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뿌려놨던 마지막 씨앗도 사라졌군"
마인계,칠흑같이 어두운 지하깊은 곳에서 부터 붉은색 형체가 하나둘
원형을 이루며 모습을 드러냈다.거대하고 위엄있는 그 모습은 하나같
이 평범한 마인을 넘어서 그 힘의 정점에 달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짐
작케 했다.
가까이만 가도 죽음의 각오를 다져야 할만큼 위압적인 오라를 풍기는
마인왕, 누가 먼저 먼저 싸움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으리 만큼의 긴장
감속에서 가장먼저 말을 꺼낸건 마인왕들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있
던 초월체 데노스였다.
"이제 확신이 들었겠지. 다이무스 그 녀석이 우릴 배신했다.기다리다
초조해져서 하급들을 폭주시켰더니 녀석이 인간여자와 함께 처부시고
다니더군."
데노스와 가장 가까이 있던 여성형 마인이 손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한 척길이의 길다란 검지를 이용해 어깨까지 늘어진 붉은색 머리카락
을 돌돌감아 돌리고 있었다.
"녀석과의 링크가 끊어졌던건 역시..."
그녀 다음 말을 이은것은 가장 멀리떨어져 있던, 형태가 괴상하리 만치
뒤섞여 세개의 사람모형의 상체가 뒤섞여있는 괴물이였다.
"아라드에서의 경험이 많다는 것만 믿고 놈의 숙주체를 찾아줬더니 이
딴식으로 망치려 드는군."
자신의 자책과 다이무스에대한 분노가 섞인 말을 내뱉는 그 형체에게
데노스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코르모스.
인정하긴 싫겠지만 확실히 너희들보다 강했던 녀석이였으니 말이야.
하지만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다이무스 그 놈이 없더라도 그곳으
로 넘어갈 발판은 마련되있는 상태니까."
데노스는 자신의 측근에있던 있던 여성형마인왕을 보며 그뜻을 설명하
라는듯 이름을 불렀다.
"울도스,"
"얼마전 시로코라는 사도가 죽으면서 거대한 차원의 틈이 발생했었죠.
거기서 우리를 도와줄 만한 인간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힘에 대한
갈망이 아주 강하고 전이라는 현상에 상당히 관심을 보인 자였죠. 그리
고 얼마전 그 인간을 도와주려는 한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정
체는 확실하진 않지만 차원과 관련된 마법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더군요.
그 인간의 욕심과 그 마법사의 힘을 이용한다면 작은 차원의 틈을 열게 끔
만드는것도 가능할겁니다."
여성형 마인왕은 정신계, 즉 숙주의 정신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였고 계약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개체가 천을 넘어서는 부류였다.
"소규모의 틈으론 안된다. 그것을 이용해서 차원을 넘나들기엔 우리들의
존재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하지만... "
"라우니스, 가우니스란 놈과 같은 코스모핀드의 일족이였지"
데노스는 몇칸떨어져있는 남성형 마인왕을 보며 말했다. 그 모습은 근육
으로 잘 다져진하나의 조각을 보는듯 했지만 온몸을 이루고 있는 붉은색
의 기괴한 가시 형상의 뿔과 모형, 돌출된 바위처럼 튀어나온 어깨는 인
형의탈을 쓴 악마와도 같았다.
"흥, 내 앞에서 가우니스놈 얘기는 꺼내지 말라했을텐데, 아무튼 가
능은 하다. 아라드란 곳으로의 차원의 틈이 발생하기만 해준다면 그
좁은 틈을 여기있는 모두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거대하게 만드는 것
쯤은 일도아니지."
"그렇다면 그 인간을 이용하게 되는데는 얼마나 걸릴것 같지?"
데노스가 다시금 울도스에게 물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겁니다. 그가 시로코의 전이현상에 관심을
갖게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과거의 전이현상을 경험하려 할 테니까
요. 저의 아이들을 이용해서 그가 자신의 집단과 함께 차원의 틈을 연구
해나갈 수 있도록 미리 손을 써둔 상태입니다."
"아주 좋다."
데노스는 팔을 가슴 앞까지 들어올려 보랏빛으로 물든 형광의 손을 펼쳐보였다.
손바닥 위에는 손의 색과 같은 빛을 띄고 있는 두개의 인형이 있었다. 섬세하진
않으나 인형들은 각각 남성과 여성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는 펼쳐진 인형을
들고서 마인들을 향해 외쳤다. 그에게서 나온 목소리는 한껏 우렁차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형제들이여, 그 인간이 차원의 틈을 열기만 하면 그때가 우리의 초석이 될것이다.
아라드로 넘어가서 우릴 배신한 그놈과 일족을 처죽이고 위대한 계획을 실행시키
는 것이다."
