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저무는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에 세워진 한 듀얼 필드.
이 곳에선 오늘도 수많은 듀얼리스트들의 땀과 열정이 교차하며, 서로의 듀얼 택틱스를 더욱 열심히 갈고 닦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 듀얼 필드에서, 오늘도 하준과 키벨, 두 소년과 함께 듀얼 수련에 열중하는, 쌍둥이 남매로 보이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 쌍둥이 남매의 이름은, 바로 김민철과 김민영.
소년과 소녀는 오늘도 선배 듀얼리스트들에게 조언을 받으며, 자신들의 듀얼을 열심히 단련한다.
"하아... 진짜 [PSY프레임 드라이버]는 왜 항상 패에 잡히는 건데..."
"나도 [무한기동] 덱에 딱 한 장 넣은 [앤틱 기어 박스]가 왜 항상 패에 잡히나 모르겠다..."
"아하하... 이건 우리가 뭐라고 말할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지...??" (준)
"어. [드라이버]랑 [박스]가 항상 패에 잡히는 상황은, 우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 (키벨)
연습 듀얼을 할 때마다 항상 [PSY프레임 드라이버]와 [앤틱 기어 박스]가 패에 잡히는 상황에, 민철과 민영 남매의 입에선 한숨만 새어 나왔고, 하준과 키벨은 뭐라고 할 수 없는 현실에 멋쩍어하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연습 듀얼 및 드로우 훈련을 할 때마다, 마치 운명처럼 끈질기게 따라오는 [PSY프레임 드라이버]와 [앤틱 기어 박스]를 보며, 안 그래도 땅이 꺼질 것처럼 한숨을 쉬는 쌍둥이의 얼굴에는, 마치 건물 건축 공사에 쓰이는 시멘트와 같은 회색빛의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민영은 최근 덱에 넣은 [PSY프레임 드라이버]의 수를 두 장에서 한 장으로 줄였음에도, 계속해서 [드라이버]가 패에 잡히는 이 상황에 골머리를 앓는 일은 이미 일상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무감각해져 있었고, 민철도 [무한기동] 덱에 딱 한 장 넣은 [앤틱 기어 박스]가 계속해서 드로우로 패에 잡히는 상황에, 그저 한숨만 내쉬며 덱 훈련에 다시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듀얼리스트에게 있어 반드시 덱에 들어가 있어야만 하고, 패에 잡히면 처리가 곤란한 카드들로는 여러 종류가 있다.
민철과 민영 남매가 덱에 넣은 [PSY프레임 드라이버]와 [앤틱 기어 박스]가 대표적인 예시이고, [데스티니 히어로 디스트로이 피닉스 가이]가 어느 덱에나 들어가던 용병으로 활약하던 시기에는, [데스니티 히어로 대시 가이]와 [디바인 가이], 혹은 [디아볼릭 가이]와 [디나이얼 가이], 그리고 [블랙 매지션] 덱의 서포트 카드이자 [블랙 매지션]의 전생이라고 알려진 카드, [수호신관 마하드], 그리고 드로우 페이즈에 드로우하는 것으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바리안 칠황의 전용 마법 카드, [RUM-더 세븐스 원]도 예시로 들 수 있다.
덱을 구축할 때 정해진 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덱을 구축하고 듀얼에 들어갔을 때는 반드시 첫 패에 잡히지 말아야 하거나, 드로우로 패에 잡히지 않아야 하는 카드들도 존재한다.
이 카드들이 첫 패에 잡히거나, 아니면 [증식의 G]의 효과 등 카드의 효과에 의한 드로우로 패에 잡히게 되면,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위 카드들은 그저 뭐 하나 해 보지도 못하고 패에서 썩기만 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다.
듀얼을 할 때나 훈련을 할 때마다 매번 패에 잡히는 [PSY프레임 드라이버]와 [앤틱 기어 박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저 한숨만 내쉬는 날이 일상이 된 민철과 민영 남매.
그렇게 네 명의 소년, 소녀가 듀얼 훈련에 집중하고 있을 때, 주머니 안에서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스마트폰 벨소리.
전화가 왔다는 신호 소리를 알리는 스마트폰은, 마치 지금 자신을 알아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주머니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하루의 끝에 해는 저물어 가고! 희~미한 불빛이 날 비출 때! 어두움 사이로 두 손 내밀어! 용기를 내, 모두 할 수 있어!"
주머니 안에서 벨소리를 울리는 스마트폰의 주인은, 바로 하준.
