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의 <메달 오브 아너> 리부트는 우리들의 생각보다 더 야심찬 물건입니다. 싱글플레이 개발팀인 '데인저클로스'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로 대표되는 이 업계의 과장된 묘사, 흡사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화려한 스타일을 버리고 대신 육중한 무게감과 진지함을 앞세워 거의 <블랙 호크 다운>의 리들리 스콧 감독의 경지를 노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실망한 것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IGN과 같은 메이저 평단의 뻔한 비평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싱글플레이가 짧고 놀랍도록 지루하다"라는 식으로 수사하면서 정작 기존 FPS 게임들의 관습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에 거의 보지 못한 기묘한 형태의 스토리텔링 형식을 보여줍니다. 비장한 묘사의 초반을 거쳐 본격적으로 액션이 넘치는 중반을 거치면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각 미군 부대들이 서로를 구해주는 형태를 배열한다는 점에서 (죽음의 문턱에 놓인 레인저 부대를 구한 아파치 편대, 그리고 숨어있던 대공화기에 위협받는 그들을 구하는 델타 포스) 뻔한 전우애의 양식을 과시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후반에 진입하면서 서로를 구하기 위한 이들의 헌신은 점점 꼬여갑니다. 샤이콧 산맥의 찬 공기와 위압적인 적들의 공세 속에 대원들은 지쳐가고 희망의 가닥은 점차 얇아져가며, 급기야 대원들의 다양한 시점을 보여주는 가운데 그들은 흡사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처럼(게임을 클리어하신 분들은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실겁니다) 서로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전우를 구하는 것은 숭고하지만 전장은 그들의 헌신을 가만히 놔둘만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이것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바탕이 된 실화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게임의 이야기에 바탕이 되었던 2002년의 로버츠 고지 전투는 안타깝게도 의로움이 구원받지 못한 참사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적진 한 가운데 낙오된 전우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돌아간 소수의 동료들이 다시 고립되고 또 그들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레인저 부대 역시 위험에 처하게 된 그 사건은, 단순히 서로 총구를 겨누는 전쟁의 비극 뿐이 아니라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간애 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는 총체적인 비극이라는 점에서 더욱 끔찍한 의미를 가집니다. <메달 오브 아너>가 이 실제 사건과 많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팀은 현실에 서려있는 비극의 실체를 좀 더 확장하여 이야기의 구조를 짰습니다. 위기에 처한 동료를 위해 적재적소의 순간에 단비처럼 나타나는 활극의 쾌감은 점차 사라지고, 남는 것은 그저 피로에 지친 두 손에 쥐어진 주인 잃은 군번줄 뿐입니다. 그것은 곧 찬란한 영광 대신 전장에서 적을 죽이고 얻은 허무입니다.
미국의 많은 영화와 비디오게임들이 '팍스아메리카나'를 위해 미국의 병사들이 싸우는 모습을 장렬하게 전시하지만, 사실 거기에 드러나는 '전우애'라는 것 자체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닙니다. 탈무드의 말처럼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만큼 세상에 의로운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영화와 게임에서 구경하는, 저멀리 이국 땅의 병사들에게 부여되는 전사로서의 정의로운 가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10년의 <메달 오브 아너>는 그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세상에 대해 말합니다. 그렇게 데인저클로스는 함부로 얕잡아 볼 수 없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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