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해외에 거주하는 현직 치과의사입니다.
요새 "양심 치과의사"나 "치과 비양심 치료" 등등의 글들을 한국 웹사이트 여기저기에서 접하게 되는데요, 환자분과 의사분들 모두 오해받으시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저는 해외에서 공부해서 일하고 있고, 한인환자분은 거의 없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종사자지만 딱히 한국 치과의사분들 편을 들어드릴 이유가 없지요.
이해관계가 없는 동직종사자의 입장으로 억울해 하시는 환자분들께 정보 몇가지 전해드리고 싶어서 글 몇자 씁니다. (사실은 할일이 쌓였는데 너무 하기가 싫어서 현실도피하느라 쓰는글이에요....ㅋㅋㅋ)
1. 치과마다 충치갯수가 달라요.
치과에서 진료받다 보면 충치갯수가 확연히 다를때가 있고 환자분들 입장에선 어떻게 같은걸 보고 이리도 많이 차이가 나는지, 혹시 사기인지 의심이 가시는게 당연합니다.
충치 진단 갯수가 다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가 :
엑스레이를 찍지 않으면 아래 사진처럼 이 사이에 난 충치는 심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상 놓칠 확률이 많아요. 엑스레이를 환자분이 거부하시거나 엑스레이를 안찍는걸 선호하시는 의사분들의 경우에는 충치 진단이 적게 나겠지요. (그래서 저는 엑스레이 촬영을 선호해요)
이미지 출처 : https://www.dmg-dental.com/fileadmin/_processed_/d/5/csm_Icon_13_280dbbcddf.jpg
엑스레이 판독의 차이 :
엑스레이도 100% 정확하진 않아요. 어떨땐 한두장 더찍어야 충치가 보인다거나 정말 애매해서 좀 일년이상 시간을 두고 관찰해서 결정해야 하구요. 의사분들끼리도 판독할때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여기서 또 오차가 나지요.
어디까지 충치로 보느냐 :
위에 올린 사진을 다시 보시면 빨간 동그라미 안에 두개의 충치가 있지요.
왼쪽이에 난 충치는 치아 맨 바깥층 (에나멜 - 한국어로는 법랑질이라고 할거에요)을 지나 치아 안쬭 두번째 층 (덴틴이라고 불러요)에 조금 더 퍼졌습니다.
오른쪽 이에 난 충치는 두번째 층에 넓게 번져 훨씬 크지요. 오른쪽 충치는 99% 치과의사분들이 (국적 연령 학교 상관없이) 치료해야 한다고 동의하실겁니다.
하지만 왼쪽 충치나 첫번째 층까지만 난 충치는 그냥 지켜본다 vs 치료한다로 의견차이가 갈립니다.
왜그럴까요? 다음 포인트에서 설명할게요.
충치로 보지만 어디까지 치료하느냐 :
다시한번 왼쪽충치나 조금 더 얕은 충치의 경우에는 꼼꼼하고 잦은 양치질, 치실사용, 식습관 개선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 빈도를 줄이기), 그리고 불소나 칼슘-산화황? 화합물 (calcium phosphate, CPP-ACP) 같은 보조약품 사용으로 일부는 호전 또는 회복이 가능한 충치입니다.
자 제가 "일부는"을 빨간색으로 표시했죠? 어느 의료치료나 그렇듯이 100% 회복이란 없습니다. 철저히 지침을 따른다해도 때에 따라선 실패하는 경우가 꼭 있다는 말이지요.
치과 의사의 성향 (위에서 말한 보조약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검증되지 않았을때 교육받으신 분들은 차라리 지금 충치를 때워서 치료하시는걸 선호하시겠지요), 경력이 어떤가 (충치가 많고 사람들이 치료를 제때 받지 않는 지역, 외국이라 수돗물에 불소가 안들어간 지역에서 일을 많이 하신 분들의 경우에는 이런 치료를 할 경우에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을 많이 보셔서 위의 엑스레이같은 경우에는 때우는걸 권장하겠죠), 환자가 어떤가에 따라서 치료/관찰의 경우를 결정합니다.
충치 하나만 봐도 이렇게 갈리는데 신경치료/발치/이에 금가거나 깨지거나 쪼개진 경우/잇몸병의 경우의 수까지 넣어보면 온세상 치과의사 수만큼 의견이 갈리겠지요?