그는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며 손바닥 위에 있던 인형들을 터뜨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이무스, 우릴 배신한것에 대한 대가는 똑똑히 치루게 해
주겠다. 이 마인왕들이 아라드로 발을 디딛는 순간 네녀석과 네가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것들을 철저히 짓밟을 것이야.'
.........
...
..
마인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공간에서 마인왕들은 다시금 그 모습을
한자리에 모았다.그것은 그 어느떄보다도 긴장되는 상황, 그들이 꾸며놓았던
계획이 마침내 실행되려 하는 순간이 였기 떄문이다. 그들이 모여있던 공간으
로부터 작은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때가 왔군. 차원의 틈이 열린다."
데노스의 말이 이어지고난 뒤 바로 행동을 개시한건 코스모핀드 일족의 마인왕
라우니스였다.
"이제부턴 내가 나설 시간이군"
마인왕들이 첫 발을 내디기 위해 발판으로 지정될 예정인 극비구역,어느 알려
지지 않은 숲 깊은곳에 만들어진 이곳은 제국측에서 모종의 전이현상을 실험
하기 위해 사용된 장소였다.
실험장 가장 안쪽은 지름 100m가량의 넓은 연병장 크기의 원형을 이루고 있
었고 그 한가운데 성인 남성 5배에 달하는 높이의 거대한 차원균열장치가 자
리잡고 있었다.
그 균열 장치를 중심으로 백색 올림 머리를 하고 있는 남성, 아이언울프의 기
사단장인 반과 보랏빛 로브두르고 있어 확실하진 않지만 옷에서 드러나는 볼
륨으로 인해 여성이라고 짐작할 법한 마법 사가 서 있었다.
이 둘은 방금전 전이실험을 거치다 폭발에 휩쌓인 사람들 중 유일하게 정신을
잃지 않은 자들이였으며 그외 실험 견학하러온 어린아이들과 구역을 지키고
있던 모든 경비병들은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거나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분명 실험은 성공적이였다. 장치에 비해 알맞지는 않았지만 그의 반절에 달하는
크기의 균열을 열어 보이는데 성공했으며 그 안으로부터 이계의 몬스터를 소환
하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마법사가 생각한데로 순조로운 듯 했다. 그 후 불안정안 현상을 일
으키더니 갑자기 차원의 틈으로 부터 고차원의 에너지가 뭉쳐 하얀 빛과 함께
근처 일대를 덮어버린것이다. 강렬한 빛에 휩싸여 눈을 보호하고자 질끈 감았
다가 일어난 현상을 목격하니 필두에 있던 반과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모두다
정신을 잃은듯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그런것이 아니였다.
자신이 열어보였던 차원의 틈, 그 모습이 알 수 없는 형태로 뒤틀리더니 자발적
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사가 계획했던 것은 이런게 아니다. 언제나와 같
이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을 이용해 차원의 틈을 열어 사도조차 봉인
했던 그녀의 목적은 단순히 제국 기사단장이 하는 연구를 돕는것- 전이의 힘을 제
국에서 이용해 먹을 수 있을 만한 발판을 마련해 놓는것이였지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할 무언가가 생겨날 위험이있는 이런 거대한 차원의 틈을 만드려 했던게 아니
였던것이다.
"어떻게 된거지? 차원의 틈이 이렇게 거대해 질리가?"
마법사는 불안했다.예언과는 다른 예상치못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빠르게
손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제국측에서 차원의 틈에대한 실험을 무사히 성공
시켰으니 자신이 할일은 끝났다.그러니 이 차원의 틈을 재빨리 닫아야 할 필
요가 있었다. 차원의 틈을 닫기 위해 손을 뻗어 캐스팅을 걸려는 순간 반이
마법사의 팔을 잡으며 막아섰다.
"마법사님?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모양이군요. 뭐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
습니까.그떄 느꼇던 전이의 힘 어쩌면 그것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군요"
그의 얼굴에서 보여지는건 천진난만한 웃음이였다. 공포도 좌절감도 어떠
한 긴장감조차 섞여있지 않은 그저 놀이터에 널려져 있는 재밌는 장난감들
을 발견한 어린아이마냥 웃고있었다. 마법사는 순간 표정을 찡그렸다. 물론
로브에 가려져있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차원의 틈이 갖고이는 미지의
위험을 알고 있는 마법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을 가로막는 한낱 제국기사
단장따위의 행동이 주제넘게 느껴졌다.
