸망전쟁 시기에 저의 부사령관이었습니다. 악한 자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와 같이 무인으로서 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자였는데 어찌하여 저렇게 되었는지는...”
“괜찮겠어? 그냥 내가 제압해도 될텐데?”
“아닙니다 주군. 제가 하겠습니다.”
용은 그렇게 말하고 감마쪽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윽고 용과 감마는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쳤다.
“오랜만이군 감마.”
“이게 누구야~ 무적의 용 아니신가. 관속에서 죽어있었는 줄 알았는데”
“어찌 된것이오...”
“응? 뭐가?”
“과거 우리 두사람은 함께 인류를 위해 철충을 무찌르고 다녔잖소. 그때 내가 본 감마는 고결한 무인의 표본 그 자체였소. 그런데 지금 그대는 그저 살육만을 갈구하는 모습 같구려.”
“하, 잘나신 무적의 용께서 이제사 내 걱정을 다 하시네? 뭐, 그동안 연민의 감정이라도 커졌나?”
“감마, 그대의 처지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이건 아니오. 그러지 말고 저항군과 함께 하는게 어떻겠소? 다시 한번 그대의 무인으로서의 모습을 보고싶소.”
용은 그렇게 나지막히, 그러나 진심을 다해 감마에게 과오를 바로잡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감마의 눈빛은 과오를 반성하는 빛이 나이라 분노를 더 끌어올리는 빛이었다.
“나더러 또 다시 당신 밑에서 뒤치다꺼리나 하고 살라고? 아니지. 그건 안될 말이지. 지금의 내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모를 거야.”
“감마. 왜 그러는 것이오. 만일 본관이 그대에게 어떤 잘못이 있어 이리 된 것이라면 말해주시오. 사과 할 것이 있으면 내 사과하리다.”
“하이고, 100여년 동안 뭘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성인군자가 되어서 오셨군. 100여년전 그 날을 기억하나? 우리가 서로 혈전을 벌이던 그 날.”
“...... 기억하고 있소. 하지만 그때에도 본관은 그대를 죽일 생각이 없었소. 그저 의견차이로 인한 대립이 격해진 것 뿐이었지. 사실 싸울 필요도 없었잖소”
“뭐야... 진심으로 나와 싸운게 아니었던거야?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당신을 진정한 무적의 무인으로 여기고 그것에 한이 맺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마는 살기가 녹아있는 웃음을 허공에 내지르며 허탈해했다.
사실 감마는 용에 대해 상당한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똑같이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갖고 용을 자신의 라이벌로 여기고 있었으나 능력의 차이로 항상 용보다 뒤쳐져있었다. 용의 부사령관으로 있을 당시에도 그 감정을 한결같았다. 그렇게 점점 열등감과 경쟁의식이 커져가던 와중, 휩노스병으로 인간이 모두 죽고 이후 생존한 바이오로이드의 노선을 두고 의견대립이 심해져 결국 감마의 열등감이 폭발했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상호간의 혈전을 벌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용은 그때당시 자신은 전력을 다해 싸움에 임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혔고 그 말은 감마에게 있어서 죽음보다 더한 굴욕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감마는 한참동안 웃기만 하다 이내 건틀렛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이내 그 특유의 살기를 띄는 한쪽 눈을 용에게 보이며 말했다.
“뭐, 괜찮아. 어차피 지금 그 때의 마침표를 찍으면 되니까.”
“감마. 그게 무슨?!”
“오랜만에 무적의 용의 칼 맛 좀 볼까?”
“잠깐 감마! 이러지 마시오!”
“이번엔 진심으로 싸워주길 바랄게.”
그렇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감마는 순식간에 용의 코앞으로 돌진해 거대한 건틀렛을 꽂아넣으려 했다.
용 또한 순간 당황하다 이내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내어 막으려 했다.
그렇게 둘 중 한사람이 끝내 죽어야 끝날 것 같은 싸움이 시작되려나 싶더니...
‘투팡~!!!!’
소니언이 두 사람 사이를 순식간에 파고들어 한 손으로는 용의 검을, 다른 한 손으로는 감마의 건틀렛을 막고 두 무기를 악력으로 으스러뜨린 후 뺐어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직후 소니언은 용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칼 부숴뜨린건 미안해... 하지만 아까 말했잖아. 불필요한 교전은 피하라고.”
