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
그녀는 나에게 메시지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있는 곳에선
그런 계절이 되었다.
아이들이
눈을 맞으며
렛잇고를 부르고 있어.
내가 있는 곳은
눈이 오지 않는 곳이다.
무척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고,
이곳에서
눈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녀의 메시지로
해마다 나는
첫눈을 맞을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11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그녀와 함께 맞았던
눈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와는 헤어졌고
그녀와 멀어져 있지만,
우리의 시간은
함께였던 곳에
고정되어 있다.
나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낼 수 없다.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되지 않는다.
내가 알 수 없는,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내가 가진 기계로는
그녀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 뿐
나의 말과 감정은
단 하나도 보낼 수 없다.
몇 주 뒤
큰 도시로 돌아가
컴퓨터가 있는 곳에서
메일을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혹시나 해서
그녀의 번호로
간단한 답을 보냈지만
화면에는
전송에 실패했다는 의미의 이미지가
깜빡였다.
그녀는
사진을 하나 보내주었다.
내가 있는 곳에선
그 사진을 열어볼 수 없다.
그저 사진을 보내주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 이것도 큰 도시로 가야 확인 할 수 있다. -
눈이 오고 있다 했으니
눈이 오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었을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내
주었을 것이다.
사진을 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 사진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동료가 길을 재촉했다.
배터리를 아껴두라고 손짓했다.
그의 말에
나는 기계의 전원을 껐다.
그는 작은 칼을 건네주었다.
나는 아직도 이 물건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손잡이는 더러웠고,
하지만 날은 잘 서있었다.
내손엔 맞지 않았지만,
내손에 맞는 물건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골목으로 들어가
돌 벽에 기대어
연락을 기다렸다.
오래된
동료의 기계가 꺼지고
그는 나에게
내가 가진 기계를 켜라고 손짓했다.
- 나는 아직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
돌아와
전원이 들어온 기계에는
그녀의 메시지만
있었다.
동료는 연락이 왔는지 물었고
나는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말 대신
고개를 저어 답했다.
동료는
자신만이 다룰 수 있는 물건을 꺼내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원래 손이었던 것처럼
구멍마다 손가락을 끼워 넣어
한 몸처럼 만들었다.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쇠붙이에 손잡이가 달린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작고 위험한 물건이었다.
잠시 후
몇 사람이 더 도착했고
우리들은 내가 가진 기계에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해가 지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있는 곳이었으면
내가 그녀와 함께였다면
눈이 되었을 비였다.
어쩐지 한기가 들었다.
- 전혀 그런 기온이 아니었지만 -
기다리는 사람들이
불평하는 듯 보였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비가 오면 조금 성가셔지는 일이긴 했다.
물론,
자신과 한 몸인 물건을 지닌 사람들에게
그러한 일이었지만.
나 같이
익숙하지 않은 물건을 지닌 사람들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골목 밖에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시간이
되었을 무렵
내 기계에 진동이 울렸다.
그녀의 메시지이길 바랐지만,
내가 알아 볼 수 없는 글자가
떠 있었다.
나는 기계를 동료에게 넘겼다.
동료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리고 나에게
골목 끝을 가리켰다.
그곳엔 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돌 벽에 손을 대어 물을 묻히고
쇠붙이의 손잡이를 단단히 잡았다.
문을 처음 여는 건 언제나 나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