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슈퍼스타 애니 1화의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지난 학당 우상 이야기!
학당 우상 이야기 ~홍소(虹咲)학당전~ : 세추나(勢趨娜)의 난
※ 조선시대는 아니고 그냥 뭔가 조선시대 느낌이 나는 현대와 과거가 엉망으로 섞인(?) 희한한 세계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홍소(虹咲)학당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결구(結丘)여학당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카논(㻔論)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여학생 중 한 명으로, 도성 안에서 찻집을 하는 부모님과 여동생 한 명을 두고 있다. 참고로 찻집 운영은 어머니가 맡고 있고, 아버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쓴 글을 우리 글로 번역하는 번역가이다. 그리고 이 찻집에서는 소쩍새를 한 마리 키우는데, 생긴게 너무나도 동그래서 이름을 동그라미라고 지어주었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카논(㻔論)에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노래하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관중 앞에서만 서면 너무나도 긴장한 나머지 졸도를 해버릴 정도라는 거다. 어렸을 적 동무들과 함께 잔치에 나가 노래를 부르게 됐을 때, 카논(㻔論)은 입도 벙긋 못 해보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로도 그녀의 체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결구(結丘)여학당의 음악과 입학 시험에서도 입술 한 번 못 떼보고 낙방하고 말았다.
"바-보"
낯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꾸짖은 카논(㻔論)은 아버지가 서양인들을 통해 구해오신 기타(技打)를 두어 번 만지작 거리고는 옆쪽에 내려두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어쨌든 이젠 학당에 갈 시간이었다.
"얘, 아침 안 먹고 갈거니?"
"응"
어머니에게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문밖으로 나가려던 카논(㻔論)이 잠깐 멈춰섰다. 동그라미한테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귀여운 동그라미를 보고 조금 마음이 풀린 그녀가 웃으면서 "다녀올게" 라고 말하자, 동그라미가 대답처럼 두어 번 울음소리를 냈다.
"카논(㻔論), 학당 제복이 참 잘 어울리네!"
"...안 어울려!"
어머니의 칭찬을 삐딱한 반항으로 되받아친 카논(㻔論)은 입을 쭉 내민 채로 쿵쾅쿵쾅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고 여동생이 기가 막히다는 듯 속삭였다.
"언니, 아직도 낙방에 연연하고 있는거야?"
"예민한 아이잖니"
"흐음..."
두 사람이 뭐라고 하든 간에, 어쨌든 밖에 나가 버린 카논(㻔論)에게 들릴리가 없었다. 음악이 흘러 나오는 해두본(該杜本)으로 제 귀를 꽉 막아 버린 카논(㻔論)은 앞만 바라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듣기 싫다는 듯, 누구하고도 얘기하기 싫다는 듯. 그러나 얼마 못 가 운명의 장난처럼 예전 동무들과 딱 마주치게 되었다. 음악과 학당 제복을 입은 동무들은 카논(㻔論)의 걱정을 해주었고, 그녀는 이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였지만 속이 너무나도 쓰렸다. 결국 이 불편한 자리에서 저 멀리 지나가는 고양이 핑계를 대고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고양이에게 말을 걸고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카논(㻔論)은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도 노래를 좋아한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단지 남들 앞에서 부르려고 하면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지. 노래를 부를 때는 뺨을 스치는 바람보다도, 하늘을 날아가는 새보다도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후우..."
얼마나 불렀을까. 다시 사람이 많은 거리로 나오게 된 카논(㻔論)은 황급히 노래를 그만두었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이렇게 노래 부를 수 있는데... 진한 아쉬움을 느끼며 해두본(該杜本)을 귀에서 내린 순간, 회색 머리 소녀가 갑자기 튀어나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마구 말을 걸었다.
"뭐, 뭐야! 이거... 중국어... 중국 사람?!"
"!&!#$!@#$!@$!#$!$!$!$!#$!!!!"
"짜이찌엔! 짜이찌엔!"
자신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나쁜 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난데없이 이러면 무서운게 당연했다. 카논(㻔論)은 아주 조금 알고 있는 기초 중국어를 얼렁뚱땅 내뱉고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도망갔다. 그러자 소녀가 자신의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사색이 되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카논(㻔論)이 거친 숨을 내쉬며 멈춰선 곳에서 만난 사람은 막역한 친우인 치사토(嗤沙討)였다. 결구(結丘)여학당 음악과에 춤 부문으로 함격한 치사토(嗤沙討)는 음악과 학당 제복을 차려 입고 있었다.
"치이, 음악과 학당 제복 멋있다!"
