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은 답글과 댓글 달기가 반복되어 있어서 가독성이 영 안 좋은 거 같아
한 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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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만 가고, 그렇게 우리들은 어른이 된다. 시간을 속박시킬 수만 있다면 꿈많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시작 될 빌어먹을 인생게임이라는 것에 접속이라도 하듯 두 눈을 뜨며 욕설부터 내뱉는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왜 이렇게 일해야 하지? 도대체 왜?'
오늘 일하기는 글러 먹은것 같다. 난 수많은 전화에도 불구하고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옛날을 떠올리고 싶었다.
일단 일어나 책상앞에 앉았다. 그저 과거의 추억이 남긴 상념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닫혀 있던 상상 속 세계의 문을 연다. 하지만 그 문은 어릴 때만큼 쉽게 열리지 않았다. 상상의 세계에 빠지기에는 너무 '철이 든' 것이다. 성적, 자격증, 취업 같은 단어에 익숙해질 무렵, 문고리가 녹슨 듯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 아예 없어졌거나, 설령 없어지지 않았더라도 내 기억 속에 희끄무레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린시절의 나는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어차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 문이 조금 열릴까 싶으면 그 장소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나는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사람이었고, 현실의 시간은 내게 모험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추억을 눈 앞에서 걷어내야 했다. 나는 내려앉을 것 같은 눈꺼풀을 문질렀고, 동시에 내 앞에 있는 책상이 거대한 조종간으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숨을 삼켰고 잠기운은 어느새 달아나 있었다.
당황스러운 머릿속에서도, 냉정한 부분이 열심히 움직인다. 시선은 흔들리지만, 정확하게 조종간의 모습을 훑는다. 희끄무레하게 남은 기억속에서, 무언가가 꿈틀이더니 천천히 형태를 잡아간다.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어릴 적 만화에서 봤던..."
그 조종간.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조종법 마저도 내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이 녀석... 움직인다..."
손이 자연스레 움직인다. 기체가 뱅글 돌며 엄청난 중력이 몸을 덮치지만, 신기하게도 괴롭지는 않았다. 이 녀석의 외견은 알 수 없지만, 만약 어릴 적 본 그 만화의 외견을 하고 있다면 나는 내 키의 열 배도 가볍게 넘는 거대한 로봇에 타고 있는 것이었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로봇이 움직인다. 한 발 한발 나아갈 때마다 진동이 전달돼 온몸에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뜀박질을 하는 것마냥 심장은 달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뛰는 가슴보다 빠르게 로봇을 움직인다. 뒤돌아보면 커다란 발자국이 황야에 찍혀있는 게 보인다. 그마저도 눈을 깜박이는 사이에 작아졌다가 곧 보이지 않는다. 다시 앞을 보면 펼쳐진 황야. 그리고 저 멀리 조그만하게 보이는 언덕. 언덕이 커다랗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공상과 꿈을 품었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달력처럼 넘어간다. 계절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고 알아야 하는 게 많아진다. 공상과 꿈이 그저 헛된 도망이라는 걸 깨닫고 지겹고 괴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얼마나 달렸을까. 얼마나 달려왔을까. 눈앞에는 커다란 언덕이 있다. 이렇게 몸이 커지고 하고 싶지 않은 것들만 쌓였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어릴 적 꿈들이 있다. 아무리 무시하고 잊으려고 해도 로보트처럼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내가 저 커다란 언덕을 넘는 것을.
숨을 뱉는다. 다시 크게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뱉는다. 힘을 모아본다. 저 언덕 위 풍경은 어릴 적 만화에서 본 풍경 그대로일까. 잠깐이나마 행복한 꿈은 아니었을까. 온갖 의심과 고민이 쏟구치지만 내가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언덕 위 풍경이 동경하던 그 풍경이 아니어도 좋다. 올라가는 순간 깨는 행복하고 슬픈 꿈이어도 좋다. 단 한 순간이라도 어린이가 되고 싶다. 꿈과 희망을 가진 소년이 되고 싶다. 힘을 준다. 커다란 진동과 함꼐 로봇이 박차오른다
덜컥!
그건 로봇이 발을 디딘 소리였을까? 아니면 내가 미끄러지며 책상에 턱을 부딪치며 잠에서 깨는 소리였을까? 그도 아니라면, 혹시 방문이 열리는 소리는 아니었을까?
확실한 건 완전히 꿈에서 깨어나는 소리라는 사실이다.
"아직 안 일어났니? 학교 가야지?"
