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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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선 청운지 스토리 총정리 1부 - <지난편 링크>
■ 주신 청운지 스토리 총정리 2부 - 현재 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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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심 없이 그 술을 마시는 걸 보니, 담력이 대단하군. 아니면 내 인품을 믿는 건가?"
귀왕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여전히 자신이 따라주는 술을 받는 소범을 의외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소범은 기왕 온 김에 차 한잔 마시고 가라는 벽요의 부탁에 기꺼이 귀왕종 본원 내에 발을 디뎠다. 안그래도 묻고 싶은 것이 있던 차였다. 소범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응수했다.
"독을 쓴다 해도 지금 쓰진 않겠죠."
아저씨, 저 주인공이에여 ㅎㅎ
귀왕은 크게 웃었다. 한때 귀왕의 심복인 '귀 선생'은 소범의 특이한 내력을 보고하며 그를 소일재를 대신할 수신 부활의 그릇으로 쓰자고 제안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귀왕은 자신의 딸을 여러 차례 구한 소범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 제안을 물렸다. 본래 귀 선생도 과거엔 정파의 분향곡 출신 인물이었다. 귀왕은 인재를 소모용으로 쓰는 자가 아니었다. 그는 소범을 벽요의 사위로 삼아서라도 회유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청운에서 키워준 은혜를 아는 소범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그 사건... 소범은 표정을 더욱 진지하게 굳히며 마침내 귀왕에게 물었다.
"혹시 청운산 밑의 초묘촌을 기억하십니까?"
소범은 질문을 건네며 수년 전 초묘촌 학살 사건 후 자신이 처음 청운문 7맥 수좌 앞에 갔을 때, 제2맥 수좌 창송도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교가 분명하다. 근래 귀왕이 마교를 통일하려 하는데 그자 말고 누가 이런 잔인한 짓을 벌이겠는가.' 창송의 이야기를 소범은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
"제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마교 손에 살해됐죠. 말이 나온 김에 묻겠습니다. 초묘촌 학살 사건이 귀왕종과 관련 있습니까?"
"장소범, 생사람 잡지 마!"
곁에서 듣고 있던 벽요가 크게 놀라며 반발했다. 그녀는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마교 마교하니까 시발 진짜 마귀로 보이니?!
하지만 소범은 벽요를 바라보면서도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너랑 네 어머니가 마을 옆 동굴에 숨은 적 있다고 했지. 그건 마을 학살 전 연혈당뿐 아니라, 귀왕종도 마을 근처에 있었단 뜻이야."
"벽화천빙호에서 네가 그랬잖아. 네 가족을 죽인 범인은 연혈당이라고!"
"유도에 있을 때 들개에게 물어봤는데, 연노대가 하양에 잠복한 건 학살 사건 후였어. 조용히 숨어야 하는데 그런 사건을 일으킬 리 없지."
"우리가 왜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학살하겠어?!"
"나 역시 그게 궁금해."
소범의 눈길이 다시 귀왕을 향했다. 벽요 역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귀왕은 매우 단호한 표정이었다.
"아내가 죽고 난 오랫동안 폐관해 그 일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네.
난 내가 한 일은 했다고 인정하네. 하지만 초묘촌 학살은 절대 귀왕종 짓이 아니야."
귀왕은 오히려 청운에서 제대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거나, 혹은 누군가 사건의 진상을 일부러 덮었을 것이란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소범이 사문을 모욕하지 말라고 하자, 귀왕은 비로소 하고자 했던 말을 꺼내었다.
"자네가 귀왕종에 남겠다면, 모든 힘을 동원해 자네의 원수를 찾아주지. 내 무공도 전수해 명성을 떨치게 해주겠네."
"됐습니다. 저와 귀왕종은 갈 길이 달라요."
어차피 초묘촌 사건에 대해 아직 증거는 없고, 귀왕이 단호히 부정한 이상 소범은 더 이상 그곳에 발 붙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소범이 바로 뒤돌아 나가려 하자, 귀왕은 한마디를 더했다.
"떠나겠다면 잡지 않겠네. 하지만 자네 몸속의 천서는 어쩔 생각인가?"
귀왕의 말에 따르면, 천서의 수련법을 모르는 자가 그것을 몸속에 두면 언젠가 정신이 나가버릴 것이며, 그렇다고 억지로 빼내려 했다간 이미 기경팔맥과 하나가 된 상태라 전신의 경맥이 망가진다고 했다. 유일한 해결법은 수련법을 배운 후 두 번째 천서를 전수받아 융합하는 것. 그렇게 하면 소범은 죽기는 커녕 더욱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범은 귀왕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는 역시 그들의 최종 목적이 수신 부활이라는 점을 들었다. 제 한 목숨과 수만 명의 목숨 중 어느 쪽이 중한지는 소범에겐 그다지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소범이 돌아가고 난 후, 귀왕은 소범을 회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딸이 소범을 잊도록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을 끊게 하는 것은 더욱 무리였다. 귀왕은 고민 끝에 결국 딸의 기억의 일부를 봉인한다. 그녀는 이제 벽화천빙호에서 연노대를 죽인 기억 이후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소범에 대한 기억을 잃은 벽요
그 시각, 임경우와 소일재는 청운문으로 귀문 했다. 이때 소일재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임경우가 마시는 탕약에 일부러 자신의 피를 몰래 흘려 자신처럼 괴수로 변하게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장문에게는 소범이 첫 번째 천서를 독단적으로 얻어 숨겼으며, 두 번째 천서도 마교 요녀에게 홀려 귀왕에게 넘겼을 것이라 보고했다.