물론 오른쪽처럼 누가봐도 빼박인 경우도 있지만 빼박인 경우에도 어떻게 치료하느냐 (레진/아말감/금/세라믹/GI 등등)에 따라서 또 ㅋㅋㅋ 갈립니다 ㅋㅋㅋ
환자분이 어떠냐에 대해선 밑에서 얘기할게요.
환자가 어떤가 :
환자가 어떤지 보고 더 뜯어먹을지 말지 생각하냐! 라고 벌써부터 분노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ㅋㅋㅋ 일단 죽창은 잠깐 내려놓으시고 여기 좀 오셔서 같이 앉아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일단 계속 가십시다.
자 위와같이 애매한 경우에는 환자가 어떤 분이시냐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구강위생과 라이프스타일이 어떠한가 :
환자분이 양치를 잘 안하시거나, 치실사용이 미흡하시거나, 먹을것을 입에서 떼지 않고 계속 드시는 분이시거나, 물을 많이 안드시는 편이면 같은곳에 난 같은 사이즈 충치라도 일년, 몇년 후에 볼때 상황이 악화될 확률이 훨씬 높지요. 전 개인병원에서도 일하고 공립병원에서도 일하는데 공립에서 저런걸 본다면 100% 때웁니다. 전 공립에서 시급으로 받는데 왜 굳이 일을 만들까요? 보통 이나라 공립은 경제적으로 어려우신분들이 대기리스트에서 2-3년 정도를 기다리신다음에 진료받으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이를 잘 닦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런 충치가 발견된다면 양치 잘 하시고 치실 쓰시고 육개월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꼬박꼬박 오시는 개인병원 환자들에게처럼 그냥 놔둔다면 삼년후에 그 충치가 얼마나 커질까요? 치아관리 잘하시고 꼬박꼬박 정기검진을 오시면 만약 충치를 자연적으로 회복시키는데 실패한대도 심하게 커지기 전에 언제든 치료할 수가 있지요. 치과치료비용이 쌌으면 하세요? 반년 안돼도 일년에 한번씩 치과 꼭 가세요. 두번 가세요. 거기다 한국은 진료비도 싸잖아요....(여기는 작게 때워도 기본이 12-15만원...)
건강상태 :
환자분이 건강상의 문제로 약을 드시거나 (많은종류의 약들이 침 생성을 억제합니다. 침은 충치나 잇몸병에서 치아를 보호하는데. 하지만 약을 그렇다고 안드시면 안돼요! 차라리 치아를 좀더 열심히 관리하셔야지), 비염등의 이유로 입으로 숨을 쉬어 입이 언제나 말라있거나, 혈당관리가 잘 안되는 당뇨환자분이나, 방사선/약물 항암치료등으로 침샘에 타격이 온 경우에는 충치나 잇몸병이 일반인보다 훨씬 더 쉽게 생기고 빠르게 나빠집니다. 이런 분들에게서 저런 충치가 보인다면 당연히 치료해야겠지요?
실수로 빼먹었는가 :
과잉진료보다는 오히려 못봐서 적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을겁니다. 정신없고 위에 얘기했듯이 엑스레이가 애매하거나 엑스레이를 찍지 않았다면 더욱이요.
물론 이런 실수를 안하려고 몇년을 잠도 줄여가면서 혼나고 배우는 사람들인데 실수의 경우는 매우 적어요!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라 0%는 불가능하겠죠.
물론 ㅋㅋㅋ 실수를 해서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의료소송까지 간다면 내일 먹을 저녁도 ㅋㅋㅋ 없어지기 때문에 ㅋㅋㅋ) ㅋㅋㅋㅋ 실수가 한없이 0%에 가깝도록 노력들을 하기떄문에 ㅋㅋㅋ 좀 많이 안심하셔도 됩니다 ㅋㅋㅋ
오늘 환자가 왜 오셨는가 :
정기진료나 점검을 하러 오신게 아니고 이가 크게 부러지거나, 치통이 너무 심하거나, 또는 다른 치료를 위해 (발치 등등) 오신경우에 "다른이들은 어때요?" 라고 여쭤보시는 경우에는 일단 여기 오신 주목적을 해결해야 하기때문에 예약하실때 언질을 주시고 시간 넉넉하게 잡아달라 부탁하시지 않으면 (당연히 진료비는 추가됩니다) 정기진료만큼 자세히 보는게 불가능해요 ㅠㅜ 전자렌지는 한개인데 갓뚜기 삼분카레 다섯개를 이분안에 데워달라고 하시는 거랑 같아요 ㅠㅠㅠㅠㅠ
일단 급한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에 충치갯수 진단이 훨씬 덜 정확합니다!
