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진득하게 뭔가를 붙잡을 시간이 없어서 짬짬히 1편 리마스터를 해봤는데.....
3편으로 입문해서 3편만 클리어해보신 분들은 1편도 꼭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초반부에서만 뺑뺑이 돌고 있지만, 1편을 해보면 다크 소울의 악명이 어디부터 시작됐는지 정말 피부로 체감됩니다.......
더불어 배경이 같아서 그런지 뭔가 과거로 시간여행하는 느낌도 들더군요. 3편 시점에선 먼 옛날의 막연했던 이야기들을 그 당시의 시점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전편을 통틀어서 시리즈 전통의 네임드 인기 캐릭터들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고..... 3편의 인기 캐릭터들도 많지만, 시리즈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솔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얼굴마담들은 거진 1편에서 나왔더군요.
물론 3편 초중반부가 마냥 행복했던건 아닙니다. 3편을 4회차째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올챙이 적 기억이 미화된 느낌이지만, 3편도 분명 허덕허덕하고 힘겹던 구간은 많았죠. 하지만 1편을 하다보면 3편에서의 힘든 기억들이 프리패스 이야기였다는걸 깨닫게 되더군요.
1편의 의의 중 하나인 태양 만세의 원조를 직접 영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지간하면 처음으로 소환하는 NPC 백령일텐데, 3편의 첫 백령인 사자기사 알버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함을 자랑하시는 분이죠. 물론 제가 들어간 가고일전에선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막바지에 광탈하는 굴욕을 당하시긴 했지만.....
3편에서 모든 망자들의 스카이포지가 되어주신 안드레이옹. 정황상 3편 영감님의 조상이시라는데.... 생긴 거랑 목소리까지 똑같은거 보면 거의 팬서비스 수준입니다. 뭔가 마비노기 퍼거스를 마영전 가서도 만난 느낌이었네요. 물론 우리들의 영감님께선 퍼거스 따위랑은 비교하는게 실례인 장인 중의 장인이지만.....
3편에서 유쾌함과 감동과 간지를 선사해줬던 지크벨트의 원조이신 지크마이어. 아직 제가 고성까진 못 간지라 여태 입구에서 죽치고 계십니다. 긍정왕 양파벨트 아재와는 달리 약간 쫄보끼가 있으신 분이죠.
초반에 어이없는 연속 낙사로 5000소울이나 날려먹고도 게임을 계속했던 이유입니다. 한방에 뜬 흑기사 대검으로 꿀좀 빨아보겠다고 버틴 거였죠. 3편만 해보신 분들은 흑기사 따위가 뭔 대수냐 하시겠지만, 이 게임에선 초반 지역 흑기사들 리스폰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못 먹을 수도 있다는 거죠. 잡는거야 무한뒤잡 퍼먹이면 죽는 호구였지만 안 흘릴 수도 있기에....
비룡검과 4강 흑기사 대검을 만들고도 시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스트 강화에 쓰는 화방녀의 혼을 뭣도 모르고 사용해버리는 사태가 터졌죠. 진짜 이건 5000소울 날렸던 때보다 더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듣기로는 초회차 에스트 풀강도 안된다는데, 그 와중에 1강을 날려먹었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할맛도 좀 안 나더군요. 1편의 불친절함의 단면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아주 그냥 썩은맛이 진동을 하더군요.
하지만 날려먹은 에스트 1강 때문에 새 캐릭을 파기엔 흑기사 대검이 너무 아까웠고, 결국 패널티 하나 먹는 셈치고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여기저기 돌면서 기사들 패죽여서 소울 파밍하고 검은 숲 정원에서 죽어나가면서까지 상급기사 세트를 먹었죠. 그 다음에 단숨에 흑기검 4강까지 찍고 학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황당한 이유로 마음이 꺾인 전사가 될 뻔했지만, 초반 흑기사 대검에 모든 운을 쓴 셈치고 마음을 비웠더니 그냥 하게 되더군요.
모드를 쓰면 게임 첫 시작부터 완벽한 2B 코스프레로 니어 소울마타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건 1회차 끝내고 나중에나 해야겠더군요.
3편도 그리 오래했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선 나름 숙련된 닼린이였던데 비해서.....
