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후방에서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던 도적이 숨을 고르며 불평을 내뱉는다.
"야. 븅신들아. 좀 천천히 가자."
용사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곤 다시 걸어가며 말한다.
"오늘 안에 마을 찍으려면 이 속도 유지해야돼."
전사가 걸음속도를 유지하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전부 이틀 굶었다. 오늘 안에 마을 찍고 제발 따뜻한 스튜 한그릇을 뱃속에 채워넣고 싶다고."
마법사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도적쪽을 바라보며 묻는다.
"뭣보다 왜 그렇게 어기적거리는거냐?"
도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지른다.
"가랭이 존나 쓰리다고! 고추새끼들아! 이쪽은 성반전으로 희생했는데!"
몇시간 전. 그들은 섹못방에 갇혔다.
남녀가 성관계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는 조건이 걸린, 오로지 남성으로만 구성된 용사파티에게는 어처구니 없이 불합리한 즉사트랩에서, 기적과도 같이 놓여져있던 성반전 물약의 도움으로 탈출했다.용사가 도적의 말에 반박한다.
"희생? 아니지. 똑바로 하자고. 남에게 희생을 강요하다가 업보 쳐먹은거니까, 이건 자업자득이라고 하지."
실로 그렇다. 도적은 누군가가 희생하라고 성반전 물약을 내밀었고, 치열한 토론 끝에 본인이 마시게 되었다.
"자업자득? 아니 미친 애초에 내가 거기서 성반전 물약을 찾아내지 못했으면 너희들 전부 거기서 아사했을거잖아!"
"암묵적인 모험가 규칙에 따르면 파운더스 킵퍼스(찾은놈이 임자)니까. 억울하면 찾지를 말았어야지."
"뭐. 이 경우에는 찾은놈이 박힘이 맞겠지만. 불쌍한건 마법사지. 아다를 너한테 따였으니까."
"어이. 지랄마라. 이쪽도 처녀였고 따인건 나다."
"평생을 고추 달고 지내다 방금 여자가 된 남자의 처녀성에 대한 가치토론을 열고싶다면 난 환영이다."
"곧 네가 잃어버린 처녀성에 대한 가치 판단 자체를 상실하게 될 테니 별 걱정은 하지 마라. 어... 방금 내 발언 굉장히 쓰레기같았는데."
"아. 난 좋았어. 남자였을때 모습이 가끔 떠올라서 문자 그대로 좇같긴 했는데. 일단 개쩔긴했어."
"그럼 가는 길에 우리 도적의 '처녀'상실 경험이나 제대로 들어보자고. 마법사. 발언 이어가세요."
"저기요? 씹쌔들아? 제 처녀를 가지고 그 지랄을 하겠다고요?"
"마을 도착하면 해주해서 남자로 돌아갈거잖아."
"지금 아니면 우리가 언제 여자한테 처녀상실을 가지고 섹드립치며 놀려보겠냐?"
"평생에 걸쳐 한번 있을까도 불확실한 절호의 기회지."
"하... 그래. 빨리 해주하고 이 좇같은 상황에서 벗어나자고. 뭐. 이 경우엔 좇없는 상황이지."
도적은 귓가에 꽃히는 온갖 종류의 성희롱을 차단하며 어기적거리는 걸음을 재촉했다.
교회를 찾아간 용사파티가 성반전 물약은 저주가 아니라서 해주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기 12시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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