“죄...죄송합니다 주군. 저도 모르게 그만...”
용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속이며 말했다.
“헉...!!! 인간님의 힘이 저렇게나...!! 자료로만 봐왔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더 믿기지가 않네요.”
소니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알파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감탄했다.
“익숙해지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어요 후훗.”
라비아타는 마치 이런 상황을 처음겪는 신입을 보듯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감마였다.
“뭐....뭐야...!!! 당신... 대체 뭐야?! 인간인가? 인간의 뇌파... 인간인데 어째서 그런!!”
지금까지의 분노는 어디가고 경악하는 표정만 짓는 감마.
“아. 미안. 나 같은 인간은 처음일 거야. 건틀렛 부서진건 유감이다.”
“정체가 뭐냐 인간... 어디서 나온 거냐고 묻잖아!”
“이 분은 다른 우주에서 오셨소.”
소니언 대신 답해주는 용.
“뭐? 다른 우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럼 저 하늘에 떠있는 함대와 도시는 말이 된다고 보시오?”
“그...그럼 저것들도...?”
“맞소. 이분께선 본래 저 강력한 함대를 지휘하시는 분이오. 오르카 저항군 사령관직은 그저 이분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작은 은혜일 뿐이오.”
“이....이 말도 안돼는,,,”
“감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펙스군은 절대로 주군의 함대를 이길 수 없소. 아니, 함대 뿐만 아니라 주군의 인류 전체를. 저쪽 우주에서 살고 있는 인류는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문명을 이룩하고 살고 있소. 은하계를 지배하는 인류를 상상해보았소?”
“으...은하계...?!”
“저쪽 인류에게 철충과 별의아이는 적도 아니오. 그저 지나가다 밟히는 개미같은 존재들일 뿐.”
“..............!!!!!!!!!!!!!!”
“그리고 이제 곧 이 지구에 종말의 파장이 덮쳐질 것이오. 철충, 별의아이, 그리고 바이오로이드 모두 동시에 소멸시키는 파장을 저쪽 인류가 쏠 것이오.”
“뭐...? 우리까지? 어째서 우리까지 없애는 거지?”
“소멸파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오. 하지만 주군과 주군의 인류는 그것을 모두 생각하여 우리 바이오로이드 자매들을 피신시키려 하고 있고. 저 거대한 도시가 바로 그 과정이오.”
“왜 저들은 그런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는 거지? 그냥 쏘면 되잖아.”
“그건 저분들이 저희를 도구로 보지 않으니까요.”
라비아타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당신은... 인간? 저쪽 우주에서 온건가?”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라비아타에요.”
“라비아타...라비아타.....???...!!!!!!!!!!! 삼안의 라비아타?! 어째서 인간의 뇌파가?!”
감마는 경악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 볼 것 마냥 놀란 얼굴이 더 크게 놀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제가 바로 우리 사령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목표라니.... 설마?!”
“네. 우리 자매들은 인간이 되어 저쪽 인류사회에 일원으로서 살거에요.”
라비아타는 온화안 미소를 지으며 감마를 바라봤다.
감마는 여전히 혼란스러움과 놀라움을 내비치며 애써 정신을 차리려 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모든 난민의 탑승이 완료됐어요. 이제 저항군만 탈출하면 되요.”
때 마침 모든 펙스 난민이 도시함선에 탑승을 완료했다는 알파의 보고가 알려왔다.
“수고했소. 알파. 세 사람은 먼저 함선에 탑승하시오.”
소니언은 알파, 유미, 오드리 에게 먼저 도시함선에 탈 것을 권유했다.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이렇게 자비로운 은혜, 모든 자매들이 잊지 않을거에요.”
그렇게 알파, 유미, 오드리 세 사람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니언에게 인사한 후 차례로 빛기둥으로 들어갔다.
알파는 탑승하기 전 마지막으로 감마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감마. 부디 옳은 선택을 하기 바랄께요. 저쪽세계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렇게 알파까지 빛기둥을 타고 하늘에 떠 있는 도시함선으로 올라갔다.
