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 우정>
“헥헥헥헥~”
또 얼마나 뛰었을까? 너무 지쳐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갑자기 문득 뭔가를 자각했다.
그러고보니 어머니를 만나고 난 후부터 느릿한 말투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한테 당차게 고백할때 긴장도 했는데 말이다. 그러자 자신이 생겼다.
왠지 그녀를 놓치면 평생 후회 할것만 같아 되돌아 편의점으로 향했다.
-후다다닥~
“헥헥헥~”
편의점 근처로 다다를 때 쯤 이미 온몸엔 땀으로 범벅된 상태라 무척 난감했다.
이대로 들어가면, 땀 냄새로인해 모든게 어그러 질까봐
다시 집으로 열심히 뛰어갔다.
-후다다닥~
“헥헥헥~”
숨 고를 틈도없이 도착하자마자 곧 바로 새옷을 챙겨 사우나로 향했다.
열심히 문지르고, 씻고, 닦고, 말리며, 신명나게 부산을 떨었다.
그렇게 깔끔한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가져온 구두를 신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정각7시였다. 7이란 숫자가 딱 눈앞에 들어오자
행운의 여신이 네편인 것 같아 더욱더 마음이 들떴다.
목욕탕에 나오자마자 꽃집에 들려 난생 처음 예쁜 꽃을 샀다.
-터벅터벅!
조심조심 편의점 앞에서서, 숨을 크게 쉬고 힘껏 문을 열어 젖혔다.
-딸랑~
“어서옵셔!”
그녀가 아닌 왠 뚱뚱한 남자가 날 반갑게 맞이했다.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분이 물었다.
“호...혹시? 이전 알바생 어디 가셨나요?”
내 모습을 쭉 훑어본 뚱보가 말했다.
“아하~ 지영이 누나요?
오늘 알바 마지막이었어요!
앞으로 제가 일하게 됐습니다 음음하하하.”
-쿠쿠쾅쾅!
가슴속 깊은 적막감이 온몸을 내리쳤다.
나루터에 겪은 일이 또다시 머리를 스쳤다.
이름이 확실한 윤지영인걸 안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안절부절못한 내모습에 뚱보가 재차 말했다.
“금방 요 앞 큰 길로 나갔어요.어서 가보세요!”
알바가 방향을 가리키자 난 서둘더 뛰어 나갔다.
그때 뚱보가 날 불러 세웟다.
“저기요! 누나가 편지를 남겼어요? 오시면 전해드리라고..”
그리곤 내게 건넸다.
편지를 보니 다름 아닌 내가 그녀한테 쓴 고백 편지 였다.
참담한 현실을 직감하자 편지를 꽉 쥐고 박차게 문을 나섰다
그리곤 그녀가 떠난 길을 향해 힘껏 뛰었다.
-타타탁!
“참......누가 애인사이 아니랄까봐? 되게 호들갑 떠네.... 부럽긴하다..
그래! 나도 살빼서 꼭 여친만든다 아잣! 열심이 일하자! ”
* * *
세찬인 병실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딸깍!
그때 누군가 들어왔다.
“여~ 일어났냐? 오늘은 몸이 좀 어때?”
“.......”
오늘도 말없는 세찬이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깨어난지 일주일째 서서히 회복 됐지만 정신적 우울함을
아직도 떨쳐 내지 못한 걸까?
죄의식을 가진 병철이는 더욱더 미안함을 느꼈다.
“병철아...”
세찬이가 처음으로 말했다. 병철이는 정말 기뻤다!
“어...어? 그래! 세찬아? 왜?무슨 할 말 있어?
뭐든 맘껏 말해! 다 들어 줄 테니까!”
한참 뜸 들이더니 천천히 말했다..
“나...말이다....”
귀를 쫑긋한 병철이는 세찬이 목소리에 집중했다.
“꿈이 생겼다.”
“꾸...꿈?”
“그래...”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고싶어 아빠가 되고 싶은 꿈을 말이야!”
눈을 깜빡인 병철이가 여전히 세찬이를 바라봤다.
“아빠가되면 우리 아버지의 존재를 제대로 알것같아서...”
그리곤 몸을 돌려 병철이와 마주했다
“아...참 미안하다... 너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깜빡했다.”
원수의 아버지와 날 너그럽게 봐준 세찬이가 무척 고마웠다
“아냐? 난 그 사람을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너무 마음 쓰지마!
오히려 그러면 죄인인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져...”
세찬이도 조금 멋쩍었는지 이내 화제를 바꿨다.
“병철아? 앞으로 5분 후면 우리 이모 도착하거든?
원수 아들을 안 이상 널 보면 당장 가만두지 않을걸?
그리고 매일같이 몰래 오지말고 퇴원하면 그때 제대로 한번 만나서 얘기하자!
아참! 찬경이 삼촌도 온다고 연락이왔어!
중국 책소독기 사업 접고 한국에 정착한다 더라..넌 알고있었냐?”
병철이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얼마전에 경찬이를 만났는데 그때 얘길들고 대충 알았지!
근데..세찬아... 찬경이 삼촌이 너의 이모를 무척 좋아한 사실을 알고있냐?”
눈이 똥글해진 세찬이가 당황했다.
“뭐..뭐? 저..정말이야?”
말 실수한 병철이가 주섬주섬 움직였다.
“아...아니? 그...암튼? 퇴원하면 꼭 잊지말고 연락해! 그럼 잘있어!”
-후다다닥!
급하게 나간 병철이를 보며 오랜만에 친구의 우정을 다시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