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다마 드라이브,
아슬아슬한 질주 끝에 내일로 나아가라
*본 작과 단간론파 1편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쿠다마 드라이브 op-
500엔 동전 하나에 인생이 뒤바뀐 ‘일반인’
최악의 범죄자 S급 아쿠다마들과의 불편한 동행 끝에
그녀가 도달할 장소는 어디일까
‘코다카 카즈타카’ 딱 이 이름 하나만 믿고 이 작품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단간론파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플레이했고 애니메이션 판은 상당히 아쉬웠지만 그 감성만은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서 꽤나 기대 했었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감성만은 확실히 살렸습니다. 다른 부분은 코다카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 편이지만 장르물로서의 특성으로 잘 뭉겐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쿠다마 드라이브는 코다카의 대표작 단간론파와 어떤 점에서 감성이 비슷했고 어떤 부분에서 비슷한 결말이었는지를 써보겠습니다.
단간론파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설정을 구체화해 나갔고 그로 인해 거대한 설정에 짓눌리는 결과를 맞았지만 반대로 단간론파 1만 본다면 그 자체로도 적절한 엔딩을 냈다고 생각합니다.
단간론파 1의 주요한 주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라도 작은 희망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입니다.
완전 봉쇄된 학교에서 모노쿠마의 농락 아래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죽이는 게임이 사실 모두 의미 없는 짓이었고 검정이 되어 승리하더라도 기억하는 일상 따윈 없다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절망을 보여주죠.
그로 인해 나에기 일행은 실제로 절망합니다. 단순히 바깥 세상의 멸망 뿐 아니라 이제껏 친구끼리 죽고 죽이는 이유까지 싸그리 부정 당했으니 이보다 더 한 절망은 없었겠죠.
하지만 나에기는 그 끝없는 절망과 피폐한 현실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멈춰있는 것이 아닌 불확실하더라도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죽은 이들의 바램을 이어가는 것이고 동시에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아쿠다마 드라이브는 이런 코다카의 기조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디스토피아 장르를 차용한 소위 말하는 ‘장르물’이기 때문에 단간론파 만큼 선명히 보이지는 않지만
‘일반인’과 쌍둥이들의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그려 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죠.
아쿠다마 드라이브를 그저 가벼운 막장극으로 본다면 이런 저런 것들이 얕게 들어오는 것을 느낄겁니다.
디스토피아의 클리셰인 강력한 무력과 감시에 의해 통제되는 도시와 계급에 가까운 지역 가르기 등등 이전에 보던 것들에 단간론파에 소위 맛간 연출과 설정을 덧입힌 정도입니다.
영화나 만화등의 오마주도 많다보니 이런 쪽으로도 다양하게 해석을 하려면 할 수는 있습니다만 각본가가 코다카이다 보니 저는 코다카의 기조를 따라가는 게 더 의도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일반인’은 그냥 자신이 가졌어도 되는 500엔 동전 하나 때문에 인생이 뒤바뀌는 인물입니다.
살기 위해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거짓말을 했고 최악의 범죄자 s급 아쿠다마들과 주어진 의뢰를 같이하는 고초를 겪게 되죠.
그리고 첫 의뢰가 해결되는 시점에서 의뢰인인 쌍둥이를 만나게 됩니다.
쌍둥이는 시스템에 희생되는 피해자입니다. 외형과 신체나이에서 볼 수 있듯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어린 아이들이고 어른들의 이기심에 만들어진 실험체이죠.
다른 아쿠다마들은 서로 공격하고 티격 대느라 정신이 없지만 따뜻한 마음에서 한 행동으로 인생이 막장으로 굴러 떨어진 ‘일반인’은 쌍둥이의 눈을 맞추고 행동합니다.
그들을 연민하고 또 공감하죠. 처했던 가혹한 상황들부터 맞이하게 될 잔인한 운명들까지 전부를 함께 보게된 ‘일반인’은 일반인이 아닌 사기꾼이 되더라도 그들을 지키겠다고 각오합니다.
쌍둥이 또한 나에기 일행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놓입니다.
출신부터 실험체인데다 도망치기 위해 달로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이미 달이 파괴된 지 오래라는 사실로 부정당하죠.
거기에 그들을 쫓는 정부의 인원들과 의뢰를 했던 아쿠다마들의 분열은 아무리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쌍둥이라 할 지라도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디로 향하게 될지 몰라도 도달했을 때 보게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더라도 결국 나아가야 한다고 작품은 말합니다.
S급 아쿠다마들과의 동행은 아무 혼란한 경험이었지만 자신들을 공감해주는 ‘일반인’을 만날 수 있었고 운반책과 해커의 도움으로 또 다른 활로를 찾을 기회를 만듭니다.
‘일반인’은 아쿠다마들과의 동행 이후에도 자신의 상냥한 마음을 잃지 않았고 결국 죽임 당하지만 그것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자신이 원한 희생으로서 쌍둥이가 내일로 나아갈 주춧돌이 됩니다.
쌍둥이와 나에기 일행은 각 결말에서 어디에 도착하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후속작과 외전작 등이 나오며 1의 결말이 닫힌 결말이 되긴 했지만 1으로만 한정하면 준코의 말 또한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상태로 두면서 열린 결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쌍둥이들도 아직 제대로 알지못하는 곳으로 가고 또 어떤 일을 맞이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빛무리 때문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지만 결국 나아갑니다.
나에기 일행도 쌍둥이들도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절망을 맛보았지만 결국 작은 희망이라도 존재한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에
어쩌면 단간론파가 1으로 완결 난 세계선 이었다면 직접적으로 비교되었을지도 모를 아쿠다마 드라이브가 말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500엔이다
빌어먹을 여자 말로는
-운반책, 500엔짜리 동전을 쌍둥이에게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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