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2일.
국광해운(주).
서울 종로구 당주동.
“젠장, 망할 새끼들!”
공항에서
급하게 사무실로 돌아온
엄주현 이사는
넥타이를 풀러 책상 위로 집어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계획대로라면
오전 3시 반에 통신이 열렸어야 했던
정보사 직할 잠수함
SS-074 최준함이 응답하지 않았다.
절차에 따라
최준함과의 연락 두절은
즉각적으로
이번 작전을 진행하는 국광해운에 전달되었고,
아침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엄주현 이사가
방향을 돌려
광화문의 국광해운 사무실로
다시 복귀한 것이다.
오늘 오전에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해수부 장관, 부산청장과 함께
부산신항 관련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독일 H선사의
한국 해운대리점을 담당하고 있는
국광해운이,
엄 이사가
거기에
H社를 대신해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는 갈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부산신항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엄 이사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야, 최 부장,
공항이냐?
가서 허튼소리 하지 말고,
그냥 듣고만 와.
그래.
야, 씨발
지금 선석이 문제가 아냐.
본사는
사장님이 책임지겠지.
그래.”
그를 대신해
급하게 부산으로 내려가는
최인석 부장에게
대충 업무 지시를 내린
그는
컴퓨터를 키고
정보사 내부망에 접속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작전계획대로라면
북한에 침투한 팀 중
진도 팀만이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진도 팀은
두 개로 나뉘어
두 곳의 포스트를 조사하고,
24일,
그러니까
내일 모래 합류한 다음
동해안으로 탈출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동안 최준함은
동해 해저 깊숙한 곳에 짱 박혀 있을 예정이었다.
원래 동해라는 곳은
각국의 수많은 잠수함이 짱 박혀 있는 곳이다.
수심이 깊고,
태평양과 오호츠크해가 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국과 북한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은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 잠수함까지 훈련 삼아 들렀다 가는 곳이
바로 동해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시장 뒷골목처럼 방문객이 많은 동해에서
가장 힘을 못 쓰는 나라는
거리상 가장 가까운 북한이었다.
50년대에 설계된 로미오급이
북한에서 유일한 5백 톤급 이상 잠수함이었고,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한 북한은
로미오급 잠수함 같은 것으로
절대 동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그나마
간첩 침투용으로 사용하는 상어급이
종종 동해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다른 나라 잠수함들에
놀림감만 될 뿐이었다.
그 정도로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그래도
최신예라는 손원일급 잠수함 중에서도
탐지와 통신 기능을 특화한 최준함이
숨을 죽이고 짱 박혀 있다면
절대로
북한놈들은 찾아내지 못한다.
설사 찾아냈다 하더라도
피해를 주기는 쉽지가 않다.
북한의 구형 잠수함으로
손원일급 잠수함에 피해를 주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다수의 상어급 잠수함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동시에 달려드는 방법,
그뿐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
최준함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최준함을
북한 영해 경계선 바깥으로 몰아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그래서
3, 4, 5전대가 가진
모든 잠수함을 출항시켰다면?
엄 이사는
며칠 전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묻는
파란 양복을 입고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소년의 천진난만하다고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이 나오기도 전에
마치
자신의 머리 속을 들여다본 것 마냥
자신에게 지적을 했던
그 소년의 말이었다.
-백금산이 핵 관련 시설이 맞고,
시설 경비 부대가
진도 팀에 필적하는 특수부대이고,
진도 팀의 흔적이 발각된다면
북한 놈들은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그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입니다.
추격조를 편성하고,
가용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수색에 들어갈 것입니다.
한편으로 퇴로를 막기 위해
북-중 국경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해안선을 봉쇄할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미국이나
한국 잠수함을 찾기 위해
해상 수색도 진행할 것입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만,
북한 놈들이
그들답지 않게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조처를 취했다면,
예를 들어
1호 명령 같은 게 나왔다면,
8시간 안에
이 모든 조치가 취해진단 것이
제가 생각한 부분인데
이 말을 하고 싶으신 거였지요?'
말이 씨가 된다고 했는데,
국정원 그 늙은 놈과 같이 온
건방지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소년이
쓸데없는 질문과
그 질문에
가장 잘 들어맞는 답을 하는 바람에
일이 꼬인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억지스러운 생각이
엄주현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33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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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극찬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컨트리볼매니아 님의 댓글이 저에게는 엄청난 힘이 됩니다. | 23.05.08 11:3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