하준은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훈련을 잠깐 멈춘 뒤, 키벨과 민철, 민영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 통화 버튼을 슬라이드한 뒤,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준아!"
"림이 형? 무슨 일이야?"
하준의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하준의 형 하림.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하림의 목소리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매우 다급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준아, 너 지금 어디야?!"
"나? 나 지금 키벨이랑, 민철이, 민영이랑 같이 우리 학교 근처에 설치된 듀얼 필드에 있어."
"그래? 그럼 빨리 황혼 종합 병원으로 달려와! 지금 당장!!!"
"무슨 일인데 그렇게 다급하게 그래?"
"청월이 지금 진통 시작됐어! 그러니까 빨리 와, 알았지?!"
"청월이 누나가?! 알았어, 곧장 그리로 갈 게!!!"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온 하림의 다급한 말투에, 형 하림을 따라 다급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하준.
전화를 끊자 무슨 일이냐고 묻는 키벨의 질문에, 하준은 지금 형수 청월이 진통을 시작했다며, 한시라도 빨리 황혼 종합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주었다.
청월의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치 맹수를 보고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띄우는 민철과 민영 남매, 그리고 키벨.
키벨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스마트폰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는 로제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로제에게 지금 한 시가 급박한 긴급 상황이니, 빨리 여기로 와 달라고 다그치듯이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 5분 뒤, 자신의 애마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키벨의 큰누나, 로젤리아.
로제의 차는 딱 봐도 사람 열 명 정도는 너끈히 태울 수 있을 정도의 널찍한 크기를 자랑했고,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간단하게 인사를 건넨 로제는,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타라며 네 사람을 재촉하였다.
"키벨! 누나 왔어!!!"
"로제 누나! 오리피아 누나랑 에르제도 있네?"
"키벨 형!"
"통화 내용을 전해 주니까, 자기들도 가고 싶다고 하더라구."
"림 씨랑 청월 씨 부부 일인데, 내가 빠지면 안 되지!"
"자, 빨리 타! 황혼 종합 병원까지 빨리 가야지!!!"
"알았어! 얘들아, 얼른 타!"
"오케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시, 실례합니다!!!"
키벨의 다급한 외침에 맞추어, 간단히 인사만 한 뒤 로제의 차에 차례차례 탑승하는 민철, 민영 남매와 하준.
사람이 모두 탄 것을 확인하자, 로제는 왼발로 있는 힘껏 액셀을 밟으며, 하림과 청월 부부가 있는 장소인 황혼 종합 병원으로 이동하였다.
급박한 상황이라 해도 교통 법규는 지켜야 하는 법이기에, 트와일라잇 시티의 교통 법규에 맞추어 움직이는 로젤리아의 자가용.
중간에 웬 괴상하게 생긴 바이크를 몰고 나타난 폭주족, 자신들을 [고블린라이더]라 칭하는 이들이, 운전석에 앉아 운전에 집중하는 로제와, 조수석에 앉아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을 돌봐주는 오리피아에게 작업을 거는 일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후!!! 거기 예쁘게 생긴 인간 아가씨들!!!"
"쟤넨 또 뭐야?" (오리피아)
"어디 급하게 갈 데가 있나봐? 볼 일 끝나면, 우리랑 같이 데이트라도 안 할래?"
"바빠 죽겠는데 뭔 개소리야?! 다치기 싫으면 얼른 비켜! 황혼 종합 병원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봐야 하는데, 갑자기 웬 이상한 것들이 끼어들어?!"
"뭐?! 새 생명 탄생의 순간이라고?! 우리가 폭주족이긴 하지만, 그건 못 참지!!!"
"아그들아! 이 차를 황혼 종합 병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자!!! 교통 법규 준수하는 거 잊지 말고!!!"
"오오!!!!"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었나?? 교통 법규 준수라고...??" (준)
"저 고블린처럼 생긴 사람들, 진짜 폭주족 맞아...??" (키벨)
"폭주족이 무슨 교통 법규 준수를 한대...??" (민철)
"저런 폭주족도 있나 보지, 뭐." (민영)
"우리는 도시를 자유로이 질주하는 고블린들! 그 이름하여, [고블린라이더]다!!!"
"교통 법규 준수, 안전 운전이 중요한 것이여! 그리고 또 하나! 순애는 좋은 것이랑께!!!"
