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상하이 앨리스 통신 Vol.5
상하이 앨리스 환악단장 ZUN
200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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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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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실생활에서도 점점 "처음 뵙겠습니다" 라 말하는 비율이 줄고 있는 ZUN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영야초보다 처음 뵙는 분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동방췌몽상은 동방Project 제 7.5탄입니다.
왜 7.5가 8보다 나중에 나오냐 싶긴 하지만, 이건 낸 순서가 아닌 시간축 순서라고 생각해주세요.
시간적으론 요요몽 (겨울 ~ 봄)과 영야초 (초가을) 사이인 초여름 ~ 여름입니다.
결국 여름의 게임을 왜 겨울에 내냐 싶네요.
자 그럼, 이번엔 평소의 환상향의 유쾌한 친구들에 의한 몹시 흥분되고 활력넘치는 애증극!
이 아닌, 평소보다 느슨~한 스토리인 게임입니다. (액션 자체가 느슨한 건 절대 아닙니다)
플레이해보면 아실거라 생각하지만, 그다지 격투게임같지 않습니다. 아니, 전혀 격투게임같지 않습니다.
저는 게임의 대략적인 내용은 가능한 한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으려 유의하겠습니다만 (거짓말입니다, 마구 말합니다만)
이렇게나 격투게임같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웃음)
격투게임인데 이대로라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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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는 시나리오나 캐릭터 설정, 기술이나 스펠카드의 설정,
그 외 일부 음악이나 그래픽을 담당했습니다만, 가장 어려운 게 감수였습니다...
감수라는 건 도대체 뭘 하는 것인가 하면, 매우 괴롭습니다. 이럴거면 스스로 만드는게 6배는 더 쉽습니다.
세세한 사양을 내주는 일, 내용에 하나하나 지적을 하는 것. 여러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전부 무언가가 잘못됐습니다.
물론 시나리오를 주는 게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자신이 감수받는 쪽이 되어보면 어떤 것이 최선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동인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동방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을 꺼낸 것도 황혼 프론티어 분들이었기 때문에,
제가「게임을 만들」어 버리게 되면 본말전도입니다. 게임은 개발자인 황혼 프론티어 분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줘야 하고,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야만 하는 겁니다. 게임 제작은 현장감독에게 맡기고,
감수는 현장감독이 만들고 싶은 것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주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저로부터는 현장감독의 장애가 될 동방의 부분, 캐릭터의 성격이나 성능의 방향성, 스토리나 장면만을 준비해
그 안에서 자유롭게 해달라는 형식으로 게임성 부분은 가능한 한 황혼 프론티어 분들께 맡겼습니다. (거짓말입니다, 꽤 말참견을 해버렸지만^^;)
감수는 게임 마니아처럼 당연히 있어야 하는 시스템의 세세한 구멍을 찌르고는 헐뜯고,
더욱이 자기는 그저 말참견을 했을 뿐인데「내가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듯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그러면서도 세세한 구멍을 마구 찔러댔습니다--; 곤란하게도 저도 게임 마니아라서...)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 디자이너의 것. 저는『동방췌몽상』이라는 장소를 제공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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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은 것과 일부 모순되어있습니다만, 이번에 저는 감수이면서 개발원이기도 합니다.
시나리오나 일부 음악, 일부 시스템 그래픽, 레벨이나 자켓 디자인도 담당했습니다.
이것들은 의뢰받아 제작한다는 형태로, 어디까지나 개발원으로서 참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이 게임을 만든 사람 중 한명이라고 말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것으로, 이건 있던 없던 좋은 느낌으로...^^;
뭐 의미를 알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간단하게 말하면「누가 범인인지 몰라, 애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 하지만 요기같은 게 넘쳐흐르고 있어.
게다가 왠지 『사흘에 한번씩 연회가 개최된다』」라는 겁니다. 음 모르겠어.
핵심을 짚는 캐릭터와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끝나버릴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분명 깊은 의미가 없을 겁니다. 단지 잘 생각해보면... 인간은 참 싫은 녀석들이죠, 라는 이야기.
곡은 보스 부근의 곡을 썼습니다. 명확하게 다른 곡이 섞여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곡도 제 곡의 어레인지인데, 뭔가 차이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어레인지라는 건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하죠. 그 변화한 부분이 하나의 곡이라는 것을 이런 부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멜로디가, 음색이, 코드가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만으로 곡을 봐선 안되겠죠.
어디서 듣는가, 어떻게 쓰이는가, 언제 듣는가, 곡명, 길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곡의 요소만 해도 산더미입니다.
더욱이 게임 음악에 관해서는... 속이 너무 깊어서 뭐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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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이 게임은 그다지 싸우거나 하지 않지만, 환상향의 모습같아서 좋죠.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대전격투에서 가장 위화감있었던 게 다들 너무나도 진심이었던 거라.
뭐 진짜로 때리면 때린 쪽도 맞은 쪽도 아프니까요.
이번엔 그다지 진심으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 느낌이 좋습니다.
레이무나 마리사 일당이 맨손으로 요괴를 차례차례 때려눕히는 모습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웃음).
굳이 말하자면, 군더더기가 많은 공격을 반복하는 쪽이 환상향적인 매력이네요.
이것도 어디까지나 그녀들의 놀이니까요,「평소엔 한방 맞으면 쓰러지는데 왜 이번엔 이렇게 맞는데도 괜찮은거야?」같은 말은 하지 않기를.
분명 연회가 가까우니 근성이 넘치는 걸 거에요.
큭, 근성이 부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