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특이한 인간에서부터 요괴, 무려 신까지. 환상향에서 살고 있는 온갖 종족들이 집대성되는 인간마을에서는 오늘따라 부산스러움이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그것이 활기찬 낮의 시간대라면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되는 왁자지껄함의 의미라면 좋았겠지만, 마을을 감싸도는 부산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형용이었다. 왜냐하면 그 부산스러움이 방금까지 마을을 배회하던 한 요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해 생겨난 불안에서 비롯된 탓이다.
거리를 이루는 이들의 이목은 인간으로 둔갑할 생각이 없는 한 요괴에게 흘겨져있었지만 확실히 집중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요괴에 대한 경계를 절대로 늦추지를 않았다. 그것은 마을을 배회하던 요괴인 그녀가 인간들의 공포로써 존재하고 살아가는 요괴인 탓이다. 아무리 요괴마저 입장을 허용해주는 인간마을의 인원이라 하더라도, 아예 둔갑할 생각조차 않고 요기를 훌훌 풍겨대는 요괴에게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요괴들의 대다수는 이목이 끌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또 경계없이 행동하다 하쿠레이에게 퇴치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인간으로의 둔갑을 해와, 이런 일에는 내성이 썩 없는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경계하는 것이 비단 인간뿐이라면 다행인 일이다. 인간으로 둔갑한 채인 요괴들마저도 그 요괴를 꺼리고 미심쩍어하여 노닐던 움직임을 멈추고 바로 그녀를 피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것은 그 요괴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토리 요괴인 탓이다. 요괴라도 켕겨할 수밖에 없는 성정을 가진 꺼림칙한 종류의 요괴인 탓이다.
"……."
"하쿠레이 님을 불러야 해!" 하고, 누군가가 마음속으로 고함지르는 것을 마을의 사토리는 들었다. 그래, 제발 불러줘. 사토리 요괴는 노란 리본이 달린 검정색의 페도라를 양손으로 꽉 쥔 채 얼굴을 숙이며 벌벌 떨기만 했다. 그 사토리에게서는 초조함 탓인지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주위에서부터 심장으로 흘러드는 경멸의 공기는 숨을 턱 막히게 했다. 자처한 소란이지만 이렇게까지 불거질 줄은 몰라, 그녀는 벤치에 앉은 채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무튼 소란을 잠식시켜줄 누군가께서 빨리 나타나 개입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가장 좋은 미래라면 이구동성으로 부르는 하쿠레이의 무녀가 자신을 발견해주는 것이다.
"너 여기에서 뭐하고 있어?"
"아……."
"사토리 요괴라길래 언니 쪽인 줄 알았는데, 너였어?"
고개를 깊게 숙인 채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그녀를 누군가가 불렀다. 그 누군가의 말대로 그녀는 사토리의 여동생인 코메이지 코이시였다. 불안감에 눈을 떨던 코이시는 고개를 들었다. 그나마 잠식되려던 불안이 이제는 당황으로 바뀌어 눈대신 입술을 떨게 했다.
"왜, 왜? 야쿠모 유카리……가?"
"……아, 그 말 나올 것 같았다. 잘 들어. 난 하쿠레이 레이무야."
"어디가?? 레이무가 아니잖아!"
창백한 안색의 코이시는 안간힘을 다하여 눈을 부라리곤 소리쳤다. 코이시 눈앞의 그녀는 그녀를 알고 있는 누군가라면 아무리 본다 하더라도 야쿠모 유카리라고 답할 용모였다. 그 일원에 당연히 포함되는 코이시는 주저없이 격정을 토해 뭔 용의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런데 용모는 같으나 그녀라기엔 성격이 너무나도 곧았다. 다른 누군가를 찌르기까지 할 날카로움을 가진 말의 연속이 투덜거림의 형태로 계속해서 유카리에게서 나오자 코이시는 몸을 움츠려대며 생각의 혼선에 머리를 쥐었다. 부채로 제 어깨를 툭툭 쳐대던 유카리는 한숨을 픽 쉬더니 말했다.
"사정 설명은 나중에. 따라오기나 해. 마을에서 요기를 그렇게 음침하게 풍기고 다니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떡하라고?"
"아, 으… 알겠어."
"그러면 타."