소일재의 보고대로라면 천서를 빼앗긴 책임은 소범과 함께 했던 임경우에게도 있었다. 장문의 질책에 임경우의 사부인 창송은 제자를 감싸며 처벌을 미루려 했으나, 결국 그럴 수 없었다. 수신의 피에 중독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임경우가 옥청전 앞에서 무방비하게 괴수로 변하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이고 만 것이다. 소일재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지금껏 들키지 않고 조절할 수 있었으나 임경우는 그러지 못했다. 발칵 뒤집힌 7맥 수좌는 당장 마교와 결탁한 것으로 보이는 임경우를 처단하려 했다. 하지만 마교의 이간질일 수 있다며 신중하자는 전불역과 육설기의 의견을 받아들여 결국 임경우의 무공을 모두 폐하는 것으로 처벌을 끝내기로 한다.
직접 처벌을 맡은 창송은 아끼던 수제자의 무공을 폐하는 것을 안타까워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는 단순히 처벌의 의미만이 아니라, 경우가 괴수로 변하며 보인 사악한 내공을 없애는 역할도 했다. 이로써 임경우는 지금껏 쌓아온 모든 무공을 잃는다.
무공을 폐지당하는 임경우
하지만 임경우가 무공을 잃은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그는 한동안 청운문 선조들의 제를 올리는 조사 사당에 근신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한때 청운문에서 제명당한 사백이 한 명 조용히 은거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전 소범이 청운문 내에서 흑의인에게 습격당했을 때 소범을 구했던 '백의를 입은 자'로, 제1맥 도현진인의 사제이자 나머지 수좌들의 사형이었다. 100년 전 정마 대전에서 크게 활약하여 마교를 궤멸시키는데 일조했던 그는 그러나 마교의 여인과 사사로운 정에 빠졌다는 죄로 청운의 장문이 되지 못하고 제명 당하여 이후 긴 시간 은거해왔다.
그의 이름은 만검일. 얼마 전 유도에서 소범과 벽요가 연기했던 연극에 나오는 사랑담이 바로 그의 이야기였으며, 또한 정마 대전이 일어난 원인이기도 했다.
조사 사당에서 만난 사백 '만검일'
만검일이 사랑했던 마교 여인은 현재 주작 성사가 된 귀왕종의 유희였다. 벽요의 이모이기도 한 그녀는 최근 벽요와 소범의 행보를 보면서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리고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탄탄한 내실 위에 다시 초고수의 무공을 전수받게 된 임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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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가 사당에서 근신하는 동안, 육설기는 소여(소범의 사모)의 서신을 받아들고 직접 소범을 찾아가 전해주었다. 서신은 현재 청운문의 상황이 안 좋으니 당분간 돌아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소범과 육설기는 일단 증서서가 있는 유도로 향하기로 한다.
이번 여정은 미녀 육설기와 함께
그즈음 유도는 분향곡과의 갈등이 대두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보물인 현화감을 잃어버렸는데, 그 범인으로 성주인 증서서와 그 주변을 의심하고 있었다. 현화감은 과거 십만대산에서 수신이 부활했을 때 수신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물건으로 분향곡에서 매우 소중히 다루는 보물이었다.
처음에 현화감을 분향곡에서 훔쳐 가지고 나온 것은 천호족인 육미였다. 자신의 모친 소백이 오랫동안 분향곡에 감금되어 있는 것을 늘 안타깝게 여기던 육미는, 모친을 구해줄 테니 현화감을 훔쳐 오라는 귀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육미는 현화감을 훔치는 과정에서 깊은 내상을 입고 게다가 심마에 빠져버리고 만다.
육미가 분향곡에서 훔쳐낸 보물 '현화감'
분향곡은 육미를 추적하여 현화감을 되찾는데 성공했지만 유도에서 함부로 드러내고 다니다가 실수로 잃어버렸다. 이후 현화감을 주은 자는 그것을 소환에게 주었고, 이를 눈치 챈 한 여인이 소환을 납치하여 저 멀리 유도 밖 사막 마을로 데리고 가버린다.
소환을 납치한 여인은 육미의 아내인 삼미요호 삼랑이었다. 그녀는 소환을 해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사실 현화감을 이용해 자신의 남편인 육미의 폭주를 억눌러 치료하고자 했다.
끊임없는 소환의 수다스러움에 진저리를 치는 납치범 삼랑
많은 자들이 삼랑이 훔쳐 간 현화감을 쫓아 사막으로 모여들었다. 청운문의 소범과 육설기, 증서서. 분향곡의 이순과 사매 연홍, 그리고 마찬가지로 현화감을 얻기 위해 귀왕의 명을 받고 찾아온 독공자 진무염과 벽요까지. 벽요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음에도 평소 성격대로 몰래 진무염을 쫓아 따라나왔다.
소범 일행은 사막을 헤매던 도중 마적 떼의 함정에 걸려 그들에게 포박된다. 이때 증서서는 우연히 그들의 창고에서 특이하게 생긴 '노란 알'을 발견하고 그것을 챙겨둔다.
뭐든 신기한 물건은 일단 챙기고 보는 증서서
마적 떼는 육설기와 소범을 사막의 요괴에게 제물로 바쳤다. 이때 육설기는 어릴 적 이와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가 사부인 수월대사에게 구출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트라우마로 심마에 빠져들었다. 다행히 이번엔 소범이 그녀가 심마를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면서 위기에서 탈출한다.
육설기와의 호감도가 +10 증가하였습니다.
이후 소범 일행은 드디어 삼랑과 소환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신기루에 숨겨진 사막 마을 <소지진>이었다.
끝없는 사막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마을 <소지진>
소지진은 얼핏 아주 평범한 마을이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음에도 사람들은 생기 넘치고 활발했다. 하지만 소범 일행은 소환을 구출한 후 한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마을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그곳은 여우 요괴들이 모여 사는 천호족 마을이었다.
순박한 요괴 마을(?)
요괴일지라도 그들은 사람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진무염은 마을 우물에 독을 푸는 등 소지진 사람들과 소범 일행을 이간질하여 분쟁이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소범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 후 삼랑을 따라 인근의 동굴 <흑석동>으로 향했다. 그곳엔 스스로 자신을 억류한 육미가 현화감을 통해 간신히 자신의 폭주를 억누르고 있었다. 이때, 분향곡의 사람들 역시 현화감을 되찾고 요괴들을 처단하기 위해 흑석동으로 뒤따라 들어온다.
