촥촥촥촥, 엄지가 바삐 움직이며 패셔플 특유의 소리가 주위에 맴돌았다. 지금의 경우는 패셔플이 아니라 지니고 있던 카드뭉치를 넘기는 소리였지만.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패를 끼우고, 붕대를 묶어둔 약지와 중지로 카드뭉치를 지탱한 채로 있어 그런지 손가락엔 저릿한 감각이 가득했다.
“저기, 그렇게까지 열심히 찾아야 돼?”
“잠시만.”
“참 깐깐하구만...”
코마치가 뒷목을 긁적였다. 쿄우카는 코마치가 보채는 만큼 다급히 손을 굴렸지만 딱히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찾고 있던 카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아니 보이기는 했었나. 쥐고는 있으니.
“에라타 후 크리터가..”
찾은 것조차 에라타 전 버전이니, 있어도 있는게 아니었지만.
그래서 손가락의 움직임은 더욱더 다급해졌고, 이제는 카드뭉치 전체를 몇 번이고 넘겨버린 상태였다.
다음 카드가 뭔지 예상이 갈 정도로.
“……으.”
하지만 몇 번을 뒤져보아도 결과는 동일. 결국에는 없었다. 답답함에 쿄우카는 괜히 관자놀이를 놀렸다.
원래라면 효과란에 크리터의 효과로 가져온 몬스터와 그 동명의 카드는 그 턴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덧붙여져 있어야 했지만, 그 사실을 증명할 길이 지금은 없었으니.
카드의 텍스트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안, 코마치. 에라타 후 버전 크리터를 못 찾겠네. 그냥 그대로 진행하자.”
결국에는 포기한 쿄우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코마치의 카드를 던졌다.
날라드는 카드를 두 손가락으로 여유롭게 잡아든 코마치는 흐음, 콧소리를 내더니 카드를 돌려봤다.
“잠시만, 이건 내가 줬던 카드가 아닌데.”
“응? 분명 확인했었는데.”
코마치의 그 말에 쿄우카가 카드를 집어넣던 손을 멈췄다. 다시 꺼내고는 들여다봤다.
아까 전처럼, 에라타 전 버전의 크리터였다.
뒤바뀔까 일부러 순서도 기억해두어서 실수할리는 없다 생각했기에 당혹스러움을 보였다.
“봐봐. 다른 카든데?”
“……뭐지.”
[크리터]
이 카드명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이 카드가 필드에서 묘지로 보내졌을 경우에 발동한다. 덱에서 공격력 1500 이하의 몬스터 1장을 패에 넣는다.
이 턴에, 자신은 이 효과로 패에 넣은 카드 및 그 같은 이름의 카드의 발동을 할 수 없다.
“미안, 잘못 줬나봐.”
카드가 서로 교환되었다. 코마치는 그래 이거지. 라며 새로이 받아든 크리터를 제 묘지로 돌려내었다.
쿄우카는 바꾼 크리터를 품속으로 돌려놓고는 무언가 깨달은 듯 아, 소리를 내었다.
“코마치, 방금 줬었던 크리터 효과 봤어?”
“음? 뭐 대충은.”
“그게, 크리터 효과가 방금 전에 줬던 카드의 효과대로 바뀌었었거든? 그 카드의 효과대로 진행해도 괜찮을까?”
“으음… 뭐,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끄응. 코마치는 팔짱을 끼며 잠시 고민하더니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호간의 동의도 되었기에 듀얼은 속행.
흐려져있던 솔리드 비전이 다시금 짙어져가며 모습을 드러낸다.
방금 전까지의 상황이라면 그래바스니치를 버린 것으로 데스사이즈의 능력치가 그래바스니치 각각의 능력치만큼 하강하게 되었을 터.
즉, 공격력 2200이던 데스사이즈의 공격력이 그래바스니치의 공격력 1000만큼 하락한다.
“자, 그럼 다시 진행하겠어! 묘지에 있는 [여행자의 결피안]의 효과를 발동!”