반은 마법사가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는 데에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그는 그
저 지금 일어나는 지나지게 흥미로운 전이 현상에 집중할 뿐이였다. 차원
의 틈이 모종의 이유로 커지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떤것을 의미하는 건지 그에
게는 알 바가 아니였다. 오히려 더욱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 반대
는 결코 아닌 것이다. 그는 자신과 마법사만 이 현상을 목격하기엔 조금 아깝다
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쓰려져 있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예상대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는 못하나 아직 완전히 정신을 놓지 않은 사람도
눈에 보였다.그는 살며시 조소를 띄우며 다시금 차원의 틈을 바라봤다. 그리
고 혼잣말같은 소리로 정신을 놓지 않은 몇몇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훗..운좋게 숨이 붙어있네 다행이야 너희도 이런 광경은 흔치 않을걸
평생에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 구경거리라구"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에 눈뜨고 잘 지켜봐 ,살아있는 동안에 말이야."
...
"칫...이미 늦어버린건가..!"
극비구역에 뒤늦게 도착한 붉은 머리의 남성과 팔에 귀수를 두르고 있는 여성, 전
이 현상을막기 위해 조사끝에 찾아온 극비구역에 이미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차원
의 틈을 목격하고는 혀를 차는 다이무스였다.
"이상해.. 저 틈으로부터 비정상적으로 방대한 에너지가 느껴져.."
"하나가 아니야 둘,셋 커다란 에너지의 기운, 지금 그것들이 차원의 틈에서 대기
하고 있는거라면 저 인간들은 지금 미친짓을 하고있는거야..!"
"데노스 설마 네가..!"
셀리나는 경악할 수 밖에없었다. 거대한 차원의 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 분명
그것은 마인왕의 것이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그 수가 열댓명은 되는것 같았다.
"막아야 돼 저게 벌어졌다간 아라드뿐만 아니라 이 세계전체가 어떻게 될지몰라"
다이무스는 차원의 틈앞에 있던 인간들을 바라봤다. 분명 저 놈들이다. 저 멍청
한 놈들이 뭣도 모르고 차원의 틈을 열어재끼려고 한것이다.
모든것의 원흉이 차원의 균열 앞에 서 있던 백발의 젊은 남성과 로브를 두른
마법사라 생각한 다이무스는 그대로 프놈을 개방시켜 그에게 뛰쳐나갔다.
"저 인간들을 막으면 되는건가"!
어디선가 느껴지는 살기, 몰래 숨어서 오는것이 아닌 대놓고 자신들에게 쏘아대는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건 신경이 가장 예민해진 마법사였다.
"..!"
'누군가 이곳을 알아차렸군'
그를 제압해서라도 차원의 틈을 막아야 겠다고 생각한 순간 어딘가로 부터 느껴
진 불길한 기운. 계획이 상당히 틀어졌다. 분명 이 근처에 누군가 올것이란 예상따
윈 하지 않았다. 마음같으면 반을 제압하고 망가진 차원의틈을 소멸시킨 뒤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에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진행되야할 많은 계획
이 더더욱 틀어져 버릴 수가 있다고 생각한 마법사는 하는 수 없이 차원의 틈을 막
는것을 포기하고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전이실험은 성공했으니 제 역할은 여기까지로군요 좀더 지켜보는것도 좋겠지만 이만
자리를 벗어나야 겠습니다. 다음에 다시뵙죠 반"
"어..어? 마법사님? "
손에서 부터 쥐고 있던 감촉이 없어지자 뒤늦게 마법사가 서있던 곳을 바라봤지
만 이미 자신과 같이 있던 마법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음..?"
마법사가 사라지고 나서 뒤늦게 자신에게 다가온 살기를 느낀 반은 본능적으로 칼
집에 있던검을 꺼내들어 자신을 향해오는 불후의 공격을 막아냈다.
챙!
"훗, 뭐야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있을줄은 몰랐네?"
"하나는 도망친것 같다만 여기까지다 인간, 그만 이 차원의 틈을 막아야겠다"
자신을 공격한건 처음 보는 붉은 머리의 남성이였다. 정체를 알수 없는 형태의
붉은 검을 쥐고선 당장이라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음..그건 좀 곤란한걸? 뭐 개인적으로 반대하는것도 있다면서도 말야
이미 벌어진 차원의틈은 내가 막아낼 방법이 없거든"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다이무스의 미간이 조금 일그러졌다.
"뭐야?"
다이무스의 표정을 보고선 거짓말하는줄 아나 싶었지만 분명 자신이 말한건 진심
이다. 균열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또한 가장 절정인 이 상황을 고의로 막아
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반의 머릿속으로 이어진건 그에대한 짤막한 평가였다.
자신의 뒤를 노린솜씨는 분명 평범한 모험가는 아닌듯 했다. 듣기로는 차원의 틈을
막기 위해 온 자라고 하는데 뭐 자신조차 어떻게 막는지를 모르게된 상황에서 남자
의 말은 그저 헛소리에 불과했으며 결국은 그는 허황된 목적을 가지고 나타난 자라
는 결론이 나왔다. 이어서 기분나쁜 웃음을 자아내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당신도 같이 구경하는게 어떄? 목격자는 어차피
처리할 예정이였는데, 죽기전에 감상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걸?"