분향곡 장로 '상관책'과 제자 '연홍'
증서서와 소환, 소칠, 육설기가 분향곡의 사람들을 막고 있는 사이 소범과 삼랑은 육미의 기억 속에 들어가 그의 심마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새 또다시 사건에 엮여버린 벽요도 함께였다. 이 과정에서 벽요는 또 한 번 소범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다 결국 기억을 되찾는다. 둘의 인연은 기억을 지워내도 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육미의 심마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삼랑은 결국 자신의 3백 년 공력을 육미에게 넘겨준 후 눈을 감았고, 때문에 슬픔에 잠긴 육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남은 힘을 모조리 폭주시켜 동굴을 무너뜨리면서 삼랑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 삼랑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것이 육미의 뜻이었다.
소범에게 현화감을 던져주고 자멸을 택한 육미
그 와중에 날개가 돋아난(?) 노란 알
일행은 다시 소지진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소범과 벽요는 소지진 인근에 있는 신비의 우물 '만월정' 앞에서 만나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소범은 벽요를 믿고 현화감을 그녀에게 주었다. 벽요는 소범에게 마교와 정파와 모두 연을 끊고 함께 살자고 청했다. 그러나 소범은 이때 우물 안에서 벽요가 죽는 비극적인 미래를 보고 그녀와 앞으로 관계를 끊으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우물에서 본 벽요의 죽음
한편 청운문의 수좌 전불역, 창송, 수월이 동쪽의 <유파산>으로 향한다. 분향곡과 천음각의 장로들 역시 모였다. 마교들이 그곳으로 대거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유파산에 또 다시 정마 대전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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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마루 너머 겨울 물빛이 날카로웠다. 먼 산과 먼 섬들의 능선이 도드라졌고, 바람의 서슬은 팽팽했다. 겨울이 다가오는 바다에서, 노을을 향하려는 듯 물은 물을 밀쳐내면서 뒤채었다.
유파산은 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었다. 그동안 마교를 다시 통합하고 싶어 했던 귀왕의 바램대로 유파산에는 귀왕종, 만독문, 장생당, 합환파, 연혈당(귀왕종에 귀속)의 세력이 모두 모여있었다. 이에 대응하듯 다른 한쪽에는 청운문, 천음각, 분향곡이 모였다. 산등성이를 가운데 두고 두 해안가에서 각자 진을 친 마교와 정파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교와 정파가 모두 집결한 유파산
사실 귀왕이 유파산으로 마교를 모이게 한 목적은 4대 신수 중 하나인 기우(번개를 뿌리는 소)를 찾아 수신을 부활시키기 위해서였다.
황조, 기우, 도철, 촉룡.
네 마리의 신수는 수신 부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었다. 그릇의 역할을 할 육신과 수신의 피, 진법(천서), 수신의 영혼 등 많은 것이 준비되어야 완벽히 통제 가능한 수신이었지만 귀왕은 그 모든 것을 모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특히 천서는 그토록 긴 시간을 찾아헤맸어도 총 다섯 권 중 이제까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겨우 2권 뿐이었다. 귀왕은 마교가 완전히 흩어져 지리멸렬해지기 전에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수신을 부활시키고 싶어 했다.
백 년 만에 한 자리에 모두 모인 마교의 다섯 분파
상고 시대부터 존재해온 기우는 깊은 바다에 살며 3천 년에 한 번 세상에 나온다고 알려져 있었다. 마교의 목적을 포착하여 아직 시간이 있음을 안 정파는 기우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기습하기로 한다.
각자 주둔지에서 전략을 짜는 마교와 정파
그러나 정파 사이에서 먼저 작은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사막의 동굴에서 요괴의 편을 들고 마교 요녀와 함께 행동했던 소범에게 불만이 있었던 분향곡이 소범을 납치 감금한 것이다. 그들은 소범의 신변을 빌미로 벽요에게 현화감을 가져올 것을 겁박했다.
분향곡의 예상대로, 벽요는 곧 현화감을 들고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분향곡은 내친 김에 벽요 역시 함정에 빠트리려 했다. 하지만 때맞춰 귀왕과 성사들이 나타나 이를 저지했고, 동시에 청운의 사부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 예기치 않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귀왕은 이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폭탄 선언을 한다. 소범을 자신의 사위라 칭하며 전불역에게 사돈 관계를 맺기를 청한 것이다.
안 그래도 말 많았던 소범의 마교 결탁 의혹에 기름을 부어버린 귀왕
이 일로 소범은 매우 곤란해지게 되었다. 만월정에서 비극적인 미래를 본 후로 벽요와 연을 완전히 끊을 결심을 하고 있던 소범이었지만 이제는 자신도 통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분향곡은 당연히 '그것 봐라'라는 식으로 청운문을 거세게 몰아쳤고, 소범의 사부인 전불역 역시 더 이상 제자를 감쌀 수만은 없게 되었다. 전불역은 당장 소범을 불러 어찌 된 일인지 다그쳤다. 이에 소범은 마교 결탁 오해에 대해서 성심껏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벽요만큼은 나쁜 사람이 아니며, 마교라고 해서 모두 배척하고 죽이려는 행위는 옳지 않다는 자신의 솔직한 소신을 고했다.
전불역은 그런 소범을 바라보며 문득 자신의 사형인 만검일의 과거를 떠올렸다. 전불역은 만 사형에게 일어난 일을 매우 안타까워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전불역은 더 이상 소범을 다그치지 않고 지켜보기로 한다.
전불역의 생각과 상관없이, 분향곡은 계속 소범의 일을 문제 삼았다. 청운문 역시 분향곡이 청운의 제자를 납치 감금했던 사실을 들어 반발했다. 다행히 천음각의 신승들이 두 문파 사이의 갈등을 적극 말리면서 소범의 처분 문제는 잠시 미뤄지게 된다. 소범과 관련한 일은 마교의 이간질일 것이니 눈앞의 전쟁에 집중하자는 게 그들의 의견이었다.
