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네가 신입이야?"
"으...응."
"나는 M16A1. 네 담당 인형이야. 넌 이름이 뭐야?"
"난... HK41...아니 HKM4."
"HKM4? 여기엔 HK416이라고 나와있는데... 아무튼 앞으로 잘 해보자고."
M16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래."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
M16은 국가보안국에서 내가 처음으로 만난 인형이었다. 그녀는 내 동경의 대상이었고, 나는 그녀에게 더 가까히 가기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다.
M16은 내가 잘 할때마다 칭찬을 해줬고,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긴 시간 동안 M16과 같이 합을 맞추며 작전을 수행했고 잘 풀린 실타래처럼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M16과 나의 사이는 서로의 사생활을 알 정도로 가까워졌고 나는 이런 생활이 너무나 행복했다.
"416! 7분뒤면 출발이야. 장비 잘 챙겨둬."
"이미 다 챙겼어. 그리고 M4라고 불러달라고."
"오오~ 언제나 잘한단 말이야."
M16은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해줬다.
"으ㅡ"
"내가 만지는거 기분 나쁜거야?"
"아...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그래!"
얼굴이 확 달아올라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히히. 지금 부끄러워 하는거야? 네 본심을 표현해 보라구."
"아니야!"
"아 맞아. 오늘은 새로운 인형하고 같이 작전을 수행할거야."
"안녕 언니! 난 G28이야!"
"네 여동생이야. 잘 대해주라고."
"내...여동생?"
"응. 앞으로 잘 부탁해!"
"어...그래."
G28은 처음 나가는 작전에도 불구하고 나와 합을 잘 맞췄다. 나는 G28이 내 여동생이기도 하고 마음에 들어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었다. M16이외의 인형은 나와 수준이 안 맞는다 생각해 무시했지만 G28은 이상하게도 내가 애정을 쏟게 되었다. G28도 내가 애정을 쏟는 만큼 내게 잘 대해줬다.
"언니 왔어? 힘들진 않았어? 배고프지 않아?"
G28은 내가 작전에서 돌아왔을때마다 마중나와 저런 말들을 해줬다.
"밖에선 언니라 부르지 말라니까."
"왜애ㅡ 내가 싫은거야?"
"그건 아니고... 집에서 많이 부르잖아."
"난 언니가 좋은걸. 아무튼, 빨리 가서 저녁먹자. M16언니도 기다리고 있어. 오늘은 언니가 좋아하는 슈바인 학센이야. 어때? 기대되지?"
나는 G28의 행동에 피식 웃었다.
"그거 좋네."
"어! 방금 웃었다! 오늘 언니의 웃음을 보게 되다니. 행운인걸!"
"바보야. 동네방네 떠들지 말라고."
나는 이런 생활이 오래도록 갈 줄 알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불법 운용중인 인형개체들을 모두 처리하고 붕괴액 폭탄을 확보, 그리고 내가 지정한 인형 생포. 말로는 쉬워보이겠지만 적은 꽤나 강하고 민간인 거주 지역이니 정신 제대로 차리라고."
M16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피라미들은 유탄 3개면 충분해."
"하하...하지만 이번엔 자만은 금물이야. 명심해 둬."
"언니 이번에도 잘 해보자고~"
G28은 내 손을 잡아 당겨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래그래."
시간이 지나 헬리콥터에서 줄이 펼쳐져 내려갔고, 차례대로 패스트 로프를 하며 내려갔다.
우리가 도착한곳은 어떤 시가지였다.
"M4. G28하고 저 건물 클리어링 해. 난 이 건물에 진입한다."
"라져."
M16은 내 뒤에 있는 건물로 진입했다.
"우리도 가자. 뒤를 맡길게."
"응."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끔 적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내 선에서 처리되었다. M16이 지정한 인형은 마지막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려 했지만 테이저건을 쏴 저지해 생포했다.
"으윽!"
"건물확보, 지정인형 생포 및 폭탄 확보. 그쪽은?"
"여기도. 그리고 추가 임무가 들어왔어. 증원군이 오기전까지 이곳을 점령하고 있어야해. 아마 30분 뒤에 도착할거야."
"그거야 쉽지."
"나쁜소식은 서쪽 도시 입구에서 막대한 양의 신호가 포착됬다는 소식이 있어."
"그럼 어떡해?"
"일단 건물을 지켜. 건물에서 적들을 저지한다."
"라져."
약 3분뒤, 서쪽 방면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정도로 많은 수의 인형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미친, 저것들 뭐야? 무기도 없이 달려들잖아? M16, 빨리 교전 허락하게 해줘!"
"교전 허락. 쓸어버려."
나는 건물 유리창을 깨고 그 밖으로 소이탄을 던졌다. 소이탄은 넓은 범위의 적들을 태워버렸지만 그것들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G28! 옥상으로 올라가서 저격해!"