다시 한 번 코마치가 힘차게 외쳤다.
어긋난 듀얼의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함이기도 했으며, 저번 턴에 트리온에 의해 파괴되었던 카드의 발동 선언이기도 했다.
“묘지의 이 카드를 제외하고, 헬레이카의 공격력을 다음 턴까지 800포인트 올린다!
헬레이카가 쌍검을 쥔 주먹을 더욱 더 강하게, 콱 소리가 날 정도로 쥐더니 기합을 넣고는 포효한다.
동조하듯 코마치도 주먹에 힘을 넣으며 그대로 강하게 내질렀다. 데스사이즈를 향한 공격 선언이었다.
“헬레이카로 데스사이즈를 공격!”
헬레이카의 꼬리의 뱀이 아가리를 벌리며 데스사이즈를 물어뜯는다.
부서지는 데스사이즈의 몸체에서 보랏빛 섬광과 누전이 일었지만 무용지물. 헬레이카에게는 그저 정전기에 불과한 자극이었다.
마지막 일격을 위해 헬레이카 본체가 움직였다.
쥐고 있던 푸른 검과 데스사이즈의 본체에 꽂혀있던 붉은 검을 깊숙이 후벼 넣듯 돌려대고, 힘을 주어 그대로 뚫어버린다.
기계로 된 몸체가 작살이 나자 폭발과 동반된 폭음이, 충격에 일은 여파가 쿄우카에게까지 이른다.
“으걁!”
쿄우카 LP : 4000 -> 1700
순간 몸이 날며 쿠당탕! 요란스런 소리를 내곤 땅을 굴렀다.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를 새 없이.
“으... 아야야.”
“요란하게도 구르네. 괜찮아?”
“아프다. 느므.”
성인 남성이 전력으로 달려와 몸으로 박는 강도였다.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지만, 의외로 데미지가 실감나 당황스러워 쿄우카는 엄살을 부렸다.
눈치를 챘는지 코마치가 엄살은, 이라며 대꾸했다.
“난 이대로 턴 엔드.”
“내 턴 드로우, [아이스 핸드]를 소환하고, [트리온]과 [아이스 핸드] 둘로 오버레이!”
기계로 이루어진 관절과 뼈, 얼음으로 살을 대체한 아이스 핸드가 손가락을 끼릭끼릭 굴리며 나타난다.
이내 동일 레벨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트리온과 함께 각색의 구체형으로 변하며 이내 결합한다.
“레벨 4의 몬스터 2체로 [No.39 유토피아]를 엑시즈 소환!”
두 구체가 끊임없이 회전하며 실루엣을 남긴다. 실루엣은 이내 선명해져 하나의 몬스터로서 그 개체를 확립한다.
신체를 덮고 있던 각진 기계 날개가 펼쳐지자 우렁찬 기합이 질러졌다.
“그리고 [No.39 유토피아]를 소재로, 또 다시 엑시즈 소환!”
“겹치기인가…!”
이른바 겹치기라 불리는 엑시즈 소환 방식. 엑시즈의 소환 방식은 동일 레벨의 몬스터를 사용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엑시즈 몬스터라도 적절한 소환 조건을 갖춘다면 더 상위 랭크의 엑시즈 몬스터를 소환하기 위한 용도로서 사용할 수 있었다.
코마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도 반응했다. 본인부터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었으니까.
“나와라 랭크 5! [SNO.39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
쿄우카의 선언과 함께 유토피아의 날개가 또 다시 변형을 시작했다.
몸체 전부를 덮을 정도의 우람한 크기이던 기계 날개가 서서히 날이 서 검의 형태로 변화했다.
당연히도 공격을 위한 장치였고, 이내 유토피아는 날개를 검으로서 뽑아들어 크게 휘둘렀다.
“배틀!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으로 [피안의 귀신 헬레이카]를 공격!”
“헬레이카에 한참 못 미치는 2500의 공격력으로...!”
“스스로 플래그를 쌓네!”
