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본편을 안 잡은지 꽤나 오래됐는데, 찜해놨다가 뒤늦게 산 엠파로 간만에 무쌍만 뒤지게 달렸네요.
작년에 할인버프 먹고 샀던 오로치3도 사견탑 정복까지 쉬지 않고 달렸었는데.... 무쌍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본 중독성은 꽤나 수준급입니다.
45시간을 플레이하고 쓴 거라 쓸데없이 스샷도 많고 말도 많습니다. 이것도 997장이나 찍은 스샷들 중에 추리고 추린 것들이죠.... 물론 여기다 몇 백 장씩 넣진 않았으니 그 부분은 괜찮습니다.
초회차는 가볍게 보통 난이도에 편집무장으로 킹순신 장군님을 만들어 달렸습니다. 삼국지10 고대무장으로 나오셨던 이순신 장군님 플레이를 떠올리면서.... 솔직히 삼탈워는 고사하고 코에이 삼국지랑 비교해도 민망해지는 전략성이더군요. 이건 애초에 본질이 무쌍게임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2회차는 여포-어려움으로 클리어하고, 3회차부터 이급판 끼고 바로 수라에 돌입했죠. 수라에서 원소군으로 관도대전을 한다는 건 미친 짓이더군요. 애초에 조조군이 개털어버리도록 설계된 스테이지라 파훼하기가 더럽게 힘듭니다. 이벤트 전투라 거점부터 먹으면서 버틴다는 일반전에서의 개념이 안 통하더군요. 거기다 조조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 띄엄띄엄 배치된 아군 무장들+일반 신분이라 개별지시도 안 돼서 타파가 힘듭니다. 원소로 직접 하면 또 모르겠지만....
일단 안량을 개털러 오는 관우+장료+서황 졸렬 3인방이 기병이라는 점을 이용해, 보병인 안량과 동행을 찍고 상성으로 썰어버린다는 전략을 썼습니다. 오소 털러 오는 조조도 기병이라 장합과 동행하면 상성으로 압도할 수 있긴 한데.... 이 때는 제가 첫 수라라 결국 20분 넘게 사투만 벌이다 죽어나가서 패하고 말았죠.
결국 여령기는 접고 바로 동백으로 바꿔서 3회차 수라를 리트라이했습니다. 이번엔 그냥 저도 졸렬하게 조조군으로 들어가서 관도대전에 참여했죠. 제가 후달려서 원소군 관도가 어려운게 아니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수라고 뭐고 조조군 무장들이 떼거지로 다 털어버리더군요. 이 때는 제가 일반이라 개별지시 없이 무지성으로 돌격했는데도 알아서들 밀어버립니다.
겸사겸사 친목질도 해서 조건달을 남동생으로 삼기도 했죠. 게임 시스템들이 전반적으로 구색맞추기 식이라 좀 웃기는 상황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성공적인 친목질로 첫 수라만에 절영과 적토마까지 먹었죠. 유비랑은 친목질을 못해서 적로는 아직 못 먹었습니다. 이젠 누구랑 친해져도 말을 안 주는걸 보니 이 게임에서 얻는 말들은 다 얻었나 봅니다.... 오로치3의 슬레이프니르나 페가수스 같은 걸 바란 건 아니지만 좀 아쉽네요.
솔직히 수라는 무장 플레이를 하면 군주의 무지성 경영에 골때리는 경우도 많은데, 그 무지성 경영을 하는 작자가 조건달이라면 아무래도 상관 없어집니다. 거기다 장군-대장군까지만 되면 전투 참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서, 군주의 무지성 공격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게 되더군요.
의형제까지 맺어서 우호도까지 풀이면 평정 때 웬만한 정략을 다 들어주는지라 사실상 섭정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 뭐만 하면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오' 하던 형제작과는 딴판이군요.....
