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이곳에 혼을 두고 오는 것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지요.
실은 의뢰를 받은 게 있어서, 제가 러브라이브를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담담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저 담담하게 쓰진 않고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게 들어가겠지만.
담담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저 담담하게 쓰진 않고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게 들어가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사적인 스타일로 쓴다고 해도, 조금 자기 감정은 조절할 필요가 있겠고...
그래서 우선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2년 동안 쌓아온 것들을 여기서 술회하고 가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얘가 왜 이렇게 변했냐?" 라는 내용이 되겠지요. (...)
각잡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쑥스러운 일이니까 두 번은 안 씁니다.
칸다묘진의 오토코자카(男坂), 여기 오면 뛰게 된다니까요. (...)
2013년 이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중간에 가로걸리는 일 없이 나름 순탄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저입니다만,
그 즈음에 위기가 약간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한 일이었습니다만...
나름 학점 관리는 잘 했었기 때문에 주변의 누구나 '진학하겠군' 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포기한 이유야 여러가지 있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이유라면 역시...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한심한 이유긴 하지만, 저는 그걸 잘 포장하는데 능숙했습니다.
무사히 주변에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꿈을 포기한 불우한 수재" 라는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는데 성공했고, 그게 이후의 삶에 꽤나 도움을 주긴 했습니다.
대학에서는 역사를 공부했는데, 재미있긴 하지만 그게 '가장 재미있는'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걸 자신도 깨닫지 못해서 결국 괴리가 생긴 결과가 저겁니다.
그 뒤에는 뭐...적당히 직장에 취직했고(그 전에도 혼자서 일은 이것저것 했지만)
적당히 살게 되었습니다. 여럿이서 하는 사회생활의 요령도 생겼네요.
그 요령이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이었는데, 이건 남자라면 기본적으로 군대에서 배우죠.
최선을 다 해봤자 손해볼 뿐입니다. 100의 일을 하는데는 100의 힘이면 충분하고 200은 필요없어요.
남는 100을 보고 '남네?' 라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100 이상을 요구하게 되니...
그렇게 되면 굉장히 귀찮아지니까요. 그러니까 사회생활은 힘조절과 타협입니다.
300만 돌파! 라고 써 있는 이 게임이 이젠 일본 내에서만 천만 돌파입니다.
이건 특별히 불행할 것도 행복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삶이네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취미생활하고
사고 싶은 걸 사고 조금씩 여력을 두며 그저 시간을 보내는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나름 재미도 추구하고 있었고.
2013년 여름에 하던 게임을 때려치고 적당히 시간 때울 걸 찾다가 스쿠페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리듬게임이라고는 응원단 좀 해보다가 폭사한 제게 있어서 여러가지로 신선했습니다.
더구나...노래가 다 좋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딱히 물건을 사 모으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음반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베스트 앨범을 샀었죠.
러브라이브! 뮤지엄이었습니다. 2기 12화 방영 직전이었죠.
여기서 끝났으면 '좋은 덕질을 했다!'로 정리했을 테지만...
이 러브라이브! 란 프로젝트는 도저히 멈출 줄을 몰라서요.
나름 오랜 세월동안 덕질을 해왔던 저였습니다만, 이런 엄청난 기세는 처음 봤습니다.
게다가 그 돌진이 옆에서 보기엔 그렇게 지혜롭지 않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뭔가 자동차에 비행기용 제트엔진을 단 것 같다고 해야하나 (...)
그런 주제에 길도 아닌 데라도 그냥 닥치는대로 돌진하고 있어!
당췌 이런 녀석은 처음 봤기 때문에, 일단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따라갔습니다.
애니로 유명한 칸다묘진 오토코자카 바로 위
그러다가보니 스스로 "나는 절대 그런 거 갈 일 없겠네" 라고 생각했던
성우들이 나와서 하는 라이브에 가기 위해서 티켓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때는 그렇게 필사적인 건 아니고 가보고 싶네...정도였기 때문에 한 장 넣었죠.