"알겠어!"
적들의 수는 우리가 쏜 총알에 비례해 점점 그 수가 줄어들었고, 내가 쏜 마지막 유탄에 육안으로 보이는 적은 없어졌다.
"모든 적 섬멸 완료."
"그 건물에서 증원군이 올때까지 대기해."
하지만 나는 더 많은 적들을 처리하기 위해 건물에서 나와 주변을 대충 살펴보고 적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마음놓고 G28에게 연락했다.
"끝. 수고했어. 이제 내려와도 돼."
"헤헤. 칭찬들었다ㅡ"
G28은 한달음에 건물에서 내려와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그리곤 내 쪽으로 걸어왔다.
하지만 그 때, 남아있던 한 인형이 칼을 들고 G28의 뒤에 서 목에 들이밀었다.
"당장 칼 내려놔!"
곧바로 총을 들어 총구를 그 인형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여차하면 바로 쏘려고 했지만 그것의 몸엔 언제 챙겼는지 모르는 폭탄을 몸에 부착하고 있었다.
이미 기폭장치를 활성화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G28의 형태와 비슷해 뒤에 완전히 숨어있어 쏘지 못했다.
폭발까지 20초. 해체는 2초. 빠른 결정을 해야했다.
"......언니. 날 쏴."
"조용히 해. 틈을 노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잖아."
13초.
"난 걱정 안해도 돼."
"제발. 내게 그런 선택지를 주지 마. 기회는 날꺼야..."
"현실을 직시해 언니. 민간인들까지 죽일 순 없잖아."
"......."
7초.
"마지막이야. 날 쏴줘. 부탁이야. 난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방아쇠에 올린 손가락을 두번 뒤로 당겼다.
둘은 겹쳐져 쓰러졌고, 나는 곧장 달려가 몸에 부착된 폭탄을 해체했다.
"잘했어...언니....."
"좀만 버텨. 곧 증원대가 오니까 그때까지 참아. 참아줘..."
나는 G28의 손을 꽉 잡았고, G28은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점점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 결국 힘없이 처졌다. 절망감이 머리를 잠식해버렸다.
"흥. 꼴좋군. 고작 그 폭탄 하나때문에 아군을 죽이ㅡ"
생포한 인형을 보자 절망감은 분노로 바뀌었고, 그 인형에게 울분을 쏟아내듯 한 탄창을 전부 쏟아냈다.
곧 증원대가 도착해 G28의 상태를 봤지만 이미 코어액이 다량 유출되어 마인드맵이 타버린 상태였다.
결국 내 자만은 G28을 죽였다.
작전 종료 후, 며칠 후.
"...명령은 이미 내려졌어. 너는 이번 작전에서 빠지게 될 거야."
"무슨......소리를......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왜 그러는 건데!"
"너도 규칙은 알고 있잖아......명령을 지키지 않고, 아군까지 공격했으니, 모든 조항을 봐도 널 폐기하는 데에는 충분해."
"난 내가 가고 싶었던 곳에 가고 싶었을 뿐이야! 그것도 잘못된 거야?!"
"우리는 전술 인형이야. 우리가 가야 될 곳은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울컥해 심한말을 내뱉었다.
"웃기지마! 내가 그딴 인형 보모나 하려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그딴 바보 같은 임무──"
............짝!
"정신 차려."
"......"
"이제 넌 정예 인형 같은 게 아니야. 고작해야 살아 숨쉬고 있을 뿐인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무슨......"
"6시간 후에 그리폰에서 널 데리러 나올 거야. 네 물건들을 챙기도록 해."
"......"
............탕!
그대로 지휘실의 문을 닫고 나왔다.
억울함과 분함이 섞여 M16에 대한 증오로 바뀌었다.
이젠 동경하는 인형이 아니었다. 당시 상황도 모르는 바보같은 인형이었다.
6시간 뒤, 그리폰에서 정말로 나를 데리러 왔고, 난 순순히 그리폰으로 넘어갔다.
한동안 여러 구역을 넘나들었지만 나를 제대로 써주는 곳은 없었고, 작전 수준도 극히 떨어졌다.
그리폰에서는 최후의 선택으로 나를 최전방으로 보냈다. 하지만 최전방이라고 다를건 없어보였다.
이곳의 지휘관은 지휘를 한지 7개월 정도 밖에 안됬고, 병력은 부족해보였다.
그래도 일말을 희망을 가진채로 지휘실로 들어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IP보기클릭)125.13.***.***
(IP보기클릭)14.37.***.***
이젠 꽃길을 걸어야하는데... | 18.07.04 17:13 | |
(IP보기클릭)180.224.***.***
(IP보기클릭)14.37.***.***
딥다이브에 나오는 보이스파일을 인용했죠 꽤나 딥ㅡ다크하더군요 | 18.07.04 17: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