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희망이든 자신이 품고 있는 희망을 믿고 인내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용기이다. 그러나 겁쟁이는 금세 절망에 빠져 쉽게 좌절해버린다. -에우리피데스
애프터라이프에서 시작되어 암흑 날개로 끝난 어둠의 신과 그 신도들의 준동. 그리고 그로부터 5년 뒤.
"간다! [뇌신룡-썬더 드래곤]으로 직접 공격!"
여기 황혼 중학교에서 금발적안의 미소년이 자신의 몬스터, [뇌신룡-썬더 드래곤]의 직접 공격으로 멋지게 피니시를 날리고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카이. 수울즈콰리터 시티 출신의 세쌍둥이 중 장남이며 니엔, 리나와 함께 5년 전 성유물의 광신도들의 손에 사랑하는 부모를 잃은 비극을 겪었지만 시큐리티 포스의 마린 요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된 후 마린 요원의 후원과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기 위해 세쌍둥이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루시우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전 암흑 날개의 장로, 루샬카가 아이들의 학업을 책임지게 되었고 사건 종결 이후에는 트와일라잇 시티에 정착해 현재 황혼 중학교의 3학년이 된 세쌍둥이는 마음 속 상처를 잘 이겨내고 각자의 매력으로 학교의 아이돌로 꼽히고 있었다.
"이겼다!"
"역시 카이라니까!"
"다들 응원해줘서 고마워."
어딘가 말랑거릴 것같은 인상과 부드러운 눈매, 그리고 남성치고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이.
"역시 우리 형이야. 졌으면 말도 안 나왔을 거라고."
카이의 쌍둥이 남동생이며 냉철하고도 이지적인 인상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니엔.
"그럼, 그럼. 우리 큰 오빠가 그렇게 쉽게 질 사람이 아니잖아?"
그리고 밝고 순수한 미소 하나로도 남학생들의 마음을 휘어잡아버린 리나. 세쌍둥이는 각자의 매력으로 입학 당시부터 황혼 중학교에서는 알아주는 유명인사였고, 거기에 세 사람 모두 방향은 다르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던만큼 3년의 시간 동안에도 적을 두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리고 나와 듀얼해줘서 고마워."
"아잇, 참... 널 응원하는 여학생들만 아니었어도..."
자신의 상대에게도 고마움을 표하는 카이에게 상대 듀얼리스트는 여학생 핑계를 대면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질투가 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분명 좋은 친구였기에 그와의 악수로 그에 대한 존경을 대신 표현했다. 그리고 중학교의 정문에서 검은색의 세단과 함께 세쌍둥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별 일 없었지?"
루샬카, 지금의 이름은 루시우스였다. 올해 나이 27세로 5년이 지났음에도 자기 관리가 철저했는지, 아니면 타고난 것인지, 혹은 타고난 와중에 자기 관리까지 곁들여진 것인지 남성으로서의 면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 신기한 인물이었다. 찰랑거리는 금발과 선글라스 뒤로 보여지는 보라색 눈의 미인의 등장에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사로잡히고 있었다.
"별 일 없었어요."
"그렇다니까 다행이네."
"그런데 볼 때마다 형이 아니라 누나라 부를 뻔한게 한 두번이 아니라니까요."
"어쩌겠니. 타고난 대로 살아야지."
"하하. 그래도 니엔 말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미남이 아니라 미녀라고 착각하겠어요."
"그러니까 코스프레의 제왕인거지. 미남미녀 안 가리고 코스프레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자신의 자가용으로 자신과 세쌍둥이가 사는 집으로 이동한 루시우스는 문득 5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5년 전이네. 너희들을 처음으로 마주했던게... 시큐리티 포스의 의무실이었지?"
"맞아요. 루시 언니한테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어릴 땐 저도 모르게 언니라고 불렀잖아요."
"하하... 그랬지. 뭐, 지금도 언니라고 부르는게 더 익숙하긴 하지?"
"에헤헤... 그건 그래요."