열린 문으로 어머니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그리고 턱을 감싸쥔 채 몸을 부들거리고 있는 날을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일어났구나. 하긴, 이제 더이상 초등학생이 아니니까 스스로 일어날 때도 됐지. 그런데 뭐하니?"
"어, 엄마?"
말이 더듬어졌다. 턱이 아파서 마음대로 움직이질 못한 탓은 아니다. 그건 그저 놀라서 입이 멋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별꼴을 다보겠다는 듯이 한심한 한숨을 내쉬고서는 나에게 말했다.
"에휴. 어서 내려와 밥먹어. 오늘 입학식이잖니? 늦으면 안 돼."
"어? 어, 어어......"
"얘는 정신을 어디두고 있는건지....."
어머니가 문을 닫고 나갔다.
손으로 턱을 문질러보니 얼얼한 턱이 아직도 아프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금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손을 들어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곧이어 시선을 내려 내 몸을 보았다.
로봇은 없다. 무지갯빛 동산도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보던 만화속에서나 나올법한 풍경도 없었다.
그런데 왜 나는 회사 대신에 학교를 가야하는 걸까? 왜 작년에 장례를 끝낸 어머니가 문을 열었던 걸까?
나는 아직 꿈에서 깨지 못한 걸까?
나는 그저 멍하니 서서 생각을 계속했다. 혹시 몰라 볼을 꼬집어 본다. 아프다. 이건 현실이다. 그러면 기뻐해야 하는 건가? 돌아왔다 해도 기쁘지 않았다. 이미 오답을 알고서 다시 푸는 퀴즈와 같이 '다시 실망하지 않으려면 저번과는 다르게' 라는 선택지를 눈앞에 두고 나는 혼란스러웠다. 다시만 난 과거는 내게 너무 큰 무게로 다가왔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니? 그러다 학교에 늦을라."
현재의 상황을 이해 할 수는 없었다. 이것이 꿈일지? 아니면 현실일지? 아니면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들뿐 그 무엇하나 분명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작년에 돌아가셨던 어머니는 현재 내 두 눈앞에 앉아 계셨다. 그리고 탁상에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그리운 어머니의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과연 진짜일까? 아니면 신꼐서 나에게 내려 주신 가혹한 형벌일까?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내 몸은 그리움을 찾기라도 하듯 반찬 한 개를 집어 든다.
"학교에 잘 다녀오고, 자동차도 조심해야 한단다."
"후우, 걱정마세요. 이젠 어린이도 아니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넌 여전히 내게 있어 어린애란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잔소리에 나는 불평을 가지기보다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가슴 속에 보관해 보았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만 간다. 그리고 나는 학교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길을 건너고 있을 때 앞에 선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고 이내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이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는 까까머리 소년이었다. 잠시 누군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나. 하지만 이윽고 퍼즐 조각이 소년의 모습을 맞춰 가며 기억이 되살아 난다. 그래, 기억이 났다. 고등학교가 갈라진 이후로 소원해진 친구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만나,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같이 한 친구였다. 고등학교가 갈린 이후로도 계속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혹독한 대입은 두 사람의 거리를 찢어 발겨 버렸다. 이제 와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나는 지금 영문 모를 상황에 처해 있다. 몸은 어릴 적으로 돌아왔지, 돌아가신 어머니는 눈앞에 있지. 지금까지 보내온 세월이 끔인지, 지금이 꿈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렇다고 떠나간 사람들이 반갑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 또한 지금 나이에 걸맞는 밝은 인사를 하려던 찰나였다. 이상한 의아함이 뇌리를 스친 것은.
오랜만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시절의 나와 이 녀석은 하루도 빠짐 없이 만나 놀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어제, 그러니까 중학교 입학식 전날에도 만나서 놀았을 터이다. 애매한 기억이지만 그 대강적인 사실만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위기. 녀석이 두른 분위기는 어린 아이의 것이라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녀석은 내가 혼란스러워 하는 걸 아는 것인지, 역시나 씨익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쉽게 믿기 힘든 말. 그러나 상황상 믿을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어때? 오랜만에 느끼는 추억의 공기는. 잠깐 얘기라도 하며 걸을까?"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혼자 척척 걸어갔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다리가 떨어지질 않았다.
"안 와?"
돌아보며 재촉하는 친구를 보며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전 헤어진 친구는 친숙했지만 기억과 다르다. 어머니는 돌아가시던 순간까지 나를 애 취급 했지만, 갓난아기 다루듯 하진 않았다.
