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실기 시험 당일 날. 학교 듀얼링에 모인 듀얼리스트과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과 짝을 이룬 매니지먼트과 학생과 함께 자신의 듀얼을 준비하며 몸을 풀고, 덱을 점검하는 학생도 있었다.
숙적, 혹은 라이벌, 그것도 아니라면 친구.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면 혼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가올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도 있었고.
-“이야, 하나같이 쟁쟁한 얼굴 뿐이구만.”
실기 시험은 교사와의 듀얼도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학생간의 듀얼이었다. 자연히 일찍 듀얼을 할수록 자신의 플레잉을 많이 보여주게 되고 정보전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 대신으로, 일찍 실기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겐 가산점이 주어졌다.
그렇다보니 시험 첫날에는 정보력에서 밀려도 실력이 앞서면 상관없다는 실력자들 위주로 애들이 모이는 기류가 있었고 가이저의 말마따나 남해 주변은 대부분 2학년에서 날고 긴다는 실력자들이었다.
-“유지민. 나올 줄 알았지. 그 옆은…”
“매니지먼트과의 나애리.”
-“아 그렇지. 1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서 지금은 사실상 전담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는 애였나.”
-“금선 낭자도 저쪽에서 덱 점검 중이고.”
그 뒤에는 ‘A급 판독기’라는 별명이 생겨버린 1군의 말석, 2군의 상석인 윤수도 보였다.
윤수의 옆에서는 윤수의 정령 둑스가 팔짱을 끼고 말없이 주윌 노려보고 있었다.
윤수는 여전히 둑스를 볼 수 없었지만.
“원형이 넌 뭔 깡이냐?”
“사나이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기석의 원형을 보고 준오가 핀잔을 줬지만, 원형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은 눈빛을 번쩍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원형 바로 옆에는 ‘용용형제’ 황비룡과 황마룡이 D-패드를 가지고 이런저런 토론을 나누며 다가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 명의 겁이 없거나 불운한 소수를 빼면 다들 자기 반에서는 그래도 한 자릿수 안에 들어간다고 자신하는 애들 투성이였다.
-“자신 있나?”
“지민이만 아니면 누구든 대가리 쪼개버릴 수 있어. 용용형제도 상관없어.”
-“호오, 저 둘은 그럼 형제인겁니까? 그렇다면 키 크고 어깨 넓은 쪽이…”
-“그래, 동생 황마룡이다.”
가이저의 말에 용연은 수염을 만지던 손을 멈추고 이상하단 눈으로 둘을 쳐다봤다.
남해와 키가 엇비슷하면서 다른 쪽보다 얼굴이 좀 더 고운 남자애가 형이면서 듀얼리스트과의 황비룡.
그 반대로 큰 키에 두툼한 체형을 한 쪽이 동생이자 매니지먼트과의 황마룡.
언뜻 보면 누가 형인지 헷갈리게 생긴 외모에 용연은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납득하기로 하고 고갤 끄덕였다.
-“컨디션은 어때~?”
“문제 없어.”
D-패드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ID [Mizar],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작년 교대표 결정전에서 연경고 대표로 남해와 칼을 맞댄 사이인 ‘지미자’였다.
-“그래야 내 최애지!”
먼저 자신이 매니지먼트 해주겠다고 제안해온 것은 1학년 때의 미자 쪽이었다.
남해가 두 번째로 출전한 추계 교대표 결정전에서 미자는 교대표 신분으로 출전하진 못했지만 대신 연경고가 출전에 성공하면서 관객으로 초대받을 수 있었다. 이미 2학년이 되면 매니지먼트과로 진학하기로 결정했던 미자는 교대표 자격으로 출전한 남해와 재회했고, 남해의 2학년 1학기 매니지먼트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딱히 매니지먼트 담당으로 생각한 사람도 없던 차에, 남해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남해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은 채 가슴팍에 성호를 그렸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남해만의 방법이었다.
“그나저나 지민아, 너 어깨 너무 굳은 거 아냐?”
“시험기간인데… 덱보다 매물로 나온 카드를 더 많이 만진 거 같아…”
지민의 곁에선 매니지먼트 담당을 맡은 학생 ‘나애리’가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작년 가을, 애리네 가족이 이사온 집이 지민과 가까워서 급속도로 친해진 둘은 1학년 2학기 때부터 이미 2학년의 진로와 역할도 거의 확정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2학년에 오르자 애리는 매니지먼트과로 진학해 거의 지민의 전담 매니저처럼 활동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매니지먼트 일만이 아니라, 덱 개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실상 지민의 참모와도 같은 위치였다.
