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클럽 선행으로 넣었던 팬미팅 투어 선행
티켓 당첨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도쿄돔 티켓 당선 이후 운이 조금은 트였는지
치바 길티키스 공연과 히로시마 아젤리아 공연에 당첨되어 버립니다
불과 1주 차이로 공연이 있어서 비용 문제도 그렇고 특히 2주 연속 연차를 내서 둘 다 가는 건 도저히 무리인지라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상황...
음악적인 취향은 길티 키스이긴 합니다만 눈물을 머금고 치바 길티 키스 공연을 다른 분께 양도하고 드랍합니다
이유는... 히로시마, 정확히는 히로시마 근교에 있는 곳이 미캉 나베의 발원지라는 이야기를 봤기 때문이죠
물애니 2기 11화에서 본 뒤 내내 신경 쓰였던 그 물건
대체 어떤 괴식일까 싶어서 "어머, 이건 먹어야 해"라고 생각해왔던지라
히로시마로 가게 될 구실이 생겼다는 건 아쿠아 여신님들의 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베가 혼자서 먹을만한 음식은 아니다보니 같이 갈 친구도 꼬드겼고
히로시마행 비행기 표가 취항 수도 적고 비싸기도 해서 어쩌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타큐슈로 가서 히로시마를 찍고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그리고 기타큐슈 쪽으로 들어가는 김에 분고모리를 들르는 기묘한 여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렌터카의 힘...
여하튼 인천을 떠나 기타큐슈 공항에 도착한 뒤 미리 예약해뒀던 렌터카를 수령하고 바로 분고모리로 출발했습니다
분고모리에 도착한 뒤 차를 세우고 가까이에 있던 한적한 분고모리 역을 둘러봤습니다
분고모리로 가는 도로는 정말 좁고 굽이져있어서 일부 구간은 신선들이 사는 은거지로 들어가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목적지이자 HPT 성지인 구 분고모리 기관구는 역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가깝게 있습니다
사실 역에서도 시야만 확보되면 바로 기관구가 바로 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천천히 분고모리의 길가를 따라 이동
애니 속에서 종종 나오는 한적한 시골의 읍내 그 자체라고 해도 될만큼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누마즈 이상으로 더 조용한 시골 마을 그 자체입니다
가는 길에 뜻밖의 만남
역에서 구 기관구로 가는 길가에 있던 스포츠 플라자라는 가게가 다량의 아쿠아 굿즈, 특히 HPT 관련 굿즈들로 장식되어 있더군요
카운터 쪽에는 네소베리와 이 곳을 방문한 코스플레이어들과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함께 찍은 사진,
아마도 이곳을 방문할 라이버가 기부해줬을 라이브 금테까지 있습니다(...)
일단은 이 쪽은 나중에 들르기로 하고 원래 목적지인 구 분고모리 기관구로 계속 향합니다
구 분고모리 기관구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에 있는 철길입니다
예전에는 서울 도심에서도 이런 철길이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보기 힘들죠
아, 갑자기 세대가 드러나는데...
구 분고모리 기관구에 대한 소개 표지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구 분고모리 기관구와 기관차
철마는 달리고 싶다
좀 더 가까이서
여러 각도에서
도착한 시점에 이미 딱 봐도 새, 아니 딱 봐도 오타쿠인 다른 팀이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중간중간 노인분들도 몇 분 들러서 촬영하고 가시더군요
윤활유 냄새가 자극적으로 코를 찌르는 게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잘 관리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기관차를 지나 가까운 곳에서 기관차 뒤쪽의 건물들도 찍어봤습니다
독특한 정취가 있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밤에도 한 번 들러보고 싶네요
다음으로 아까 봤던 스포츠 플라자에도 들러봤습니다
카운터에는 네소베리들이 잔뜩 있습니다 ㅋㅋㅋ
아마 러브라이버들이 기증했을 다수의 굿즈들도 보이네요
관광객이 스포츠 용품을 사는 것도 그렇고(...) 따로 판매하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봤습니다
노스탤직 SL 소프트크림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아이스크림인데
밀크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커피 가루를 뿌린 형태입니다
한 입 입에 문 순간... ???? 겁나 맛있다!?
일본 쪽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농후하니 정말 맛있긴 한데 이건 그 농후함 위에
은은하게 입혀진 커피향이 풍미를 더해줘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같이 먹은 친구놈도 감탄세례
가게 주인인 아주머니께서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놀라시더군요
그러면서 "러브라이브?"라고 물으시던데 굿즈 하나 안 달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리 귀신 같이(...)
지난 번 하코다테에서 찻집 이즈미에 들렀을 때도 그렇고 아무리 숨기려 해도 겉에서 풍겨져 나오는 포스가 있는 모양입니다
여하튼 여행 잘 하라는 덕담을 듣고 이제 분고모리를 뒤로 하고 떠납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그 때는 기차 여행으로 와서 하룻밤 묵으면서 밤의 기관구도 감상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분고모리를 떠나서 히로시마로 출발
우선 중간에 모지코에서 친구가 먹고 싶어했던 야끼카레를 늦은 점심으로 먹고 간단하게 모지코 주변의 바다를 둘러본 뒤
다시 히로시마로 달립니다
하지만 히로시마로 바로 가는 건 아니고 히로시마로 가는 중간에 들러야 할 곳...
