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엘든링]이름 없는 왕과 붉은 전쟁 처녀
#타다남은 제작
#3화
태초의 화로에 도달하기 오래 전.
사인의 공왕을 쓰러트리고 심연을 빠져나가기 직전, 프램트를 똑닮은 세계의 뱀 키아스가 나를 찾아와 속삭였다.
“어서와라. 불사의 용사여. 나는 세계의 뱀. 어둠을 달래는 카아스. 인간을 인도하여 진실을 전하는 자이다. 네 명의 왕을 멸망시킨 불사의 용자여. 진실을 원하는가? 너희 인간과 불사의 전설을.”
상당히 의심스러웠지만, 불사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내가 ‘그렇다’고 하자.
세계의 뱀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진실을 숨김 없이 알려주마.”
“과거, 불꽃을 발견한 그대들의 선조는”
“과거의 왕들이 죽고, 최후의 소울을 찾아냈다.”
“그것이 다크소울이다.”
내 몸에 새겨진 다크링은 도둑질에 대한 죄도, 죄의 여신 베르카가 내린 원죄도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본질이 다크소울이었을 뿐.
그 비극적인 사실에 기사의 투구 너머로 내 표정이 점점 비틀리자, 키아스는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말했다.
“그대들의 선조는 어둠의 소울을 얻어 불꽃이 사그라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불꽃은 사그라지고 어둠만이 남았다.”
“그리하여 어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왕 그윈은 어둠을 두려워했다.”
“불꽃의 시대에 집착하며 인간과 그들에게서 태어난 어둠의 왕을 두려워하고, 세상의 섭리를 부정했다.”
“그래서 놈은 자신의 불꽃을 지키며 자식들로 하여금 인간을 통솔하고 속박하게 했다.”
“그대들 인간이 모든 걸 잊게하여 어둠의 왕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말이다.”
“나는 세계의 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아 왕을 찾는 자이니라.”
“허나 또 다른 뱀, 프램트는 이치를 망각하고 대왕 그윈의 우군이 되었다.”
“불사의 용자여,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오로지 나만이 그대의 진정한 사명을 알고 있다.”
“이치를 거슬러 불꽃을 지키려는 쇠퇴한 대왕 그윈을 죽여야 한다.”
그리고 네 번쨰 왕이 되어 어둠의 시대를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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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불을 발견하고.
태초의 화로를 만들어.
최초의 불의 시대를 열었던.
최초의 장작의 왕.
그윈(Gwyn)
태양빛의 왕이라 칭송받던 그가 나에게 뛰어올라 돌진하며 불의 대검을 휘둘렀다.
사방에 작렬하는 불꽃과 열기.
하지만.
-카앙!
나는 타이밍에 맞춰 왼손에 든 소형방패로 대검을 받아넘기며 패링했다. 그리고 그윈의 가슴에 브로드소드를 박아넣었다.
치명적인 일격에 신음소리를 흘리며 무릎 끓고 주저않아버리는 그윈.
꺼져가는 불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휘하 은기사들과 태초의 화로로 이동.
불에 몸을 던져 자신의 몸과 소울이 장작이 됨으로서.
다시 한번 불의 세계를 유지했던 그윈은.
이미 이성을 잃었고, 고룡전쟁 당시 자신의 주력기였던 태양의 힘과 번개의 기적을 전혀 쓰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당대 최강의 용사들과 드래곤을 토벌하며 소울을 뺴앗아 흡수, 성장하여 태초의 화로에 도달한 선택받은 불사자의 적수가 결코,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윈은 수 차례의 패링 끝에 몇 번이고 쓰러졌지만, 울부짖으며 일어났다.
불의 시대가 끝나는 걸 볼 수 없었고, 두려웠기에…….
그러나.
모든 결투에는 끝이 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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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윈을 쓰러트린 나는 태초의 화로의 중심 되는 자리의 화톳불에 꽃힌 불쏘시개 나선검을 조용히 바라봤다.
화톳불에 자리잡은 태초의 불꽃은 너무나도 조그맣다.
장작이 없다면,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하지만 굳이 내가 불을 계승해야 할까?
그윈은 인간의 본질인 다크소울를 저주라 부르며 불사가 된 사람들을 북방의 감옥에 가두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나를 불사의 괴물로 여기게 만들었고, 손가락질하며 경멸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를 두려워해 버리고 떠나게 만들었다.
나는 결코, 다시 그들을 만날 수 없을 테지.
나는 이름없는 난쟁이 왕의 이름으로.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윈에게 복수하기 위해 맹세했다.
“나는 왕이 되겠다.”
온 세상을 어둠으로 뒤덮어 불의 시대를 끝내고.
모두를 나처럼 망자로 만들어 어둠의 시대, 인간의 시대를 열어 왕으로 군림하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선택받은 불사자는 태초의 화로를 빠져나갔다.
수많은 세계의 뱀들이 대왕 그윈을 쓰러트린 선택받은 불사자.
어둠의 시대를 열 새로운 왕에게 절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나의 왕이시여.””
““저희들은 진심으로 당신을 따르겠나이다.””
““이제 세상에 진정한 어둠을 베풀어 주십시오.””
나는 태초의 화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아스토라 상급기사에게 받은, 아무 효과도 없는 펜던트가 목줄에서 찰랑거렸다.
‘부끄럽지만 내 사명을 부탁한다. 그것을 네가 맡아주었으면 해…….’
그리고 나는 떠올렸다.
아스토라 상급기사의 이름으로 한 평생의 사명과 맹세를.
잊지 말아야 할 가슴 속의 불꽃을.
설령 다크소울이 두렵더라도.
어떠한 시련이 눈앞에 닥치더라도.
기필코 내게 주어진 불사의 사명을 완수하겠노라고.
나는 아스토라 상급기사에게 구원받고, 선택받은 자.
‘……고맙다. 이제 희망을 가지고 죽을 수 있겠어.’
선택받은 불사자다.
불사의 사명을 끝내고 장작의 왕이 될 자다.
평생의 사명을 끝내기 위해.
태초의 불을 계승하기 위해.
나는 기꺼이 인간의 왕이 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 몸을 돌려, 불쏘씨개 나선검이 꽃힌 화톳불을 향해 걸어갔고.
“이 세계를 지켜주시옵소서. 장작의 왕이시여….”
선택받은 불사자가 태초의 불을 계승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세계의 뱀 프램트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나의 왕이시여.”
작별의 시간이다.
다크소울(DARKSOU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