천음각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귀왕이 소범에 대해 그러한 발언을 한 이유는 정파 사이의 내분을 유도하기 위함이 맞았다. 나아가 소범이 정파에서 발 붙일 곳이 없게 만들어 귀왕종에 귀의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나위 없는 일이었다. 또한 귀왕종이 믿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바로 정파의 중역에 침투시켜놓은 첩자였다. 그는 오래전, 초묘촌과 청운산에서 모습을 보였던 '흑의인'이었다.
오랫동안 청운에 잠복해온 흑의의 남자
첩자의 간계로 정파는 큰 위기에 처한다. 유파산 중턱에서 정파 연합이 기우의 출현 조짐으로 보이는 먹구름 앞에서 진법을 치고 있는 사이, 마교 무리들의 앞뒤에서 나타났다. 설상가상 먹구름은 기우가 아닌 마교가 깔아놓은 독충이었다. 함정에 빠진 정파는 자신들의 진법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하나씩 쓰러져 갔다.
뒤늦게 나타난 장소범은 서둘러 진법을 깨고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이때 소범의 곁에 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함께 나타나 소범을 돕는다. 그것은 얼마 전 증서서가 사막에서 주웠던 노란 알에서 태어난, 신수 황조였다.
이래서 주인공 버프란...
소범 덕분에 진법은 깨졌지만, 귀왕의 술법으로 곧 기우가 하늘을 뒤흔들며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벼락과 함께 나타난 그 모습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소범은 홀로 기우 앞에 서서 자신의 모든 무공을 처음으로 완전 개방하여 펼치기 시작했다. 청운과 천음, 그리고 천서로 인해 익힌 무공까지. 청운의 사부들조차 감당하지 못한 상황을 소범은 혼자서 버텨냈다. 아니, 오히려 기우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청운의 사부들을 비롯해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범의 내공은 이미 초고수 반열에 올라있었다.
뭐야 나보다 쎄??
소범 덕분에 기우가 다시 물러가자, 마교들도 퇴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천음각이 다른 정파들로부터 추궁 받기 시작했다. 소범이 펼친 무공 중 한 축이 누가 봐도 천음각의 무공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천음각의 보공 대사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듯 했지만 말을 아낀다.
유파산 사건이 끝난 후 청운문 옥청전에서는 또 한 번 회의가 벌어졌다. 창송은 지난 번보다 더욱 강력하게 소범을 처벌할 것을 주장했다. 마교와 결탁해 사문을 배신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천음과 청운의 무공을 모두 익히고, 심지어 체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영력이 있다는 사실에 지난 번과 달리 수월도 창송의 주장에 동조했다. 도현도 고민이 깊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범은 천음의 무공을 언제 어디서 익혔는지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소범은 어릴 적 보혜 대사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수좌들은 소범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전불역은 여전히 제자를 비호했다. 소범이 정말 배신자라면, 그동안 수차례 청운의 제자들을 구하고 유파산에서 모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공력을 드러냈겠냐며 마교 요녀와 가까이 한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공이 더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청운문 통천봉 정상에 위치한 '옥청전'
그 시각, 귀왕은 사기가 충만해진 마교들을 데리고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유파산 다음으로 목표하는 곳은 바로 청운산이었다. 귀왕은 이를 위해 먼저 주선검을 훔칠 계략을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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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검은 청운문 조사 사당 안쪽의 <환월동> 안에 봉인되어 있었다. 소일재는 복면을 하고 한차례 주선검을 훔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곳은 만검일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당 안쪽에 엄중히 봉인된 주선검
수좌들은 감히 주선검을 훔치려 든 마교를 괘씸히 여겼다. 창송은 도적이 사당까지 쉬이 침입한 것으로 보아 내부 첩자, 즉 소범의 소행이거나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며 정황 의혹을 제기했다. 당연히 근거는 없었으므로 여전히 전불역은 반발했지만 계속되는 의혹에 도현은 소범을 조사 사당에 임경우와 같이 근신시켜 상황을 지켜보도록 했다. 그가 정말 결백하다면, 또 다시 침입자가 나타났을 때 이를 막아 결백을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소범을 계속 의심하는 창송과 옹호하는 전불역 사이에서 고민하는 도현
이러한 결정 덕분에 소범은 오랜만에 경우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경우는 만검일에게 수련을 받으며 사당에서 조용히 지내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소범의 안부 물음에 경우는 사당에서의 생활이 다툼도, 번뇌도 없어 오히려 좋다고 했다.
번뇌 없는 사당 브로맨스(?)
한편 귀왕은 주선검을 지키는 자가 만검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소일재 혼자서는 해내기 힘든 일일 것이라 판단, 독공자 진무염과 합환파 금병아를 추가로 투입시킨다. 물론 이번엔 흑의인도 함께였다. 이때 진무염은 벽요의 합환령을 몰래 훔쳐 가지고 나와 조사 사당 앞에서 일부러 소리를 낸다. 소범의 정신을 흩트리기 위함이었다.
네놈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진무염의 계략은 성공했다. 결전 중 합환령의 소리를 들은 소범은 주의력이 흐트러졌고, 덕분에 그들을 놓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만다.
계속되는 소범의 이상 행동에 일곱 수좌는 일단 그를 구금했다. 그리고 창송은 급기야 천음각과 분향곡의 수좌들을 한 자리에 불러 장소범의 처리를 어찌할지 3대 문파가 공동 심문하자는 제안을 한다. 이즈음 신중한 성격을 가진 도현 역시 장소범의 존재 자체가 후환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마교와의 대립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만약 천음과 청운의 무공을 모두 가진 소범이 귀왕종에 귀의할 경우 판세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도현의 결정으로 곧 천음각과 분향곡에 서신이 전해진다.
