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블록과 태엽, 온갖 장난감이 어우러진 세상. 그 중심을 차지한 블록 성의 중앙에는 이 세상을 장악한 한 명의 소년이 있었다. 풍성하게 자라난 하늘색의 머리카락과 탐욕스러운 붉은 눈을 빛내는 소년은 고전 동화에 등장할 법한 소년 왕자를 닮은 복장을 한 채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발코니에서 장난감으로 가득한 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직 다섯살 언저리밖에 안 되었을 소년이지만, 리스가 남긴 핏줄이라는 것이 어디 가지는 않는지 벌써부터 작은 정령계 하나를 자기 취향대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능력과 그 너머의 것들을 탐내는 탐욕스러움을 모두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소년은 이 곳을 시작으로 온 세상을 장난감으로 뒤덮어버릴 생각으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여기 있는 건 다 내거야. 저기에 있는 것도 다 내거야. 그래. 다 내거야."
그동안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놓은 장난감 병정들을 인접한 세상에 풀어가며 자신의 세상을 넓혀갈 생각에 즐거워하던 소년의 눈에, 이 곳에 있어선 안 되는 불청객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거기까지다, 장난감 대마왕!"
알파드의 선전포고와 함께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난 [푸른 눈의 백룡]을 시작으로 아케르나의 [사이버 드래곤 이터니티]와 스카일러의 [바렐스워드 드래곤]의 몬스터 3개체가 블록 성의 남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너의 음모는 이미 다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하면 너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
[푸른 눈의 백룡] 위에 올라 탄 알파드의 선전포고에 소년은 순간 당황했다. 어째서 자신의 계획이 드러난 것이냐며.
"그런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누구 없나! 저 드래곤들을 모두...!"
"우리도 있다고!"
그 당황도 잠시, 이내 알파드의 선전포고에 맞서 장난감 병정들을 풀어놓으려던 소년의 귀를 자극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의 동쪽에서 카이의 [초뇌룡-썬더 드래곤], 니엔의 [드래그니티 나이트-아스칼론], 그리고 리나의 [갤럭시아이즈 포톤 드래곤]이 나타나 소년과 그의 군세를 위협하고 있었다.
"너는 이미 포위되었다!"
성의 서쪽에는 알핀의 [붉은 눈의 강염룡], 엘피나의 [해피 레이디-SC]를 위시한 [해피 레이디] 군단, 그리고 오리피아의 [초노급군관-우니형이번함]을 포함한 [군관] 삼종 세트와 [네가로기어 아제우스]가 버티고 있었다.
"이 이상 저항하지 않는 것이 좋을거다."
그리고 북쪽에서는 일영의 [사령왕 도하스라], 바르바스의 [검투수 헤라클레이노스], 그리고 [타락천사 암두시아스]에 올라탄 루시우스의 [타락천사 아스모데우스]가 버티고 있었다. 생각치도 못 한 사면에서의 포위. 그러나 어머니의 뛰어난 재능 이상으로 짙게 물려받은 탐욕스러움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고, 소년은 이 방해꾼들을 모두 처치하면 자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웃기지 마! 나는 왕이라고! 왕! 여봐라, 가서 저 괴물들을 모두 처치해라!"
소년의 선택은 싸움이었고, 자신이 보유한 모든 장난감 병정들을 출동시켜 예상 외의 방해꾼들을 모두 처치하기로 결정했다. 열명 언저리의 방해꾼을 초전에 힘으로 찍어누르려는 생각이었지만 그건 너무 안이한 생각이었다.
"왜 그러지? 너희 병사들의 상태가 말이 아닌 모양인데!"
"뭐, 뭐 이런게 다 있어...!"
양은 양만의 질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도 어느 정도의 수준은 갖춘 다음에 통용되는 말이었다. 비록 방해꾼들이 숫자로는 열세라고는 하나 소년이 부리는 장난감 병정들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새끼양 무리를 굶주린 맹수들에게 풀어놓은 꼴이었고, 순수한 타점으로는 밀린다싶으니 듀얼로 승부를 걸어봐도 듀얼에 대한 이해도나 덱 자체의 상태가 영 좋지가 않아 아무리 숫자로 밀어붙여도 '오합지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자신들보다 우세한 상대를 상대로도 도망치지 않는 점 정도가 그나마 놀라운 부분이었다.
"이게 뭐야...! 왜 자꾸 지냔 말이야...!"
너무 똑똑하면 자기가 부려먹기 귀찮다는 이유로 지능의 수준을 제한했던 것은 생각도 안 한 채, 소년은 자신의 장난감 병정들이 무력하게 박살나는 모습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소년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성을 버리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살아남기만 한다면 다음 기회는 있으므로.
"어우, 진짜 귀찮네!"
한 편, 로제와 키벨, 이와나가와 사쿠야의 네 명은 소년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해둔 [체스 데몬] 몬스터들을 하나씩 깨부숴가며 전진하고 있었다. 친위대 역할을 맡은 몬스터들인 만큼 듀얼에 대한 이해도나 덱의 수준은 바깥의 장난감 병사들보단 나았지만 실력자들 입장에선 그게 그것인 정도였다. 다만 체스 말의 배치에 걸맞게 폰 여덟, 룩과 나이트, 비숍이 각각 둘이었고 소년의 거처로 들어가는 길을 퀸과 킹이 막고 있어 실력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귀찮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대로라면 막내가 무슨 수로든 도망치겠는데 말이야."