"건방진놈, 누가 누굴 죽인다고?"
순간 다이무스가 반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검을 다루는데 천재라고 일컬어진 그
가 놀라 있는힘껏 동체시력을 이용해 따라가려 했지만 끄트머리의 잔상만 겨우 쫓
을 수 있는 수준이였다.
" 빠르잖아...!"
"주제도 모르고 나불대지마라 실력도 없는게"
반이 그만 시야를 완전히 놓쳐버렸을 떄 다이무스의 움직임이 멈춘건 바로 그의 뒷자
리였다. 그는 프놈의 손잡이 끝 뭉치를 이용해 뒷목을 강하게 내려쳤다. 전혀 방어태
세 조차 하지 못한 반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그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다이무스!"
그때서야 뒤늦게 발걸음을 맞춰온건 셀리나였다. 멀리서부터 다이무스가 반을 제
압하는 모습을 본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만 큰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죽이진 않았다. 그보다 이 차원의 틈을 대체 어떻게 해야만 되는거지"
다이무스와 같이 차원의 틈을 바라보려던 찰나 갑자기 왼팔을 붙잡고 짤막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다이무스는 귀수가 들린 그녀의 왼팔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끄윽...!"
"셀리나! 괜찮은거야?"
"응, 가까이 와보니 기운이 훨씬 더 강대해서..그만 "
잠시간의 고통이 끝나자 다시금 안정을 되찾은 셀리나는 스스로 그 크기를 키워
가는 차원의 틈을 보며 있을 수 없는 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거지? 차원 장치의 규모로 봐선 이정도의 틈을 만드
는건 불가능할텐데.
아까전 하얀 폭발과 관련된건가?"
...
다이무스는 잠시간 고민하는 듯 하더니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 그것도 자신
이 아주 잘 아는존재가 떠올랐다.
"녀석이야. 마인왕중에 한명 차원을 조종할줄 아는 녀석이 있다. "
차원의 틈 앞에 모습을 드러낸 다이무스와 셀리나의 모습을 반대편 공간에서 지
켜보고 있던 마인왕들 그리고 그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데노스는 끓어오르는 분
노를 가라앉히며 배신자의 이름을 작게 읊었다.
"다이무스... 놈이 왔군 인간여자와 함께"
"흥, 그래봤자다. 이미 내가 차원의 틈과 하나가 된 이상
놈조차 날 막는건 불가능 할 테니까 말야!"
복수의 감정을 다잡고 있는 데노스와는 달리 차원의 틈과 몸을 융합시켜 하나가 된
라우니스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때 보다 충만했다.
한편 다이무스의 말을듣고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것을 알게된 셀리나의 표정은
점점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차원의 틈이 발생하는 순간을 노려서 인위적으로 놈이 틈안으로 간섭해 균열을
넓히고 있는거겠지 지금 이 차원의 틈자체가 녀석과도 같다. 아직 규모가 완전하
지 않아서 놈들이 나오진 못하겠지만 잠시 후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다이무스는 그만 고개를 떨궈냈다. 있는 힘껏 주먹을 꽉 쥐어대며 자신의 무능력함에
느껴진건 분노밖에없었다..
"젠장...! 내가 좀만 녀석들의 움직임을 빨리 알아차렸어도....!"
"미안하다..셀리나"
점점더 거대해져 가는 차원의틈, 그 앞에서 자책하는 다이무스에게 셀리나
는 조용히 다가가 다이무스의 손을 잡으며 그를 위로했고 그는 애써 자신을 위
해 주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아니야..다이무스 넌 네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해줬어"
"셀리나..."
"포기하지 마, 우린 우리의 뒤를 이어나갈 그 아이의 미래를 지켜줘야 하잖아"
영롱한 미소를 짓던 그녀는 잡고있던 다이무스의 손을 놓고 차원의 틈앞으로 다
가갔다.
"내게 아직 방법이 있어"
"무슨...!"
생각지도 못한 셀리나의 말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당황스러운 감정을 내뱉었다.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방법이 있다는 것일까. 차원을 조종하는 마인왕이 자리를
잡은이상 놈을 막을 수 있는 수단 같은건 없다. 어떠한 물리적 공격조차 먹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건 그저 차원의 틈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마인왕들과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이야 말로 내게 주어진 사명을 이뤄야 할 때인거야"
"이 힘은 분명 이때를 위해서 기다려 왔던거겠지"
"무슨 소리야 그게.. 사명이라니 설마..."
아닐것이다. 순간 그녀가 다음 내뱉을 말이 최악으로 치닫는 그런
불안한 것이 아니기만을 빌었다.
"이걸로 차원의 틈을 벌리고 있는 녀석을 봉인시키고 그 힘을 이용해서 틈을
막아버리겠어"
..