장소범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는 도현
며칠 후, 천음각의 보방 대사와 아상이 청운문에 먼저 도착했다. 그들은 오히려 소범의 자질과 인성을 높게 칭찬했다. 또한 소범의 무공을 폐하지 않기를 원한다며 이는 천음각 전체의 뜻이라 밝혔다. 창송은 소범에게 이상하리만치 호의적인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소범이 청운의 무공을 훔쳐배우기 위한 천음의 첩자가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보방은 당연히 그 의혹을 부정했다.
그런데 이때 또 다시 청운에게 불쾌한 소식이 전해진다. 구금되어 벌을 받고 있던 소범이 또 다시 마교 요녀를 만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소범이 있는 곳에 벽요가 멋대로 찾아온 것이었지만 그런 사정을 수좌들이 알아줄 리 없었다.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감을 느낀 천음각의 아상은 급한대로 소범을 기절시켜 강제로 천음각으로 피신시킨다.
자포자기 상태의 소범을 천음각으로 데리고 가는 아상
"대체 무슨 짓이야? 날 여기로 데려오면 사부님과 사문에게 뭐라고 말하라고?"
천음각 사원에서 정신을 차린 소범은 아상에게 따져 물었다. 사실 소범은 청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따르고자 했었다. 무공을 폐하든, 목숨을 거두든, 저항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상은 소범을 설득하여 자신의 사부 '보홍 대사'를 일단 만나보기를 권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천음의 모든 제자는 '천음이 빚을 진, 장소범이란 자를 만나면 무슨 일이 있든 도와주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었다고 했다.
"어째서? 내게 무슨 빚을 졌는데?"
"자세히는 나도 몰라. 사부님께 직접 들어."
천음각 본원으로 오게 된 소범
"청음 제자 장소범이 보홍 대사를 뵙습니다."
소범은 본당 내에 있는 보홍 대사를 만나 예를 올렸다. 소범은 예전에 정해산장 근처에서 보공 대사가 자신을 치료해주었던 은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홍 대사는 그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소범을 보자마자 그에게 큰절을 해왔다. 당황한 소범은 같이 맞절을 했으나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으.. 으르신; 왜이러셈;;
"소협이 천음에 은혜를 입었다지만, 천음은 소협에게 더 큰 은혜를 입었네. 벌써 7년이 흘렀군. 7년간 소협이 약속을 지켜 준 은혜를 천음은 갚을 길이 없으니 내 절을 받아주게."
보홍 대사가 다시 한 번 절을 해왔다. 소범은 그를 만류하며 그만 설명을 원하는 눈길을 보내었다. 7년 전이라면 소범이 청운문에 들어갔을 시기였다. 보홍 대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비난하면 누구도 버티기 힘든데 누가 뭐라고 협박해도 소협은 입을 굳게 다물고 내 사제인 보혜에 대해 말하지 않았으니, 소협의 은혜에 고맙고 또 고맙네."
아마도 7년 전 초묘촌에서 소범이 보혜 대사에게 천음 무공을 배웠던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동안 청운 제자가 천음 무공을 어디서 배웠냐며 묻는 자가 많았지만 소범은 당시 보혜 대사와 했던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 것'이란 약속을 충실히 지켜왔다.
다시 강조하지만 보혜로 바뀌었다...
"보혜 사부는 경우를 구하고 제게 무공을 전수하셨으니 따지자면 제가 은혜를 입었죠. 또한 보혜 사부와 약속을 했으니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않은 것이고요."
소범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파산에서 기우를 상대할 때 급한대로 모두의 앞에서 천음 무공을 사용해버린 후, 사부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질책과 추궁이 있었다. 사부 전불역이 진심으로 물어올 땐 정말이지 소범도 몇 번이나 진실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었다.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아는 듯 보홍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유파산 전투 후 보공 사제에게 소협에 관해 듣고 뭔가 잘못된 걸 알았네. 내가 직접 청운으로 가 도현 장문에게 해명하고 소협의 누명을 벗길 거지만, 그전에 먼저 자네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려 하네."
"당시의 일은 보혜 사부도 예측 못 했던 일입니다. 그땐 제가 어려서 평생 숨길 수 있다 생각했는데, 유파산에서 너무 급한 나머지 제가 천음 무공을 사용해 두 문파 간 사이가 벌어졌으니 제 생각이 짧았어요."
"이런 상황에도 우리를 걱정하다니... 정말 자네를 볼 낯이 없네."
아 그럼 진작에 와서 밝히지 그랬어요 --
소범은 자신이 보혜와 약속을 지키느라 애썼던 것을 보홍이 미안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소범도 물론 보혜 사부에 대해 고민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진실을 얘기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7년 전 초묘촌 사건 이후 소범은 보혜 사부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해명해 주신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보혜 사부께서 한 번도 절 찾아온 적이 없으니 아마도 보혜 사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죠. 사부께서 호의로 무공을 전수하셨는데 어쩌다 제가 의심을 받고 있으니 이미 돌아가신 분까지 끌어들일 순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의 일은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 보혜 사제가 작심하고 저지른 짓이네."
"네? 그게 무슨..."
아 뭔 소리여
한숨을 깊게 내쉰 보홍은 사원 한켠에 있는 제단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연꽃 모양의 등불이 하나 작게 타오르고 있었다.
"초묘촌 학살 사건 후, 보혜 사제는 죽지 않고 천음으로 돌아왔네. 죄를 회개하기 위해 이 등불을 밝히고 매일 고통 속에 참회한 것이... 벌써 7년째군."
사당 한켠에 위치한 연꽃 등불
"참회요? 보혜 사부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저 검은 기운이 무엇인지 아는가?"
저거 보이지 저거. 봐봐 저거
소범은 보홍의 시선을 따라 등불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붉게 타오르는 등불에서 희안하게도 검은 아지랑이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범은 그 기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건... 심마의 기운입니다."
"심마가 맞네. 이 모든 것은 수십 년 전 시작되었지..."
보혜는 돌아서서 옛날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놓기 시작했다. 아주 가슴 깊이 품어놓았던, 하지만 혼자서 수도 없이 되뇌어 닳고 닳은 이야기였다.