코마치의 말대로 라이트닝의 공격력은 2500. 여행자의 결피안에 의해 공격력이 한층 상승된 헬레이카에 닿기란 무리일 공격력이었다.
하지만, 자폭이라는 수를 이유 없이 둘 리는 없는 법.
“엑시즈 소재를 2장 제거하고,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의 효과 발동! 데미지 계산 시의 공격력을 5000으로 한다!”
선언과 함께 남아있던 한 쪽의 날개까지 검으로 뽑아들었다.
양쪽 날개 모두가 공격을 위한 도구로서 변질되었다.
후옷! 하고 강한 기합을 넣으며 달려간 라이트닝의 검이 기세 좋게 헬레이카의 쌍검을 갈라내고, 이내 흑색 갑옷을 두른 몸통을 꿰뚫는다.
코마치 LP : 4000 -> 2500
“크...!”
강한 힘과 속력에 의해 꿰뚫린 검의 파동이, 여파가 코마치에게까지 미친다.
뒹굴었던 쿄우카와는 달리 데미지에 대비는 해둔 것인지, 신음만을 짧게 내뱉은 후 손가락을 피며 외쳤다.
“하지만 헬레이카의 효과를 발동! 필드에서 묘지로 보내질 경우, 필드의 카드 1장을 선택해 묘지로 보낼 수 있어!”
몸통을 꿰뚫린 헬레이카는 이내 저항한다. 악귀형상의 뱀 꼬리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하게도 그 대상은 유토피아.
키에엑! 찢어지는 음성으로 울부짖으며 둘은 유토피아를 깨물어 뜯는다.
원래라면 그 대상은 독기에 범벅이 되어 저승길 동무가 되었을테지만, 기계갑옷의 전사에게는 소용없는 저항일 뿐이였다.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의 효과. 전투를 실행할 때, 데미지 스텝 종료 시까지는 카드의 효과를 발동할 수 없어.”
헬레이카는 남은 기력마저 다해 쓰러지고, 깨부서진 채로 완전히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헬레이카를 보며 코마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공격력 5000에 효과 발동 불가…… 양심이.”
“몰라. 난 모르는 일이야.”
양심을 찌르는 코마치의 말에 쿄우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정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옛 감정들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카드 하나에 얼마나 많고 많은 듀얼리스트들이 눈물을 흘렸는가. 얼마나 절망했는가.
아무리 힘들게 소환한 에이스 몬스터라도 한 방에 사라지는 일이 부지기수인지라, 처절히 우는 이도 없잖아 있었다.
그들은 마치 스틸러를 금지당한 정크도플처럼, 우라라를 맞은 왼팔의 대가처럼 울었다.
“카드를 1장 세트하고, 턴을 종료.”
“드로우. 묘지의 [선악의 피안]의 효과를 발동! 묘지에서 제외하고, 패의 피안 몬스터 1장을 묘지로 보내 피안 카드를 패에 한 장 넣는다.
내가 추가할 것은 또 다른 [그래바스니치]!”
선악의 피안의 효과는 어드밴티지로 본다면 +-0의 효과였다. 하지만 코마치가 말했듯이 피안 몬스터는 묘지로 가며 발동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0라 쉽사리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쿄우카는 직감했다. 이제는 막을 수 없다고.
이번 턴, 단테가 소환되는 것은 기정사실과도 다름없을거라 생각해 몸을 움찔이며 대비했다.
“묘지로 보내진 [피안의 악귀 가토르호그]의 효과 발동! 묘지의 피안 몬스터인 그래바스니치를 소생! 그리고 패에서 [피안의 악귀 라비캔트]를 특수소환!”
피안 몬스터의 공통적인 효과. 세트카드가 존재하지 않을 시 특수 소환이 가능하다는 것.
소생과 특수 소환이 합쳐져 코마치의 필드를 두 악귀가 채웠고, 둘은 악귀다운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레벨 3의 그래바스니치와 라비캔트로 오버레이!”
코마치가 엑스트라 덱 부근을 열었다. 카드를 마치 부채처럼 촤르륵, 소리를 내어 펼쳤다.