바로 미캉나베의 발상지, 스오오시마 쵸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스오오 섬을 포함한 여러 개의 섬을 묶은 지역입니다
큐슈 쪽에서 히로시마 쪽으로 갈 때 다소 돌아가면 중간에 들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소개를 보니 귤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귤이 많이 나는 지역이고 2006년 경에 이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 상품의 일환으로 미캉나베를 향토 음식으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일단 아침에 비행기로 기타큐슈에 떨어져서 분고모리 찍고 모지코에서 밥 먹고 여기서 미캉나베 먹고 히로시마로 들어가서 체크인 하는 게 널널한 일정은 아닌지라
미캉나베를 먹을 수 있는 가게들 중 섬의 초입 부분에 있는 가게를 골랐습니다
가게 옆에는 귤풍당당하게 미캉나베라고 써있는 깃발도 세워져 있습니다
미캉나베를 주문하자 기본으로 차려주신 각종 식기들과 떡 2개
나베를 주문하면 나베와 고기 등을 메뉴에 맞게 내주고 안에 들어가는 채소 등은 부페 식으로 가져다 먹는 방식입니다
도착한 미캉나베. 주문 시 말씀하시는 걸 잘못 이해해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추가하지 않고 생선만 들어있는 코스로 시켰습니다 ㅠㅠ
고기, 고기, 고기이 ㅠㅠㅠ
안에 덩그러니 들어가 있는 두 개의 귤이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깁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들어가 있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위압감...
가져온 각종 버섯과 야채들을 투척하니 나베로서 모양새가 갖춰집니다
...만 저기 야채 뒤에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귤 2개가 여전히 알 수 없는 위압감을 풍겨냅니다
열심히 펄펄 끓인 뒤 건더기를 건져내서 한 입 먹어봅니다
대체 어떤 괴상한 맛이...
음... 흐음... 으음...
...???????
맛있다????
아니, 진짜로 맛있었습니다
그것도 설령 맛있다고 하더라도 뭔가 오묘하고 매니아틱한 맛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거 없이 그냥 평범하게 맛있습니다
귤을 넣고 끓이다 보니 귤 향이 나베의 국물과 건더기 전체에 은은하게 스며들어서 자칫 심심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야채류의 건더기에도 풍미를 더해줍니다
안에 건더기로 들어간 생선
이것 역시 굉장히 담백한 맛에 은은한 귤 향이 첨가되자 깔끔하고 담백해서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친구가 나중에 다 먹고 여쭤보니 말린 복어라고 하셨다는군요
어쩌면 메인이 될 끓인 귤
파인애플이나 귤 등의 과일이 가열을 하면 단 맛이 강해진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비쥬얼상 먹기가 좀 두려워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서는 안 되겠죠
미캉나베에 들어가는 귤은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귤이기 때문에 껍질과 함께 먹는다고 합니다
일단 조심스레 한 입...
껍질 부분을 조심스레 베어먹었더니 좀 쓰네요
아무래도 껍질을 먹을 일이 없다보니 몰랐는데 가열해서인지 몰라도 껍질의 쓴 맛이 더 강해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육과 껍질을 같이 먹었더니
더 강해진 단맛과 더 강해진 쓴맛이 상호보완을 하면서 맛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끓여져서 다소 흐물해진 식감이 그냥 귤을 먹는 것보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이는데
여하튼 이것 역시 쓴 맛과 단 맛, 거기에 육수의 풍미가 어우러져서 평범하게 맛있습니다
괴식을 예상하던 친구놈도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둘이 같이 허겁지겁 미캉 나베를 다 먹어치웠습니다
미캉나베를 먹은 총평은 앞서 말했듯
뭔가 괴식스러운 독특한 맛을 기대한 것과 달리 아주 평범하게 맛있는 음식이라고 평을 내리고 싶습니다
다만 나베의 메인인 귤은 나베 전체에 귤 향의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정작 끓인 귤 자체가 아주 뛰어나게 맛있지까지는 않았습니다
조연들을 빛나게 해주는 주연이라니, 어째 느낌이 좀 이상하군요
하지만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쯤 먹어보실 것을 권하고 싶은 음식이었습니다
하나마루쨩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었어...
나중에 다른 지역에서의 미캉나베도 먹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그 날 밤, 호텔에 체크인한 뒤 들른 히로시마의 편의점에서는
도쿄돔 때 그렇게 구하려고 했는데 구할 수 없었던 타네자쿠도 구할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습니다
조미김 맛의 스낵이라는 게 굉장히 특이한 느낌이었지만 이것 역시 맛있어서 호로요이와 함께 단짠단짠을 즐겼습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야끼카레, 미캉나베에 타네자쿠까지 맛있는 식사와 간식들로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며
내일의 팬미팅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팬미팅 소감은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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