애리는 주변에 모인 상대들을 쭉 훑어보고는 D-패드의 기록을 쭉 띄웠다. 지민은 하나씩 파일들을 확인하다가 애리를 쳐다봤다.
“대박. 엄청 자세하게 구했구나 너.”
“흐흥.”
지민이나 비룡과 달리 원형의 곁에는 딱히 매니지먼트 담당의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학생이 매니지먼트 담당이 붙는 것은 아녔다.
바로 옆에서 자신이 매니지먼트를 해줄 학생이 있다는 것은 듀얼과 학생의 성적이, 매니지먼트과 학생의 성실함이 서로의 내신으로 직결되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특별히 친분이 있지 않다면 가능성이 보이는 루키끼리 엮이게 된다.
그래서 그런 루키가 몰리는 첫날의 시험장은 이런 매니지먼트과 학생과 듀얼과 학생이 한 조를 이룬 모습이 특히나 몰려있었다.
-“1번 듀얼. 번호 67, 홍코너.”
무작위로 선정된 번호가 천장 전광판에 떠오른 다음, 해당 번호를 호명하는 방송이 들렸다.
67번이 누구인가 체육관 안의 학생들이 두런거리던 그때,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듀얼 필드로 향했다.
“지민이다.”
“시작부터…”
“야 쟤 상대는 누구야? 설마 남해?”
-“번호 13, 청코너.”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레 지민과 라이벌인 남해에게로 집중됐다. 그리고-
“야 준오야, 듀얼 조지고 올게!”
“조져지고 오지나 마라…”
-원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듀얼 필드로 달려갔다.
듀얼 필드의 양 끝에 한명씩 자리를 잡자 필드의 조명이 켜지며 솔리드 비전의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의 기계 구동음이 울렸다.
-[블루투스 연결…]
-[연결이 확인되었습니다.]
-[매칭 완료]
-[룰 :링크 스탠다드]
둘의 D-패드에 연달아 메시지가 도착했다.
원형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투지를 불태우는 동안, 지민은 딱히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를 박살낼 준비도 확신도 이미 끝나있는 그녀에게는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룰과 매너를 지켜서”
“정정당당하게”
““듀얼!!””
D-패드는 지민의 선제 공격권을 알렸다. 두 학생은 덱 위에서 뽑혀나온 다섯 장의 카드를 손에 쥐었다.
지민의 눈동자가 남해의 그것과는 좀 다른, 그러면서도 승부욕으로 타오르며 빛났다.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지민은 패 한 장을 잽싸게 뽑아들었다.
“패에서 지속 마법 [게네랄프로베]발동! 그리고 패에서 [사운드 워리어 기타스]를 펜듈럼 존에 세팅! 패의 카드 하나를 버리고 덱에서[사운드 워리어 디제이스]를 특수 소환한다!”
“그렇지, 패 좋고!”
-“디. 디- 디디디디-!!”
커다란 눈을 한 DJ 믹서가 음표를 휘날리며 지민의 필드로 착지했다.
디제이스는 자신 몸 곳곳의 버튼과 레버를 움직이며 꽤 괜찮은 음악을 짧게 연주하고는 꼭 클럽의 DJ처럼 한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디제이스의 효과 발동! 덱에서 [사운드 워리어 사이저스]를 뒷면 수비표시로 특수 소환!”
“그럼 어디! 필드의 몬스터 효과가 발동했으니까 패에서 [R-ACE 임펄스]의 효과 발동! 자신을 릴리스해서 덱의 기계족 R-ACE 몬스터를 특수 소환한다!”
애애애앵-!!원형의 필드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어느새 원형의 옆에 생긴 소화전을 닮은 로봇이 프로젝터처럼 공중에 푸른 화상을 출력했다. 화면에 [EMERGENCY!]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나가자, 붉은 화염을 넘어 저 목표물로! [R-ACE 프리벤터]등장이다!!”
