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 같으면 생명 + 정신으로 영혼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신은 저승에 남고 생명은 환생하는 식이고, 윤회를 포기하여 생명=정신 상태를 만들었을 때 저게 진정한 신이죠.
근데 샤크는 저게 좀 이상한게... 카미시로 료가로서의 생명의 불꽃은 분명히 꺼졌는데 정신은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어린 시절 기억 다 가지고 있고 이런시절부터 여동생이랑 투닥거리던게 아직도 그러고 있거든요. 적어도 이번 생은 평생을 카미시로 료가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만큼, 샤크의 정체성은 "카미시로 료가"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셔야 하는게 칠황의 경우에는 돈 사우전드급은 아니더라도, 바리안 세계의 수호신으로서 일단은 신입니다. 그러니까 생명=정신 상태의 일종의 사념체/정신체 생명에 가깝죠. 생명이 환생하고 정신이 저승에 남는 일반적인 환생이 아예 불가능한 존재들입니다. 저런 존재가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인간을 완전히 장악하거나, 인간한테 권능을 물려주고 본인은 사라져야 합니다.
근데 그 상태로 낫슈가 죽어버렸죠. 신은 정신=생명이기 때문에 그냥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합니다. 칠황들이 패배했을 때 사라진 것처럼. 그래서 불꽃이 꺼져가는 순간에 어비스가 제안한게, 사라지기 전에 남은 힘을 생명이 꺼져가 비어있는 육체에 넣는 것. "이미 살아 있던" 자의 몸이 생명이 꺼졌으니, 거기에 너의 생명을 넣자는 아주 골때리는 방식의 환생을 제안 시킨거죠.
그리고 여기서 아셔야 하는 건, 대부분의 종교에서 생명은 환생하더라도 정신은 환생 안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기억이나 인격은 그대로 리셋 된다는 뜻입니다. 설령 전생의 영향이 조금 있지만, 설령 기억을 떨로린다 하더라도 주도권은 결국 다음 생에 있는, 사실상 제3자의 기억을 보는거에 좀 더 가까워요. 카이바가 신관 세토를 대하는 거처럼.
그리고 이게 정신이랑 생명이 분리된 일반적인 영혼이면 상관 없어요. 저승에서 분리된 정신이 하위급 신으로서 머물고 생명이 다음 생으로 넘어가면 되니까. 근데 다시 말하지만 상위급 신은 저게 안됩니다. 상위급 신들은 생명 = 정신이니까요.
정신말고는 없는 애들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정신이 초기화된다? 사실상 죽는다는 뜻이죠. 기억의 일시 봉인이라면 모를까, 완전히 환생하면 저건 그냥 게임 끝입니다. 잔류 사념만 남기고 자기 힘을 전부 다음 생에 맡겨버리고 죽는다는 거에요. 그래도 상관 없다면서 카미시로 료가의 몸에 들어간게 낫슈입니다. 죽어서라도 자신의 잔류 사념이 바리안 세계를 위해서 싸우고 벡터는 반드시 조지겠다는 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그렇게 해서 카미시로 남매가 되살아나는데, 여기서 포인트는 "되살아났다"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샤크의 주도권은 카미시로 료가에 있습니다. 샤크의 기억으로는 자기가 사고를 당했지만 그래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거니까요.
비유를 하자면 DSOD의 폭주 아이가미나 어둠의 마리크랑 비슷한 상태인거죠. 아이가미나 마리크는 조크의 잔류 사념의 영향을 받아 폭주를 한 건 맞는데, 그 인격의 주도권은 조크가 아니고, 선령 제2의 인격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 인격의 베이스는 "본인"의 어둠이지, 조크의 어둠이 아닙니다. 비슷한 백락에서 샤크의 경우에는 낫슈의 힘에 담긴 잔류 사념이 영향을 미치지만 인격의 베이스는 결국 료가 본인입니다.
샤크는 그래서 존재의 성질이 좀 이상한게, 신인 낫슈가 그릇의 역하을 하고 료가가 내용물 역할을 하는 뭔가 신내림이랑 반대인 상태입니다. 료가의 기억이나 생각은 전부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낫슈의 힘과 거기에 담긴 분노만 물려받은 거죠. 그 잔류 사념 때문에 낫슈의 힘에 새겨진,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목격하기는 하는데, 샤크 본인이 진짜로 낫슈인가 하면 아닌 것에 가깝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샤크의 자학기질 때문에 낫슈가 겪은 일들을 간접체험하고 나서 죄책감이랑 분노 때문에 자기라도 뭔가 해야한다는 심리로 다 죽이고 나도 죽자는 심리로 낫슈를 코스프레 하는 거죠. 근데 거꾸로 말하자면 저건 결국 전부 샤크의 선택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돈 사우전드가 유일하게 자신의 힘을 심어넣거나 뒤에서 조작을 할 필요가 없었던 칠황이 낫슈였는데, 샤크는 거기서 한술 더 떠서 낫슈의 힘 없이도 혼자서 사고치는 놈인데다가 이세계의 힘을 안 빌리고서도 순수 실력 만으로 호프를 잡은 경력이 있을 정도로 집념이 강한 놈입니다. 카이바가 아템 쫓아가는 건 온전히 카이바의 선택이지 세토나 키사라의 영향이 아닌 것 처럼, 샤크의 혼돈은 샤크의 것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샤크 지원들은 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게, 디자인 상으로 샤크가 낫슈의 힘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낫슈라는 그림자를 벗어난 것도 있지만, "자신의 정신의 형태"를 본딴 리바이스 드래곤이나 "자신의 정신"을 먹고 성장한 샤크 드레이크를 온전하게 악에서 선으로 되돌려 본인 스스로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데도 성공했다는 뜻입니다. 샤크 본인이 카미시로 료가로서 성장을 했다는 거죠.
"신"의 힘이었던 낫슈의 힘을 "인간"인 자신의 힘으로 만든 것이던, 낫슈의 힘을 봉인하고서도 스스로의 영혼을 갈고 닦아 낫슈와 동급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던, 샤크가 유마와 마찬가지로 "온전하게"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도 신에 도달하거나 뛰어넘었다는 상징과 같다고 봅니다.
물론 원하면 거기서 추가로 낫슈의 힘을 꺼낼 수 있겠죠. 요즘 나오는 유마 지원의 컨셉이 유마랑 아스트랄이 정 마음 먹으면 제알의 힘을 쓸 수는 있는 것처럼. 근데 만약에 샤크가 저런 카드를 써서 낫슈의 힘을 해방한다면, 더 이상 예전처럼 휘둘릴 거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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