"맞아! 이 분들이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유명한 순애 커플인 하림 씨랑 진청월 씨 부부가 출산하는 걸 보러 가신다는데, 우리가 안 나설 수가 없지 않겠냐!!!"
"오라바이들! 이 분들을 황혼 종합 병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립시다! 탑승자 분들도 안전벨트 확실하게 매시라요! 자나깨나 안전이 제일입네다!!!"
어째 좀 이상한 구석이 있긴 하나,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기초 상식들은 똑바로 박혀 있는 폭주족 집단처럼 보이는, 자칭 [고블린라이더]라 하는 폭주족 집단.
예상치 못한 호위 부대(?)의 등장에 로제 일행은 처음엔 당황하긴 했으나, 이내 로제 일행은 세상을 살다 보면 여러 일을 겪는 법이니, 이런 일도 있는 법이라며 웃고 넘기는 반응을 보였다.
호위 부대를 자처한 [고블린라이더]들의 엄호를 받으며, 무사히 황혼 종합 병원까지 도달한 로제 일행.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 [고블린라이더] 고블린들은, 로제 일행에게 언제나 행운이 깃들어 주기를 바란다며, 자신들의 애마에 탑승해 도로를 자유롭게 질주하는 자유인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로제 일행의 시선에서 멀리 사라져 갔다.
[고블린라이더]와 헤어진 뒤 황혼 종합 병원에 도착한 로제 일행.
마침 안에서 로제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하림의 중학교 동창들(호철, 수진, 지현, 명석, 일영, 유철)과 브레이크, 스트 부부는, 로제 일행을 보자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로제 일행과 함께 청월이 현재 산통을 겪고 있는 분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제 일행이 분만실 앞에 도착하자, 분만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청월이 산통을 겪는 소리.
분만실 유리창 너머로 청월을 지켜보고 있는 로제 일행은, 청월이 부디 소중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무사히 치르기를 바라며,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나길 간절하게 기도해 주었다.
로제 일행이 산모와 아이가 모두 무사하기만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을, 천국에 있는 아케루스가 들어주기라도 한 것일까.
분만실 너머에서 세상을 향해 우렁차게 울부짖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로제 일행은, 유리창 너머로 비춰오는 신성한 광경에 함부로 말문을 잇지 못하였다.
열 달이라는 시간 동안 청월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갈 날만을 기다리다, 이제 갓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주 작은 몸집을 가진 갓난아기.
언뜻 봐도 아빠 하림과 엄마 청월의 외모를 쏙 빼다 박은 귀여운 외모에, 분만실 너머에서 신성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간단한 감탄사 이외엔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분만실 안에서 복장을 갖춰입고 청월 앞에 선 하림은, 세상에 태어난 자신과 청월의 사랑의 결실을 바라보며, 벅차 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눌러담고, 의료진의 신호에 따라 아이의 배에 달려있는 탯줄을 매우 조심스럽게, 천천히, 섬세하게 자르기 시작했다.
탯줄 절단이 모두 끝나고, 세상에 태어난 자신과 청월의 아이를 바라보며, 벅차 오르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하림.
이제 부모라는 짐을 짊어지게 된 하림과 청월 부부는, 앞으로 새로이 합류한 가족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신성한 장면을 바라보며,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는 로제 일행과 하림의 친구들.
분만실 유리창 너머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신성한 광경을 본 이들의 마음 속에는, 과연 어떤 생각이 자리잡게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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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76화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림이와 청월이 부부의 출산 에피소드를 적어 보았습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편을 쓰던 도중, 후라게에 나온 고블린라이더도 한 번 깜짝 등장을 시켜 보았습니다.
폭주족이라곤 해도 이성과 상식은 똑바로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순애를 좋아하는 고블린라이더.
각종 매체에서 고블린 하면 한 방에 픽픽 쓰러지는 잡몹, 혹은 어디 NTR이나 집단 폭행, 집단 삐ㅡ(자체검열)같은 것만 하는 안 좋은 이미지로만 나오던데, 그런 틀을 깨고 싶은 마음에 이 팬픽에 나온 [고블린라이더]는 규칙을 준수하고, 순애를 좋아하는 폭주족 집단으로 등장시켰습니다.
사실 작가인 제가 순애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요. 하핫...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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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걸로 외전 시간대열이 어느정도 정해진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 : 이 사이에 5개월의 텀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지. 이제 우리 앞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가 없어. 지금 당장은 바뀌진 않겠지만, 앞으로는 많은게 바뀔지도 모르지 | 23.10.09 16:5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