찾고 있는 것은 당연히도 랭크 3의 몬스터, 지금까지 애써 소환을 막은 피안의 여행자 단테.
“랭크 3! [피안의 여행자 단테]를!”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데스사이즈의 효과로 막았지만, 역시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단테…를.”
“…?”
“…잠시만?”
뒤적거리는 움직임을 계속하던 코마치가 움직임을 멈추고 표정을 찡그렸다. 펼쳐졌던 카드들을 다시 덱 형태로 모으고는 차례차례 넘기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얼굴의 음기는 점점 짙어져, 후에는 당황하는 낌새만이 그득했다.
“왜 그래?”
“단테가… 없어.”
코마치는 물음에 처량히 고개를 꺾다가 답했다.
“어떡하지? 어떡해! 한 장밖에 안 남아있던건데!”
눈을 크게 뜬 채로, 동공에 흡사 지진을 일으키며 코마치는 외쳤다. 눈물이라도 울먹거릴법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는 꼴은 측은함을 상기시키는 모습이었다. 쿄우카는 단테가 사라졌다는 말에 잠시 아무런 말을 않다가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코마치, 설마 이 단테…”
“뭐야? 네가 갖고 있었어?!”
“우왁!”
그 말과 함께 멀찍이 떨어져있던 코마치가 전조 없이 쿄우카의 눈앞으로 나타났다.
과장 없이 순수한 표현이었다. 쿄우카는 눈앞에 사람이 튀어나오는 잠시 놀래며 바닥에 넘어졌다.
“아 미안, 잠시만… 내 단테를 왜 네가…”
“베아트리체처럼 날아오길래 잡은건데.”
코마치는 쿄우카의 손에서 단테를 집어들더니 어느 부근을 보고는 물었다. 쿄우카가 답하자 카드를 매만지더니 뻘쭘거리다 말했다.
“그, 돌려주면 안될까…. 베아트리체야 3장 있으니 그렇게까지 상관없다지만, 단테는 한 장뿐이란 말이야.”
“…돌려주는건 상관없는데, 지금 엑스트라 덱에는 [단테] 추가 못 한다? 듀얼 중에 덱 바꾸는건 룰 위반이니까.”
“돌려주는 것만 해도 어디야! 진짜 고마워!”
별 저항 없이 쿄우카가 카드를 돌려주자, 코마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눈앞에 나타났을 때처럼 전조 없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베아트리체를 걸고 하는 듀얼이었는데, 이렇게 맥없이 카드를 돌려주면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카드가 다르니 상관없을까.
쿄우카는 혼잣말을 중얼였다.
“단테는 지금 못 쓰니까… 그렇다면 튜너인 라비캔트와 그래바스니치로 튜닝!”
엑시즈는 단테가 없으니 포기. 그렇기에 코마치가 선택한 것은 또 다른 소환법의 일종인 싱크로였다.
튜너와 튜너 이외의 몬스터를 이용하여 합계 레벨의 싱크로 몬스터를 소환하는 소환법.
튜너인 라비캔트의 몸이 분해되며 나타난 고리가 그래바스니치를 감싸 안고, 빛의 기둥을 일으킨다.
“나와라! 레벨 6! [피안의 시인 베르기리우스]!”
붉은 머리에 검은 챙 깃털 모자를 쓴 기타리스트가 빛 속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시인이라기보다는 락스타라는 말이 어울려 보일법한 강렬한 이미지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리고 묘지로 간 그래바스니치의 효과 발동! 덱에서 피안 몬스터인 [피안의 악귀 가토르호그]를 특수 소환!”
낭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며 울부짖는 악마.
“패의 피안 몬스터를 버리고, 베르기리우스의 효과 발동! 필드의 유토피아 더 라이트닝을 덱으로 되돌려주겠어!”
지기징징! 거친 전자음의 기타 소리가 울려퍼졌다. 베르기리우스가 기타를 울리며 유토피아에게 다가갔다.