1편은 갈 길이 멉니다. 3편의 재의 귀인과 같은 이름으로 하니 뭔가 조상님으로 플레이하는 느낌이네요. 조상님께선 궁극의 창잽이인 대신 직검을 드럽게 못 쓰십니다.
1편을 하면서 3편보다 여러모로 당황스럽고 헛짓을 많이 했던 이유는 공략을 별로 안 본 탓이 컸습니다.
시스템도 여러모로 달라서 착각했던 부분도 많았고, 3편도 처음엔 좀 불편했지만 그 3편이 쾌적할 정도로 1편의 조작감이 구리기도 했죠.
중간 구르기의 판정이 전혀 달라서 회피 플레이가 반쯤 봉인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2B 해본다고 방랑자 태생으로 갔더니 3편 중간 구르기와 같은 판정이더군요. 덕분에 초회차 기사로는 수용소 데몬과 맞딜을 했던 데 비해, 방랑자로는 회피를 치면서 한 대도 안 맞고 클리어하는 사태가......
1편도 3편과 본질적으론 같았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악랄하진 않지만, 3편에 비해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더러운 구간이 많더군요.
3편에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진 기능들이 1편에선 일일히 하나하나 찾아서 만들어야 하다보니 난이도가 더 뛰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초반에 화톳불 전송이 안 된다거나, 대장장이를 찾아가거나 수리 상자를 사서 장비들을 직접 수리해야 한다거나.... 한 번만 죽어도 망자가 된다거나, 에스트를 10병 이상 채우려면 인간성(3편에선 잔불)으로 화톳불을 하나하나 강화해줘야 한다던지.... 진짜 3편이랑 비교하면 서바이벌 호러가 따로 없는 혹독한 구성이었습니다.
거기다 필드 진행도 3편처럼 순차적으로 가는게 아니라, 그냥 여기 가다보면 딴 지역 나오고 저기 가다보면 딴 지역이 나오는 구성이라 어디부터 가야할지 막막하게 만들더군요.
이 모든 구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발견할 때는 쩔어주는 레벨 디자인에 감탄하게 되지만, 어디가 어딘지 헷갈려 죽는 초반부엔 그냥 막막할 뿐입니다. 화톳불 전송이 안되니 더더욱..... 그래도 일부 구간에서 진행 순서만 바꿀 수 있던 3편보다는 탐험하는 자유도가 높다는 느낌이긴 합니다. 일단 아예 망하기 직전인 3편보다는 맵 경치가 은근 이쁘기도 하고....
왜 1편부터 해온 올드 유저들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지 알거 같은 느낌이었읍니다........
그러니 이 동네에서 저랑 비스무리하게 3편만 해보신 분들은 1편도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3편을 정말 쾌적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그거랑 별개로 게임 자체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중간중간 거슬리고 짜증나던 부분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극복하면서 진행하니 그것도 재미였다고 느끼는게 역시 다크 소울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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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악의를 느끼고 싶다면 스콜라로 가시면 됩니다. 1 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편의성을 취하고 병자의마을급 맵이 최소3개 | 20.01.16 05: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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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는 악의를 떠나서 디자인이나 밸런스가 병맛이란 소릴 들어가지고...; 싼맛에 사보려다 관뒀습지요 | 20.01.16 06: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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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나 편의성은 1보다 훨씬 좋아요. 맵디자인이 병맛인거랑 조작감이 좀 이상하다는거..그리고 적응력과 누적소울매칭 이 단점이긴한데 누적소울이나 강인도 시스템도 다 1떄 망해버린 밸런스를 맞춘다고 나온거라 2편도 할만해요 | 20.01.16 06: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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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조작감이 생각보다 구려서 실망스럽긴 했는데... 하다보니 어느샌가 몰입하고 있었죠 ㅋㅋ; | 20.01.16 17: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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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능열쇠를 안 받고 반지따위를 받고 시작했습니다...ㅠ 맨땅헤딩의 한계.... | 20.01.16 17: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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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차
꼭 해보십쇼 ㅋㅋㅋ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크소울이라 할만합니다 | 20.01.16 17: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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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하는 재미는 1편이 3편보다 뛰어난거 같아요 ㅋㅋ 전투가 3편보다 좀 답답하고 쉬워서 그렇지... 거기에 3편에선 설정상 말로만 듣던걸 실제로 보는 생생함도 포인트죠 | 20.01.16 17: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