그게 쩔꺼덕 될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물론 기뻤죠.
덕분에 일본에 가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그렇게 보게 되었지요.
타협이 없는 라이브
최선을 다 하는 모습
한 가지를 보고 하나의 마음이 된 수만명의 열정
어둠 속에서 수없이 빛나는 오렌지색 섬광
밖에 나왔을 때는 밤이 늦었고 눈이 너무나도 많이 와서 전철이 안 갈 정도였는데다가
바람이 세서 우산이 찢어지더군요. 프레임이 바람을 맞아 꺾이고.
인제에서도 그런 눈발은 본 적이 없었는데.
근데 그 눈을 맞으면서 진지하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걸 봤으니깐 여기서 죽어도 별로 여한은 없지 않을까?"
물론 잠시 잠깐이었지만 저 자신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인종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깨달았지요.
최선을 다 해서 쫓아가면, 훨씬 재미있다!
만약 그 때 일본에 가지 않았더라면, 라이브를 보지 않았더라면,
제 인생이란 2013년에 멈춰서 지금까지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겠지요.
그냥 그건 그거대로 즐기고 살았을 겁니다.
하지만 알아버린 이상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이 오미쿠지는 지갑 안에 있습니다만...
겨울이면서도 하늘에서 꽃잎이 흩날려 내리는 것은
구름 저 너머는 이미 봄이기 때문인가
불행한 지경에 처해 비탄에 젖어 아무런 기대도 없이 막연히 소일하는 자여.
희망에 타오르는 봄은 이미 눈앞에 있다.
꾸물거리지 말고 자기에 눈을 뜨고 자신감을 지니고서 목적을 향해 한결같이 전진하라.
라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생각했으니 더 이상 술인지 물인지 사이다인지 모르는 티미한 삶은 살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한 달 동안 쓰는 인수인계서는 두껍더군요. (...)
지금까지 한 걸 때려치고 새로운 걸 한다고 해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하지만 성공한다 실패한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였습니다.
그래서 2월에 돌아가서 정리하고 3월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전수럽라체제(?)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하고 싶은 게 있어서 우선 배송(?)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3만건도 더 보냈다구요!
뭐 사실 경력으로는 아직 한~참 모자르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이것도 도움이 되었으면...하면서 열심히 보내고 또 보내고 중이죠.
칸다마츠리 기념으로 게이머즈 앞에 나와있었던 가마(?)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좋아하는 건 모두 다 즐거운 일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렇게 전 심신을 모두 다 러브라이브에 쏟다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있어서도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도, 사고라는 건 일어나는 법이고.
어쩔 때는 꽤나 힘들고, 슬픈 일도 있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도 있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좋아해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고작해야 서브컬쳐...라고 해도, 그게 제 모든 것이었습니다.
자신보다도 더 우위에 무언가를 둔다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타인이 보면 위에서 말했듯이 고작해야 서브컬쳐에...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행복하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 남이사? (...)
제게 있어서...
러브라이브를 쫓았던 2년은, 그 전의 30여년보다 훨씬 더 진한 시간이었습니다.
원래의 자기라면 안 했을 일들을 너무나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기를 찾기도 하고, 잊어버렸던 자신을 다시 꺼내오기도 했고,
닳아버렸던 자신이 정말로 필사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이해하지 못했던 걸 정말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대학 시절에 보유하고 있었던 전투력(?)도 되찾게 되었네요.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이녀석은 엔진은 비행기 엔진인데 땅으로 다니고 있어요...
더구나 등 뒤에 표적이 있어서 어떤 의도로든 여러 인종의 공격대상이 되고.
그게 하이에나건, 에리스건 어쨌건 등 뒤에서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옆에 나란히 그런 것들이
달려가고 있으니까 쉴새없이 싸웠고, 가끔은 앞에서 가끔은 뒤에서 막고 때리고 난투극(...)