다음은 서양기사가 하고 싶어서 편집무장으로 했습니다. 아예 얼굴이 안 보이는 컨셉을 하고 싶어서 시커멓게 떡칠했는데.... 문제는 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저런 묘한 모습이 됩니다. 그냥 코난 범인 같아요..... 거기다 갑옷에 맞추려고 대검을 들었는데 완전히 개똥무기였습니다.
수라임에도 나름 원만하게 운영하며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방랑군을 일으킨 초선을 때려잡기 위해 방어전을 나섰다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게 됩니다. 초선이 요오망하게 자꾸 매 전투마다 거대 축생들을 소환하더군요. 거기다가 비책으로 거점 점령하려고 들면 무쌍무장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방어하는 성가심까지..... 만날 때마다 신수 소환하는거 진짜 드럽게 빡칩니다.
초선의 방랑군한테만 세 번이나 패하는 굴욕+연속적인 방랑군 궐기 백도어를 당한 후, 급작스런 현타+빡침이 온 제 심정을 반영하듯 흑화하고 말았습니다. 병력을 가혹하게 징병하며 백성 쥐어짠 돈으로 연회를 벌이는 폭군이 되고 말았죠. 웃기는 건 악덕 운영이 단기적인 효율은 뛰어난 편입니다.
웬만한 군소세력들을 정리한 후 불굴의 초선만 남았던 상황. 포섭으로 클론무장들을 뺄 만큼 빼고 파괴공작으로 방어레벨을 뺄 만큼 빼서 쳐들어갔습니다. 이 게임은 초거대 최강 세력이 되어도, 수라에선 대충 쳐들어가면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하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죠.
그렇게 세 번이나 격파당해 땅에 떨어진 위신을 세운 후....
성 하나로 3번이나 버틴 불굴의 하비성 방랑군의 수장인 초선입니다. 얘가 괜히 여포와 동탁을 이간질해 개판을 만들 수 있었던게 아니죠.
제가 여캐들은 웬만해선 안 처형하는데, 얘를 잡았을 당시엔 연패했던 개빡침+장시간의 게임 플레이의 피로 때문인지 이를 박박 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득 시도도 안하고 곧바로 처형해버렸죠. 얘를 따르던 무쌍무장들도 앞뒤 안 가리고 처형했습니다. 이 게임은 처형한다고 패널티도 딱히 없어서 무지성 처형이 가능하더군요.
결국 천하를 통일하고 동탁을 잇는 마왕이 되고 만 흑태자님.... 눈 가늘게 뜨고 조명만 어두우면 저 요상한 비주얼도 그럴 듯해집니다.
저 시커먼 얼굴이 묘하게 위화감도 들고 해서 결국 정상적인 얼굴로 바꿨습니다. 약간 언데드 기사 같은 느낌을 내보려 했죠.
본격 스피드런 루트였던 5회차 수라 왕원희입니다. 1군들을 여캐들로만 구성한 심히 뽕빨물스러운 회차였죠. 삼국정립에서 방랑군 만들고 존버하다가, 수도가 헐렁해져 있던 조건달을 쳐서 한 방에 흡수하고 시작했습니다. 이 게임의 난이도가 요령만 생기면 형편 없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수도 하나만 먹으면 세력 하나가 깡그리 흡수당하니..... 덕분에 회차 회전율이 빨라서 좋긴 하지만, 전략성을 굉장히 떨어뜨리는 요소기도 하죠.
물론 조조 세력을 먹고 시작해서 엄청난 우위에 서서 시작하긴 했지만, 그게 또 마냥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성도와 건업이 바로 국경에 맞닿아 있어서 빠른 통일이 코앞에 있었지만, 유비군은 처음으로 제한시간 임박 메시지를 보는 등 굉장히 힘들게 공략했죠. 중간에 한 번 죽기도 하고 전황이 2000명 정도 벌어져서 위기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저떻게 치열하게 버텨서 역전해내긴 했지만....