혹시 이것저것 한번에 하시고 싶으면 미리 전화하셔서 예약하실때 뭘 원하는지도 확실히 알려주시고 시간을 넉넉히 잡아달라고 하시면 훨씬 만족스러우실거에요.
2. 진료비가 왜이렇게 차이가 나죠?
가장 민감한 주제네요 ^^;
탁 터놓고 말하자면
이것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서 그렇습니다.
장사할때 수입/사업구조를 보시면
매출에서 비용 (대출 원금/이자, 임대료, 가게 시설, 직원 인건비, 재료, 시간, 전기세 등등)을 빼서 어느정도 남는게 있어야 가게 주인도 먹고 살겠지요. 알바보다 덜 받으면 알바하지 가게를 빚져가면서 열 이유가 없지요 ㅋㅋ
치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 진료비에서 비용 (대출 원금/이자, 임대료, 기구와 기계 의자 비용, 직원과 의사 인건비, 재료, 시간, 전기세 등등)을 빼고 어느정도 내가 가져가서 가족들 먹여살릴 만큼은 남아야겠죠. 거기다가 치과는 기구가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해 보시면 치과치료는 그 자체로 소규모 수술입니다! 간호사도 소독하는 담당 간호사도 소독기계도 심지어 도구도 엄청나게 필요하지요) 환자분들이 생각하시지 못하는 비용이 고정으로 엄청나게 빠지지요.
이 비용 부분을 보자면 치과 규모가 얼마나 큰지,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기구가 얼마나 비싼지, 그리고 임대료가 얼만지 (강남 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치과 임대료가 당연히 동네 골목에 있는 치과보다 임대료가 비싸겠지요?), 고용된 치과의사/원장 본인의 경력 그리고 기대수입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겠지요?
복받아서 좋은 수저 물고 태어난 분들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면(갓물주 ㅠㅠㅠ) 가격 까짓거 조금 더 내려도 저기 흙수저 개천용 아무개보다는 마진이 그래도 훨씬 남겠지요?
무슨 티비 프로그램에서 고발형식으로 충주 치과의사 협회에서 임플란트 가격 기준선을 상의했는데 더 싸게 하는 치과를 다른 치과의사들이 싫어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하더라구요.
가볍게 말하자면 동네 떡볶이들이 대충 일인분에 천원하는데 건물주라 임대료도 안내고 불법으로 알바 최저시급 아래 주는 떡볶이집이 (아니면 자기가 좀 덜 벌어도 생활이 넉넉한 떡볶이집 주인이) 일인분에 오백원으로 팔기 시작한다면 치킨게임으로 다같이 망하거나 손님 다 잃는거랑 비슷한 거에요.
내가 파는 떡볶이 내맘대로 가격 정하는데 뭐가 어떠냐 하겠지만 상대입장에선 숟가락 놓으라는 소리거든요.
저는 충주에 가본적도 없어서 모르지만 담합일 수도 있겠지요. 근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까짓거 충주 한동네에서 한다고 나아집니까 ㅋㅋ 사람들 다 다른지역으로 몰리겠지요 ㅋㅋㅋ 저같아도 그럽니다.
제 3자가 보기엔 아마 저게 재료비 + 인건비 + 대출 + 임대료 등등 비용 제외하고 대충 사람답게 벌만한 액수라 기준선을 서로 얘기한것 같은데 (한마디로 과일가게 주인들끼리 김씨 요새 딸기 킬로에 얼마당 파소? 하고 어이구 오천원에 팔면 남는게 없더라 ㅠㅠ 하고 얘기하는거 생각하시면 돼요), 여기서 그것보다 적게 책정하는 사람이 나온거죠.