[R-ACE 프리벤터/Lv8/2800/2800]
콰앙-!! 강렬한 충돌음과 함께 푸른 도색의 로봇이 원형의 필드로 착지했다. 허리에는 원형이 릴리스했던 임펄스가 로봇의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붙들고 있었다.
그런 프리벤터를 남해는 평소보다 유독 집중해서 눈에 담고 있었다. 지민 역시 프리벤터의 효과를 유심히 읽다가 다시 플레이를 이었다.
“여기에 난 게네랄프로베의 효과로 덱의 [앰플리파이어]도 패에 넣겠어. 패에 넣은 필드 마법 앰플리파이어도 발동할게. 여기에 묘지의 [사운드 워리어 드럼스]를 제외해서 디제이스의 속성도 빛으로 바꾸고.”
원형의 조기 참가는 애리의 예상 밖의 요소였다. 애리는 지민의 대처를 생각하며 노심초사하는 얼굴로 듀얼을 지켜봤다.
“이제 패의 [그린 가제트]를 일반 소환. 그린 가제트의 효과로 덱의 [레드 가제트]를 패에 넣겠어.”
“상대 필드에서 몬스터 효과가 발동했으니 이번엔 패의 [R-ACE 에어호이스터]의 효과 발동! 자신을 릴리스해서 패의 R-ACE 몬스터를 특수 소환한다!
긴급 구조 신호 입력! 스타트 업! [R-ACE 하이드런트]!!“
원형의 필드가 열리며, 아까의 그 소화전 로봇이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지민은 잠시 그 로봇을 지켜보다가 덱에서 뽑힌 카드를 패에 넣었다.
“그럼 이제 그린과 디제이스를 오버레이! 랭크 4! 강철의 철권! [기아기간토 X]를 엑시즈 소환!”
“그 소환에 프리벤터의 효과 발동! 기아기간토를 뒷면 수비표시로 바꾸겠어!”
두 몬스터가 빛으로 변해 균열 안으로 들어간 후 균열이 소용돌이치며 안에서 커다란 녹색 톱니바퀴 하나가 올라왔다.
척, 척, 척… 톱니바퀴가 거세게 회전하며 변신하는 중간에 바닥에서 올라온 방화벽들이 톱니바퀴를 그대로 감싸버렸다.
“오, 한번 흐름을 끊었어.”
“상대 턴에 전개하는 덱이라니 굉장한걸.”
다른 애들과 달리 애리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자신감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남해 역시 이 효과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카운터가 많아.”
“그렇다면 여기서 자신의 음향 카운터 세 개를 제거하고 게네랄프로베의 효과 발동! 덱에서 두 번째 디제이스를 패에 넣은 다음 반대편 펜듈럼 존에 세팅! 디제이스의 1번 효과로 세트된 사이저스를 앞면 수비표시로 바꾼다!”
-“사이- 사이- 싸이이이이 저어어어어쓰-!!
길다란 팔이 달린 데포르메된 신디사이저가 카드를 뒤집으려 모습을 드러냈다. 신디사이저 역시 자신을 이리저리 만져서 짧은 음악을 연주했다.
연달아 지민의 덱에서 카드가 뽑혔고 지민은 그 카드를 패에 넣고는 아직 멀었다는 듯 계속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때 펜듈럼 존의 디제이스는 필드에 특수 소환되고! 사이저스의 효과로는 덱에서 [사운드 워리어 마이크스]를 패에 넣는다!”
-“마이- 마이- 마이-잌-쓰!!!”
“좋아! 잘 우회했어 지민아!”
“게네랄프로베의 카운터를 세 개 제거해서 마이크스를 패에서 특수 소환! 마이크스로 얻은 일반 소환권으로 패의 [레드 가제트]를 일반 소환한다! [옐로 가제트]를 덱에서 서치!”
“한번 끊었는데도 필드가 꽉 찼잖아?”
“가슴이 웅장해지는 듀얼이다 정말”
“최원형 힘내라!”
“이제 [레드 가제트], [사운드 워리어 사이저스], [사운드 워리어 마이크스], [사운드 워리어 디제이스]를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 토큰 이외의 카드명이 다른 몬스터 둘 이상!! 링크 소환, 링크 4! [소명의 신궁-아폴로우사]!!”