옛-날 옛날에 말이다...
"보혜 사제는 수백 년 이래 천음에서 가장 자질이 뛰어난 제자였네. 사제는 중원을 떠돌며 옛 마교의 흔적을 조사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서쪽 늪 고대 정마 대전의 전장에서 아주 강한 살기를 품은 법보를 손에 넣었네. 바로 자네가 갖고 있는 서혈주지."
보혜는 소범의 허리춤에 있는 서혼곤을 바라보았다. 소범은 그동안 서혈주를 보혜 대사가 어떻게 갖게 됐는지 알고 싶어 했기에 궁금증이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서혈주는 이미 자네를 주인으로 인정했군. 보공 사제도 서혈주를 보고 자네가 그때 그 아이인 걸 알았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서혈주를 갖고 있을 줄이야."
"보혜 사부께서 아무도 없는 곳에 버리라고 하셨는데, 제가 계속 갖고 있었습니다."
"마교 법보를 쓰는 사람은 정파에 자네밖에 없을 테니 정파와 마교에 모두 잘 된 일인지 모르지. 법보엔 원래 선악의 구분이 없으니까... 하지만 자네가 길들이기 전 서혈주는 연혈당 수장인 흑심노인의 물건이었고 아주 강한 살기를 품고 있었네."
법보엔 선악의 구분이 없다는 것. 일전에 귀왕과 대화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소범은 들은 적이 있었다. 법보는 사용자의 노력과 천성에 따라 그 특성을 달리할 수 있었다. 보홍은 계속 말을 이었다.
"보혜 사제는 서혈주가 사람들을 해치기 전에 본문의 법보인 비취주로 살기를 누르고 자신의 내공으로 서혈주의 사기를 없애려 했네."
자, 그런데 말이다...
"그때 보혜 사제는 장생의 비밀을 풀고 싶어 해서 본문의 비술을 연구한 후 청운의 도현 장문을 찾아가 제자들에게 청운과 천음 무공을 동시에 가르쳐 보자고 했지."
"보혜 사부가 청운에 왔었다고요?"
"그렇네. 하지만 도현 장문은 보혜 사제의 청을 거절했고, 사제는 하산하던 길에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말았네."
보무룩...
"제가 보혜 사부를 만났을 때 이미 부상을 당했었군요."
"맞네. 사제가 자네와 만난 건 하산한 이튿날이었지. 사제는 갖고 있던 서혈주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네. 분노와 욕망이 점점 더 커져 갔지."
소유주의 틈을 파고드는 서혈주
"청을 거절당해 안 그래도 화가 났는데 습격까지 당해 마음이 어지러워지자 사제는 초묘촌에 하룻밤 머물며 상처를 치료하고 서혈주의 살기를 누르려 했네. 그런데 그 하룻밤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지... 그날 밤 흑의인은 임경우란 아이에게 '칠미오공'의 독을 사용했고, 사제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했네. 사제의 내공이 소진됐을 때 흑의인이 다시 공격해 서혈주를 빼앗으려 했고 사제는 극독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천음각 무공을 사용해 흑의인을 물리쳤네."
치명적인 독충 '칠미오공'을 사용했던 흑의인
"죽음을 앞둔 사제였지만 세상 모든 무공을 통일하고 싶단 평생의 숙원을 이루지 못해 미련이 남다 보니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게 됐지. 죽기 전 자신의 무공을 한 아이에게 전수하고 그 아이를 청운의 제자가 되게 하는 거였네. 그럼 완전히 다른 천음과 청운 무공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련하게 될 거고, 사제의 꿈도 이루게 될 테니까."
한이 남았던 보혜
"그게 끝이라면 좋았을 텐데 뜻밖에... 사제는 서혈주에 의해 이미 영향을 받고 있었네."
설명을 이어가던 보홍의 낯빛이 더욱 어둡게 바뀌었다. 당시의 일을 회상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중상을 입고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제는 자네가 청운에 못 들어갈까 봐 걱정됐고, 만약 초묘촌 사람들이 모두 죽으면 청운문이 고아가 된 자네를 제자로 받을 거라 생각했네. 그래서..."
초묘촌 학살을 벌인 범인은 바로 보혜 대사였다.
"사제는 어떤 기인에게서 삼일필사환이란 약을 얻었는데, 체내의 모든 잠재력을 촉발할 수 있지만 사흘이 지나면 반드시 죽는 약이었네. 사흘 동안 사제는 천음각으로 돌아와 내게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했네. 그때 사제는 이미 정신을 차린 후라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자신의 마지막 원기로 등을 밝히고 7년간 심마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 이것이 그때 사건의 모든 진상이네."
보홍을 고개를 숙인 채 설명을 마쳤다. 차마 소범을 바라볼 낯이 없었다. 비록 보혜 대사 홀로 일으킨 일이라고는 하나, 천음각은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왔다. 게다가 천음의 무공으로 인해 언젠가 소년이 곤란해질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임했다.
소범의 입이 무거웠던 덕분에 천음은 초묘촌 학살 사건의 책임을 지금껏 조용히 묻어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범의 상황을 알게 된 이상, 보홍은 더 이상 진실을 묵인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도가 마도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으니 천음각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네. 이제 모든 진상을 알았으니 바라건대... 내가 이 일에 대해 청운문에 설명하면 그들도 더는 소협을 책망하지 않을 걸세."
"책망...? 누가... 날 책망해?"
소범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지어보지 않았던 표정이었다.
"내가 이 비밀을 지키려고... 어떻게 버텼는데....."
그토록 갈구했던 초묘촌의 진실을 알게 된 소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몸을 떨며 흐느끼듯 한마디 한마디를 씹어뱉은 소범의 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두 눈엔 붉은 마기가 선명히 서려있었고, 허리춤에선 기괴한 소리가 진동했다. 서혼곤이 울고 있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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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물건에 휘둘리지 말게!