5년 전, 리스의 의식에 의해 사망한 이후 하샤신들에 의해 루나 시티 외곽의 야산 어딘가에 적당히 묻힌채 버려졌던 루샬카였지만 알베르가 '축복'이라는 이름으로 건내준 혼돈의 힘으로 육신만은 살아숨쉬고 있었던 상태의 그를 시큐리티 포스의 요원들이 발견, 급하게 의무실로 데려와 루시의 안에 깃들었던 이브의 의식을 통해 되살아난 루샬카는 루시를 통해 세쌍둥이와 처음으로 인연이 닿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암흑 날개의 패악질이 이런 애먼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안겼다는 생각에 속죄의 일종으로서 루시우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세쌍둥이의 보호자를 자청해 그들의 학업을 책임지기로 했었다.
"너희 셋, 정말 잘 컸어. 부모님이 안 계셔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게 다 암흑 날개 때문이니까요. 큰 빚을 진 거 아시죠?"
"그만해, 니엔. 이미 죄는 갚았잖아. 사람이 한 번 죽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하하... 그건 할 말이 없네.
니엔의 쏘아붙이는 말에 루시우스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비록 성유물 건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자신이 몸 담은 암흑 날개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세쌍둥이의 부모가 희생당했을 이유도 없었기에 그는 니엔의 말에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자신을 쏘아붙이는 니엔을 말리는 카이 덕분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루시우스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세쌍둥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에게 사정을 물어보았다.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부산을 떨고."
"손님이 온대. 시큐리티 포스의 마린 요원이라고 알지?"
"아니, 그런 이야기는 진작 했어야죠!"
5년 전에 자신들을 구해준 마린 요원이 손님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그런 이야기는 좀 진작에 말하라는 니엔의 핀잔과 함께 세쌍둥이 모두가 일제히 루시우스보다도 더 열렬하게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오는 것이니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희망은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결코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존 플레처
그리고 약 40여분 후, 루시우스의 말대로 캐쥬얼한 복장의 마린 요원이 손님으로 찾아오고, 세쌍둥이는 누구라 할 것없이 일제히 그녀를 반겨주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오랫만에 보네요!"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아하하, 안녕. 응, 잘 지냈지."
정겨운 사촌 동생들과 만난 것마냥 세쌍둥이를 각각 한 명씩 안아준 마린 요원은 이어서 집주인이기도 한 루시우스에게 인사를 건냈다.
"오랫만이군요. 루시우스 씨."
"어서 오세요. 신입 요원들을 훈련시키느라 많이 바쁘셨을텐데 말이죠."
"그랬죠. 이것도 어렵게 시간을 낸 거에요."
5년의 시간 동안 세쌍둥이를 만났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신입 요원들의 훈련에 정신이 없었던 마린 요원이 어렵게 시간을 내어 세쌍둥이와 그 보호자인 루시우스를 만나러왔던 만큼, 세쌍둥이 모두 그녀를 한시라도 눈에서 떼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한 2년만에 온 것 같은데 리나는 볼 때마다 더 예뻐지는 것 같네."
"에헤헤..."
"니엔은 볼 때마다 남자다워지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카이는 볼 때마다 예쁘네."
"아하하, 고마워요."
마린 요원이 세쌍둥이를 하나하나 칭찬해줄 때마다 칭찬받은 사람들 모두 각자의 방식과 표정으로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럴 만큼 마린 요원은 세쌍둥이의 마음 속에 둘도 없는 은인이었고 영웅이었다.
"애들이 마린 요원님을 만난 이후로 본인들도 언젠가는 시큐리티 포스의 요원이 되어서 하늘과 땅, 사람을 모두 지키고 싶다고 종종 말했죠."
"그렇게 말했었나요? 그렇게 말하니 고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런 마린 요원도 루시우스의 말에 7년 전 신입 시절의 동기 중 한 명이었던 마르가리타의 죽음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동안 너희들에게 해주지 않았던 말이지만, 실은 7년 전에 나와 동기였던 요원이 한 명 있었어. 마르가리타라는 요원이었는데, 알고 지내던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분명 좋은 사람이었지. 하지만 암흑 날개보다 훨씬 이전에 있었던 애프터라이프의 최고 간부 중 하나였던 '세라피스'에 의해서... 순직했어."