[소명의 신궁-아폴로우사/Lnk-4/3200/↙↕↘]
잠시 지민의 눈이 D-패드의 여기저기를 계속 오갔다. 남해는 자신의 D-패드로 듀얼 중계를 지켜보다가 문득 다른 카드에 눈이 갔다.
그걸 깨달았을 때 지민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D-패드에서 필드로 시선을 옮겼다.
“묘지의 사이저스를 제외해 제외된 드럼스를 필드에 특수 소환하겠어. 드럼스로 자신의 속성을 화염 속성으로 바꾸고…”
“됐다.”
애리가 의미심장한 혼잣말을 했다.
“이제 앰플리파이어에서 여섯, 게네랄프로베에서 하나! 총 7개의 음향 카운터를 제거하고 앰플리파이어의 효과 발동! 필드의 사운드 워리어 카드 숫자까지 상대 필드와 묘지 카드를 고르고 제외한다!”
지민의 필드에 있던 커다란 음향기기가 화음을 맞춰 짧은 노래를 연주했다. 노래가 잦아든 직후 음향기기에서 닥친 폭음파가 원형의 필드를 휩쓸고 지나가자 원형의 필드에 있던 두 몬스터는 유리잔이 깨지듯 산산조각 났다.
“필드의 사운드 워리어 카드는 기타스와 드럼스의 두 장.”
“원형의 몬스터도 둘이었지.”
“카드 한 장을 세트하고 턴 종료야!”
-유지민/패 1장/LP 8000
남해는 고개를 괜히 좌우로 휘저었다. 입학 이후 처음으로 상대한 학생도 지민이었는데, 어쩜 쟤는 저렇게 날마다 강해질까.
저 애는 틀림없이 원래 세계에 떨어져도 공인대회 입상은 가볍게 해내겠지.
“좋아, 아직 라이프도 패도 남았다고! 드로우!”
원형은 기운차게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했다. 위기지만 터무니없을 정도의 위기는 또 아니다. 준오와 남해를 비롯한 학생들은 원형의 플레이를 기다렸다.
“그렇지! 와줬구나, 패에서 R-ACE 임펄스를 일반 소환! 임펄스의 효과 발동, 상대 필드에서 가장 공격력이 높은 효과 몬스터는 필드에서 효과를 쓸 수 없다!”
“아폴로우사의 효과 발동! 그 효과를 무효로 돌리겠어, 티타노사이더!”
“필드의 상대 몬스터가 효과를 썼으니 임펄스의 효과를 체인! 자신을 릴리스해서 덱에서 기계족의 R-ACE 몬스터를 특수 소환한다!”
아폴로우사의 효과는 한 체인 안에서는 딱 한번 발동할 수 있다. 단박에 그런 약점을 노린 카드를 뽑아낸 원형의 실력이 의외였는지 애리는 괜히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원형의 필드에서 다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원형의 옆에 솟아오른 하이드런트가 원형을 감싸듯 [EXTINGUISH!]라는 글씨가 입력된 푸른 화상을 다섯 개나 출력했다.
화상 다섯 개가 모두 사그라들자 원형의 필드에 불티가 조금씩 일렁거렸다. 아까보다 강렬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댔다.
애애애애앵-!!
-“헤드쿼터, 하이드런트, 임펄스, 엔진! 레스큐 온!”
“뜨거운 영혼! 끓어오르는 피! 무한의 꿈! [R-ACE 터뷸런스], 롤 아웃!!!"
-“출동 시스템 온! 레스큐 포메이션, 터뷸런스, 고! 고!”
[R-ACE 터뷸런스/Lv9/3000/3000]
원형의 필드를 집어삼킨 화염 폭풍을 단박에 걷어버리며 초중량급 소방 머신이 원형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터뷸런스의 등장을 지켜보던 남해는 숨도 쉬지 못하고 얼어버린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주군?”
-“너 설마 겁먹…”
“개멋있다…!!”
남해의 눈이 꼭 어린애처럼 반짝였다. 이곳에 와서 처음 보는 카드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터뷸런스의 디자인은 남해의 취향에 직격이었다.
가이저와 용연은 남해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너무 반짝이는 남해의 눈빛에 굳이 말을 더 잇진 않았다.
“패에서 [R-ACE 헤드쿼터]를 발동! 이제 레스큐 에이스 몬스터의 능력치도 500씩 업! 간다, 터뷸런스! 아폴로우사를 공격!!”