힘들게 촉과 오를 깡그리 삼킨 후, 마지막 남은 맹획군을 도륙하기 위해 파괴공작에 전념하다 급하게 쳐들어갔습니다. 사전작업 중에 또 방랑군이 궐기했기 때문이었죠.... 이 게임은 진짜 무쌍무장들이 심심하면 방랑군 만들어서 깽판을 칩니다. 난세는 아무나 평정하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고증갓겜;
요술병장 지키는데 어째 적군 무장들이 싸그리 몰려와서 한타를 벌이는 모습입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가까운 데서 거점 먹고 있던 아군 무장들을 싸그리 불러들였죠. 이 게임은 병력이 우위에 있어도 개떼 무장을 상대로 무쌍 찍기는 굉장히 힘들더군요. 괜시리 무쌍찍다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병력 20%가 갈려나가서 전황이 순식간에 뒤집힙니다. 뭐가 됐든 게임 편하게 하려면 실시간 병력관리는 필수죠. 이제서야 택티컬 액션 같네요....
어쨌든 맹획군까지 궤멸시키고 5회차 천하도 평정했습니다. 딱 99턴에서 끝난 초고속 플레이였죠. 솔직히 방랑군만 아니었으면 더 빨리 끝났을 듯....
영웅집결 수라나 돌려보겠다고 초회차 주인공이셨던 킹순신 장군님을 다시 꺼냈습니다. 오히려 후기 시나리오들이 세력 수가 적어서 날먹하기 더 쉬웠더군요. 영웅집결처럼 군웅할거류 시나리오는 방랑군 존버하다가 거대세력 날름하는 개날먹 플레이가 힘듭니다. 그래도 영웅집결은 무쌍무장들이 재야에 많이 퍼져 있어서 방랑군 때 골라먹는 재미가 꽤 좋습니다.
아무튼 사자마자 수라까지 단숨에 45시간을 달렸습니다. 이건 8 본편도 그랬던 거지만, 무쌍이 진짜 한창 빠지면 딴게 손에 안 잡힙니다. 지금의 무쌍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싼 똥게임 소리를 듣는 처지지만, 시리즈 특유의 호쾌상쾌함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죠.
근데 수라까지 달리면서 느낀 부분은..... 진짜 구색맞추기 수준만 갖춰진 어설픈 게임은 맞더군요. 전투가 재밌으면 다른 단점들이 좀 묻히는 편이지만, 제가 무진장 재밌게 한 것치곤 6만원 값 못하는 게임은 맞습니다. 특히 이 게임을 했는데 전투마저 재미 없으면 빠르게 환불해야될 게임도 맞아요.....
정략 파트도 대전략 게임을 1도 안 해본 유저들에게 어려운 수준이지, 토탈워는 커녕 코에이 삼국지 정도만 해봐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수라도 괴로울 정도로 어렵다고 하지만, 몇 회차씩 새중국 돌리면서 요령 체득하면 결국 좀 귀찮은 수준밖에 안 됩니다. 이유를 좀 여러가지 써보자면....
1. 방랑군 시스템이 무진장 사기입니다. 특히 이건 세력 수가 적은 후기 시나리오에서 더 두드러지는 부분이죠. 방랑군일 때는 재야무장들이 지역 상관없이 뜨기 때문에 골라먹기 매우 쉽습니다. 거기다 자금/군량 조달하고 모병/훈련으로 키우는 중에 타세력에게 공격도 안 당하기 때문에, 정예부대를 만들어서 키우다가 거대세력 수도를 덮쳐 날먹해버리면 난이도가 심하게 급락하게 되죠. 주로 관도대전 이후 조조 세력이 자주 희생됩니다.
2. 전투 전에 정략에서 타세력을 약화시킬 방법이 매우 많습니다. 파괴공작으로 방어레벨을 30 아래로만 떨궈도 거점이 녹아내리는 데다, AI는 요충지가 아니면 무쌍무장만 한 영토에 떼거지로 때려박는 짓을 잘 안합니다. 거의 클론무장이 섞여있다 봐도 무방한데, 클론무장은 포섭으로 꼬셔오기도 쉬워서 전투 전에 병력을 상당히 줄여놓고 시작할 수 있죠. 그렇다고 무쌍무장들 파워가 어디 가진 않지만, 이 게임은 병력수 전황을 뒤집기가 굉장히 어려운지라 큰 문제는 아닙니다.
