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는 일본의 국민 RPG인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1986년 5월 27일에 일본에서 발매되었다.
발매 당시에는 RPG가 진입장벽이 높고 어른들을 위한 매니악한 장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본 게임의 주 제작자인 호리이 유지는 RPG의 게임성을 알기 쉽게 단순화하고 “캐릭터를 단련하여 여행의 범위를 서서히 넓혀가며 퀘스트를 해결함" 으로부터 얻는 성취감과 재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하였다.
드래곤 퀘스트는 패미컴으로 발매되어 150만 개 이상 팔려나가며, 콘솔 시장에 RPG라는 장르의 게임을 보급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식 RPG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
게임을 시작하고 주인공의 이름을 설정하면, 왕과의 대화로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왕이 있는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말하다(はなす)’, ‘물건을 취하다(とる)’, ‘문(とびら)’, ‘계단(かいだん)’ 의 명령을 한 번씩 모두 사용하게 되므로, 안전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기본조작을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시리즈의 후속편들과 달리 계단을 내려가는 것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메뉴창을 열어 지정해주어야 했다.
시작 지점인 라다톰 성을 나오면 강 건너편에서 최종보스가 있는 성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게임의 목적은 직관적이고 알기 쉽다.
주인공은 전설의 용사 로토의 후손으로 드래곤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고 악의 원흉인 용왕을 퇴치하여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엔딩에서 공주를 구출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으로 진행할 경우) 공주를 먼저 구출하고 최종보스인 용왕을 퇴치한다는 점이다.
게임의 진행은 어느 정도 비선형성을 띠고 있어서, 공주를 구하지 않고 용왕을 퇴치하거나, 구한 공주를 안전한 성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채 최종보스를 쓰러뜨릴 수도 있다.
공주를 구하면 안고 다니는 모습으로 그래픽이 변화하는데, 이 상태로 라다톰 마을 여관에서 하루를 묵으면 “어젯 밤은 즐거우셨나요?” 라고 대사가 변하는 소소한 요소도 존재한다.
드래곤 퀘스트의 독특한 텍스트는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데, 예를 들어 시체에 말을 걸 때 나타나는 “대답이 없다. 그냥 평범한 시체인 것 같다" 와 같은 텍스트는 은근히 재미있다.
모험을 시작하여 필드를 걷다보면 랜덤 인카운터 방식으로 몬스터를 마주치게 된다.
슬라임, 키메라 등 기존 RPG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호리이 유지에 의해 재해석 및 디자인되고 드래곤볼의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의 솜씨로 완성되었다.
전투는 언제나 1대1이며, 싸우다(たたかう), 주문(じゅもん), 도망치다(にげる), 도구(どうぐ)의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몬스터와 번갈아가며 행동한다.
화면이 번쩍이는 것 외엔 애니메이션은 존재하지 않고, 주고받은 데미지 등 전투의 진행 상황은 오로지 텍스트로만 묘사된다.
몬스터의 디자인, 주문의 이름과 성능들은 시리즈의 전통이 되어 세계관이 다른 모든 후속작들에서도 공유된다.
만약 전투 중 주인공의 HP가 0이 되면 라다톰 성에서 재시작이 되는데, 소지금의 절반을 잃는 패널티는 있지만 그간 얻은 경험치나 소지 아이템은 유지하는 식으로 “게임 오버”의 엄격함이 완화되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모험을 시작한 플레이어가 할 일은 마을사람들과의 대화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몬스터를 쓰러뜨려 경험치와 돈을 벌고, 레벨 업과 장비 구입을 통해 서서히 주인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새로운 지역으로 넘어가면 강해지는 몬스터들에 의해서 이동이 제한되므로 자연스럽게 설계된 진행 순서를 따르게 된다.
주인공을 성장시켜 가면서 새로운 주문을 배우고, 전에는 이기지 못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며, 갈 수 없었던 지역으로 차차 진행해가면서 플레이어는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주인공을 착실히 성장시키기만 하면 게임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클리어가 가능하다.
반대로 말하면, 주인공을 충분히 성장시키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더 진행시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레벨 업 및 돈벌이 노가다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모험을 하는동안 주인공은 말이 없고, 플레이어는 마을사람과의 대화 등으로부터 얻는 정보를 조합하여 다음 목적지를 스스로 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이는 로토 시리즈라고 불리는 초기 드래곤 퀘스트 3부작의 공통된 특징으로, 스토리 진행에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모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특징은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텍스트의 중요도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래곤 퀘스트의 인기과 인지도가 한국에서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팬들에 의한 비공식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꼽히곤 한다.
드래곤 퀘스트는 거의 최초의 콘솔용 RPG이기 때문에 용량의 한계로 인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카트리지 내부에 게임의 진행 상태를 저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20자의 히라가나로 구성된 “부활의 주문"을 직접 종이에 써서 기록해뒀다가, 게임을 재개할 때 입력하여 이전에 중단한 게임을 이어할 수 있었다.
또, 주인공을 포함한 게임 내 캐릭터들의 옆모습과 뒷모습의 디자인이 따로 없어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든 항상 정면만 바라본다.
이러한 한계들은 나중에 발매된 북미판 “Dragon Warrior” 에서는 개선되었다.
용량 문제는 아니겠지만 후속작에서는 사라진 또 다른 특징은 어두운 동굴이다.
동굴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주변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횃불”이라는 도구 또는 “레미라” 라는 주문을 사용하여 주변의 몇 블록만을 밝힐 수 있다.
드래곤 퀘스트는 RPG의 본질적인 재미만을 잘 추출해낸 게임으로, 이후 일본 콘솔 게임 시장의 흐름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드래곤 퀘스트의 대성공 이후, 시리즈를 이어나가며 일본 내에서 사회현상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시리즈의 시초인 본 작품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리메이크되어 여러 번 재발매되었고, 공식적으로 한글화가 되기도 하였다.
스크린샷 출처: https://youtu.be/2vpsUZZfS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