터뷸런스의 제트 엔진 하나가 아폴로우사를 조준했다. 이윽고 엔진이 일으킨 풍압에 아폴로우사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유지민/LP 8000 → 6900
“메인 페이즈 2에, 헤드쿼터의 효과 발동! 묘지와 제외된 카드 중 R-ACE 카드를 넷 덱으로 되돌리고 덱에서 한 장을 드로우한다! 그 다음, 터뷸런스의 몬스터 효과 발동! 덱에서 R-ACE 속공 마법과 함정 카드를 네 장까지 필드에 세트!! 턴 종료!”
“오오오오 쩐다! 덱에서 네장 세트래!”
“쟤도 아무 믿는 구석 없이 나온 건 아니구만.”
“저 정도면 혹시?”
-최원형/LP 8000/패 2장
“그래, 턴 받았어. 드로우. 먼저 드럼스의 효과를 발동, 드럼스를 빛 속성으로 변경.”
지민은 원형의 눈치를 살폈다. 통과했다.
“드럼스 효과가 발동했으니 음향 카운터 하나씩 쌓고.”
이 또한 통과됐다.
지민은 더 눈치볼 것 없이 막 드로우했던 카드를 내려놓았다.
“[해피의 깃털] 발동.”
“야!!!”
콰아아아아-!!!커다란 깃털이 원형의 필드를 스윽 긋고 지나가자, 필드 마법과 세트되어 있던 네 장의 카드가 모조리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젠장, 세트 카드 발동! [EXTINGUISH!], [REINFORCE!]! 드럼스를 파괴하고 터뷸런스의 공격력을 1500 올리겠어!!”
-R-ACE 터뷸런스/A 3500 → 4500
이 또한 지민의 노림수. R-ACE의 함정 카드들은 다들 [효과 몬스터]를 견제하는 카드다. 따라서 세트된 기아기간토는 효과 대상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어진 지민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렇게 되면?”
“공격력도 높고, 한번 전투 내성도 있고, 효과도 받지 않으니 이 턴 정도는 버틸지도.”
“지민이 표정 봐봐, 이미 생각 있어 보이는데.”
“먼저 게네랄프로베에서 둘, 앰플리파이어에서 하나 카운터를 제거해서 덱에서 [사운드 워리어 기타리스]를 서치할게. [앰플리파이어]가 존재하니 패에서 기타리스의 효과 발동. 자신을 패에서 특수 소환. 특수 소환에 성공했으니 펜듈럼 존의 기타스를 패로.”
[사운드 워리어 기타리스/Lv3/1100/500]
-“기타- 기탓- 기타아아앗-!”
앞의 다른 몬스터들처럼 음표를 튀기며 녹색 기타를 데포르메한 몬스터가 지민의 필드에 소환됐다. 지민의 덱에서 카드가 추가로 뽑혀나왔다.
“게네랄프로베의 효과. 사운드 워리어 몬스터를 소환했으니 덱에서 [앰플리파이어]를 서치. 다시 기타스를 펜듈럼 존에 세팅하고 기타스의 펜듈럼 효과 발동. 앰플리파이어를 버리고 덱에서 두 번째 디제이스를 특수 소환! 디제이스의 효과로는 덱에서 마이크스를 특수 소환!”
“패 한 장 들고서 전개 시작했는데…”
준오의 혼잣말에 남해도 공감하고 있었다. 벌써 세워진 몬스터가 세 장인데 펜듈럼 소환은커녕 일반 소환권조차 쓰지 않았다.
그러고서도 아직 지민의 플레이는 끝나지 않았고.
“이제 레벨 4 [사운드 워리어 디제이스]를 레벨 3 [사운드 워리어 기타리스]에 튜닝, 모여든 선율이 함성을 불러낸다!!
레벨 7 [사운드 워리어 록스]! 온 스테이지!!”
[사운드 워리어 록스/Lv7/2500/1500]
“나왔다, 기다리던 스타 등장!”
찌이이이이잉-!!짧고 강렬한 기타 리프와 함께, 사운드 워리어의 악단이 지민의 필드로 등장했다.
지민이 한쪽 팔을 높이 치켜들자, 꼭 록스가 지민의 분신인 것처럼 록스 또한 손을 높이 치켜들며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록스의 효과 발동! 엑스트라 덱의 펜듈럼 몬스터를 한 장 패에 넣는다! 넣을 카드는 기타리스!”