지금의 감정은 당황을 넘어서 얼떨떨한 기분이였다. 내가 잘못들었나?
그러니까 지금 그녀가 봉인 한다고 하는게 뭔지 다시금 생각해 봤다.
분명 잘못 들은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데 그녀의 행동은
결코 거짓이 아니였다. 잘못들은것 또한 아니였다. 그렇게 느껴지자
치밀어오르는건 배신감과 분노였다.
"장난하냐! 지금 그걸 말이라고해? 미안왕의 영혼을 네 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죽을작정이야!?"
그 어느떄보다도 이렇게 버럭 소리질러본적은 없었을 것이다. 너무나 화가나
서 피가쏠릴것만 같은데 참을 수 가 없어서 내뱉어버렸다. 그녀의 팔에 깃들어
있는 힘이 마인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 결코 봉인하기 위한것이라는 말같은
건 들은적도 없다. 그렇게만 알고있었지 더 물으려고 해도 그녀는 더 이상 대답
하길 원치 않는듯 했다. 그것에서 멈춘것이 경고도 해주지 못한 채 이 상황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 떄문에 자신에게 다시한번 화가났다.
수많은 인간들 보았다. 귀수에 지배당하고 마수에 미쳐가는 인간들을, 그녀와 함께
마인을 제거나가면서 끊임없이 지켜봤다. 그것도 단순한 하급마인의 폭주로도 듣기
거북할 정도의 비명을 질러대며 고통을 호소하던 인간들을 봤다. 물론 그녀도 왼팔에
귀수를 키우고 있다. 다른 인간들과 달리 귀속구가 없이도 그녀는 정신을 온건히 유지
할 수 있는 강인한 여자다.
다른사람처럼 귀신이 폭주해 미쳐버리거나 하는 일따위 없는 자일지도 모른다. 하지
만 그게 아니란것을 방금전 그녀가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부터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하급한 마수 같은게 아니다. 차원의 틈 건너편에 있는 마인왕들에게서 영
향을 받은 그녀의 반응을 봤을때 놈들은 그녀에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치
명적인 존재들이다. 분명 그녀가 그런 놈들을 단 한놈이라도 봉인시키 려고했다간 다
른 인간들과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될것이다. 이론적으로 생각한게 아니다.놈들과
같은 마인왕으로서 본능적으로 느낀 절대적인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말리지 못한다면 분명 그녀는, 그녀의 존재는 여기서 죽는다.
"부탁이야..! 지금은 이 방법 말고는 없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여기있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이 대륙전체가 위협을 받아..그렇게 되기 전에 이 틈을 막지않으면 ...!
바보같았다. 제발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의 얼굴
이..아니 정말 이건 너무 답답해서 심한짓을 해서라도 그녀를 말리고 싶은 마음이들었다.
"정말 그래도 좋아?대체 그깟 사명이 뭔데...! 그 아이보다 그딴 사명이 더 중요해?
더 이상 혈화를 볼 수 없게 되도 좋은거냐!"
항상 자신은 사명을 위해 일한다고 했던 그녀였다. 알수없는 알지도 못하고 본적도
없는 위대한 의지라는 것을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행동하는 그녀가 미웠다. 그리고
지금 그 의지가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그깟 마인왕들따위 몇명이든 튀어나오라 그래! 네가 희생하면서까지 저 틈을
막을 필요없잖아! 틈을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기서 나오는 녀석들 하나하나
쳐 죽여버리겠어..! "
그래 그깟 마인왕들은 전부 나오는대로, 닥치는대로 처 없애면 그만이였다.
분명 나와 호각을 다퉜던 마인왕도 있었으나 그건 그때의 얘기다. 전부 마인
계에 있을 당시 자신에게 패했던 녀석들 투성이였다. 그리고 다시 싸우더라도
철저하게 짓밟아줄 자신이 있었다. 이러한 확신을 보여서라도 그녀의 행동은
말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확신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말이 확실하지도 않은 이상이란것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왔다.
"하지만... 난 혈화랑 당신 둘다 너무 사랑스러운걸..."
"난 알아 당신이 마인왕들과 싸움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걸 아니, 분명 저
기서 그것들이 전부 나와버린다면 분명 당신은 죽고 말아 당신도 알고 있잖아?"
...!!
자신도 그녀를 계속해서 지켜봐왔고 그녀또한 자신을 계속해서 지켜봐왔다. 그러나
다이무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건 다름아닌 셀리나였다. 분명 1:1이라면
마인왕들을 이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들 모두와 동시에
싸운다면 틀림없이 자신도 죽을것이다.
"정말로..혈화를 생각한다면..한번만 내 의사를 존중해줘"
더 이상 어떻게 해야될지 머릿속은 그만 텅빈 백짓장이 되어버렸다. 그녀를 지키기
위한 변명도 더이상 그녀에게 통하지 않을것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심한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음속에 끊임없이 되새겨지는건 그녀
에 대한 기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이미 한쪽으로는 모든것을 그녀에게 기
댈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것 에대한 기도였다.