사악한 물건? 사악한 게 누군데...?
제자야, 잘 지냈느냐?
그때 심은 씨앗이 큰 나무가 됐구나.
당신들은 날 속였어!!
어디 보자. 내 평생의 집념이 너로 인해 완성됐는지 말이야...
한심한 녀석! 언제까지 그따위로 무공을 배울 거냐!
네 가족을 죽이고, 마을 사람을 몰살했는데, 왜 복수하지 않지?
저 놈은 마교의 첩자가 분명합니다.
널 믿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또 다시 심마에 빠진 소범
보홍 대사는 소범이 심마에서 헤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연꽃 등불의 아지랑이 속에서, 소범과 보혜는 다시 만났다. 어지럽게 쏟아지는 심마의 간악한 혀놀림을 억누르며 소범은 보혜를 마주 보았다. 그것은 보혜가 아니라 심마 그 자체가 분명했다. 소범은 그것과 필사적으로 싸웠다. 이때 울부짖는 서혈주에 반응한 합환령 때문에 벽요 역시 소범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애타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벽요의 목소리를 들은 소범은 기어코 심마를 억누르는데 성공하고 온전한 보혜의 모습과 마주했다. 마음 한쪽에서 소범은 보혜 사부가 악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고, 또 자신의 친구를 치료하다 중상을 입었고, 결국 서혈주에 홀려 일으킨 죄를 보혜는 죽어서도 참회하고 있었다. 소범은 긴 시간을 고통받아온 보혜에게 말을 건넸다.
"보혜 사부. 이제 그만 편해지세요."
소범의 한마디에 보혜는 비로소 성불할 수 있었다. 보혜의 심마는 두 손을 모아 소범에게 고개를 숙인 후, 조용히 사라졌다.
보혜를 용서한 소범
소범은 눈물을 흘리며 등불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등불에선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보홍 대사는 소범의 은혜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소범의 마음 속에서 모든 미움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비록 벽요의 목소리 덕분에 다시 한차례 심마를 극복했지만, 심마는 소범의 마음 속에서 더욱 더 커다랗게 쌓여가고 있었다. 서혼곤 또한 그것을 탐욕스럽게 지켜보았다.
한편, 임경우는 만검일과의 대화를 통해 초묘촌 사건 당시 보혜 대사가 청운문에 들렀다 간 사실을 알게 된다. 긴 추리 끝에 경우는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자신의 사부 창송과 도현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창송의 방에 들렀다가, 우연히 극악한 마교의 독공 '칠미오공'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경우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사부가 마교의 첩자였음을 깨닫는다.
창송은 급한대로 경우를 기절시켜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갔다. 창송은 수제자 임경우를 매우 아끼는 자였다. 경우 역시 자신의 사부가 마교의 첩자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 오또케 그럴 쑤가 이써요!?
창송은 본래 주선검을 훔치기 위해 청운에 잠입한 <연혈당>의 평범한 제자였다. 하지만 임무에 실패하고 정마 대전이 끝난 후 연혈당이 쇠락하자, 돌아갈 곳이 없어진 창송은 그대로 청운에 남았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창송은 그대로 청운문 수좌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대로 청운에서 조용히 지냈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창송은 많은 것을 보았다. 주선검을 사용했던 천성자는 사악한 보물 주선검의 마기에 빠져 자신의 제자들까지 도륙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던 청운의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한 제자가 나서 세상에 비난받을 일을 감수하고 자신의 손으로 사부인 천성자를 직접 죽였다. 그가 바로 만검일이었다. 이후 도현은 만검일에게 사부를 죽였단 죄명을 씌워 내쳤다. 본래 만검일은 장문이 될 수제자였으나, 이 일로 도현이 대신 장문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청운의 모두가 그것을 알면서도 묵과했고, 만검일 사형을 진심으로 아꼈던 창송은 그런 청운문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꼈다.
사부님, 자세한 이야기는 경찰서 가서 하시죠...
또한 창송은 초묘촌 학살 사건의 내막 역시 알려주었다. 경우를 공격했던 흑의인은 자신이었지만 당시 상황을 유추해보면, 초묘촌 학살을 저지른 범인은 보혜 대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청운 최고의 보물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사악한 물건이고, 천하제일 정파인 청운문의 이면은 추악했다. 오만하기가 이를 데 없는 분향곡은 물론 초묘촌 사건을 묵인하고 있는 천음의 위선도 두 말할 것 없었다. 게다가 창송은 자신의 정체를 아는 귀왕종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것이 지금껏 그가 귀왕종과 은밀히 내통하며 첩자 노릇을 해온 연유였다.
모든 것을 들은 경우는, 그러나 사부를 이해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창송이 행해왔던 일들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고 경우는 생각했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창송은 고민이 깊어졌다. 이대로 경우를 내버려 두면 분명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창송은 차마 제자를 어쩌지 못하고 은신처에 가둔 후 사라졌다. 어차피 언젠가 다 드러날 자신의 업보 때문에 아끼던 제자를 죽일 순 없었다.
초묘촌과 사부에 관한 연이은 진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경우
그동안 옥청전에서 예정되었던 3대 정파 공동 심문이 열렸다. 세 문파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천음에서 돌아온 소범 역시 모습을 보였다. 정파의 장들은 그동안 소범이 보였던 많은 문제점들을 하나씩 지적했다. 사악한 법보의 사용, 마교 여인과 가까이 했던 일, 천서를 놓친 일, 요괴를 도와 분향곡과 적대했던 일, 현화감을 마교 여인에게 넘겼던 일, 천음과 청운의 무공을 사용한 일 등등... 그러나 천음각의 보공 대사가 초묘촌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동시에 육설기를 비롯한 동료들이 소범의 올곧은 인성을 보증하고 나서면서 회의장의 분위기는 반전된다.
초묘촌 사건에 대한 진실 폭로로 충격에 쌓인 옥청전
이때 더욱 결정적인 증언자가 나타난다. 은신처에서 탈출한 임경우가 창송의 칠미오공이 담긴 상자를 들고 와 이 자리에 소범이 아닌, 진짜 마교의 첩자가 있음을 알린 것이다.
