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나는 샌즈의 공격 순서에 빨리 익숙해졌다.
레벨20, 아니 21이 되어 어린이로서는 있을 수 없는 신체 능력과 더 이상 아프기 싫어 어떻게든 샌즈의 공격을 피하려는 의지 덕에
"이제 25번째야."
대부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샌즈는 잠깐 눈을 감더니 다시 뜨면서 말했다.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그는 가볍게 목운동을 했다.
"준비 됐지?"
그가 왼팔을 들었다가 내리는 순간, 난 공중제비를 돌아 날 끌고간 뒷쪽 결계를 딛고 결계 중간까지 뛰어올라 뒤쪽에서 솟아나는 공격을 피한 후,
좌측에서 몰려오는 뼈다귀의 파도를 가운데에 난 구불구불한 틈을 통해 좌우로만 움직이며 피하고 해골들이 일정 위치에서 쏘는 광선들을 피했다.
그는 항상 나를 이런식으로 결계에 가두어 공격을 퍼부었다. 눈보라를 막지 못 하는 것을 봐선 나만을 가두기위한 결계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시작하자고."
바로 달려들어 칼을 휘둘렀지만 내 공격은 언제나 그렇듯 피해졌다. 생각해 봤는데 공간이 비틀어져 내가 그에게 도달하지 못하게 든 기분도 들었다.
"피할 거라는 건 알고 있을텐데."
그는 매번 같은 순서에 같은 공격을 했다. 그걸 계속 봐왔으니 눈보라로 시야가 가려져 못 피할 거 같은 공격도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차례 공격을 마치면 잠시 쉬기위한 것인지 그가 방금 전처럼 결계를 풀어 나에게 공격기회가 생겼다. 맞을리 없지만...
"레벨에 대해서 아니까 할 말이 생각났어."
그리고 그는 공격을 하면서 그가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는 이 세계의 인간에 대해 잘 알고있는거 같았다.
"그리고 그걸 굳이 수치로 나누어서 강한 정도를 표현해. 레벨 말이야."
그리고 그는 인간을 싫어하는거 같았다.
"너희 인간은 왜 그렇게 강해지는 것에 집착하는 거지?"
단지 조금 이상한 점도 있었다.
"우린 그저 평화로운 공존을 원했었는데..."
그의 공격에는 간혹 헛점이 보이는 공격도 있었다.
"너흰, 인간 영혼을 흡수하는 우리 힘을 경계하고 우릴 죽이고 가두었지."
몇몇은 분명 피하기 힘들게 나오기도 했지만...
"왜? 설마 우리가 너희를 지배하고 종으로 부릴까봐?"
일부러 발판을 넣어주어 날 죽일 수 있는 찬스를 그냥 내주기도 했다.
"그건 너희들이나 좋아하는 짓이지. 동물, 괴물, 심지어 같은 인간도."
마치 봐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너희들의 본성 덕에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잃었지."
그리고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처럼...
"내게 소중한 것도 잃었고, 방금 잃을 뻔 하기도 했지."
그리고 방금 죽었던 공격을 피해 또 공격하고,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난 너흴 정말 싫어해."
아슬아슬하게 다음 공격을 피하고 또 공격했다. 내 공격을 피한 그는 지친기색이 역력했다. 지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봐왔던 공격이라도 완벽하게 피할 수 없었을 뿐더러 마지막 공격은 이전에 봤던 방식이더라도 그대로 보고 피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알아?"
설마 정말 지금까지...
"만약에... 만약에 정말로 전에도 이런식으로 만난적이 있다면, 난 여전히 너에게서 희미하게 착한사람이 있다는게 느껴져."
샌즈... 내가... 느껴진다고?
"그리고 네 안에 2명... 아니 3명인가?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생각해."
정말... 내가... 느껴지는거야?
"아니 그녀의 말을 듣고 확신하고 있어!"
그녀? 설마 토리엘?
"그러니까... 만약 지금 그만둘 수 있다면..."
그만 둘 수 있다면?
"무기를 내려놓고 내게 다가와."
그는 내게 자비를 배풀고 있었다. 어쩌면 이게 이 일을 끝낼 또 다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 했다. 이 이상 계속한다면 진짜 미쳐버릴거 같았다. 더군다나 마지막 공격을 한 후 주도권이 나에게 돌아왔다.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 그의 말대로 칼을 버리고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쓰러지듯 껴안으며 내 입으로 내가 하고싶은 말을 꺼냈다.
"끝내줘... 샌즈..."
그 말을 들은 그도 나를 껴안아주었다.
"그래... 네가 원했던 거구나..."
잠시 후,
"흐어어어억!"
내 뒤에서 뭔가가 덮쳐오는 것이 느껴져 숨을 삼키는 비명을 질렀다.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그래도...
이대로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끝으로 나는 숨을 거두었다.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좌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하하하! 드라마 한 편 잘 봤어."
다시 부활했다. 그 세이브 지점. 불타는 스노우딘. 절규하고 싶어도 난 절규할 수 없었다. 나는 또 다시 나에게 주도권을 빼앗꼈다.
"그런데 '터어어얼렸구나.'라니, 이거 좀 열받는데?"
나는 또 다시 그에게로 갔다. 샌즈가 또 파피루스를 강으로 걷어차며 나타났다.
"그 표정... 좀 애매한데..."
"내가 너의 자비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줬거든."
샌즈는 잠깐 눈을 감더니 다시 뜨면서 말했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해."
그는 가볍게 목운동을 했다.
"준비 됐지?"
부활때문에 절망해 있어도 공격을 받기 시작하자 반사적으로 공격들을 피해 나갔다. 몇번째 공격까지 피했는지 모르지만 난 그의 공격을 피한 후,
그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그리고 난 충격받아 얼어붙고 말았다. 그 공격은 내가 한게 아니었다. 내가 '직접' 한거였다.
그리고 난 다음 공격에 죽어버렸다.
다시 부활해도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내가... 내가...
"하하하하! 봤어? 방금 네가 직접 달려들었다고!"
그럴리가... 그럴리가...
"하지만 사실인걸. 너도 나처럼 되어가는 걸꺼야."
그리고 난 또다시 '나 자신'을 죽이러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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