친숙한 음악 소리에 유토피아는 별 경계 없이 다가오는 베르기리우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총총 걸음하며 다가온 베르기리우스는 갑자기 연주하던 기타를 잡아 쥐고는 야구배트처럼 휘둘러 유토피아를 가격했다.
예상외의 공격에 유토피아는 저항할 새도 없이 날아, 필드에서 그 모습을 감췄다.
‘뭔 시트콤이야...’
“묘지로 보내진 [피안의 악귀 하로우하운드]의 효과로 덱에서 [선악의 피안]을 묘지로. 자! 배틀이야! 베르기리우스로 다이렉트 어택!”
휘두른 베르기리우스의 기타는 멈추지 않았다. 연주의 의미가 아니라 폭력의 의미로 말이다.
기타 넥을 쥔 채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모습에 쿄우카는 잔뜩 겁먹어 당황스레 소리쳤다.
“ㅍ, 패의 [아티팩트-바쥬라]의 효과를 발동! 직접공격을 당할 경우 패에서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할 수 있어!”
베르기리우스가 기타를 휘두르는 순간, 공중에서 금강저가 변화된 모양의 푸른 창인 바쥬라가 필드를 부수며 공격을 저지했다.
“으갹. 바쥬라의 효과 발동! 상대 턴에 특수 소환 했을 경우 내 필드의 마법, 함정을 전부 파괴해애!”
뒤흔들리는 지면 위에서 가까스로 발동선언을 하자 바닥에 고이 세트되어있던 카드들이 부서졌다.
세트되어있는 카드는 2장. 하지만 2장의 카드들 중 부서지는 것은 단 한 장 뿐.
“패의 [아티팩트-챠크람]의 효과 발동! 마법, 함정 파괴 효과가 발동되었을 시에 필드의 세트카드를 한 장 패로 돌리고,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해!”
분홍빛 전류를 흘리며 챠크람 부메랑이 필드에 날아가 드론마냥 두 장의 카드 중 한 장을 패로 구조하듯 되돌린다.
“어후, 실감나네. 세트상태로 파괴된 [아티팩트-베갈타]를 필드에 특수 소환.”
파괴효과와 동반된 지면의 흔들림이 멎고,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텅 비었던 필드에 효과가 끝없이 유발되어 벌써 세 가지의 아티팩트로 가득 차자, 코마치는 떨떠름한 눈빛으로 쿄우카의 필드를 바라봤다.
“어째 다 수비표시...”
그 말대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베르기리우스는 몬스터가 전부 나타나자 주저하더니 셋 중 하나를 대충 골라 공격 대상으로 변경했다.
그 대상은 챠크람이었다.
“베르기리우스로 챠크람을 공격.”
그대로 기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챠크람이 아작나는 소리가 들렸다.
폭주하는 하드 락 가수처럼 얼굴을 일그리며 분노를 표출한 베르기리우스는 챠크람이 산산조각나 폴리곤조차 남지 않고서야 그 화를 식히며 필드로 돌아갔다.
“음, 턴 엔드..”
“내 턴, 드로우.”
코마치는 지금 패도, 세트 카드도 충분치 않았다. 충분치 않기보다는 존재하지 않았다.
첫 번째 턴처럼 함정에 의해 폭사될 가능성이 전무했다. 대항할 수단이 없다는 것과 동일했다.
다 아드를 가속화시킬 단테가 없어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레벨 5의 베갈타와 바쥬라 둘로, 랭크 5의 [No.61 볼카사우르스]를 엑시즈 소환!”
그렇다고 해서 필드가 빈 것은 아니었기에, 쿄우카는 방법을 선회했다. 전투보다는 효과로.
효과 데미지에 치중한 몬스터를. 그렇기에 선택한 것은 화속성의 공룡 볼카사우르스.
“볼카사우르스의 효과 발동. 엑시즈 소재를 1장 제거하고, 몬스터를 1장 파괴하여 그 원래 공격력만큼의 데미지를 준다.”
당연히도 필드에 남아있는 베르기리우스가 대상이었다. 소환된 공룡이 마그마와도 같은 화마를 내뿜었다.