3. 참속성 일급판과 보옥만 풀세팅하면 난이도가 또 떨어집니다. 거점병장이나 각종 비책에서 튀어나오는 작전병장, 전령병 등 이런 놈들이 참속성으로 몇 대 쓱쓱 그어주면 순식간에 죽어버리기 때문이죠. 이건 수라 난이도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의외로 저런 놈들이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안 죽어서 골아플 때도 많은데, 참속성만 떡칠해도 이런 부분은 좀 귀찮은 정도밖에 안 됩니다.
4. 병과 상성은 동행 시스템으로 해결 보면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입니다. 제 경우 그냥 무상성인 의무병으로 다니다가, 빨리 제압해야 하는 무장이나 총대장 잡을 때나 동행으로 병과 바꿔서 줘패곤 했죠. 사실 병과 우위에 섰다고 딜이 잘 들어가는 느낌은 아니지만, 역상성 때 패보면 딜이 잘 안 들어간다는게 굉장히 체감됩니다. 결국 병과 상성을 진지하게 신경써야 하는 건 아군 무장들입니다. 얘네는 그걸 맞춰서 지시해야 스무스하게 싸울 수 있죠.
5. 저렇게 모든 우세 상황을 세팅하고 전투에 돌입하면, 비슷하게 공성전이 있는 5편 수라보다 훨씬 쉬워집니다. 솔직히 수라 플레이하다가 어렵고 괴롭다기보다 귀찮고 짜증나는 경우가 더 많았죠. 전황을 우세로 만들고 개별지시로 병과 상성 맞춰서 마크하게 시키면 아군 무장들도 굉장히 잘 싸웁니다. 이 게임의 택티컬 무쌍은 무쌍보다 택티컬이 살짝 더 중요합니다. 오히려 수라 난이도에서 골치 아프고 가끔은 빡치기까지 했던 부분은.....
뭔놈의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수시로 궐기해서 백도어질하는 방랑군들과, 아군 작전비책과 적군 작전비책 동선이 꼬여서 우세 상황도 꼬이는 불확실함이 짜증난 정도였습니다. 뭐 전쟁이라는게 원래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긴 하지만.... 아무튼 저런 요소들과 수도 하나만 먹어도 세력이 멸망하는 시스템 덕에, 요령만 어느 정도 생기면 천통까지 경과시간이 점점 짧아지더군요.
수라 난이도는 그저 피돼지 떡칠에 수시로 굴러서 콤보를 끊어먹는 대 무장전의 피로감과, 시도 때도 없이 궐기해서 흐름을 끊어먹고 정신 없게 만드는 방랑군들의 대환장 파티였습니다. 손도 못댈 개 지옥도까진 아니었어요. 차라리 어려움 난이도 정도의 피통에 수라 AI였다면 나름 싸우는 맛이 있었을 텐데, 수라 피통은 우세 상황에서도 너무 많아서 총대장 잡을 즈음엔 피로감이 극심해집니다. 체력바를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수준이죠.
그런 주제에 구르기는 또 오지게 잘 굴러서 안 그래도 안 깎이는 피통이 더 깎기 힘듭니다. 브레이크 깎고 피니시 넣으려는 순간에도 굴러서 흐름 끊어먹는 경우도 허다하죠. 어려움 하다가 갔을 때는 나름 싸우는 맛이 있다고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돼지같은 피를 깎는 피곤함이 더 심해지더랍니다. 오히려 개별지시로 아군 무장들 붙여두고 딴 볼일 보러 가면 훨씬 빠르게 제압합니다. 택티컬 액션이 맞긴 하네요....
그 외에도 게임 자체의 구색맞추기식 어설픈 설계 때문에 성가시거나 아쉬운 부분들이 꽤 많습니다. 있을 건 다 있는데 좀 아쉬운 느낌이 많다는 거죠.
