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톰캣이라고 불리는 스트리트 파이터 유저입니다.
먼저, 얼마 전 오픈카톡방 관련하여 게시판에서 한차례 논란을 일으킨 점. 게시물을 보시는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당연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뒤 게시판에 글을 적는 것은 행동 자체가 가장 조심스러운 과정이 되었습니다.
후기를 올릴까 말까... 이 후기를 적는 행동 그 자체가 어떻게 받아질지 몰라 새벽까지 후기작성을 갈등했습니다만,
대회를 참여하지 못한 분들에게 나름 간접체험이 될 것이고, 어쩌면 이 글을 계기로 유저가 한분이라도 대회 참여에
적극적인 관심이 생긴다면, 격투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있을 것 같아 조심스레 후기를 작성해 봅니다.
캡게에 계신 여러분들께서, 미처 이 곳 게시판 분위기 파악을 못한 캡게 뉴비의 철없는 행동이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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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이 게시판을 들리시는 분들 처럼, 저 역시도 스트리트 파이터 5의 기대감은 상당히 컸습니다.
이미 스트리트 파이터의 모든 시리즈를 즐겨왔기에, 어떤 식으로 연습하고 실력을 늘려가야 했는지는 알고 있었고,
30대 중반이 넘어선 나이인 만큼,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은 못하겠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베타부터 열심히 참여하며 노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열린 두개의 대회소식.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신청하면서도 두근두근 하더군요.
...
대회 당일 새벽. 최종적으로 캐릭터 점검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라시드를 베타부터 쭉 했지만, 달심 유저가 주변에 없어 도와주겠다 연습한게 어느새 라시드보다 더 낫다는
판단과, 대회에서 유니크한 캐릭터라는 예상, 마지막으로 달심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약간의 생각까지 합쳐
달심으로 결정 뒤, 드디어 오늘이 대회라는 기대감에 밤을 새버렸습니다.
얼마나 대회를 기대했냐면, 조금이라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까 싶은 두려움과, 온라인 매치에서 4,500~5,000 LP를
머물고 있는 실력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탈락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아직 해도 안뜬 새벽 4시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집 밖을 나설 정도였습니다.
그 뒤 오전에 스파 유저 몇분과 모여 혹시나 있을 커맨드 실수와, 이론적으로 모르는게 있는 지를 최종 점검 뒤 대회장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봄비가 내릴 정도로 날씨도 춥지 않은 괜찮은 날씨였습니다.
...
너무 급했던 것인지, 지각을 피하기 위해 미리 도착한 오전 11시는 아직까지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곧 대회를 하겠구나. 생각하며 안을 살짝보니, 이미 전날에 준비를 다해놓으셨더군요.
차후 도착한 분들과 문 밖에서 안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있던 중, 얼마 안있어 운영진 중 한분인
단물청년님께서 도착하셨고, 왜 이렇게 일찍 왔냐는 살가운 인사와 함께, 전날 저녁 9시까지 모두들 준비를
마치고 돌아갔다는 뿌듯함 섞인 말을 들으며 회장에 불이 켜지는 광경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
대회 예선은 방송이 진행되는 메인 장소 일부와, 맞은편 비슷한 크기의 장소 두 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주최측에서 미리 세팅을 완벽히 해두었기 때문에, 12시 출석체크까지 여유있게 모니터에 적응할 시간이 있었고,
매직스틱 역시 모든 대전대에 배치되어 있어 스틱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도 낮설지 않도록 이미 배려가 되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PC판으로만 즐겼기 때문에 지참한 스틱 없이 그냥 맨손으로 왔으며, 매직스틱이 나에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계속 있었습니다만, 만져본 매직스틱의 완성도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에 충분한 퀄리티였습니다.
'이 정도면, 대회에 이걸 사용해도 될 것 같아' 라는 확신이 들기까지 오래걸리지 않았고, 이런 주최측 배려 덕분에
컨트롤러에 대한 아쉬움 없이 승자 3차전까지 진출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철저한 준비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한차례 방송 경기를 거친 후 저는 승자 4차전에서 다들 알고 계시는 '인생은 잠입'님과 만나게 됩니다.
...
