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더모드를 하면서도 다시 느끼지 못했던 초반의 분노와 도전 정신이 세키로 하면서 나오더군요.
사실 다크 소울을 입문했을 적에도 초반부가 꽤나 분노와 집념으로 가득 차 있었죠. 그래도 생각보다 그렇게 엄청나게 헤맨 수준은 아니었지만....
세키로 시작하고 첫 난적이었던 닌자 사냥꾼 미센인 겐신입니다. 창잽이들은 간파로 때려잡으라는 팁을 받긴 했지만, 실전에서는 그놈의 하단 or 찌르기 이지선다를 적재적소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동작 보고 대응하면 되긴 하는데 워낙 전투 템포가 빠른 게임이라 당황하게 되더군요. 이 게임은 소울보다 포아너 하던 유저들이 더 잘한단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체감할 수 있었죠.....
첫 인살은 무조건 백스텝으로 시작한지라 나름 수월하게 시작했지만, 이상하게 그놈의 이지선다 대응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서 알면서 맞는 일이 많았습니다. 뭔가 스꼴라 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죠. 피해도 쳐맞고 막아도 쳐맞고..... 닼소2 때처럼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환장할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나름 수월하게 진행했던 닼소3에서도 첫 난적이 로스릭 기사였습니다. 처음에야 어찌저찌 가드 올리고 건실하게 때려잡았지만, 이후에 연습한다고 내려갔다가 이놈한테만 수십번을 죽어나간 아픈 기억이 있죠. 이 녀석한테 죽어나가면서 두려움이 분노로 변하고, 이것들을 반드시 다 때려죽이겠다는 집념으로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격투게임 컴까기 할 때마냥 분노의 힘으로 첫스릭 기사하고만 30분을 특훈을 펼쳤던 뻘한 기억이 있죠. 물론 이놈하고 벌인 30분 특훈은 헛짓이 아니었습니다. 이후에 로스릭 세트 파밍한다고 볼드 화톳불 앞에서 주구장창 로스릭 기사들만 때려잡아댄 덕에, 이후 기사몹들도 빨리 적응하고 게임이 좀 쉬워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저도 소울을 마냥 쉽게쉽게 적응하고 진행한 재능충은 아니었어요. 어찌보면 뻘짓처럼 보였던 특훈이 제 피와 살이 되어준 셈입니다....
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난적이었던 적귀. 이놈이 군다급으로 사람을 돌게 만든다고 하는데, 제 체감으로는 군다보다 이놈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군다는 패면서도 잘만 하면 깨겠다 느낌이겠지만, 이놈은 잡기 한 방 혹은 평타 두 방이면 황천길이라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었죠. 평타는 어찌저찌 튕겨내면 됐는데 잡기 피하는 요령이 전혀 없는게 문제였습니다. 분명 스탭을 밟았는데 타이밍을 몰라서 매직 리치에 걸려드는 촌극이 자주 벌어졌죠.
인살 한번하고 자꾸 죽는 일이 반복되자, 슬슬 분노가 치밀기 시작해 이놈 하나만큼은 때려죽이고 끄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혔습니다. 패고 스탭밟고 패고 불 뿌리고 굉장히 저돌적으로 들이대니까 의외로 더 쉽더군요. 이놈의 초강력 파워 밤에 여러 번 순삭당한 보람이 있는지 두려움은 오기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10번 쯤 죽어나간 끝에 간신히 때려잡았죠.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소울류의 성취감이 다시 차오르며 제게 또다른 소울뽕을 선사해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좀 빡치긴 했지마는....
비슷하게 소울에서도 날개 기사한테만 서너번 죽어가며 계속 돌아오느라 빡친 때도 있었죠. 로스릭 기사와는 달리 이놈은 여기까지 다시 오는 것도 막막한 그런 놈이었습니다. 특히 빛 기둥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더군요. 물론 상술한 적귀에 비하면 이놈은 훨씬 양반입니다.
생각해보면 소울 때도 로스릭 기사에 날개 기사, 거기에 미믹까지 새로 만났던 적에게는 다 한 번씩은 죽어봤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게임들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계속 죽는다고 좌절하는게 아니라 빡쳤던 덕이 가장 큽니다. 빡쳤기 때문에 반드시 다 때려죽이겠다는 집념이 생겼고, 그 집념이 게임을 끝까지 진행할 수 있게 만든 근성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이미 여러 번 클리어한 게임이라 전혀 느낄 수 없어 아쉬운 감정이죠. 감정은 격하지만 게임에 대한 몰입감은 최고조였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1편과 2편은 도전과 성취감보다는 그냥 역사스페셜 하는 느낌으로 시작했던지라.... 3편으로 단련된 덕에 상대적으로 적응이 쉬웠던 탓도 있고, 보스전들이 전반적으로 3편보다 쉬워서 성취감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1편 클리어했을 적에도 와 고전명작 재밌었다 ㅎㅎ 정도였지, 내가 1편을 해냈어 나 너무 굉장해! 같은 3편 시절 느낌은 없었죠. 유저들이 소울 시리즈에 중독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성취감이란 점에서 보면 좀 안타까웠습니다.
그나저나 힘겹게 세키로 허덕허덕대다가 간만에 닼소를 들어갔는데.....
게임의 익숙함+리쉐이드의 신선함이 겹쳐서, 그야말로 힐링 게임 그 자체였음을 느끼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세키로가 힘들어서 힐링한다고 들어간게 닼소라니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결론은 저처럼 35% 할인에 혹해 사서 고통받는 일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소울 좀 해봤다고 잘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성취감은 성취감이고 쏟아지는 피로감은 전혀 다른 이야기죠. 퇴근하고 스트레스 푼다고 게임하는 건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결국 적귀라도 패죽였으니 그 다음 날도 정신 못 차리고 홀린 듯이 켤 것 같지만;
다크 소울 3부작과 세키로까지 하면서 느낀 점인데, 3편은 정말 초보친화적이고 순한맛인 게임이었습니다. 적응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취향과 스타일도 빠져들 수 있는 갓겜이었읍니다...... 같은 프롬 게임에 정통 소울맛을 묻혔다 해도, 원판 다크 소울을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IP보기클릭)124.59.***.***
(IP보기클릭)22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