"고마워!"
"기왕 합격했으니까 춤 열심히 해야지?"
"응!"
치사토(嗤沙討)가 해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카논(㻔論)도 계속 노래 부를거지?"
"나?! 나는..."
잠시 할말을 찾지 못한 채 눈만 이리저리 굴리던 카논(㻔論)은 어쩐지 씁쓸한 웃음을 만면에 띄우며 입술을 뗐다.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 한마디를 꺼내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욱신거리는 걸까.
"제 이름은 카논(㻔論)입니다. 어, 그러니까, 저기..."
새학기 자기소개 시간은 언제나 그녀에게 고역이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어찌저찌 말을 이어가던 중 우연히 고개를 돌렸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눈과 제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목소리가 멋진 분...!"
순간 섬뜩함이 뒷목을 타고 올라왔지만,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자기소개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서 금발 소녀가 자기 이름을 '수미래(秀美萊)' 라고 밝히며 냉랭한 말투로 자기소개를 했고, 그 뒤에 정체불명의 회색 소녀가 발랄하게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가가(可可)' 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중국에서 이곳으로 유학을 왔고, 어머니가 이 나라 분이시라고 말했다. 거기까지 했으면 정말로 일반적인 소개였을텐데, 가가(可可)는 뜬금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혹시 학당 우상을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가가(可可)는 여러분과 학당 우상을 하고 싶어요!"
쟤하고 엮이면 안 되겠다. 마음속으로 다짐한 카논(㻔論)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밖으로 허겁지겁 도망 나왔다. 뒤에서 언뜻언뜻 들리던 '목소리가 멋진 분' 을 찾는 가가(可可) 의 목소리는 못 들은 걸로 하고.
그런데 건물 밖으로 나와서 목격한 광경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광경이었다.
"가가(可可)는 여러분과 함께 학당 우상을 하고 싶어요! 함께 시작하지 않으실래요? 학당 우상을 시작하지 않으실래요?"
직접 만든 홍보용 팻말을 들고 같이 학당 우상을 하자고 고래고래 소리 치는 가가(可可)의 모습을 보고 식겁해서 도망치려던 카논(㻔論)은 슬프게도 한 발짝을 떼자마자 가가(可可)에게 포착되고 말았다.
"앗! 목소리가 멋진 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기다리세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연신 무서워를 외치면서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났지만, 끈질기게 쫓아오는 가가(可可)에게 결국 잡히고 말았다. 가가(可可)는 오히려 제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카논(㻔論)의 손을 꼭 잡았다.
"^!#$!@$!#$!@#$$!!@$!@#$!$!@@#!!!! (왜 도망 가시나요! 저는 당신이랑 학당 우상을 하고 싶어요!)"
"뭔 소린지 모르겠어!"
"아... 실례했습니다. 너무 흥분해서 그만 모국어가..."
카논(㻔論)의 간절한 외침을 듣고 나서야 겨우 자기가 실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가가(可可)는 몇 번 숨을 고르며 흥분을 가라 앉혔다. 그녀는 한결 진정된 말투로 차근히 설명을 해나갔다. 가가(可可)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카논(㻔論)과 함께 학당 우상을 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노래는 훌륭하다고, 그러니 제발 나와 함께 학당 우상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가가(可可)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역시 자신한테 이런건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가가(可可)는 강하게 그 말을 부정했다.
"학당 우상은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카논(㻔論) 씨는 귀여워요! 아주 귀여워요!"
"뭐? 귀, 귀엽지는 않은데..."
"노래를 좋아하시죠?"
"...싫어하는 건 아닌데"
애매모호한 카논(㻔論)의 대답에도 무언가를 확신할 수 있었는지, 가가(可可)의 목소리가 더욱 더 커졌다.
"분명히 좋아해요! 가가(可可)는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카논(㻔論) 씨랑 시작하고 싶어요!"
"어... 음..."
"그 멋진 노랫소리를 부디 학당 우상으로서 사용해주세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카논(㻔論)의 숨통을 열어 준 것은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의 말소리였다.
"이 홍보물을 뿌린게 당신인가요? 제멋대로 이런 걸... 학당장님 허가는 받았나요?"
"아, 죄송합니다. 가가(可可)는 그저 학당 우상을 하고 싶어서..."
가가(可可)의 입에서 '학당 우상'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흑발 소녀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그걸 미처 못 본 가가(可可)는 이 학당이 음악에 힘을 쏟는다고 들어서 자신이 여기로 왔다고 밝혔다.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흑발 소녀는 날카롭고 차가운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 말대로 음악에 힘을 쏟고 있으니까, 제멋대로 나서지 마세요"
"잠깐,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쟤가 불쌍하잖아? 해외에서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당신은 뭐죠? 저 학생이랑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건가요?"