다급해진 창송은 재빨리 그 자리에서 가장 강한,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인물에게 먼저 칠미오공으로 기습을 감행한다. 도현진인이었다. 정체를 드러낸 창송에게 놀란 수좌들은 서둘러 도현에게 응급 처치를 하고 창송을 내쳤다.
창송은 피를 토하면서도 그 자리의 모두에게 일갈했다. 그들이 만검일 사형을 외면한 죄를. 장문의 자리에 원래 있어야 할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창송은 그들을 한 명 한 명 지목하며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상기시켰다.
시발 니들이 더 나빠!!
이때 긴급한 소식이 전해진다. 마교 무리의 청운산 침공 소식이었다. 창송은 저주를 남기며 옥청전에서 사라졌고, 곧 청운산 일곱 봉우리에서 전면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만독문, 장생당, 합환파, 귀왕종 모두가 합세한 마교의 세력은 빠르게 밀고 들어오며 청운산을 피로 물들였다.
청운문을 전면 기습한 마교 무리들
창송은 먼저 만검일이 있는 곳으로 갔다. 검일의 옛 연인이었던 유희도 함께 나타나 지난 날을 이야기하며 만검일에게 함께 마교로 귀의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만검일은 여전히 청운에 남고자 했다. 유희는 강제로라도 검일을 데려가고 싶어 그에게 덤벼들었지만 상대가 되진 않았다.
여전히 만검일을 포기하지 않은 유희
창송 역시 임경우와 결투를 벌였으나 결국 제자에게 패배한다. 만검일로부터 그가 쓰던 참룡검과 필생의 무공을 전수받은 임경우는 이미 창송을 능가하고 있었다.
짱 쎄진 임경우
소범은 주선검을 지키기 위해 사당으로 향했다. 그런 소범 앞에 나타난 것은 역시 벽요였다. 그녀는 한 번 더 소범에게 같이 떠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소범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마음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해졌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만월정에서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이냐는 벽요의 울부짖음에도 소범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영상으로 보면 장나라+김가연 닮았음
신 정마 대전은 며칠간 지속됐다. 처음엔 마교가 우세했으나, 그동안 증서서와 육설기가 꾀를 내어 마교 내부 연합을 깨기 위한 이간책을 쓴 덕분에 전세는 점점 알 수 없게 되었다. 3일째 되던 날, 마침내 통천봉 정상에서 마교와 청운문의 최후의 총력전이 벌어진다.
100년 만에 다시 벌어진 정마 대전
마교와 청운이 필사의 혈투를 벌이는 동안, 옥청전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던 도현이 상공에 나타났다. 그는 주선검을 소환한 상태였다. 귀왕은 주선검을 먼저 처리하고자 했으나 실패했고, 백년 전 청운자에게 당했던대로 이번 역시 도현의 주선검에 당해 피를 토한다.
아 시발 저 사기템...
이때, 도현의 머릿 속에 마교를 상대하는 것 외에 한 가지 생각이 불현듯 더 떠오른다. 소범에 대한 것이었다. 주선검의 사악한 마기에 순간 홀린 도현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하고 만다.
'청운문과 천음각의 무공을 모두 가졌고 사악한 법보까지 지니고 있으니...
저 아이를 살려두면 훗날 현재의 마교 세력보다 끔찍한 존재가 될 거다.'
곧 수천 개의 주선검의 칼날이 한데 모였다.
칼끝이 향한 방향은 소범이 쓰러진 곳이었다.
나를.. 죽이려 하다니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때, 벽요가 소범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녀는 주문을 읊고 있었다.
한때 금령부인이 합환령으로 흑심을 구했던 최강의 자기 희생 주문, 치정주였다.
지하의 망령과 하늘의 신령이여.
나의 육신을 바쳐 희생합니다.
억겁의 시간 지옥에 떨어져도
사랑을 위해 후회하지 않으리.
합환령은 빛을 뿜으며 주선검의 길을 막았다.
그러나 주선검은 합환령을 뚫고 기어코 벽요의 육신을 꿰뚫는다.
이 일은 훗날, 소범이 마도에 투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續>
한 번 품은 마음을 떨치기 어려워
검푸른 바다가 황량한 사막이 되도록
윤회 속에서 나는 마치 새처럼 떠돕니다.
기억 속에 정박해
촛불 하나를 켜면
그 희미한 불빛이 외로움을 밝혀줄런지요.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몇 송이 꽃이 피는 걸 보고
어제를 탄식해요. 어째서 희미하기만 한지
잘라내기 어려운 정의 자물쇠
눈동자 속의 담담한 마음
한바탕 꿈이라 누구도 만져볼 수 없죠.
나는 취해 있었어요. 속세에서
문득 꿈인줄 알고
눈을 떴지만 세월이 엇갈렸네요.
한 조각 정에 불이 붙어
한 알의 마음이 심마에 빠졌어요.
누가 누구를 위해 넋을 잃었는지요.
세월의 붓과 먹이
당신과 나를 그리지 못해
흰 종이만 남았어요.
정이 한 송이 피어났네요.
사랑은 따라 그리기 어렵죠.
나는 이 평생
당신과 인생을 함께 하겠어요.
별들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세월의 붓과 먹이
당신과 나를 그리지 못해
흰 종이만 남았어요.
정이 한 송이 피어났네요.
사랑은 따라 그리기 어렵죠.
다시 이 생을 살아도
당신과 인생을 함께 하겠어요.
별들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 시광필묵(时光笔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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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이런 글을 쓰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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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본 작품.. 육설기 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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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스토리도 나오면 재미있게 읽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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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본 작품.. 육설기 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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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블릭
왜 굳이 이런 글을 쓰시는지;; | 18.10.27 17: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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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블릭
지가 안보면되지 왜 애먼데 와서 시비 | 18.11.06 19: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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