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리달입니다. 이번에는 모처럼 스케일 모형 중에서도 비행기를 만들었습니다.
'마하 버스터', '소닉 브레이커' 등으로 알려진 미공군 X 시리즈 영광의 1번, 벨 X-1 입니다.
시작은 재작년 겨울, 어릴적 영웅 중 한 명인 척 예거(Chuck Yeager)의 부고를 듣고서부터
였습니다. 꼭 만들어야지 하다가도 이런 일이 생겨야 만들게 되는게 모델러들의 버릇이죠.
정비병으로 시작해 2차대전 에이스 파일럿이었다가 장성까지 진급하는 척 예거의 인생에서
최고의 시기라면 역시 1947년 10월 14일 X-1을 타고 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그때일 테니까요.
거대한 산으로 우뚝 선 음속의 장벽에 여러 사람이 도전하고 좌절하며 때론 사망하던 그 때,
설익은 제트 엔진 대신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확실한 로켓 엔진(XLR11)을 장착한 X-1은
1947년 10월 14일, 모기(母機) B-29로부터 분리되어 점화한 뒤 가속한 끝에 시속 700마일
(마하 1.06)에 도달, 최초로 음속을 넘어선 항공기로 파일럿과 함께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알려지며 척 예거는 전세계의 남자아이들에게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1983년 만들어진 우주항공영화의 걸작 "필사의 도전(The Right Stuff)"은 전반 1/3 정도를
척 예거와 X-1의 그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 당시 척 예거 본인이 자문을 맡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죠.
전투기가 아닌 실험기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의미가 남다르다보니 모형도 스케일별로 있습니다.
레벨의 1/32 대물(이라기엔 기체 자체가 작군요)부터 시작해서 에두아르드의 1/48,
타미야의 1/72, 드래곤의 1/144(2체 세트)까지 다양하게 나온 중에 제 선택은 타미야 1/72!
이 키트는 1/72 스케일의 비행기 모형으로는 독특하게도 내부 재현에다 동체부 러너가
클리어 사출로 한 벌 더 들어있어서 제작 의욕을 자극하는 그런 구석이 있는데요.
결과론이지만 저도 거기에 낚여서 크고작은 삽질을 시작하게 되었죠. 금형 제작은 91년.
먼저 안에 들어갈 것들을 만듭니다. 왼쪽부터 엔진, 조종석, 그리고 각종 탱크와 장치류.
X-1은 물론 엄연한 항공기지만 보다시피 추진 구조는 로켓(유인 미사일?)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엔진, 자료 사진을 검색해보니 모두 모형과 흡사한 이미지(하단)이긴 한데
실기의 내부 구조도(상단)에는 상하가 뒤집혀서 들어가있는게 아니겠어요?
연결 배관이 있는 위쪽이 더 무거워 엔진만 따로 전시할때는 뒤집은게 아닌가 싶지만
하여간 그 덕분에 엔진을 재현한 X-1 모형은 스케일 불문 전부 엔진 방향에 오류가;;
진작 알았으면 적당히 자르고 뒤집어 붙여서 손을 봤을텐데 이미 칠을 끝낸 상태인지라
위쪽에 라인을 새로 만드느냐 그냥 아래쪽에 붙이느냐 고민하다 역시 편한 쪽으로 결정!
적당한 길이의 황동선을 적당한 각도로 구부리고 연료 탱크에도 구멍을 뚫어 연결합니다.
실기와는 딴판이 되었지만 뭐 허전하게 비워두는 것보다는 낫다 칩시다?
그리고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는 이게 내부 재현 모델이고 바깥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끔
만드는게 목표라는데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이런걸 해본 적이 있어야 말이죠.
만약 수직꼬리날개가 좌우 동체 한쪽에 몰려있었다면 그냥 부품 분할 그대로 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그것도 안되니 정면 돌파밖에 없죠. 일단 마스킹까지는 어찌어찌 했는데...
프라이머, 도장, 마감까지 칠하고 마스킹을 벗겨보니 도료층의 단차가 너무 컸던데다
더욱 심각한건 접합선 수정 외 작업을 거치면서 안으로 들어간 미세한 플라스틱 가루들을
도무지 바깥으로 뽑아낼 방법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청소기로 흡입해도 안되는 지경이니
물리적으로 닦아내는것 말고는 안되는 모양인데, 이미 접합한걸 뜯어낼 수도 없고 아놔~
그래서 급 현타가 오는 바람에 처박아뒀다가 다시 꺼내는데 일 년하고도 반이 걸렸네요.
위의 둘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 꺼내기 막막한 작은 원인 중 하나였던 캐노피를 칠합니다.
자고로 캐노피 작업은 마스킹이고, 마스킹 마스터 분들은 응당 그렇게 하시겠지만,
저는 이 사이즈에 이 많은 조각들을 마스킹한다는게 끔찍해서 그냥 붓으로 칠했습니다.