"관계... 없는 건 아니지만..."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할 말을 잃어 버린 카논(㻔論)이 우물쭈물하자, 흑발 소녀의 눈빛이 더욱 더 차가워졌다.
"그럼 당신에게도 말해둘게요. 이 학당에서 음악은 아주 중요한 겁니다. 어설픈 감정으로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세요"
제 할말만 쌩하니 내뱉고는 홱 몸을 돌려 버린 그녀의 태도에 그만 열이 받아 버린 카논(㻔論)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설플지 어떨지는 모르는 거잖아! 왜 학당 우상이 안 되는지 제대로 설명해줘!"
"..."
"무작정 안 된다고 하면 불쌍하잖아!"
등을 돌리고 갈 길을 가려던 흑발 소녀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살짝 고개만 돌려 이쪽을 노려보았다.
"안 어울리거든요"
"어울린다는 게 뭔데? 학당 우상은 어디가 안 어울려?"
"적어도 이 학당엔 좋을 게 없죠"
"왜 그렇게 단정 짓는 건데!"
불합리한 말들에 제대로 화가 난 카논(㻔論)이 한마디도 지지 않자, 잠깐 입을 다물던 흑발 소녀가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당신도 학당 우상을 하고 싶은 건가요?"
"나는-"
그 질문에 쉽게 답을 줄 수 없었다. 나는 학당 우상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닌 걸까.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는 카논(㻔論)을 그것 보라는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던 흑발 소녀는 음악과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얼른 돌아가라고 쏘아붙이면서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카논(㻔論)은 자기에게 감사 인사를 한 가가(可可)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음악과 입학 시험에서 입도 한 번 못 열어보고 낙방한 자신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분명히 재능이 없는 거야. 그렇게 덧붙인 카논(㻔論)은 체념이 섞인 웃음을 지어 보이며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그러니까 이제 노래는 끝이야"
이걸로 정말 끝이야. 그렇게 생각하고서 앞으로 걸어가려 했는데, 묵묵히 있던 가가(可可)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카논(㻔論) 씨!"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가가(可可)가 힘주어 외쳤다.
"끝이란 게 있는 건가요!"
"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에 끝이란 게 있는 건가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망설임 없이 날아온 그 말이 머릿속에 너무나도 깊게 박혀 버려서.
그런 강렬한 말을 한 주제에,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이 여유롭게 고고아(高高娥)를 마시는 가가(可可)에게 카논(㻔論)이 속삭였다.
"역시 난 학당 우상에는 소질이 없을 것 같아"
"아니에요. 학당 우상은 누구나 가능해요"
그 순간, 뒤에서 엄청나게 놀란 어머니와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당 우상?!"
"네가?!"
"시끄러워! 엿듣지 마!"
이 와중에도 가가(可可)는 카논(㻔論)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칭찬했다. 거기다가 정말 귀엽다고 극찬까지 했다.
"귀엽다고?!?!"
"언니가?!?!?!"
"엿듣지 말라고 했잖아!"
앙칼지게 굴던 카논(㻔論)은 가가(可可)를 데리고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기서 꺼낸 한 가지 제안은 '자신은 노래를 하지 않고 연주 같은 것만 하는 것' 이었다. 그러는 그녀가 이해되지 않는지 가가(可可)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참을 망설이던 카논(㻔論)은 자기는 중요할 때마다 목소리가 안 나와서 노래를 부르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걸 알게 된 가가(可可)가 미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연신 사과를 했다. 카논(㻔論)은 괜찮다고 하며, 널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가가(可可)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카논(㻔論)은 치사토(嗤沙討)가 일하는 문어구이빵 가게로 갔다. 학당 우상에 관심 있는 애를 혹시 찾아봐줄 수 있냐는 부탁에 찾아보는 거야 상관 없지만, 음악과 애들은 각자 자기의 분야를 계속 전문적으로 해 온 애들이라 그쪽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 같다고 치사토(嗤沙討)가 말해줬다. 거기다가 학당 우상을 별로 안 좋아하는 애들도 있다는 말을 더한 치사토(嗤沙討)가 중얼거렸다.
"특히 월연(月恋)이 같은 애는 이 학당엔 학당 우상 따윈 필요 없다면서-"
"월연(月恋)? 혹시 머리를 이렇게 하나로 묶은?"
