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한
두 명의 CIA 요원은
차에 앉은 채로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시는?”
티모시 응옌이 시선을 그들에게 고정한 채로 물었다.
“없습니다.”
여자 요원이 말했다.
“코드 22!”
티모시 응옌이 말했다.
여자 요원은
빠르게 손에 들고 있던
요원 전용 스마트폰으로
코드 22를 송신했다.
코드 22.
요원이 실질적인 피해 상황에 직면해 있음.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코드가
빠르게 전송되었다.
“장비 챙겨.”
티모시 응옌이 말했다.
여자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글로브 박스에서 3단 봉을 꺼냈다.
CIA에서 전투 훈련을 이수한
여자 요원은
일대일이라면
웬만한 일반인 남성은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수를 상대로
맨손으로 격투를 벌이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장비가 있으면 다르다.
독일 보노비(Bonowi)에서 제작한
디스크록 3단 봉,
마찰고정식 3단 봉과는 달리
찌르기가 가능한
디스크록 3단 봉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인원은 상대할 수 있다.
“준비해. 지시오면 바로 뛰어나간다.”
티모시 응옌이 말했다.
여자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해야 할 요원과,
요원과 같이 나온 남자와,
그들을 둘러싼 괴한들은
이제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시야에서 사라질 것 같았다.
그 순간
여자 요원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남자 요원은
차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힘을 줘 열려는 순간
여자 요원의 목소리가 짧은 외침이 들려왔다.
“대기!”
티모시 응옌의 고개가 뒤로 확 돌았다.
“대기하랍니다!”
여자가 다시 말했다.
티모시 응옌은
그녀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대기하라는 내용을 담은 코드가 적혀 있었다.
티모시 응옌는
그녀의 전화기를 집어 던지고
자신의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들리기도 전에
바로 통화가 연결되었다.
“코드 22. 씨발 코드 22!”
상대방의 말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티모시 응옌이 외쳤다.
상황실 이 새끼들은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대기 명령이라니!
요원이 위험에 직면해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대기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씨발 코드 22이라고!”
티모시 응옌이 다시 외쳤다.
-일단 대기.
감시 상태 유지.
랭리의 명령이다.
코드 21 상황이 와도 대기.
그 말을 들은
티모시 응옌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을 받았다.
코드 21 상황.
요원이
물리적으로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대기하라고?
티모시 응옌은
현장 요원으로 15년 넘게 근무하면서
그러한 명령은 들어 본 적 없었다.
그런 명령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뭐야, 씨발! 어떻게 되는 거야!”
티모시 응옌이 외쳤다.
***
CIA의 에즈라 밀러 국장은
상황실에서
전면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면에는
도쿄 가부키쵸의
방범용 CCTV 화면이 떠 있었다.
화소가 그리 높지 않은 CCTV 화소에,
야간이라는 특성상
화면에는 노이즈가 자글거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뭉쳐 있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밀러 국장은
뭉쳐 있는 사람들 중에
트레이시 테일러가 있고,
그녀가
코드 22 상황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밀러 국장은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번 일본에서의 작전은
그녀에 대한 테스트다.
그녀가
테스트에 탈락한다면
그건 전부 그녀의 잘못이다.
트레이시가
사쿠라바 잇토키의 마음을 얻었다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코시자와중공업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무언가를
얻어 내지도 못했다.
그 성적만으로도
그녀는
낙제를 피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위험에 빠진다면?
그리고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테스트는 중단이다.
테스트에서 탈락하면
그녀는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트레이시 테일러가
스튜의 전담 요원이 된 이유는
그녀가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단순히 트레이시가
그 시간에,
그 장소에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녀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레이시가 앉아 있던 의자가 비어 버리면
다른 누군가를 앉히면 된다.
밀러 국장의 머릿속에는
두 사람의 후보가 있었다.
우선 시애틀에서
도쿄로 간 그 여자,
지금 일본의 이가 닌자 가문에 묵고 있는
한 여자.
얼마 전에
코드네임 스튜와 그 여자가 통화를 했다.
처음 통화와는 달랐다.
스튜가
그와 통화하기를 원한 것이다.
스튜에게
그 여자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두 사람의 통화가 끝나고,
여자가
랭리와 같이 일할 의향이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재미있군.
밀러 국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여자를
당장 스튜에게 붙일 수는 없다.
그녀가
확실히 CIA의 카드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내 손에
포켓 에이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커뮤니티 카드와 매치가 안 된다면
그저
에이스 원 페어에 불과하다.
물론
홀덤 테이블에서
에이스 원 페어를
약한 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녀는 좋은 패임은 분명하다.
스튜와의 연관성도 그렇고,
신시아 챔버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에이스 원 페어로 올 인을 할 수는 없다.
그녀가 확실히
미국의 품에 안긴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절대로
그녀를 사용할 생각이 없다.
확신이 든다면?
그녀만큼
트레이시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생각을 마무리한
밀러 국장은
두 번째 후보를 떠올렸다.
자신의 조카.
미국이 확보한 또 다른 기프티드 앤 챔버.
앤 챔버를 스튜 전담 요원으로?
이미 베네수엘라에서 스튜와 안면을 익혔다.
두 사람 사이에는
베르나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두 사람의 사이에서
윤활역할을 할
일곱 살 여자아이 말이다.
앤 챔버는
CIA의 요원은 아니지만
CIA의 보호를 받았고,
또 다른 후보자보다는
CIA의 통제를 따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녀를 스튜 전담 요원으로 붙이기에는 커다란 제약이 있다.
앤 챔버의 제한 조건. 출산.
앤 챔버가
스튜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의 아이를 임신한다면?
그리고
낳으려 한다면?
“흠.”
거기까지 생각한 밀러 국장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게 껴 있는 화면은
여전히
어두운 골목 입구를 비추고 있었다.
저 골목 안에서
트레이시가
코드 22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얼마나 남았나?”
국장이 물었다.
“30분 남았습니다.”
상황 요원이 말했다.
밀러 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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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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