러브라이브가 아니었다면, 제가 이런 사람 많은 축제에 자진해서 갈 일은 없었겠죠.
저는 러브라이브에 받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갚아도 갚아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을지언정 이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저 자신은 그냥 수없이 많은 팬들 중 하나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일개 팬으로서도 무언가 하고 싶고, 지금까지 받은 걸 돌려주고 싶습니다.
요는 은혜를 갚고 싶다는 거에요. 은혜!
이 프로젝트는 제게 있어 그저 취미생활의 하나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줬습니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거짓말인지 진실인지도 스스로 헷갈려 있었던 자기에게
'너는 사실 이런 걸 원했다' 라는 걸 알려줬습니다.
그건 누구도 해주지 못했던 일이기에...
물에 빠져서 가라앉는 와중에서도 5th 라이브를 생각할 정도로,
전 당장 내일 어떻게 되더라도 지난 2년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누구씨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외치겠죠. "잘 살았다!"
타케무라. 호무라의 원형. 호젓한 곳이나 아키바에서 멀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러브라이브 게시판 관리자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몇몇 분들에게 '러브라이브를 접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당치도 않고...
저는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함께하진 못했어도, 적어도 끝과는 같이 할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잠시 숨을 고를 뿐.
거긴 저같은 사람이 딱히 있지 않아도 알아서 더 커갈 겁니다.
이제 전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갈 겁니다.
뭐...결과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하면
인생을 거는 건 정말 가치있는 일이니 대상이 뭐건 걸어봐라. 입니다.
제게 있어서 그건 러브라이브고, 아마 먼 미래에도 이걸 능가할 건 없을 것 같네요.
매일매일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기분이 당혹스러우면서도...무척이나 기뻐서.
더 많은 사람이 이 기쁨을 알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이 세피아빛으로 변하기 전에 무언가 써보려고 하는 거기도 하고.
새삼스레 말하니 무척이나 쑥스러운 일이군요.
하지만 언젠가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걸어가는 길이 늘 완벽하지도 않고, 때로는 세련되지 않은 덜렁이같은 프로젝트입니다만,
그런 모습도 제게 있어선 정말로 사랑스럽고...
그리고 그만큼 내게, 우리에게 할 일이 있구나 생각하면 뭔가 활활 타오릅니다.
이게 아마 제 최후의 덕질입니다. 이게 끝나면 아마 여행이나 다니며 조용히 살겠지요.
그 어떤 걸 하더라도 이걸 넘어갈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에, 더욱 더 태울 겁니다.
제 안에 아직도 탈물질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다는 걸 깨달은 것도 러브라이브 덕분.
그렇다면 이 모든 연료는 죄다 러브라이브를 위해서 태워야지 않겠습니까.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셨다면, 부담갖지 말고 천천히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저같이 닳고 닳은 인간의 마음마저 움직인 프로젝트니까.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조금씩 자신을 적셔간다면, 이 프로젝트는 그만큼의 보답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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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는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있는것 같습니다'라고 했겠지만 단호한 변화를 느껴보았으니 확답으로 변했네요 여신님들이 작중에서 느꼈던 세계의 확장을 우리에게까지 전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매일 새로운 세상을 느끼게 됩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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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걸 만큼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은 정말 즐겁고 멋진 일입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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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가장 높은 곳까지..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표어는 심지어 "이루어져라, 모두의 꿈!" 이죠. 러브라이브가 팬들과 함께 쌓아온 길, 러브라이브 그 자체가,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안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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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관에서 3가지 바꿀수 없는 것이 있어요. 정의로운 삶, 명예, 그리고 취미생활. 좋아하는걸 계속하면 행복해지죠. 그걸 이 게시판에서 있으면서 남두님 보면서 가장 많이 영감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후회하지 않고 좋아하는것만 하면서 살거에요. 제 가치관에 영향을 준 사람이 3명이 있는데 그중 한명이 남두님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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