무대 위에서 지금 누구보다도 빛나는 자신의 아이돌을 향한 경외의 감정을 가득 담아 애리의 눈이 반짝거렸다.
지민은 마지막으로 패의 옐로 가제트를 필드에 소환했다.
“이제 게네랄프로베에서 다섯, 앰플리파이어에서 두 개의 카운터를 제거하고 앰플리파이어의 효과 발동!”
“어 잠깐만. 터뷸런스 내성 있잖아?”
“아니 잠깐, 몬스터 효과만… 있네.”
“그러면!!”
지민의 필드에 있던 커다란 음향기기의 노래에 맞춰 사운드 워리어 밴드가 노래를 연주했다. 짧은 음악의 하이라이트, 기타스의 기타 리프와 함께 날아온 폭음파에 터뷸런스는 산산조각나버렸다.
그리고 아직 소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밴드는 후렴구 연주를 이어갔다.
“배틀! [사운드 워리어 록스], [기아기간토 X], [사운드 워리어 마이크스], 그리고 [옐로 가제트]! 네 마리 몬스터로 상대를 직접 공격!”
“자, 잠깐!!”
콰아앙-!! 원형의 필드를 폭음이 연달아 휩쓸었다. 원형은 뒤로 넘어진 채 욱씬거리는 골반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최원형/LP 8000 → 0
‘세트한 허영거영은 쓸 필요도 없었네.’
원형의 라이프가 쭉 내려갔고, 0에서 멈췄다.
빠아아아앙-!!그리고 듀얼 종료를 알리는 버저음이 울렸다. 필드 위의 솔리드 비전이 스르르 걷히기 시작했고 지민을 향해 애리가 달려왔다.
“애리야, 나 이겼-”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잘했어잘했어!!!”
하이파이브를 할 줄 알고 손을 높이 치켜든 지민은 갑작스레 안겨든 애리가 부담되는지 한발짝 뒤로 물러났지만 애리는 지민의 품에 얼굴을 비비며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패자인 원형은 한발 먼저 필드에서 내려왔다. 원형을 위로하기 위해 준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조지고 온다며. 그래도 고생 많았다.”
“아니 근데 해깃만 아녔으면 진짜 내가 이기는 거 아니었냐? 솔직히 아까웠다.”
“응 아니야~ 너 개쳐발렸어~ 정신승리 하지말- 크아아아아아아악”
원형은 준오가 계속 까불자 바로 헤드락을 걸었다. 준오가 온힘을 다해 발버둥칠수록 원형의 팔이 준오의 머리를 더 강하게 파고들었다.
애리와 함께 무대를 내려오는 지민을 보며 남해는 아직도 투닥거리는 둘을 보고 듀얼의 감상을 말했다.
“지민이랑 붙을 때마다 느꼈던 건데 쟤 덱은 진짜 뭔 날마다 강해지는 전투종족 같아.”
“헉, 헉, 허억… 헉… 그… 그런 애랑 붙는데 실기 1등이면 너, 너도 전투종족인거야 임마…”
간신히 풀려나온 준오는 황당한 소릴 들었다는 표정으로 남해를 째려봤다. 첫 매치업의 학생이 둘 다 내려오자 두 번째 매치업을 위한 숫자를 기다리며 학생들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다시 하나둘 모였다.
준오도 바닥에 주저앉아 전광판을 쳐다봤고, 남해와 원형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2번 듀얼. 번호 32, 홍코너.”
“32번? 32번이 누구야?”
“어 저기!”
“우리 차례다!”
“비룡이 형, 힘내라!!”
‘용용형제’가 잔뜩 기합을 넣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둘에게 주변의 시선이 쏠렸지만 두 명은 남들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박살내고 와!”
“물론이지!!”
기운차게 대답하며 잽싸게 뛰쳐나가버린 형 비룡의 뒤에선 동생 마룡이 목청껏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 사이좋은 둘의 모습을 보며 준오와 원형은 한마디씩 던졌다.
“쟤들 참 기운차다.”
“그러게, 너같- 크아아아아아아악”
원형, 그리고 또 다시 헤드락이 걸린 준오 둘의 만담을 뒤로하고 남해는 그 다음 번호 지명을 기다렸다.