감마는 그런 광경을 멍하니 보다 천천히 자신 앞에 서 있는 소니언, 라비아타, 용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을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요, 그리고 자유를 위해서요.”
라비아타가 감마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진정한 모습? 자유? 그게 뭐지... 바이오로이드에게 자유라고?”
“만들어질 때부터 유전자와 모듈에 각인된 것밖에 할 수 없는 삶이 아닌, 진짜로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말이에요.”
“말도 안돼.... 그런게 있을 리가...”
“감마. 당신 앞에 있는 제가 그 증거에요. 저는 더 이상 저를 방해하거나 억압하는 것들이 없어요. 제 뇌파를 느끼면 알 수 있잖아요.”
“.......개소리......”
“감마. 당신이 자꾸 싸움을 원하는 것, 막연한 호승심을 불태우는 것, 별 다른 이유 없이 펙스 회장들을 부활시키려 하는 것. 이것이 진정 당신 스스로 확립한 관념인가요?”
“나는....그것이야말로... 나에게 있어서 기쁨이다...”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만들어져...? 그렇게 느끼도록...?”
“생각해봐요. 바이오로이드가 가지는 관념이 어릴때부터 경험을 통해 확립된 것인지.”
“나..... 어릴 때......아니....어릴 때가....기억이....”
“당연히 기억이 없죠. 만들어졌으니까. 태어난게 아니니까.”
“만들어져..........나는 대체....”
감마는 속에서 일렁거리는 급격한 혼란스러움과 불안정한 자아가 느껴짐을 깨닫고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않고 말았다.
그 후 한동안 말없이 땅만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세 사람에게 물었다.
“이게 아니면 난 무엇을 할 수 있는거지? 나의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거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리하면 너의 가치는 너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소니언이 감마에게 답했다.
“지금의 나를 포기하는 것임에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너 자신을 되찾는 것이다.”
“내 능력이 사라지는 것인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얻을 것이다.”
“인간처럼 짧은 생을 살다 가는 것인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치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런 말을 지금 내게 한들.....”
“믿어라.”
“차라리 나에게 명령으로 저 함선에 타라고 하지 그랬나.”
“명령보다 신뢰가 더 단단하기 때문이지.”
감마는 이내 다시 눈을 감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과거,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관, 자신의 것이라고 믿었던 목표. 이 모든 것이 부정당함을 느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해방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 진정한 인간으로 서의 정체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자신의 분노를 덮으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륵... 휙...’
자신의 한쪽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벗어 던지고 두 눈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일어섰다.
그리고 소니언에게 말했다.
“약속해줄 수 있나?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자네에게도 남는 장사일 거야.”
“훗, 한번 살아보면 알겠지.”
//이봐 감마?! 지금 뭘 하는 거야?! 무슨 짓 하려는 거야?!!! 응답해!! 야이 X아!! 지금 너 설마?!.....//
‘툭....빠직....’
감마는 오메가로부터 폭언에 가까운 교신을 더 이상 듣기 싫었는지 착용하고 있던 교신기를 집어던지더니 발로 밟아 부서뜨렸다.
그리고 다시 세 사람에게 말했다.
“약속 지켜야 한다. 사령관. 내가 지켜보겠어. 그리고 용...”
“말해보시오 감마.”
“......미안하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그 말을 들은 용은 조용히 감마를 두 팔로 감아 안았다. 그리고 작고 평온하게 감마에게 말했다.
“다시 돌아와줘서 기쁘다오 자매여.”
그렇게 감마도 빛기둥을 타고 올라갔다.
이제 남은 저항군 뿐.
“저항군에게 전한다. 전원 즉시 교전을 중단하고 이곳으로 와라. 반복한다. 교전을 중단하고 한명도 빠짐없이 도시함선에 탑승하라.”
소니언은 최종적으로 마무리를 짓듯 모든 저항군 자매들리 탈출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그때.
“사령관! 아스널일세!”
아스널이 급박한 교신을 통해 뭔가 위기상황이 터진 것을 알렸다.
“무슨 일이야 아스널?”
소니언은 아스널이 있는 방향을 보며 말했다.
“철충이다! 철충이 때거리로 몰려오고 있다! 거의 수십만마리는 되어보이는군!”
“뭐?! 철충?!”
“각하! 마리입니다! 여기도 철충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습니다! 수가 너무 많습니다!”