내부고발자였던 카론과 자그레우스를 암살하기 위해 세라피스가 신분 위장을 목적으로 암살하고서 비밀리에 매장해버렸던 마르가리타의 장례식을 치르던 그 때를 떠올린 마린은 그녀도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
"미안... 그래서 솔직히 너희들은 시큐리티 포스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온다면 물론 말리지는 않겠지만, 우리 시큐리티 포스는 너희 말대로 하늘과 땅과 사람을 지키는 곳이야. 그래서 그 과정에서 목숨을 내놓는 요원들도 적지 않아."
"하지만, 마린 요원님은 우리를 구해줬어요. 5년 전의 우리들처럼, 어딘가에서 시큐리티 포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우리도 그 날의 마린 요원님처럼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어요. 그게 설령... 우리 셋 중 누군가가 먼저 순직하게 되더라도 말이죠."
눈물을 훔치던 마린에게 세쌍둥이의 장남 카이가 사근사근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고 그 말에는 마린과 루시우스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형 말이 맞아요. 우리도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았잖아요. 마린 요원님은 우리의 목숨을 구해줬어요. 그렇다면 우리도 어딘가에서 시큐리티 포스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을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건내주고 싶은 거에요. 형 말대로 우리 셋 중에 누군가가 먼저 사라진대도요."
"얘들아..."
"우리 생각해주는 거 정말 고마워요, 언니. 하지만 은혜를 받았으면 반드시 갚으라고 우리 부모님이 말하셨어요. 그럼 우리도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니엔과 리나의 말에 끝내 울음을 터트린 마린은 그저 세쌍둥이를 안아주는 것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루시우스는 네 사람만의 자리를 만들어주고자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저녁이 되면 석양이 물든 지평선으로 지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태양은 밝음을 주고 생명을 주고 따스함을 준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희망이 곧 태양이다. -헤밍웨이
세쌍둥이와 보내는 시간은 다른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것 자체로 좋았다. 자신이 우연히 구했던 세쌍둥이 각자가 보여주는 웃음과 밝은 표정은 그것만으로도 마린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보람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이제 가시는 거에요?"
"응. 아쉽지만 이젠 가야할 것같아."
그래서 세쌍둥이와의 작별은 언제나 아쉬웠고, 그건 세쌍둥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가야하는 줄은 알지만 카이, 니엔, 리나 모두 마린과의 작별에 아쉬운 마음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가시는 겁니까?"
"네. 저도 이 이상 자리를 비우기는 어려우니 말이죠. 그래도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바에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마린을 보내주던 세쌍둥이는 섭섭함에 한 동안 마린이 걸어내려간 그 자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루시우스는 어딘가에 연락을 주었고, 잠시 후 연락을 끊은 루시우스가 세쌍둥이를 향해 희소식을 들려주었다.
"있잖아? 이번 주말에 루시 네가 놀러온데."
"정말요? 루시 언니가 오는 거에요?"
"그럼. 아까 연락 받았어."
루시 네가 놀러온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반가움을 드러내는 건 리나였지만, 나머지 두 사람도 시큐리티 포스에서의 생활에서 친해진 루시 일행의 방문에 화색을 보이고 있었다.
"진짜죠?"
"진짜라니까."
평소에 루시우스에게 다소 틱틱대고 쏘아붙이는 편인 니엔도 이 때만큼은 루시우스가 참 좋게 보였다. 그럴 만큼 루시와 세쌍둥이는 그리 길지는 않았던 시간 동안에도 서로의 사이를 빠르게 진전시켰고, 모르는 사이에 니엔은 루시에게 호감을 넘어 약간의 애정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마린 요원님은 보내주고, 루시를 맞이할 준비를 천천히 해보자고."
"당연히 그래야죠."
니엔의 반응을 본 루시우스는 자신의 의남매나 다름없는 루시가 찾아온다는 말에 평소보다 좀 더 상기된 듯한 반응의 니엔이 퍽 귀여워보였는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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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X12 연재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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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의 이야기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그 대사는 뭘까요 저는 잘 몰?루겠습니다 | 23.05.07 00: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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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전에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던 마법사 판타지 작품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Shut up, Malfoy"라고... | 23.05.07 0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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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아버지 말포이라서 해당 사항은 없죠 | 23.05.07 00: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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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랬군요 알겠읍니다 | 23.05.07 10:4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