세 번 겹쳐 칠하면서 세 번씩 수정했지만 저는 그냥 이쪽이 편한가봐요.
그외 자잘한 부분도색을 하고 먹선을 겸해 한번 씻겨주니 살짝 광이 죽으면서 적당해졌네요.
패널 라인이 얕아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옛날 비행기니까 괜찮겠죠? 아닌가??
하여간에, 참 별거 아니구만 오래도 묵혀뒀다 싶습니다. 실력도 시간도 없으면서 고집하던
완성도에 대한 집착을 한 단계 더 내려놓게 되었달까, 이하 완성 사진입니다.
아무튼 오랜 숙성의 세월을 거쳐 완성된 X-1. 비행기 모형치곤 특이하게 스탠드가 들어있죠.
키트는 완벽히 들어맞진 않아도 크게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 딱 그 시절 타미야 제품입니다.
패널 라인이 얕아서 살짝 손을 대긴 했는데 부족했던건지 딱히 티가 나지는 않네요.
운동성이나 조종성 등등 따위는 도외시한 채 오로지 음속 돌파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데다
이륙 과정도 없이 폭격기에 매달려 사출되는 방식이었으므로 비행기 자체는 매우 작습니다.
채 10미터가 안되니까 2차대전기 프롭기 정도에 불과한 거죠. 손가락 중지보다 약간 큰가?
정말 작고 단순하지만 달성한 업적이 업적이다보니 제 눈에는 엄청나게 멋지게 보인다는 거.
근래 크게 히트한 "탑건: 매버릭" 초반에서 실험기 '다크 스타'가 마하 10을 돌파하는 장면은
명백히 "필사의 도전" 속 척 예거와 X-1이 음속을 돌파하는 장면을 오마주한 걸로 보입니다.
기체 성격도 그렇고 스탠드가 들어있으므로 띄우긴 해야겠는데 영화 속에서 지상 대기중인
모습도 워낙 대단했던지라 랜딩기어를 어떻게 교체식으로 만들 수 없나 잔머리를 굴려봤는데
없는 실력에 그런건 사치더라구요. 수납한 상태로 고정하는것도 매끈하게 잘 안됐네요. -_-
이 키트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간략하게나마 내부를 재현한데다 동체가 클리어로 사출되어
전체 혹은 일부를 들여다보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거기에 혹해 시작한건데...
생각한대로 쉽게는 안되더라구요. 접합 후 수정 과정에서 내부로 들어간 플라스틱 가루가
여기저기 붙어있는건 참; 하아;; 투명한 쪽에는 잘 보이도록 데칼을 붙이지 않는게 원칙이나
척 예거의 노즈아트 'GLAMOROUS GLENNIS'는 도무지 뺄 수 없어 그대로 붙였습니다.
글레니스 예거 사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셨을지 저도 차암 궁금합니다?
기체의 목적과 업적에 비해 참 소박해 보이는 엔진에 오류가 있다는건 위에서 말씀드렸죠?
수정하기엔 이미 늦어 실기와 다르거나 말거나 배관 시늉을 했는데 없는 것보단 낫겠죠??
아무튼 내부 재현에 클리어 동체에 스탠드까지, 딱 이렇게 만들라고 나온걸 그대로 만든 셈.
재작년 당시의 계획으로는 이거 만든 뒤에 동 스케일의 제미니 우주선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것부터 이렇게나 늦어져버린데다 그사이 밀린 것들이 한참이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날씨가 좋길래 출근 전에 들고나가 자연광 사진도 한 장 찍어 살짝 효과를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X-1의 음속 돌파 기념일 일주일 전에 그럭저럭 세이프~
미지의 세계였던 하늘에 인생을 걸었던 척 예거 이하 수많은 테스트 파일럿들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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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예거 공중전 예전에 컴으로 재미있게 했는데 장수하셨군요(192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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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예거가 X-1을 날려먹진 않았지만 악운이 엄청 강한 걸로도 유명했죠. 그 수많은 출격과 시험비행에서도 모두 살아돌아와 97세까지 사셨으니;;; | 22.10.08 14: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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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도전"을 찍을때 X-1을 비롯한 항공기들의 미니어처를 대거 동원했고 그 경험이 "탑건"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CG도 기술도 부족하던 시대 실기로 찍을수 있는 영상은 제약이 엄청나게 많았거든요~ | 22.10.08 14: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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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예거 공중전 예전에 컴으로 재미있게 했는데 장수하셨군요(192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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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게임 해보셨군요~ 부고 떴을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아직 살아계셨어?' 였다고 합니다;; | 22.10.08 14: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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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똑같은 고민을 겪으셨군요~ 만약 제가 이걸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면 불투명은 도색하고 클리어쪽은 수직미익만 도색해서 나중에 접합해볼것 같습니다. 접합면이 도장경계면이니 수정할 필요는 없겠죠? | 22.10.08 14: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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