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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가문]간의 대립, 정쟁(政爭)이라는 이름뿐인 정변반란(政變反亂).
[분쟁해결사]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했던 [고죠우]은 일족의 모두가 동원되었다. 수많은 말살대상 안에서 포함되어 있던 것은---- [로쿠죠우].
카구야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가면 안에서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얼굴가장자리에 모이는 땀이 맺히며 눈물처럼 떨어질 때 까지, 나이 12살의 소녀는 짧은 인생에서 최대라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사고의 미궁을 계속 해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집안을 배신하기로 결심했다.
-피의 규칙을 어기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정의]에 따라, 그리고 소년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가 품고 있는 [정의]는 그날 밤의 정원에서 있었던 일이 전부였다.
-그것이 그녀의 [이상]이었다.
어두운 한 방에서 지령을 듣고 있는 자녀들 중에서 남몰래 떨리는 숨을 참으며, 카구야는 모반의 단행을 각오했다.
[안돼. 카구야]
하지만 거짓을 내다보는 신은 눈에는 소녀의 각오 같은 것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싹 하나가 썩으면, 다른 싹들도 썩어버려서 꽃을 키우기는커녕 줄기조차 쓰러져버려.]
혼자 불리어진 방에서 사쿠야히메는 책망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그것은 지금의 극동에서 굉장히 성가신 것이야. 그러니까---]
서있는 카구야의 앞에서 서서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있던 것이었다.
[-------환상(정의)같은 것은 잊으렴.]
요염한 빛을 띠고 있는 아름다운 꽃잎의 동공. 카구야의 기억은 거기서 끊겼고, 다음에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나뒹굴고 있던 것은 시체였다.
[---------]
피에 젖은 시체를 내려다본 카구야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피에 젖은 자신의 칼과 피에 젖은 자신의 양손이 도대체 무엇을 죽인 것 인지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너에게 새긴 은혜(스테이더스), 계약은 해제시켜났어.]
뒤에 서있는 것은 사쿠야히메였다. 그녀는 무엇을 [매료]시켜서, 무엇을 비틀었는가, 카구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은 나의 죄. 너는 더 이상 나에게도 고죠우 에게도 따를 필요가 없어. 그러니까 하다못해 전별이다.]
피의 눈물을 흘리는 시체이외에 두 명뿐인 달밤의 정원. 자신의 호흡이 꼴사납게 흐트러지고 거친 숨이 메아리치는 사이 여신은 카구의 등 뒤로 움직였다.
과연 여신은 그때 슬퍼하고 있었던 것인지, 허무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비웃고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사쿠야히메는 소녀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고 속삭였다.
[괜찮아, 네가 소중히 여기고 있던 순진함은 쓰지 않았으니까.]
사쿠야는 발광했다. 귀신같이 긴 머리를 마구 흩뜨리며 곧바로 자해하려고. 하지만 [밤의 벚꽃이 더럽혀진다.] 라는 그런 이유로 마지막 권리조차 박탈당해 의식이 단절되는 그때까지 소년의 시체에 계속 손을 뻗었다.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나있었다. 정쟁(政爭)은 진압되었고, [조정]위기는 사라졌다. 정변반란(政變反亂)에 관련된 자들은 모두 일족자체가 근절되어 [로쿠죠우]도차 멸해졌다.
[아홉가문]은 일어난 잘못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 영원한 공백과 결번(缺番)을 품게 될 것 이었다.
[로쿠죠우]가 정말로 조정전복을 꾸미고 있었던 것인지, 그 죄가 진실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엄염한 진실로써 [조정]은 오랜 옛날부터 쌓여있던 부패와 악폐를 전부 뽑아내, 정쟁(政爭)이전 보다 더 나은 단결과 조화를 손에 넣은 것이었다.
-카구야의 절망과 소년의 목숨과 맞바꾸어, 극동은—적어도 [조정]은—보다 좋은 나라가 되었고 그 질서는 보다 견고해진 것이었다.
-[십]을 위해서 [일]을 잘라버린다. 우연히 카구야는 [일]이 되었을 뿐.
-이것이 [정의]. 이것도 [정의].
-시대와 전장에 의해 얼마든지 올바름의 기준이 변동하는 박쥐이면서 괴물. 안녕(安寧)의 앞에서는 어떠한 폭력도 살육도 선혈도 불합리도 정당화 될 수 있다.
-색이 없는 깃발. 약한 인간의 마음을 지키는 대의명분을 얻기 위한 [무기].
-인간은 누구나 [선택]의 강요를 받게 된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선택되진 못한[희생]이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극동과 신들은 절대적다수를 위해서 [선택]을 한 것뿐 이었다.
이것이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던 정의의 정체인 건가. 하고 카구야는 배를 감싸며 웃었다.
뺨에서 멈추지 않는 비를 맞으면서 망가진 것처럼 웃음소리를 계속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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