...
..
"존중...하라고? 그딴거...할 수 있을것같아..이건..너의 목숨이
달린일이라고.."
다이무스의 떨리는 목소리는 그 끝으로 가면서 점점 작아졌다.
"말했잖아.. 이 틈을 막아야지만 이 세계도 그리고 그 아이의 미래도 지킬수
있어.나 하나 때문에 모든걸 잃게 만들 순 없잖아"
그녀의 말이 아주 틀린것은 아니다. 혈화를 지키고 싶다. 아직 세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해보지도 못한채 답없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것은 싫다. 아니 삶조차 원하는대
로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 이렇게 하자"
셀리나는 거대한 차원의 틈을 등지고 다이무스를 바라봤다. 그와중에 묘책이라도 있는
것 마냥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번만 날 믿어줘 차원의 틈을 봉인하고 나면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살아남을게
당신이 걱정안해도 될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볼테니까"
"제발 한번만.."
커질대로 커진 차원의 틈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강력한 스파크가 균열장치 사
이를 일렁였으며, 이제 곧 완전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결정해야만 한다. 자신이 그녀를 말리고 있는 사이 돌이킬 수 없게 되버린다면
모든게 자신을 원망하게 될것이다. 그녀도 혈화도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두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죽도로 원망하게 될것이다. 하지만 그때
가서 누굴 원망해봤자 달라지는건 없다. 이미 지키고자 했던 미래는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마지막 하가닥 빛줄기를 잡아서라도 그녀를 믿는 수 밖에
없다. 그녀가 그것들을 이길 수 있게 지켜봐주고 기도하는것 밖에 없다.
"그래 항상 넌 내가 어떻게 하던 신경도 안쓰던 바보 같은 여자였으니까!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절대 이딴녀석들한테 지지마라 그랬다간 절대 내가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넌 내손으로 꺽겠다는 말 잊진 않았겠지?"
제발 잘되기를 바랬다. 부디 좋은쪽으로만 흘러갈 수 있다면 좋았다.
다이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얼굴을 마주
치기가 미안해서였다.
"고마워, 역시 많이 상냥해 졌구나."
"셀리나..."
고개를 숙였던것도 잠시, 차원의틈으로 다가간 그녀의 발소리를 듣고서
그 모습을 똑바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셀리나는 차원의 틈을 향해 검게
변색된 팔을 뻗었다. 그리고 차원의 틈에 있는 마인왕을 봉인시키기 위
한 힘을 개방시켰다.
"위대한 의지의 이름으로 명한다. 내 앞에 사악한 영혼을 나로하여금
심판하라!"
그녀의 주문과도 같은 말이 끝나자 검은색 팔로부터 검은빛이 뿜어져
나와 차원의 틈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힘은 차원의 틈과 하나가 된
마인왕의 혼을 조금씩 갉아 먹기위해 그 크기를 불려나갔다.
"크...크윽!!!"
"무슨...! 이 힘은 대체..!"
알수없는 검은 힘에 힘을 뺏기기 시작해 라우니스의 신경이 다른곳으로 쏠리자
완성되어가던 차원의 틈이 형태를 잃고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 이상현상을 지켜
보던 데노스는 보다못해 그에게 소리 쳤지만 정작 라우니스에게 무슨일이 일어
나고 있는지 알턱이 없었다.
"뭐하는거냐 라우니스! 차원의 틈이 좁아지고 있다!"
"말도안돼 내가 인간따위에게... 공간 조약자인 내가..!! 끄아아아악!!!!"
"라우니스!!"
차원의 틈으로부터 검은빛과 함께 라우니스의 영혼이 셀리나의 팔로 빠르게 빨려들어
갔다.정신을 차린 라우니스는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고 당황하다 사방에서 들
려오는 인간여성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것을 듣고 그제서야 봉인당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여긴...! "
"당신이군요 공간의 틈을 조종하던 마인왕이"
"인간..! 네가 감히 날 봉인했단 말이냐! 이딴 저급한 육신으로 날 가둘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오랫동안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만.... 아무튼 지금은 당신의 힘을 조금 빌려야 겠어요"
라우니스가 셀리나에게 봉인당하자 차원의 틈이 줄어드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
했다.
"차원의 틈이!!"
한심한 놈! 라우니스! 인간여자따위에게 봉인당해서 뭐하는 것이냐!"
급박하게 마인왕의 이름을 외치는 데노스였지만 이미 라우니스의 귓가에는 들리지 않는
상황이였다.