방송경기 내용은 http://www.twitch.tv/team_spiritzero/v/52433524 주소에서 1시 46분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새벽에 귀가하여 대회 방송을 채팅 리플레이와 함께 다시 봤습니다. 다들 결과에 대해 굉장히 흥미있게 보셨는데,
그런 시청자 반응을 저 역시도 재미있게 읽어, 실제 경험한 당사자인 제 소감을 잠깐 적어보려 합니다.
일단 잠입님과 싸웠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대응법도 놀랍지만, 반응속도가 무시무시하다'는 점입니다.
1경기 마지막 상황입니다. 당시 저는 앞점프 뒤, 바로 드릴킥으로 내려와 재차 저에게 유리한 거리를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앞점프를 한 상황에서 내쉬가 놓치지 않고 대쉬 후 점프 중킥으로
라운드를 마무리 짓습니다.
먼저, 저는 이렇게 당할 거라는 생각을 아예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당해본 경험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다음 행동을 위해 레버를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즉 제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히트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경기 내내 몇번이 지속되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거리에서, 생각지 못한 공격이 나왔으며, 게임 내내
'지금은 내가 안전한 시간이니, 빨리 상황을 정리해보자' 라고 생각했던 몇가지 것들이 제 생각보다도 빠른 내쉬의
반응 속도에 하나 둘 깨어졌습니다.
이런 전개는 마지막 라운드의 EX 소닉 사이스 KO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바로 전까지도 이 고도에서 맞을거라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으며, 두번의 시합이 끝난 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저게 되는구나...' 였습니다.
이건 100% 수많은 경험이 쌓여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론 이전에 사실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려면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는 대전이었습니다. 재능이나 선천적인 반응속도를 논하기 이전에,
상황에 따른 연습의 투자시간이 엄청났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대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지금 집에서 대회 리플레이를 다시 보며 '내가 저 때는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당시 지금 생각하고 있는 생각을 못했었냐 하면 사실 그 것도 아닙니다.
가장 큰 차이는 게임 플레이 경험, 그 다음은 게임 플레이 도중 날이 서있는 자세였습니다.
'왜 그리 난 여유있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보다 나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 결국 저도
경험과 연구가 지금보다 훨씬 높게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바꿔 말하면, 너무 '온라인에서 이기는 법'에 찌들어 사고가 그 안에 갇혔다고 해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보다 아쉬운 것은. 제 사고를 보다 확장 시켜줄 이런 플레이어를 온라인에서 만난 적이 없었으며, 나아가
이런 플레이어를 지금까지 만난 적 없듯이, 앞으로도 온라인에서 다양하게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온라인에서의 나름 계속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던 5,000 LP라는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으며, 다음에 더
잘해봐야지 생각으로 다시 차근차근 계획을 세울수록, 대회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이상 평상시 내 실력을
검증받을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차후 게임이 더욱 연구되어 유저 전체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된 환경이라면 가능할까? 생각도 있습니다.
아직은 세계적으로도 캐릭터의 연구가 충분히 되지 않아, 상성을 논하기 조차 이른 시점이니까요.
무엇이 어떻게 되든, 아마 방법이 있을겁니다. 없으면 찾아내야죠. 계속 이대로 질 수는 없으니까요.
경기는 대회 중 최단시간 승패가 갈려진 전개가 아닌가 싶은데, 그 속에서 제가 느낀건 위와 같았습니다.
...
전반적인 경기 관람은 위 사진과 같이, 대형화면을 통하여 박진감 넘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스피릿 제로'팀이 관련된 스트리트 파이터 대회는 꾸준히 참여해왔는데,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그들의 노하우는 어느새 시행착오를 마치고 하나의 틀이 갖혀진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스피릿 제로의 팀이 관여한 대회는 분명 재밌으며, 만족스러운 귀가를 보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스스로 대회 참여자로서 게임 플레이를 보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크겠지요.
...
그렇게 뜨겁던 대회도 어느새 '인생은 잠입'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진심으로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는 풍림꼬마님 플레이도 즐겁게 관람했으며, 그래도 회장에
계속 얼굴도장을 내민 보상인지 잊지 않고 다음 대회에 또 보자 약속하며 몇몇 분들과 인사하는 과정까지 즐거웠습니다.
이제 3시간 뒤면 오늘은 넥슨 아레나에서 대회가 있고, 당연히 어제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하려 합니다.
한우리 매직스틱컵 대회 행사에 관여해주신 모든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자친구에게 토요일 회사가 바뻐 출근한다고 거짓말한 보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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