솔직히 컨셉 과몰입하면서 즐겜한 것만 아니었으면 45시간은 커녕 초회차 천통하고 현타가 왔을 겁니다. 사실 초회차가 제일 재밌긴 했어요.
기껏 홍보했는데 심히 부실한 커스터마이즈나, 괜히 용량만 잡아먹고 할 짓도 없는 반쪽자리 오픈월드를 탑재한 산책모드는 볼 때마다 아쉽습니다. 소울칼리버6 커마 파츠도 가끔 좀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솔칼은 진짜 선녀 중에서도 대기권 밖까지 승천한 선녀였습니다. 괜히 커마칼리버가 아니죠;
아쉬운 부분들을 때우려고 본편에서 엔딩이 열린 결말로 끝나거나, 그냥 이후 등장이 흐지부지된 캐릭터들 뒷이야기 만드는 느낌으로 한다던지 좀 과몰입을 많이 했습니다. 여포 사후의 여령기나 동백이라던가....
본편에서 비중이나 행보가 좀 아쉽거나, 결말이 아쉬운 애들이랑 꽁냥꽁냥댈 수 있다니 얼마나 훌륭한 과몰입 소재입니까? 여포 사후 흐지부지 사라졌던 동백, 장료와 함께 남지 않고 귀신의 딸로서 당당히 살아가겠다며 떠난 여령기, 마초한테 미쳐서 정신건강이 좀 걱정되는 왕이라던지....
예전에 본 리뷰에선 동백이랑 결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게임의 가치란 소리까지 있더군요. 웃기긴 한데 크게 틀린 이야기도 아니라는게 슬프네요. 오로치3에 아테나가 있다면 진삼8에는 동백이 다크호스였던 셈이죠.
쟤들 뿐만 아니라 8편에 여캐가 좀 많습니까? 이쯤 되면 거의 삼국지판 미연시 수준이죠. 무쌍 시리즈가 일본에선 은근 여덕들도 많이 한다는데, 그런 사람들은 잘생긴 미남이나 중후한 간지맨들이 많은 남캐진 덕에 호강하고 있겠죠.
혹시 이 게임에 관심은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다음 요소들을 고려해보는게 좋습니다.
1. 삼국지 덕후임
2. 무쌍 시리즈 골수팬임
3. 뭔 게임을 하건 컨셉질+과몰입 잘함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1번이 아니면 당연히 흥미가 생기기 힘들고, 2번이 아니면 이 게임 베이스가 베이스인지라 8편 특유의 엉성함에 불쾌해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3번입니다. 1, 2번 모두 해당해도 3번이 안 되면 이 게임은 진짜 6만원 값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됩니다. 이건 장수제인 삼국지 13 같은 작품도 비슷한 부분이죠. 이 게임은 시나리오 이벤트 전투나 범용 이벤트 영상 아니면 스토리 요소가 1도 없는 게임입니다. 스토리를 죄다 8 본편에다 때려박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는 플레이어의 상상과 과몰입으로 채워야만 하죠. 안 그러면 진짜 별 목적 없이 천통과 아이템 파밍만 달리는 기계가 되고 맙니다. 그건 곧 끝도 없는 노잼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구색맞추기긴 해도, 무장마다 상황별 대사가 있을 건 다 있는지라 컨셉질과 상상할 여지 자체는 그럭저럭 많이 줍니다.
혹시 8 본편을 재밌게 했다면 위의 1, 2, 3번은 크게 상관 없어집니다. 특히 스토리의 경우 본편을 해보고 해야 과몰입할 여지가 더 많기 때문에.....
아무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한테는 며칠간 신나게 불타게 해준 나름 고마운 게임이었습니다. 본편만 샀는데도 저한테는 나름 돈값한 게임이었네요. 이건 제가 똥믈리에인 탓이 가장 크지만..... 비싸고 엉성한 주제에 또 묘하게 중독성이 엄청났던 게임이었네요.
여기까지 두서도 없고 길기만 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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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서양기사는 꼭 이친구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