"크..크윽! 용서안한다! 감히 네가 나 라우니스를 몸에 가두고도 무사할 성 싶은가!!! "
자신을 봉인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던 그는 내제되어있던 힘을 폭주시키기 시작
했고 다이무스의 예상대로 셀리나에게 찾아오는것은 극심한 고통이였다.
"끄윽.."
"셀리나..!"
"아직 멀었어!"
하지만 참아야 했다. 아직 일이 끝난게 아니다. 그녀는 차원의 틈을 닫기위해
속에서 폭주하고 있는 마인왕의 힘을 최대한 집중해 쥐어짜냈다. 그리고 벌어진
차원의 틈속으로 팔을 집어넣어 차원의 틈을 닫기 위한 마지막 힘을 개방시켰다.
촤아아아아아
검은빛의 힘과 마인왕의 붉은 힘이 차원의 틈에 스며들어 그 사이를 매꿔들어갔다.
그리고 점차 금이가듯 균열이 생기더니 점점 작아지던 차원의 틈은 결국 그 모습을
감춰버렸다.
"하아...하아..하아.."
"차원의 틈이.."
"셀리나 ..!"
거대한 힘을 사용하고 난 뒤에 그녀의 얼굴에는 폭포수 같은 땀이 얼굴에 가득 맺혀있
었다. 차원의 틈이 닫히자 무사히 성공한것에 조금은 안심하는 듯 했지만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그녀가 쓰러지려 하자 놀란얼굴로 다가가 겨우 부축해냈다.
다이무스 품에 안긴 그녀가 그를 보고서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녀의 얼굴을 본 다이
무스는 처음 그녀가 혈화를 낳았을 때에 표정을 보는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헤헤...봤지 나 성공했어"
"바보같긴"
바보였다. 매번 생각했지만 죽을고비를 넘기고서 해맑게 웃는 그녀의 표정은 정말 바보 같았다.
그리고 그 바보같은 얼굴을 다시 볼수 있게 된것이 정말 고맙고 다행이였다.
하늘에대고 감사하다고 외치고 싶었다.
"끄윽..!!! 윽...아아아악!!!"
"셀리나..!!!!"
희비가 교차한다. 진정됬던 마음은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덜컥 가라앉는 느낌이였다.
이러면 안된다. 제발 이러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계속해서 부탁했다. 그녀의 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제발 환청이였으면 했다.
"어리석은 것! 나를 이런 누추한곳에 가둬놓고 무사할줄 알았나!"
"끄으윽!"
"라우니스!!!!"
"크큭 다이무스 우리계획을 망쳐버린 이 여자에게 감사해야겠지..
하지만 그 기쁨도 이제 잠시구나 좀만 기다려라 곧 이 여자의 정신을 찢어버리고
육신을 차지해 줄테니!"
"제발 그만둬!!"
그에게 빌어야만 할까 다 잘못했다고 자기 자신이 다 잘못했으니 그녀만은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야되는걸까 무리다 자신은 누구보다 마인왕이란 존재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이 괴로워 하며 매달리는것을 누구보다 즐길 녀석들이 그녀의 고통따위
신경쓸 이유가 없었다. 끔찍한 악몽같은 상황이였다. 제발 꿈이라면 꺠어났으면 했다.
그렇게 공포로 일그러지는 다이무스의 의식을 꺠운건 다름아닌 고통에 몸부림치던
셀리나였다.
"...! "
"부탁이야 당신... 이 이상 마수가 날뛰기 전에 날 죽여줘...!"
자기자신이 마인왕들을 배신했기 떄문에 이렇게 된걸까? 애초부터 힘을 과시하지 않았더라면
놈들과 어울리지 않았다면 이런 끔찍한 소리를 듣는 상황이 오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결국 자신이 했던 과오떄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만 한단 말인가.. 자기 자신의 욕심이 그녀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말을 하게 한단 말인가..!
"그게 말이된다고 생각해? 난 못해 내가 어떻게..!"
"바보같긴, 당신이 가장원했던 거잖아"
항상 그녀가 죽을위기에 처했을때 자신이 했던말, 그러나 그것이 당연 진심일리는 없다.
그런 말을 함으로써 그녀가 죽지 않기를,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몸을 사리길 바랬을 뿐이다.
그런데 그녀는 마치 그 말을 자신이 진심으로 그랬으면 했었다는냥 전해왔다.
"하려면 지금이 기회야 아니면 내가 완전히 미쳐버리고 나면 그때서야 할거야!?"
자신은 그런 뜻이 아니였는데 어쩌면 섭섭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말로 부터 느낀건 그런 하찮은 감정따위가 아니였다. 그녀는 다이무스가 어쩔줄
몰라하는 것을 보고서 마음을 다잡게 하려하는 것이다. 그도 당연 그녀가 그러한 의미로
외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너무나 애절하고 찢어지는 목소리에 그녀를 정녕
떠나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적막함뿐이 멤돌뿐이였다.
