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언론
워싱턴포스트는
며칠 전
탐사보도를 내보냈다.
‘피와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아라곤 컴퍼니는 악의 화신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국방비지출로
언론과 의회를 들썩이게 만든 중심에
미국경제를 움직이는
산업계 지도자들의 비밀스런 회동이 있었다.
미국에 본사를 두었지만
남미에 확고한 지지기반을 쌓은
아라곤 컴퍼니는
민간군사기업을 넘어
민간정보기관이란 발칙한 꿈을 꿨다.
“ 미스터 가디언이 개입한 것 같습니다.”
“ 같다?”
“ 죄송합니다.
개입한 것이 확실합니다.”
아라곤의 의제는
어느 한 명이 주도하거나 강요할 수 없었다.
“ 엠파이어의
어떤 멍청이가
그를 속일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았나?”
“ 설마 그걸 믿었어?”
“ 아니,
하지만... 너무 빨라.
적어도
한두 달쯤은
동아시아촌구석에 붙잡아둘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말이야.
이제 어쩔 거지?
협상할 건가?”
“ 협상은 불가능해.”
“ 하긴...
그의 원칙은 확고하니까.”
용병세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군대에서
신이치를 위시한 삼인위의 말은
곧 법이다.
말 그대로
세계 모든 나라의 군대를 통제하는
세계정부 그 자체를 상대로는
아라곤 컴퍼니가
아무리
무제한적인 자금력을 가졌어도
손발이 되어줄 용병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황이었다.
“ 비밀작전부는 버려.”
“ 회원들이 싫어할지도 모르겠군.”
“ 그와 싸우고 싶으면 말리지 않겠어.”
“ 그런 무서운 농담을!
이참에
쭉정이를 골라내는 것도
보람찬 일이겠지.
게다가
그 쭉정이들이
우리 아라곤을
뒤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들
아니
그 스펙터의 지부라는 것은
진짜
우리들에게도
별로 좋은 것만은 아니기도 하니......
어쨌든
비밀작전부의 악명은
우리에게도 부담이었으니까.
게다가
스펙터 쪽에서
우리에게 원한 것은
그들 두목과 맞교환할만한 인질을 확보하는 거지
그런
민간경찰사업권이니 하는
그런 잿밥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 잘난
비밀작전부 놈들!
위에서 시키는 일만 잘 하지
괜히 욕심부리다가
제대로 해야 할 일도 다 말아먹고!”
인형 속에 인형을 감추는
러시아인형 마트로시카처럼
언제까지
쉘 컴퍼니를 감출 순 없었다.
아라곤 컴퍼니 내의 더러운 작전만 전담하던 비밀작전부는
어짜피
쿠도 신이치의 손에
스펙터가 엄청난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는
아라곤 입장에서는
거의 계륵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되어버린데다가
아라곤 내에서도
자신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 때문에
불편한 관계였는데
이번
쿠도 신이치의 유니콘 프로젝트로 인해서
과거처럼
아라곤 내에서 무소불위급으로 움직였던
기세도 한 풀 꺾인 상황이어서
이번 블로펠트 탈출작전에 필요한 담보만 확보하면
조만간 정리할 계획이었는데
쿠도 신이치의 개입으로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다.
민간경찰사업은
아라곤이 아니라
다른 PMC를 내세워도 충분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블로펠트를 맞교환할만한 담보 확보를 실패했다는 것이랄까?
“ 미스터 가디언이 끝까지 파고들면 어쩔 건데?”
“ 넌 수호를 몰라.
그는 정의의 사도 같은 게 아니야.
굳이 분류하면
우리랑 비슷하지.
다만.”
“ 다만?”
“ 고독한 늑대,
아니.
고독한 범고랜가?”
“ 범고래?”
“ 귀여운 생김새에
함부로 손을 뻗었다간
대번에
물속으로 끌려들어갈 거다.”
딱히 회의라고 볼 수 없는 다과회는
금방 끝났다.
미카엘 토발 제네시스퀀텀 부사장은
친구이자 맞수인
토마스 첸야빈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부사장과 독대했다.
“ 남은 문제는... 비탈리군.”
“ 글쎄.
굳이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 러시아친구들을 계속 자극하는 건 위험하다고.”
“ 그건 맞아.
하지만,
모스크바는
예전부터
내부거래가 합법이거든.”
“ 정치국멤버들은
그를
사냥개로 이용할 거야.
소비에트유니온의 붕괴 이후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오로지 돈이니까.”
금욕적인 사회주의를 탈피한
현대러시아는
그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를 맹신하게 됐다.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 그래도......
수호와 달리
모스크바는
협상이 가능하지.”
“ 결국 모든 변수는
미스터 가디언으로 귀결되는구먼.”
“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그가
무례하다거나
억지스럽다는 건 아니야.
어쩌면......
다른 누구보다 더 믿을 수 있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딱 한 번
구조를 요청할 기회가 있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연락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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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답변..... 반론의 여지가 없네요. | 22.08.18 21: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