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티잔스크
붉은 벽돌 건물 따라
감자꽃 피어 있는 도시의 이름 속에
스무살 적 꿈이 깃들어 있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집단농장
감자밭에 스프링쿨러로 물을 주던 노동자는
이름도 나이도 고향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잘 있으오, 내가 자리를 뜨려 할 때
한국에서 왔소? 그가 입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고려 사람인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타슈켄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리저리 떠돌다 원동으로 왔다고 한다
이십오년 전 그 도시의 니자미사범대학 한국어학과에서
팔십년대 남쪽의 시 강의를 마친 내게 학생들은 시가 아닌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착하고 때 묻지 않은 그들이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 살기
를 진심으로 바란 나는
한국은 당신들이 생각한 천국이 아니라고
당신들이 살아나갈 조국은 이곳이라고
이곳에서 한민족의 꿈을 확장해나가는 게 고려인의 몫이
라고 말했다가
피 터지는 비난을 받았다
그도 한국에 가고 싶으나
여권이 없어 갈 수 없다고 했다
사마르칸트와 우슈토베에서 만난
고려인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해가 졌다
헤어질 때 그가 된장이나 고추장 거진 것 없냐고 물었다
저물녘 숙소에서 순창 고추장과 된장 한통씩 건넬 때
찌들 대로 찌든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꽃으로 엮은 방패
곽재구, 창비시선 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