틀에 박힌 것처럼 어색한 대사를 내뱉는 이 꿈속의 인물들을 보며 꺼림칙한 이질감이 몸을 침범했다.
"가만히 있으면 보이는 건 결국 같은 풍경 뿐이야."
그러니까 저딴 대사를 하는 친구같은 건 기억에 없단 말이다.
"넌 누구...?"
"보다시피 네가 기억 아주 깊숙한 곳에 파묻고 지내던 친구지."
"거짓말."
마음속으로 생각한 게 그대로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내 말에 친구는 태연하게 웃는 낯으로 대꾸했다.
"진짜 거짓말을 하는 건 누굴까?"
"뭐?"
"따라와봐."
녀석은 몸을 돌려 길을 걸었다. 중천을 향해 달려가던 태양이 석양으로 화해 붉어진 노을빛 아래서 기나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발에 박혔던 못은 장도리로 뽑았는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발이 떨어진다. 의아함을 느낄 틈도 없이 움직이는 다리를 열심히 앞으로 뻗어 작아지는 녀석의 등을 쫓았다.
적어도 그 뒷모습만은 익숙한 추억속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질 않았으니까.
친구의뒷모습-너무나 그리웠던 그러나 너무나 다른-을 부지런히 쫓아가던 내 발은 친구가 멈춰 서자 그의 옆에서 멈추었다. 그가 안내한 곳은 우리가 늘 함께 놀던 그의 집 앞. 나는 그의 옆에 서 집을 바라보았다. 내 기억과 똑같은 형태. 분명 같은 장소일텐데 그곳엔 부자연스러운 낯설음이 서려 있었다. 내 기억과 같음에도 느껴지는 추억과 현실의 괴리감은 섬뜩했다.
아무래도 이 집에 들어가는건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꼭 안좋은 예감은 들어맞는다고, 이번에도 그럴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가만히 서서 복잡한 마음으로 집 주위를 쳐다보았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에 나는 고개를 뒤로 돌리기까지 했고, 놀랍게도 왔던 길엔 풀만 우거져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길을 걸어온 게 아닐텐데, 역시 이건 꿈일까? 그치만 너무 생생하다. 내 심정을 아는지, 친구는 다시 한번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보이는 건 결국 같은 풍경 뿐이야. 거꾸로 말하면 뭘까?"
"다른 풍경이 보인다는 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거잖아. 안 그래?"
"띵동. 정답"
앞을 바라보니 이제 풀이 집의 담장까지 잡아먹을 기세로 자라나 있다. 돌아갈 길은 없어보이고, 나는 나도 모르게 집 안으로 들어가길 결심했다는 사실에 무섭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집안은 온통 식물 투성이에다가 정체불명의 무언가도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왜 이런게?"
"아, 이거? 지금까지 네가 저질러온 잘못들, 거짓말, 악행등을 모아봤어. 어때?"
나는 생각했다.
'저게 내가 저지른 것들이라고? 난 잘못한게 없는데 왜?'
"넌 지금 니가 뭘 잘못했는지 궁금할꺼야, 답은 간단해. 어린시절의 동심을 잃어버린것, 이미 그게 제일 큰 잘못이 아닐까?"
난 어릴적에 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늘에 비치는 별. 그 별들이 나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동심을 되찾고 싶나?"
"그래, 나는 별이 보고 싶어! 나의 소원을 이루어줄 별이 보고싶어!"
그 녀석은 불현듯 내손을 잡고 어떤건물의 옥상으로 갔다.
"여기가 높지는 않지만, 네가 찾는 별은 보일거다."
나는 그 별을 보았다. 여전히 반짝이는 별이었다. 나는 별을 잡으려고 발을 내딛었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떨어지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제 모든것에서.......해방된다............."
떨어지면서 나는 별을 보았다. 그리고 별도 나를 보았다. 별빛은 따뜻했다. 그리고 그 따스함은 내게 눈물을 불러 왔다. 뚝. 내 얼굴을 흐른 눈물은 나보다 더욱 빠르게 아래로 저 밑으로 향해 사라졌다. 풀썩. 해방은 오지 않았다. 나는 풀밭 위에 떨어졌다. 친구는 내곁에 서있었다. 친구는 물었다.
"이 풀밭의 풀이 뭐일 것 같아? 뭐가 이곳에 풀밭을 이루고 있는걸까?"