"여기서 놓치고 싶지는 않은데, 알베르 씨는 뭐하고 있으려나..."
일단 킹과 퀸을 제외한 나머지 기물들은 모두 잡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러는 사이에 이미 소년이 도망쳤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었기에 서둘러 움직이기 위해 쿠노이치 쌍둥이가 각자 킹과 퀸을 상대하기로 했다.
"여기는 우리에게 맡겨라!"
"그 아이가 또 다른 리스가 되지 않게 분발해줘!"
로제와 키벨이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듀얼 디스크를 전개한 두 쿠노이치에게 두 사람은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듀얼을 연속적으로 치르다보니 키벨의 체력에 한계에 도달하자, 로제는 그런 키벨을 공주님처럼 안아들며 막내가 있을 그의 거처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과 근지구력 등등으로 자신을 안아들고도 잘도 막내가 있을 거처로 뛰어가는 로제에게 놀라는 키벨이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그가 있을 거처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여, 여기가 어디라고...!"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의 짐들이 담긴 가방과 3×3 큐브 정도의 모양과 크기를 가진 검은 기계, 그리고 자신의 듀얼 디스크를 챙기고서 어디론가 도망치려하는 막내가 있었다. 예상치 못 한 난입에 당황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모든 것들을 떨어트린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든 왕다운 말을 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무, 무엄하다! 당장 여기서 나가지 못 할까!"
"누가 그런 말투를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누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하지만 로제는 개의치않고 자신의 듀얼 디스크를 가동해 제멋대로 구는 막내를 듀얼로 혼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로제를 보고서도 소년은 듀얼로 어울려 줄 생각 따위 없다는 듯이 자기 짐만 챙겨서 도망치려 했지만, 이번엔 발코니에 예상 밖의 손님이 와있었다.
"그래, 네가 그 리스의 아들이구나? 그런데 딱하게도 네 임금님 놀이는 여기까지인가봐."
"누, 누구야...! 누군데 엄마 이름을...!"
"알베르. 네 어머니와는 조금 인연이 있지. 하지만 네가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어."
시큐리티 포스의 제복 차림으로 등장한 알베르가 어느새 자신의 권속이나 다름없는 [비스테드]의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리스의 혈육이 엮였다는 정보에 반응했던 만큼, 리스의 잔재가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철저히 불살라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알베르...! 왜 네 녀석이 거기서 나오는 거지!"
그리고 소년의 손에 들린 검은 기계에서 리스의 육성이 들려오자, 그 육성의 근원을 알아본 알베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글쌔... 그래도 명색이 어머니라고 자기 흔적을 남긴 AI로 네 아들을 키웠단 말이지. 네 아들이 왜 이 모양이 된 건지 알만하네."
"우리 엄마를 욕하지 마!"
알베르가 자신의 어머니, 리스를 비웃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소년은 그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모욕하지 말라며 화를 냈지만 로제와 키벨 모두 리스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기에 저런 악인 따위를 어머니라고 두고 있는 소년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싶지만, 네 어머니란 인간이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하나도 안 가르쳐줬나봐?"
"네 놈따위에게 육아법 따위를 들으려고 이렇게나마 버티고 있는 건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네 아들을 너와 판박이로 키우려하셨다? 거 참 대단한 어머니네."
그 후로도 리스의 AI와 언쟁을 벌이던 알베르는 이런 식으로는 계속 평행선만 달릴 뿐이라는 것을 느끼고 끝을 보기 위해 듀얼 디스크를 가동했다.
"좋아. 아무래도 우리의 말싸움의 결론은 듀얼로 내는 수밖에 없겠네."
"흥! 바라던 바라고!"
그 말과 함께 리스의 AI가 담긴 검은 기계가 변형을 시작했고, 통상의 물리 법칙으로는 절대 재현할 수 없을 압축률과 함께 검은 색의 안드로이드 1대로 변해 홀로그램으로 만들어낸 자신의 듀얼 디스크를 가동했다.
"리스는 내게 맡겨. 너희 두 사람은 귀여운 막내가 더 비뚤어지기 전에 혼을 좀 내주라고."
"아, 예!"
이렇게 알베르가 리스의 AI를 상대하는 동안 상당히 지친 키벨을 대신해 로제가 자신이 선택한 덱을 듀얼 디스크에 물려놓으며 말썽꾸러기 막내를 혼쭐낼 준비를 마쳤다.
"우리 귀여운 막내가 더 비뚤어지기 전에 제대로 혼을 내줘야겠네. 준비는 되었겠지?"
"흥! 나는 절대 지지 않아!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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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구출전 파트 1입니다만 이번 토벌전(?)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X-POINT는 조금씩이나마 작성 중이니 시간과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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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이니까 손대면 톡 하고 무너지지 않을까요(무책임) | 23.08.03 00: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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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이당 이니까 물을 부으면 끝장이군요. 심연괴수가 출동을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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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술 방법은 차고 넘칩니다 | 23.08.03 07:5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