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올린 줄 알고 깜박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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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 섀도르 조우
부제: 시체의 갈망어린 삶
그르르르...
사람의 일부였던 그림자들이 바닥에 산처럼 널브러져 있다. ‘용’의 자아는 배고픔에 허덕이며 시체들을 짓밟는다.
콰직-.
땅에 비치는 그늘들을 하나씩 다져놓은 다음, 불로 화르륵-, 불태운다. 먹이를 먹듯이 하나씩, 하나씩 태우던 그는 수많은 것들을 전부 태우자 멍하니 서있기 시작했다.
“...”
스륵-.
‘용'의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작은 실뱀이 그런 먹이를 노리며 다가온다. 성공하면 커다란 전력이 그녀의 편이 된다. 압도적인 화력에 부러움을 느낀 ‘소녀'는 꼭 애완'용'이 갖고 싶어졌다.
실은 ‘쥬다이'의 뒤를 점하며, 목덜미를 향해 쉬릭-, 날아갔다.
촥-.
그릉-?
성공적으로 몸에 닿은 실은 목을 감싸며 온 몸을 결박하려고 든다. 그에 화들짝 놀란 ‘용'은 불쾌한 느낌에 사방으로 불을 분사하며, 실을 태워버린다.
화르륵-!
그 끝을 알 수 없이 마치 작은 회오리처럼 올라가는 불꽃 속에시 ‘쥬다이'는 벌꿀을 녹인 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보고는 그대로 돌진한다.
크아아-!
우레와 같은 돌진에 소너는 옆의 타조같은 드래곤를 타고 황급히 도망간다. ‘쥬다이'는 도주하는 소녀를 타켓으로 잡고 쫓아간다.
*
‘내 실이 그대로 불타다니...!’
너무 성급했다. 적어도 시체병사를 몇십 마리를 바치고 재웠어야 했는데. 욕심을 부리다가 된통 당하게 생겼다.
소녀는 탈것을 이리저리 조종을 해서 잽싸게 빠져나오지만, 드래곤인 소년은 앞길을 막는 것을 모두 부셔버리며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아까 보았던 브레스를 쏘지는 않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보아하니 잠자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거 같으니까...
정신없이 쫓기던 그녀는 이윽고 저멀리서 그동안 놓쳤던 인간들과 자신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증오스런 돌덩이 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보였다.
... 이대로가면 저쪽과 부딪친다...! 곤란함을 느낀 소녀는 앞뒤로 적들이 있는 형태에 억울하다고 생각하다가, 둘을 공멸시키면 된다는 기막힌 생각이 났다.
소녀는 좀더 타고있는 드래곤의 몸통을 발로 쳐서 속도를 냈다. 목표는 인간 놈들과 무식한 돌들이 있는 곳으로...!
콰캉-!
*
계속 이름모를 소녀를 쫓으며 쥬다이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었지...? 안개가 낀 머리를 나름대로 굴리며 생각을 이어갈려고 시도했다.
[... 배고파, 저걸 불태우자. 감히 ‘나'를 구속하려 했어. 먹어치워야 해...!]
... 맞다. ‘나'는 지금 배고파, 저걸 먹어야 해... 본능의 합리적인 말에 빛이 잠시 돌았던 눈은 다시 어두워진다.
앞길을 막는 벽은 모두 망가뜨리고 피워올린 화산속의 녹아내린 용암처럼 생긴 불꽃으로 다가오는 그림자 인형들을 전부 불태우며 전진한다.
쥬다이의 눈은 금빛 실핏줄이 꿈틀대며 모여든 것처럼 점멸한다. 곧 저 토끼같은 녀석을 붙잡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잡으면,
갈갈이 찢어서 실을 놀리던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내고 그 손바닥에 불을 박아넣어 벽에 걸어놓고 천천히 타오르는 것을 구경할 것이다.
평소라면 떠오르지 못할 생각이 그를 잠식한다. 하지마... 제발... 안 쪽의 ‘나'가 정신을 차렸는지 애원해오지만 무시한다. 저것만..., 먹어치우고 처음으로 배부르게 잠들 것이다.
입 안에서 그 상상을 하자 군침이 도는지 작은 불꽃을 하나 피워내며 턱을 타고 흘려내렸다.
그렇게 소녀를 쫓길 몇 분째, 해소되지 않는 허기에 부러 본성이 짜증을 내며, 입 안으로 불을 씹어삼키며 작은 공을 만든다.
휘이익-.
작은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진 핏자국이 묻은 금색 불꽃이 소녀를 겨냥한다. 이대로 쏘아서 꿰맬려고 하는데, 신경쓰지 않았던 인간들 틈에서 타이요가 보였다...!
아... 안돼-! 이대로 불을 뱉어버리면, 소녀뿐만 아니라 사람들, 특히 ‘타이요'까지 다친다...! 쥬다이는 남은 이성으로 몸을 멈춰세워서 황급히 브레스를 입 안으로 꿀꺽-, 삼킨다.
불을 다시 흡수한 몸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들어온 에너지로 포만감을 느꼈고, 배가 든든해지자 졸음이 몰려왔다. 쥬다이는 머리의 불꽃뿔마저 꺼트린 채 털썩-,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