"모르겠어. 이 상황도, 이 풀밭을 이루는 풀도, 너도, 그리고 나 마저."
"정말 모르겠어? 이건 너 자신이야. 네가 외면하고 혹은 대면했던 것들. 네가 상처받고 상처주었던 것들. 그리고 네가 알고있던 것들이지. 바로 너 자신을 똑바로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기억들의 집합이지. 이곳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네가 너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거야. 넌 이곳에 있을 수 없어. 돌아가. 네 현실로. 현실이며 꿈인 곳으로."
친구의 마지막 말은 아득히 흐려져갔다. 나는 끝없이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다시 어른이 된 나는 일상과 방금까지 겪은 일로 피곤해진 몸을 일으켰다.
익숙한 침대에서 일어 난 나는 여전히 멍했다. 방금 전에 일어났던 모든 것들이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지에 대해서 이해 하질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나 만큼은 알 수 있었다. 내 자신이 저질렀다고 하는 죄에 대해서 뉘우 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는 것을.
"후우, 조금은 떨리는데."
떨리는 손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녀석을 만나기로 했고 우리들은 어릴 적 놀았던 그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심이라..."
녀석이 계속 언급하던 그 동심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약속시간에 맞춰 준비하며 중얼거렸다.
포니 블루레이 박스셋 특전 파우치에 지갑과 폰 등을 넣고 프리큐어가 프린팅된 카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아차, 이거 녹화시켜 놔야지."
잊을 뻔 했는데 오늘이 플라워링하트 방영일이다. 놓치지 않게 예약녹화기능도 눌러놨다.
이런 갓 애니를 놓칠수야 없지. 진짜 한국에서 이런 명작을 만들어 내는 날아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하아. 그런데 만나서 뭐해야 할까?"
다시 현실의 무게를 느끼니 우중충해졌다. 밖에 나가서 사람만나는 건 회사로 족한데 말이야.
애도 아니고 밖에서 뛰어 노는게 성장에 도움되지도 않고. 아, 하기야 요새 애들은 밖에서 안 놀고 집에서 게임만 하긴 한다더라. 나랑 같군. 역시 어린애의 순수한 동심을 간직한 나는 이시대의 진정한 퓨어보이, 어른아이!
아차차, 또 도피할뻔 했다. 하지만 인생의 반을 못 만난 친구를 보고 할 이야기 따윈 없다고요! 그냥 어색하게 '어, 아, 안녕? 잘 지냈니?' 이러고 한동안 침묵할 게 뻔하다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간은 움직이고 다리도 움직여서 여차저차 약속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여긴 그대로네."
재개발이다 뭐다 말이 많은 동네였는데, 그래도 이 공원은 어떻게 아직 남아있었다. 놀이기구들의 종류가 바뀌고 벤치가 늘어났다거나 보도블럭이 새롭게 깔렸다는 정도의 차이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추억의 장소는 그대로다. 풀밭도 듬성듬성하긴 하지만 아직 남아 있네.
찬찬히 공원을 둘러보는데 기분이 묘해져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 나 여기 어디서 봤나?"
정답은 '꿈에서 봤습니다!' 로봇타고 달려가던게 여기였어. 그 녀석이랑 보던데도 여기였고. 으윽... 꿈이란게 결국 추억을 기반하다보니 꽤나 현실반영적이군.
"쿡쿡. 뭐하냐?"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필이면 눈이 딱 마주쳤다.
"누구...?"
"자기가 전화로 불러내놓고 누구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줄까?"
"응?"
난 눈을 깜박거렸다. 한번 깜박거린 걸로는 도저히 정상적이지 않아서 몇 번을 더 깜박거렸다.
그래도 보이는 데 변화는 없다. 내 눈이 잘못된 건 아닌것 같은데... 그러면 머리가 잘못된 걸까?
"계속 서있기는 그러니까 저쪽에 앉자. 햇빛 오래 쬐면 피부에 안좋거든."
그렇게 말하고서 '그 녀석'은 치렁치렁한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손바닥으로 눈 위를 가렸다.
그리고서는 정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총총거리며 멀어져갔다.
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고서 스윽 내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평범하게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에 심플한 청바지. 그리고 가느다란 끈으로 어깨에 매고 있는 포니 파우치.
적어도 여자사람을 만날 행색은 아니네.
좌절하기엔 황당함이 너무큰 나머지 나지막한 한숨만을 내쉬고서는, 나는 '그녀'가 되어 나타난 '그 녀석'의 뒤를 엉거주춤 따라갔다.