유카리가 부채를 허공을 향해 가볍게 세로긋자 공간이 갈라지며 확실히 주변 배경과는 이질적인 공간의 문이 열렸다. 유카리는 틈새를 향해 코이시의 등을 살짝 떠밀며 주변을 둘러봤다. 언뜻 보기엔 고요하지만 불온함투성이의 시선이 온 사방에서 에워싸여진 것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뭘 봐? 구경났어?" 하고, 으르렁 가볍게 성을 내자 사나운 짐승에게 위협당한 피식자들처럼 그들은 금세 몸을 숨겼다. 콧숨을 흥 내쉰 유카리는 마저 등을 떠밀었다. 똑같은 피식자의 처지인 코이시는 초조함을 이제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만 간직하기로 하며 틈새에 발을 올렸다. 그러니 바로 하쿠레이 신사가 눈에 들었다. 정확히는 기둥 몇 개가 작살이 나 이게 지금까지 사람이 사는 건물인가 싶을 정도의 폐허가 되어버린 전前 하쿠레이 신사였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챘느냐 하면은 그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며 하쿠레이 레이무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레이무…?"
"……유카리?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었나?'
쩔쩔매던 레이무는 레이무를 자처하는 화난 레이무를 불렀다. 모습은 레이무인 사람이 모습이 유카리인 레이무를 불렀다는 이야기다. 모습이 유카리인……, 아 누가 누군지. 코이시는 답답함에 머리를 짚었다. 그녀들을 일단 모습으로만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저기. 뭐 툭 건들면 그게 와르르 무너진다니까? 이 몸 뭐야 도대체?!"
"그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도대체 몇 개나 부셔먹은 거야?"
유카리는 이를 빠득 물며 레이무에게 소리쳤다. 어째서인지 깨깽, 하는 소리가 레이무에게서 난 것만 같았다. 레이무는 유카리가 화를 내면 낼 수록 당황하여 이제는 발까지 동동 굴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니 땅은 푹 꺼지고 걸음걸음마다 지름 1, 2 미터 정도의 구덩이가 떡하니 생겨나댔다. 쿵쿵 지진이 일듯이 크게 울려대는 소음은 덤이다.
"야 가만히 있으라고 좀!"
유카리가 마지못해 확실하게 소리치자 레이무는 그제야 얼음땡의 얼음 같은 이상한 본새로 몸을 정지시켰다. 유카리는 땅이 꺼질만큼 깊게 한숨을 쉬곤 위아래 눈꺼풀이 닿을 정도로 가늘게 떠진 눈으로 코이시를 봤다.
"하, 아무튼 지금 내가 레이무고, 저쪽이 유카리야. 알겠어?"
"……알겠어."
"저기, 레이… 무…? 이거, 육체야 네 거니까 힘들진 않는데. 아니, 지금 나 심적으로 좀 많이 힘든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 말을 말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듯한 억지웃음이 드러난 얼굴로, 실상은 식은땀 따윈 흘리지도 않는 레이무가 처절히 구조를 청했다. 유카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을 피했다. 유카리는 잠시 힐긋 갔던 눈길을 돌려 다시 코이시나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일단 본론이나 말해보자. 너 뭐야? 마을에서 요기 풀풀 풍겨대는 건 둔갑이 서투르니 그렇다쳐도, 눈은 어떻게 다시 열렸어?"
"그건……."
눈이라 함은 사토리 요괴라면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제 삼의 눈을 칭했다. 가슴팍 언저리에 이형의 촉수로 벨트같이 둘러싸여져 있는 그 세번째의 눈은 코이시에겐 의외롭게도 번뜩 뜨여져있는 채였다. 그녀는 원래라면 어떠한 연유로 인하여 그 삼의 눈을 닫아버린 상태였을 것이다. 그러니 뜨여져있는 것이 코이시에겐 오히려 괴이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유카리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캐물었다. 코이시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손가락을 더듬거렸다. 일단 답을 망설이긴 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한다는 자살행위와도 같은 선택지는 고르지 않았다. 똑바르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숨을 고를 시간이 적당히 주어졌을 때였다. 까칠한 말과 달리 유카리의 마음이 그녀에게 마음의 유예를 주는 행위를 보이고 있던 덕이다. 이제 숨을 돌린 코이시는 고개를 홱 들더니 유카리와 제대로 눈을 맞추며 호소했다.
"난…, 이쪽의 주민이 아니야!!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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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노 눈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