누가 청코너에 오르려나. 그 생각이 든 직후 상대방의 번호가 전광판에서 호명됐다.
-“번호 1, 청코너.”
-“어 잠깐, 남해 너 번호…”
그리고 더 궁금해할 필요 없었다.
두 번째 듀얼의 청코너는 남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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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애리의 디자인. 분홍 트윈테일인건 유지됐지만 처음엔 이정도로 갸루같진 않았는데...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2시즌도 어느새 두자릿수에 도착했군요.
삽화를 안 넣을까 했습니다만 저번편에서도 삽화를 빼먹었고, 저저번편에서도 삽화 대신 캐릭터 디자인으로만 때운 것이 걸려서 결국 삽화를 그리느라 시간이 좀 더 지체됐네요.
근래의 글을 쓸 때의 걱정이 있다면
신규지원이 늘면서 카드 찾기도 어렵고, 한글판 카드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걱정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걸 고집하는 이유는, 이게 있고 없고가 글을 읽을 때 호흡이 너무 차이나더라구요.
유희왕 소설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카드 설명에 대한 타이밍이 옵니다.
근데 이거 좀 그렇잖아요. 애니메이션이야 그림과 함께 음성이 오지만 소설은 그림도 없고 음성도 없이 깡 텍스트에요. 얼마나 읽기 싫어요.
심지어 소설 읽다보면 난생 처음 보는 카드도 나옵니다. 아닐 거 같죠?
영혼 소멸 아십니까? 에디셔널 미러 세븐이 무슨 카드일까요? 대공포화나 다크아이 나이트메어, 면도날 도마뱀은 아시나요? 진짜 "이런 카드도 있어?" 하는 카드가 나와요.
이럴 때, 한번 쉴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아하, 무슨 카드가 소환됐구나. 어, 이런 효과가 있네. 하고 잠깐 느릿-하게 멈추고.
한박자 쉬면, 다시 한박자 뛰쳐나가고.
엄청 있는 척 아는 척 썼습니다만 결국 [제가 생각하는 읽기 쉬운 글]을 목표로 쓰는 것이니까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읽기 쉬운 글]은 또 다를 수 있을겁니다.
캐릭터 이야기로 넘어가서, 원형이의 디자인 컨셉은 [망치]입니다.
원형이의 초기 컨셉은 조이 옆의 우혁이 같은 캐릭터였습니다. 우혁이는 머리가 송곳머리잖아요. 송곳머리니까 망치머리.
마침 저 머리 보고 햄버그 닮았다고 하는 그런 만화도 있던데 브로콜리랑 햄버그 스테이크. 얼마나 어울려요 오호홍
11화에서는 중간고사 이야기가 한번 더 이어집니다.
11화에 나올 테마는 워낙 근래에 발매된 테마라 한글판이 없는데... 한글판 카드 만드는 방법이라도 배워서 만들어야겠네요.
그럼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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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호이호이 깃털 짤이 너무 적절해서 뿜었습니다. 애니카, 오리카, 마이너카. 모두 글만으로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긴 하죠. 독자도 대충 뭔가 발동했구나~라는 감각으로 넘어가는 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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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것도 아니고 졸라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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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 와장창도 아니고 꽈장창창으로 끝맺기 수단 - 이세계 테마와 승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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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도 카드고, 쓰고 싶은 것과 읽고 싶은 것의 차이도 있으니까요 쓰고 싶은 장면이 있어도 빌드업을 하고... 그 과정도 적당히 잘 처리해야하고... 말이야 쉽지 실천하기 어렵잖아요 @_@ | 23.05.13 16: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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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 와장창도 아니고 꽈장창창으로 끝맺기 수단 - 이세계 테마와 승부하기 | 23.05.13 15: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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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호이호이 깃털 짤이 너무 적절해서 뿜었습니다. 애니카, 오리카, 마이너카. 모두 글만으로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긴 하죠. 독자도 대충 뭔가 발동했구나~라는 감각으로 넘어가는 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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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극장판 연출처럼 슥 슥 슥 넘길 수 있는 로그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지요 최대한 잘 쓰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 23.05.13 15: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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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것도 아니고 졸라 강합니다... | 23.05.13 15: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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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핸드로 게임을 이기는 카드 | 23.05.13 16: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