애초부터 살아남지 못하리란건 알고있었다. 그녀의 약속이 불가능한 거짓이란건 어렴풋이
짐작한것이다. 그런데... 무엇에 안심을 해서 이딴 일을 벌리게 했단말인가 패닉에 잠겨버린
사이 그녀의 고통에 찬 목소리가 다시한번 현실의 상황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뭐하고있어! 빨리 해! 그 아이에게 까지 피해가 가게 둘순 없잖아..!"
"...!"
서있는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에 겨웠다. 고았던 목소리는 전혀 다른사람의 것인것 처럼 갈라져
흘러나왔고 머리를 잡아뜯으며 양손톱으로 팔을 쥐어뜯어내 어떻게서든 버티려 하고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였다.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당신이 해야만 해 "
"제발... 이 피해가 더이상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
....
그의 붉은 눈동자가 심하게 동요했다. 몸도 자신의 것이 아닌것처럼 떨려왔다.
그녀의 입과 눈, 코 모든 이목구비의 구멍으로부터 피가 새어나와 끔찍한 장면을 연출했다.
자신의 정신을 억지로 뒤집어 놓으려는 마인왕의 폭주로 부터 필사의 정신으로 붙잡고 버티고 있는
것이였다. 몸이 비틀리고 손톱이 부러져 피가날정도로 바닥을 긁어 대며 뒹구르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마수의 잔상이 조금씩 그의 눈에 띄는것이 보였다. 이대로 냅두면 정말 그녀를 괴롭게만 하는
것이다. 방법은 없다. 무슨 수를 생각하더라도 그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0에 가까웠다. 그는 속으
로 벅차오르는 눈물을 겨우겨우 삼켜내고 있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그녀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건 이것밖에 없다. 그는 프놈을 해방시켜 셀리나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그녀에게 다가갈떄마다 그녀와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녀가 자신을 향해 지었던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현실의 모습이 이상적이였던
그 시절의 모습과 대비되어 비춰졌다.
그것은 과거의 추억일 뿐이였다. 그녀와의 만남으로 얻을 수 있는 운명은 아마 거기
까지 였으리라
모든것을 다짐한 사복검은 그 어떠한 순간보다도 무겁게 그녀를 향해 나아갔다.
한순간이였다. 사복검과 셀리나의 가슴중앙부분과 겹치자 소름끼치게 울려오던 비명도 괴상하게
몸부림치던 그녀의 육신도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적신건 붉은색 액체가 아닌
투명하고도 맑은 어떠한 보석보다도 빛나는 액체였다.
"미안.... 정말 미안해... 당신을 이곳에 오게 하는게 아니였어.."
사복검을 쥐고있던 손이 놓여졌다. 다이무스의 다리또한 맥없이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의 얼굴로 부터 떨어지는 투명색 눈망울은 더욱더 빠르게 셀리나의 얼굴을 적셨다.
가슴이 고동친다. 속으로 부터 복받쳐 오르는 울컥함으로인해 계속해서 끄윽대는
소리만 나오고 있었다.
그녀를 조용히 끌어안아 본다. 아직 맥박이 완전히 뛰지않는것은 아니다.
작지만 심장소리도 들려온다. 미약하지만 그녀의 숨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셀리나의 손이 다이무스의 얼굴을 정성스레 쓰다듬는다.
"나 있지 지금 당신이 이렇게 해주는 게 굉장히 기쁘다.."
"정말 당신과 함꼐 했던 시간이 전혀 후회되지 않아."
"그런말 하지마... 난 그런 소릴 들을 자격이없어."
자신을 원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자신과 했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는 속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저주했다. 니가 죽었어야지! 니가 이렇게 됬어야지!
하는 마음이 속으로 되풀이됬다.
"아니야 당신은 충분해.. 무엇보다도 당신은 그 아이의 아빠잖아"
아빠..?
"그것만으로도 당신만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거야"
행복해 질 자격이있다고? 내가..? 그 아이의 엄마를 죽이게 만든 내가 행복해질자격?
"그 아이와 함께 부디 행복하게 살아..."
"그런게 있을리가 없어...!"
자신의 모든것을 부정했다. 자신따위가, 그녀를 저버린 자신이 살아남아버린것을 저주했다.
뒤늦은 대답. 이미 그녀는 그의 투정을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녀의 모든 힘이 풀려버린것을
느낀 다이무스는 늘어져버린 그녀의 몸을 그 어느떄보다 강하게 끌어안았다. 절대로 놓치기 싫은것을
붙잡으며 그의 손가락 마디하나하나가 그녀의 옷자락을 쓸어내렸다.
"크윽.... 크아아아아아------!"
눈물을 가득 담은 붉은 마인의 포효는 극비구역 전체를 떠나가라 하도록 울리고 또 울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