“주인님! 철충 고위개체들도 거의 다 온거 같아요! 컴패니언과 배틀메이드가 함께 있는데 갑자기 놈들이 나타났어요!”
“사령관! 사방에 철충들이!!..... 샌드걸 엎드려!!!!!”
“저항군 전 인원은 교전하지 말고 무조건 이쪽으로 달려! 어서! 놈들이 펙스의 괴멸을 눈치챘다. 함대는 저항군이 탈출 할 수 있도록 포격지원하라.”
소니언의 말 대로 철충들은 그동안 강한 군세의 펙스군에 의해 외곽지역으로 철저히 밀려났지만 느닷없이 갑자기 나타난 우주함대에 의해 펙스가 괴멸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고 일제히 펙스 본거지에 진군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함대가 자신들 입장에서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었던 소니언의 함대임을 알아차리고 이 것을 일거에 토벌할 목적으로 주변지역에서 가용병력을 박박 긁어모아 밴투버 한 곳에 집중한 것이었다. 사방에 수십만이 넘는 철충들이 나타난 것은 그런 이유가 있었다.
//대장님. 소멸파 충전이 70%에 도달했습니다. 임계점에 도달하여 연쇄반응을 시작했습니다. 어서 탈출하셔야 합니다//
함대에서 소니언에게 소멸파의 징행상황을 알렸다. 이미 연쇄반응이 시작되어 발사될 때 까지 손을 쓸 수 없는 단계가 왔다는 의미였다.
소니언, 라비아타, 용 세 사람은 초조하게 자매들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멀리서 조금씩 낯익은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이쪽으로!”
라비아타가 저항군을 향해 외치고 손을 높이 흔들며 위치를 알렸다.
“다들 낙오자 없이 온 것인가?!”
용이 도착하는 부대를 하나한 확인하며 낙오된 인원이 없는지 살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느 한명이라도 낙오되어 탈출을 못하게 되어 소멸파에 휩쓸리는 것을 본다면 나머지 살아남은 자매들로 하여금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음이 자명했다.
“배틀메이드, 낙오자 없음!”
“스틸라인, 낙오자 없음!”
“스카이나이츠, 낙오자 없음!”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낙오자 없음!”
“둠 브링어, 낙오자 없음!”
“호라이즌, 낙오자 없음!”
“캐노니어, 낙오자 없음!”
“앵거 오브 호드, 낙오자 없음!”
“컴패니언, 낙오자 없음!”
“몽구스팀, 낙오자 없음!”
“없음!”
“없음!”
“없음!”
.
.
.
.
.
.
.
하지만 그녀들이 누구던가. 소니언과 함께 무수히 많은 전투를 치룬 그녀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들과 소니언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한 듯 전원 무사히 퇴각에 성공했다.
“전원 탑승하라!”
소니언의 지시와 동시에 저항군들도 일제히 빛기둥 안으로 들어가 도시함선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함대. 혹시 모르니 이 지역에 바리오오리드 스캔을 한번 더 해봐.”
소니언은 함대에게 바이오로이드를 감지하는 스캔을 한번 더 할 것을 명령했다. 만일에 경우를 대비해 미쳐 탈출하지 못한 난민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 대장님. 바이오로이드 5명이 잡히는데요?//
함대 상황실에서 소니언에게 여전히 감지되는 바이오로이드가 있음을 알려왔다.
“뭐?! 5명? 어디인데?”
//어... 그게 지하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지하........아. 그럼 됐어.”
//예 대장??//
“걔네들 우리편 아니야. 전 함대는 철수한다.”
소니언의 말 대로 마지막으로 감지된 5명의 바이오로이드들은 당연 레모네이드들이었다.
막바지에 생각을 바꾼 감마와 달리 남은 5명은 아직도 이번 일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며 싸움에 몰두해 있었다.
“감마 이 개같은 X년!!! 내가 가만 두지 않겠어!!!”
여전히 회의실 집기를 집어 던지며 사자후를 내밷는 오메가.
“말은 잘하네! 이렇게 된 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런 오메가를 손찌검하면서 분노를 뱉는 델타.
나머지 레모네이드들은 그저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곧 닥칠 자신들의 운명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체...
