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토키는
코시자와 회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 말투는 짧고, 건조했다.
CIA 국장에 대한 예의는 담겨있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잇토키는
국장의 얼굴에
감정 변화가 나타날 것을 기대하면서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번 작전에서
독립요원 사쿠라바 잇토키는
명목상으로나마
CIA에 고용된 구조였다.
통제하는 주체는 CIA이고,
잇토키는
그저 CIA의 지시를 받아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잇토키는 CIA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
받기는커녕,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고,
오히려 CIA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지금은 CIA의 국장 앞에서
예의 없는 말투로 응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밀러 국장은
잇토키의 말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청하게.
밀러 국장이
코시자와를 어떻게 할지
잇토키의 의지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로 말했다.
“그거 고맙군요.”
잇토키가
다시 짧게 말했다.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잇토키는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포커 테이블의 헤즈업(Heads-up, 테이블에 일대일로 남아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도권은
잇토키가 가지고 있다.
밀러 국장이 베팅할 차례였고,
잇토키는
저 그가 거는 판돈을 보고
콜을 할 것인지
레이즈를 할 것인지,
아니면
폴드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될 뿐이었다.
잇토키는
밀러 국장이
판돈으로 무엇을 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밀러 국장도
결국 같은 패를 꺼낼 것이다.
좋게 말하면
스카우트 제의,
나쁘게 말하면
CIA의 개가 되라는 그런 이야기.
트레이시도,
신시아 챔버도 같은 말을 했다.
CIA가
사쿠라바 잇토키를 원하고 있다고.
잇토키는
CIA와 함께 일할 생각은 없었다.
이용할 생각이었지,
CIA의 지시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CIA의 국장쯤 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말을 할까?
설마
계약금을 잔뜩 안겨 주겠다는
뻔한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잇토키는
말없이 국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찌되었든 신시아 챔버를 상대하는 것보다
지금이 편하다고
잇토키는 생각했다.
자, 어서 판돈을 걸어 보시지.
잇토키는
국장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국장이 말했다.
-조카를 잘 보살펴 준 것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군.
밀러 국장이 말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뭐, 별말씀을.”
잇토키가 말했다.
-그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줬다고 하더군.
잇토키는
밀러 국장이 말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밀러 국장은
‘기프티드’라는 칩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재미있는 이야기라…….
재미있더군요.
해부를 하려고 했는데
메스가 닿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주 인상 깊었죠.”
잇토키가 말했다.
-해부를 하려고 했던 적은 없군.
국장이
잇토키의 말을 정정했다.
“뭐, 비슷한 것 같던데.”
잇토키가 말했다.
앤 챔버는
그녀가 염동력,
그리고
염동력에 기반을 둔
완전 보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실제로 보여주었다.
미국은
그녀가 가진 보호 능력의 범위를 테스트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고 했지.
다트에서
컴포지션4 폭약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데려다가
이런저런 실험을 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잇토키는
최대한 건조한 목소리로
국장을 도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장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조금 전 만났던 여자도
그랬고,
지금
자신에 앞에 서 있는 국장도 그렇다.
이쪽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감정을 조절하는 특수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잇토키는
속으로 진짜 지루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모습은
자신을 교육시킨 삼인위 중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푸스(쿠도 신이치)가 항상 보여주던
포커페이스 그 자체였으니까.
다만
모니터로 비춰지는
밀러 국장의 얼굴 표정은
아직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807)
추천 0 조회 261 댓글수 0
ID | 구분 | 제목 | 글쓴이 | 추천 | 조회 | 날짜 |
---|---|---|---|---|---|---|
7 | 전체공지 | 특정 단어 사용 데이터 수집 관련 | 8[RULIWEB] | 2024.06.17 | ||
2 | 전체공지 | 존경하는 루리웹 이용자 여러분께 | 8[RULIWEB] | 2024.06.17 | ||
118 | 전체공지 | 존경하는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 8[RULIWEB] | 2024.06.17 | ||
30565444 | 연재 | 만만이툰 | 216 | 2023.10.07 | ||
30565443 | 회의 | Xatra | 192 | 2023.10.06 | ||
30565442 | 연재 | 만만이툰 | 224 | 2023.10.05 | ||
30565441 | 연재 | 페르샤D | 151 | 2023.10.04 | ||
30565440 | 연재 | 만만이툰 | 156 | 2023.10.04 | ||
30565439 | 연재 | 만만이툰 | 235 | 2023.10.03 | ||
30565438 | 연재 | 만만이툰 | 237 | 2023.09.30 | ||
30565437 | 연재 | 미친돌고래 | 214 | 2023.09.30 | ||
30565436 | 연재 | 미친돌고래 | 251 | 2023.09.28 | ||
30565435 | 연재 | 만만이툰 | 256 | 2023.09.27 | ||
30565434 | 연재 | 미친돌고래 | 246 | 2023.09.27 | ||
30565432 | 연재 | 페르샤D | 139 | 2023.09.27 | ||
30565430 | 연재 | 미친돌고래 | 221 | 2023.09.26 | ||
30565429 | 연재 | 미친돌고래 | 179 | 2023.09.26 | ||
30565428 | 연재 | 미친돌고래 | 232 | 2023.09.25 | ||
30565426 | 연재 | 미친돌고래 | 365 | 2023.09.24 | ||
30565425 | 연재 | 미친돌고래 | 186 | 2023.09.24 | ||
30565424 | 연재 | 만만이툰 | 205 | 2023.09.24 | ||
30565423 | 연재 | 미친돌고래 | 239 | 2023.09.23 | ||
30565422 | 연재 | 미친돌고래 | 215 | 2023.09.22 | ||
30565421 | 연재 | 미친돌고래 | 179 | 2023.09.22 | ||
30565420 | 연재 | 미친돌고래 | 181 | 2023.09.21 | ||
30565419 | 연재 | 미친돌고래 | 265 | 2023.09.20 | ||
30565418 | 연재 | 페르샤D | 125 | 2023.09.20 | ||
30565416 | 연재 | 페르샤D | 201 | 2023.09.13 | ||
30565415 | 연재 | 에단 헌트 | 1 | 1799 | 2023.09.11 | |
30565414 | 연재 | 에단 헌트 | 709 | 2023.09.11 | ||
30565413 | 연재 | 에단 헌트 | 176 | 2023.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