"어라? 아는 애였어?"
카논(㻔論)이 월연(月恋)의 머리 모양을 몸으로 흉내내는 걸 보고 치사토(嗤沙討)가 배꼽을 잡고 깔깔 웃었다.
"그 애, 우리 학당을 만든 엽 월화(葉 月花) 라는 사람의 딸이래"
"그렇구나..."
복잡해진 마음을 안고서 카논(㻔論)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방 한켠에 놓인 기타(技打)를 쥐어 볼까 했지만, 머뭇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다음 날부터 카논(㻔論)은 보통과 동무 중에 학당 우상을 하고 싶은 아이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들 안 될 것 같다며 거절했다. 이 소식을 가가(可可)에게 전하자, 가가(可可)는 자기도 실패했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잔뜩 실망한 가가(可可)를 달래주던 카논(㻔論)의 시야에 문득 같은 반인 수미래(秀美萊)가 들어왔다. 벌떡 일어나 그녀를 쫓아간 카논(㻔論)이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저기... 갑작스럽긴 한데, 학당 우상에 관심 있어? 혹시 괜찮으면..."
어깨를 작게 들썩거리던 수미래(秀美萊)는 이윽고 분노로 얼룩진 표정을 짓고서 이쪽을 매섭게 째려보았다.
"날 뭘로 보는 거야!"
"히이익..."
격렬한 거부 반응에 놀라고 있던 그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월연(月恋)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둘은 호랑이라도 본 마냥 몸을 숨겼다. 다행히도 월연(月恋)은 그 둘을 발견 못했는지 그냥 지나갔다.
"엽 월연(葉 月恋)이야"
"우릴 감시하고 있어요...!"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속닥속닥거렸다. 그렇게 결국 이번에도 아무 소득 없이 시간만 보내는 꼴이 되었다.
어느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 왔다. 이 시간까지도 학당 우상 희망자를 아무도 찾지 못해 풀죽어 있는 가가(可可)를 카논(㻔論)이 위로해주었다. 그때 가가(可可)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역시... 역시 해보지 않으실래요? 학당 우상을!"
"뭐?"
"민폐일지 아닐지 고민했지만... 역시 가가(可可)는 어떻게든..."
"..."
"어떻게든 카논(㻔論)과 학당 우상을 하고 싶어요!"
카논(㻔論)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겨우 미소를 꾸며내고 전에도 계속 말했던 이유를 다시 꺼내며 거절했다. 그러나 가가(可可)는 물러서지 않았다. 카논(㻔論) 씨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자신은 그런 사람과 학당 우상을 하고 싶다고.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드러내며 카논(㻔論)을 몰아붙였다. 그런 그녀의 앞에서 카논(㻔論)이 할 수 있는 건 손을 흔들어 계속해서 거절을 하는 것 뿐이었다. 가가(可可) 역시 이번에는 져줄 생각이 전혀 없는지 몇 번이고 권유를 이어갔다.
"무리라니까?"
"그럴 리가 없어요!"
감정이 격해진 가가(可可)가 카논(㻔論)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카논(㻔論)은 그 손을 세차게 떨쳐 냈다.
"있어!"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가가(可可)가 쥐고 있던 학당 우상 홍보물이 바닥에 마구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 상황에 제가 더 놀란 카논(㻔論)는 금방 사과를 하더니 너도 결국 나한테 실망할거라고, 그런건 이제 싫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카논(㻔論)이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 응원하겠다면서,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니까 저랑 한 번만 더 시작해보지 않으실래요?"
바닥에 떨어진 홍보물이 바람 때문에 꽃잎과 함께 하늘로 날아 올랐다. 그녀의 눈이 축축하게 젖었다. 더 이상 무엇도 말하지 못한 채로 카논(㻔論)은 이 자리를 피했다. 한 발씩 나아갈 때마다 머리 위로 비처럼 꽃잎들이 떨어졌다. 그게 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괜찮아? 이렇게 도망쳐도 괜찮아? 정말 이대로도 괜찮겠어? 이름도 없는 감정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며 속삭였다. 무시하고, 무시하고, 무시하려고 해도 끊임 없이. 머리가 터질 정도로.
탁. 두 발이 멈추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을 낮추고는 앞으로 무작정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건-
"역시 난..."
두 눈을 크게 뜨고 자길 바라보는 저 소녀를 향해, 겁쟁이에 글러 먹은 자신을 향해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노래가 좋아!"
훗날 함께 손을 잡고 커다란 별이 될 작은 별들의 이야기. 그것의 첫 장이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