요새 유명하신 양심 치과의사 분 계시죠? 그분 보세요. 아침 일곱시 반에 개원해서 하루 얼마나 길게 일하세요 ㅠㅠ 간호사도 소독도 접수도 인건비가 나올래야 나올수가 없으니까 혼자하시는거에요. 애초에 한국 의료보험이 치료비용을 의료나 치과나 무지 후려쳐서 보험치료만 하면 그날 먹을 점심값도 안빠지는 수가 있어요 ㅋㅋㅋ (한국갔다가 앞니 부딪쳐서 동네치과 간적 있는데 돈내면서 깜짝 놀라면서 물어봤네요. 이렇게 싸냐고 ㅋㅋㅋ)
복잡해서 설명하려면 논문급으로 써야되지만 ㅋㅋ 상황에 따라 치료 재료 선정(아말감/레진/금 등등)도 다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보험적용 아말감으로 해도 좋은데 어떤 경우엔 아말감으로 하면 치아에 훨씬 데미지가 가는 경우도 있고 하기때문에 치과의사라면 다들 딱 제한된 재료만 써야하는 걸 싫어해요.
정당하게 해도 속상할텐데 티비프로 보니까 무자격 치위생사 (이게 바로 그 야매입니다!)를 쓰고 등록도 안했더라구요. (음....한국은 어떤지 모르는데 여기는 등록안하고 일하면 감방가요 감방. 그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등록 비용 무지 비싸요 ㅠㅠ) 걸려서 정지당하고 벌금물고 한거 보면 사실관계는 맞는것 같구요.
불법적인 과정으로 비용절감해서 남들 밥줄 끊어버리는데 불법인 부분을 신고도 못하면 억울해서 어떻게 살아요 ㅠㅠ 솔직히 저렇게 간호사까지 야매로 고용하는데 시급은 제대로 주는지도 모르겠고, 도구는 제대로 살균할까요?
치위생사 분들도 나오시던데 정말 죄송하지만 치위생사분들이 배우신 지식의 깊이와 치과의사가 배운 지식의 깊이는 달라요. 하다못해 이가 어떻게 맞물리고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 이가 부러져서 잃어야 하는 상황까지 계산해야 하는 치과의사가 금으로 씌우라고 권하는걸 왜 싼 GI를 쓰지 않냐고 물어보면 답답해서 무시하거나 그냥 공부 다시해서 치과 들어가라고 하고싶어요 (애초에 궁금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따지는 치위생사면 피곤한 사람이기때문에 엮이면 머리만 아픕니다...)
물론 저는 모든 정황을 모릅니다. 제가 당연히 틀릴수도 있어요.
위에서 얘기한 무엇을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보느냐, 거기다가 충치/다른 질병을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 것인가만 봐도 진료비가 천차만별일텐데 비용까지 생각하면 진료비가 다른건 당연한 거에요.
잘 와닿으시진 않으시겠지만 치과치료에 의료보험이 포함돼서 이를 몇만원 주고 뽑는 나라는 흔치 않아요 (여긴 기본이 12만원부터 시작합니다...첫 병원은 가격이 쎄서 20부터 시작했네요). 심지어 비보험도 사기급으로 쌉니다...
제가 한국친구들한테 언제나 너넨 치과치료받을때 장기려 박사님 묘지방향으로 세번절하고 받아야 한다고 ㅋㅋㅋ 그래요 ㅋㅋㅋ
저희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ㅠㅠ 사실 저희는 그냥검진만 하루종일하고 편하게 편하게 충치치료 안하고 사는게 더 좋아요 ㅋㅋ 수입도 이러나 저러나 비슷하고.
가끔은 내가 망치 들고가서 충치 만든것도 아닌데 왜 나를 미워하는거지 ㅠㅠ 라는 맘도 들지만 그냥 양치 잘하는 환자분만 봐도 하루종일 기분 좋은게 치과의사에요 ㅋㅋ
너무 글이 길어져서 이정도로 줄일게요.
긴글 싫어하시는 분들 위한 세줄요약
-충치는 같은 충치라도 상황에 따라서 진료방침이 달라짐
-가격은 장사랑 똑같음 - 다른가게가면 가격 다르듯이 다 사정따라 다름. 님들 치료비가 간호사 인건비, 기계도구값 & 소독비, 재료비 임대료로 가는거임.
-이건 얘기 안했지만 어느치과건 잇몸병 치료 권하면 걍 받으세요. 두번 받으세요. 잇몸치료 왠만한 치과의사들 귀찮아서 돈되는 치료라도 (사실 잇몸치료 돈 안됩니다 ㅋㅋㅋㅋ) 차라리 돈주고 안하고 싶어해요 ㅋㅋㅋ 권하면 진짜 필요하다는 소리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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