...라는 전개는 역시 무리겠지.
이곳에 오기 전에 잠깐 읽은 소설의 내용이 머리속에서 재구성되어 망상이라는 것이 되었다...랄까. 역시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는 하는것 같다.
아리송한 꿈의 내용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도 못하던 친구와의 약속도 잡더니, 평생 하지 않을것 같았던 생각까지 나다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그 녀석이 말하려던건 무엇이었을까? 그 꿈은 무엇이었고 무엇 때문에 내가 꾸게 된걸까? 과거. 친구. 집. 풀밭. 그리고 또 뭐라고 했더라? 그래, 동심이었다. 동심을 잃어버린게 잘못이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역시 키워드는 '동심을 찾아라' 일것같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잡은 약속도 바로 이 때문인것 같았다.
오래전 친하던 친구. 중학생이 되면 동심이라는것이 사라질 수도 있으련만 이 친구 덕분인지 나는 어느정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산타를 믿는다던가 하는 얘기는 아니다. 말로는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동심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듯한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미 잃어버린 시점에서 어떻게 다시 동심을 찾는다는 말인가? 이 친구와 만나서 무엇을 해야하는거지? 아니 근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게 '그녀석'이 의도한 것과 같은건가?
"여어- 오랜만이네."
머릿속이 복잡해져 터질것만 같을때 쯤, 친구가 도착했다.
"그러게, 16년 만인가? 열 일곱부터 서른 셋. 그 때 그대로네."
나는 대답한다. 어색하다. 어젯밤 꿈에서 -아니 어쩌면 현실에서, 어쨌든 그 몽환 속에서- 만났던 그 녀석이 내 앞에 서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녀석이 내게 한마디 질문을 했고, 나는 그 말에 정신을 다시 차렸다.
"그래서 어제 말한 건 생각해 봤어? 네 죄 말이야."
그래, 이젠 대가를 치를거야. 그러니까 하루만 시간을 더 줘."
"알았어. 근데 내일은 꼭지켜야 한다."
-다음날 아침-
"야! 문좀 열어! 왜 안여는거야? 부수고 들어간다!"
"...........너의 죄. 이제는 없는거다."
남자는 자신의 죄가 용서받을수 없는 것들만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죽음으로 용서받으려 한것이다.
"이녀석, 내가 저승사자 됬다는 걸 언제 알았지? 어쨌든 오늘도 한명 데려가야지 뭐."
이것이 어린아이의 동심을 원했던 전과 21범 살인자의 기록입니다(당연히 허구) 어떠십니까? 여러분들도 어릴때의 마음을 찾고 싶으신가요? 아쉽지만 그러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이만
끝났다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나 이 이야기는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뿐 끝은 아니었다. 인간은 반복하는 동물이다. 죄도, 또 그 대가도. 동심을 찾으려 했던 살인마. 그러한 나는 죽음조차 받아들이기 싫었다. 내 친구는 이런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들, 지금 지하에 썩고있는 저 시체들 역시 나를 용서하지 않겠지.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인면 수심이라 칭하는 살인마다. 또한 그러한 모습을 나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용서받기 싫어졌다. 나는 목을 매달았으나 곧 그 줄을 끊어냈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손에는 단검 한 자루. 광기에 찬 나는 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댄다.
그러나 곧 내 칼질은 멈춘다. 몸이 굳는다. 무너져가는 나를 느끼며 나는 자문한다.
'뭐가 잘못된거냐?'
답이 들린다.
'아직도 모르겠니? 넌 악, 그자체야. 용서받지 못한 자. 아니, 용서받지 않은 자라고. 미안하지만 친구, 넌 떠나야해.'
두 눈은 이윽고 흐려졌고, 그 흐려가는 두 눈에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친구의 형체였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눈물 흘리며 무너졌다. 그리고서는 무 그 자체가 펼쳐져 내게 죄책감을 끌어내기 시작했고 이 형벌은 끝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을 이 없기를 바란다.
이렇게 해서 한맺힌 한 영혼의 독백이 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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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기여자 리스트
♡내아내 히라사와유이♡ 님
빛의제왕 크라이스 님
지뢰밟은정찰병 님
A.A.A
ForeverLoveholi 님
Defiance 님
속리산 까마귀 님
고기고명 님
다들 수고 많으셨고
다음 릴레이 소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소설이 완성된 형태를 갖추려면 역시 제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다 같이 쓴 소설이니 제목도 다 같이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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