만일 누군가가 이 추태를 보았다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들이 멸망 전 인류와 무엇이 다른지...멸망 직전까지 서로를 반목하던 인류와 어찌 이리 똑같을까...”
아무튼 소니언, 라비아타, 용 세 사람을 마지막으로 모든 저항군이 도시함선에 탑승했다.
이윽고 도시함선은 빛기둥을 끄고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대기권을 통과한 도시함선은 그 후 그린프론티어 함대와 합류 하여 최대출력으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전 함대, 초공간도약 준비! 도약속도 그대로 멀티버스게이트를 통과한다.”
소니언은 실로 오랜만에 함대장으로서의 모습으로 그린프론티어를 지휘하며 인류공화국이 있는 우주로 넘어가기 위한 공간도약을 지시했다.
“어..???!!! 다들 저것좀 보시지 말입니다!!”
그러던 와중 한 브라우니가 자신들이 떠나온 지구를 보며 외쳤다.
다른 자매들도 일제히 브라우니가 가리킨 지구를 보았다.
그녀들이 떠난 지구는 마치 전기장 덫에 갇힌 쥐처럼 소멸파에 의해 빈 곳 하나 없이 덮힌 모습이었다.
언뜻 보기엔 아름다운 빛깔의 모습이었지만 자매들은 잘 알고 있었다. 저 빛 아래에서는 원죄를 계속하고자 하던 자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지구는 자매들의 시야에서 점점 작아지다 함대가 초공간에 진입하면서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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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어느 행성.
어느 남녀와 그 사이에 어린아이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아직 안늦었지?”
남자가 여자를 보며 말했다.
“아직 시간 괜찮아요 여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됐는데...”
여자가 남자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부부인 듯 하다.
“알람소리도 못 듣고 늦잠잔 건 실로 오랜만이네.”
“그러니까 어제 술 좀 적당히 마셨어야죠 에휴...”
여자의 핀잔이 남자의 얼굴에 꽃힌다. 허나 남자는 그게 싫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젯밤....
“어서오세요. 어머, 이게 누구야?”
백옥같은 피부와 은발에 가까운 긴 머리를 한 채 가게 안에 서 있던 가게주인이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듯 반갑게 남자를 맞이했다.
“오랜만이야 레오나. 잘 지냈어?”
남자는 똑같이 반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별 일 있겠어? 나야 뭐 가게 운영하고 쉬는 날에는 쉬고 그러지 뭐~ 소니언은? 라비아타 언니도 잘 지내고? 애는 얼마나 컸어?”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레오나였다.
“마누라도 잘 있지. 딸아이도 이제 5살이라 어린이집에서도 잘 지내더만.”
“흐흥~ 그렇구나~ 언제 한번 집에 놀러가도 되지?”
“물론 안될게 어딨어. 온다면 언제나 환영이지 하하.”
“그래. 후훗, 아, 서있지 말고 여기 앉아. 뭐 마실래?”
“항상 같은거. 돈 루치아노 모스카토”
“하여튼 탄산 들어간 건 엄청 좋아한다니까... 좀만 기다려 사장인 이 몸이 직접 대접해드리죠.”
레오나는 소니언을 바 테이블 앞에 앉힌 후 차갑게 냉각시킨 와인잔에 와인을 안주와 함께 내어왔다. 그리고 다른 잔을 꺼내 자신이 마실 와인을 따랐다.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딫힌 뒤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음~ 막연히 깊은 맛을 탄산이 잡아주니 가히 내 취향에 딱 맞아. 레오나 가게에서 마셔서 더 그런가?”
소니언은 레오나를 보며 짓굿게 미소지으며 맛을 음미했다.
“벌써 취했어? 마누라도 있는 분이 사장까지 유혹할려고? 애아빠가 돼서 더 철이 없어진거 아니야?”
“에이 그냥 넘어가 주라~ 간만에 만나서 좋아서 그렇지. 우리가 뭐 하루 이틀 본 인연도 아니고 말야.”
“인연.... 그렇지... 사연 많은 인연이지 우리도 후훗”
레오나는 잠시 지나온 과거를 회상했다. 바이오로이드로 만들어져 전장을 누비다 소니언을 만나고 이런저런 일을 겪다 인간이 되어 어느덧 자기가 하고 싶었던 와인바 주인이 된 지금까지.