입에서 화륵,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이 시인을 태워 재로 만들었다.
코마치 LP : 2500 -> 0
“아, 졌네.”
대충 효과 발동 시점부터 패배를 직감했던 코마치는 라이프가 0가 됨과 동시에 바닥에 털썩 쓰러지며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쉽다며 입을 다셨다. 한숨을 동반하여.
“단테만 있었어도 꽤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다음에 할 수 있으면 또 하자.”
“아, 고마워.”
쿄우카가 손을 뻗어 코마치를 들어올렸다. 코마치는 별 말 없이 받아들고는 몸을 일으켰다.
어느샌가 쿄우카의 어깨로 돌아온 신묘마루는 히히덕 웃으며 코마치를 바라봤다. 이번 듀얼에 걸렸던 내기 때문에.
“베아트리체, 가진다?”
“가져, 가져. 어차피 너희들이 없었으면 단테 못 찾았을테니. 베아트리체는 선물이야.”
“받아도 될까 모르겠네.”
“이런건 사양하지 않는거야.”
요란스레 카드를 들어 도발한 신묘마루의 말에 쿄우카가 신묘마루의 정수리를 꾹 누르며 입을 닫게 했다. 이 공주님의 입이 방정이었다.
“뭐, 그래도 재밌었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즐겼다면야 나도 기쁘지.”
코마치가 기지개를 폈다. 근처에 떨궈두었던 낫을 줍고는 말했다.
그리고는 작별인사인지 손을 대충 휘적휘적 흔들며 걸음을 나서려 했다.
“그럼, 이마ㄴ앍.”
휘파람을 불려던 코마치의 옆구리에 흰색 개가 돌격했다. 코마치는 억 소리를 내더니 뒹굴며 쓰러졌다.
검은 바탕에 금빛 무늬 망토를 둘러쓴 개가 왈왈 짖으며 코마치를 째려봤다.
“아그극…. 시키님이 또 화났나.”
“자업자득이야. 그러게 땡땡이 좀 그만 치지 그랬어?”
익숙한 목소리에 쿄우카가 목을 돌렸다. 개한테 들이받힌 옆구리를 슬슬 문지르던 코마치의 시선도 동일한 곳을 향했다.
레이무가 털털히 걸어오며 피식 웃고는 코마치를 나무랐다.
“으엑, 너까지 그러기야? 요즘 영혼들이 갑자기 많아져서 일이 바빠졌다고.. 하루쯤은, 아니 몇 시간쯤은 쉴 수도 있잖아. 그렇지 않아?”
“그 말 그대로 상사한테 말해보지 그래.”
“아, 그건 사양.”
코마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그렇지, 라며 레이무는 고개를 돌려 쿄우카에게 향하고는 돌아가자 짧게 언질했다.
“아그극, 일하기 싫다...”
코마치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불평했다. 떠나던 쿄우카는 크게 손을 흔들며 코마치에게 인사를 했다.
피식 웃고는 인사를 받은 코마치는 듀얼 중의 일처럼, 전조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코마치를 물어뜯을 기세로 으르렁대던 개와 함께.
정말로 단순하게도, 무연총에서의 듀얼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는 정말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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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없는 피안, 과연 돌아가기는 할까요
시험이 끝나서 드디어 연재할 수 있네요 으헝헝
(IP보기클릭)27.124.***.***
(IP보기클릭)14.38.***.***
삘을 못 타면 글을 아예 못 쓰는 타입이라 짬짬히 쓸 수가 없네요 흑흑 | 17.10.28 12:30 | |
(IP보기클릭)175.223.***.***
(IP보기클릭)14.38.***.***
학생들의 딜레마인 시험기간에 속박됐습니드... 연재는 쭈욱 해야지요 | 17.10.28 20:30 | |
(IP보기클릭)211.109.***.***
(IP보기클릭)14.38.***.***
비슷합니다! 좀 더 폭넓지만 말이에여 | 17.10.29 18: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