“어때 우리세계에서 몇 년 살아보니까?”
“글쎄~ 나쁘진 않네?”
“뭐야, 별 감흥이 없어?”
“그래요~ 없다~ 왜~”
“하지만 얼굴에 행복이 넘쳐흐르는구만”
소니언의 말 그대로 일부러 별 감흥 없는 척 하는 레오나였지만 얼굴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행복감은 어쩔 도리가 없어보였다. 확실히 저항군으로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하고 밝아진 분위기의 그녀였다. 말투고 그렇고.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 못했던 훈훈한 대화를 나누며 술의 향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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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그 몇잔만에 헤롱헤롱 거려서 레오나가 우리집까지 데려온 건 기억은 나요?”
라비아타가 소니언을 살짝 째려보면서 전날에 대해 한소리를 시전했다.
“미안합니다 마누라님~!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
“에휴... 진짜... 남편인지 아들인지 어떤 때는 햇갈린다니까.... 후훗.”
라비아타는 아내로서 소니언에게 한소리를 하긴 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 말 하나하나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는 것을.
이윽고 세 사람이 어느 건물 앞에 도착했다. 어린이집 간판이 달린 건물 문 앞에 어떤 이가 서서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와요~ 좋은 아침이에요~”
“자, 선생임께 인사해야지”
소니언은 자신의 아이에게 인사를 시켰다.
“안냐세여 마리 션생니임~!”
“네~ 안녕하세요~ 키 큰 아이도 안녕하세요~”
마리가 소니언을 보며 장난을 치며 인사했다.
사연은 이랬다. 인간이 된 마리는 자신이 인류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살지 고민하다가 자신이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는 어린 남자아이를 좋아하던 그녀였지만 인간이 되면서 아이들 모두를 좋아하는 것으로 확장된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곧장 유아교육 종사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았고 작년부터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었다.
‘다들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잘 사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 하하.’
소니언은 자매들이 공화국에 온 직 후 약간의 걱정을 했던게 사실이었다. 그녀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제대로 적응을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그녀들은 그녀들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정하기 시작했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가치있는 인생을 걷고 있었다.
이미 그녀들의 눈에서는 과거의 암울했던 원죄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들의 눈은 행복과 성취감이라는 빛이 새겨져 맑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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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습니다.
뭔가 용두사미같고 갑자기 지리멸렬해진 느낌을 받으셨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 (현실의 삶이라는 핑계를 조금 대봅니다 ㅠㅠ)
마지막 화는 그냥 제가 라스트오리진의 팬으로서 '이렇게 하면 자매들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원작 게임의 설정, 스토리 다 재끼고 마음껏 써본 화입니다. (그래서 감마에게도 사심이 들어간 구원의 손길을... ㅎㅎ)
여튼, 보시기에 따라 재미없었을 수도 있는 열 편 넘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언젠가 다른 스토리의 글을 쓸 수도 있겠으나 언젠지는 저도 장담을 못드리겠네요. (도 다시 현생 핑계를 대봅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라스트오리진 잘되게 해주세요 (기도)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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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실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감정선을 살려서 진득하게 쓸 수 있었는데 제가 전문작가도 아닌 일개 샐러리맨으로서 코로나가 풀리자 일거리가 갑자기 늘어나 여유가 사라졌다는 점이 큰 원인이었습니다 ㅠㅠ 언젠가 다른 글을 쓸 때는 시리즈물이 아니더라도 한편 한편 여유를 가지고 써봐야겠습니다. | 22.05.20 0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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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레모네이드 개인 성향에 따라 한명한명 결말을 정하려 했는데 분량조절실패+필력저하+기타사정으로 인해 행적이 어느정도 알려진 주요 캐릭터만 어떻게 구해보고 전부 치워버렸습니다....ㄷㄷㄷ 원작과 맞지 않아 불쾌하셨다면 송구드립니다 ㅠㅠ | 22.05.20 08: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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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딱히 깔끔하지 못한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22.05.20 08: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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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는 매력덩어리라 공식에서도 저항군에 합류하길 바라는 마음에 살려봤습니다 ㅎㅎ | 22.05.21 21: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