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 수성의 마녀,
숫자가 아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 글은 ‘기동전사 건담 : 수성의 마녀’의 스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슬레타 머큐리는 수성 출신의 전학생입니다. 아스티카시아 학원에 전학 오기 전에는 지구로 도망치려던 베네딕트 그룹의 아가씨 미오리네님을 직접 잡아왔다는 소문도 있었답니다.
소문의 값을 하겠다는 듯 전학 온 첫 날부터 미오리네님의 약혼자 구엘님 한테 시비를 털고 결투가 걸려 모빌슈트 결투를 했다는데 웬걸? 천하의 구엘님이 전학생한테 시원하게 털린 거 아니겠습니까.
범우주적으로 금지된 건담이라는 모빌슈트를 써서 무효라는 말도 돌던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맞다. 그리고 그 전학생 마마보이 라고도 들었는데 참 기묘한 녀석이 전학 온 것 같습니다.
수성의 마녀는 굉장히 많은 플롯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작품입니다.
초점을 누구에게 맞추느냐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다르게 읽을 수 있는 복합적인 작품이죠. 그렇기에 이번에는 주인공인 슬레타의 성장에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슬레타는 매우 수동적인 인물입니다. 후반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전적으로 주변 인물들과 상황에 휩쓸리는 인물이죠.
그런 슬레타를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는 ‘도망치면 하나, 전진하면 둘을 얻는다.’ 는 대사입니다. 언뜻보면 자신이 선택을 하는데 있어 하는 다짐처럼 보이지만 실상 슬레타가 사용할 때는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휘말린 상황에서 어머니가 했던 말을 정도 삼아 따라가는 것에 가깝게 쓰입니다.
정작 다짐으로서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슬레타가 아닌 미오리네 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무시하고 지구로 도망치려고만 하던 미오리네가 슬레타에 감화되어 위의 대사를 외치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진하게 되죠.
슬레타는 싸움을 이어가며 많은 것을 얻어냅니다. 미오리네의 약혼자 ‘홀더’라는 칭호를 얻고 작업 거는 노란 머리 양아치를 혼내주며 습격 받은 플렌트 구에타를 지켜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의지는 별로 중요시되지 않습니다. 미오리네가, 어머니인 프로스페라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녀를 이끌 뿐 스스로의 의지는 행동을 결정하는 이유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항상 슬레타의 방향을 결정하던 미오리네와 프로스페라는 자신들의 일에 그녀가 물들지 않았으면 했고 이에 반강제로 내쳐진 슬레타는 혼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습니다.
18화에서 슬레타가 에어리엘에서 사출될 때의 구도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태아 같은 것도 이런 뜻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는 자유의지 없이 살던 슬레타가 혼자가 됨으로서 새로 태어나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은둔해버리지만 지구에서의 소식을 뉴스로 접한 슬레타는 의도를 파악하고 각성합니다. 하지만 슬레타는 의도를 알아챘을 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슬레타는 그저 눈앞의 일에 집중합니다. 늘 거대한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지만 방향을 스스로 정하지 못했던 과거의 슬레타는 학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드디어 스스로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게 된 거죠.
우리도 어릴 적에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말에 따라 학교를 가고 학원을 가고 또 공부를 합니다. 남들이 가는 트랙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눈앞의 일들을 우선하죠.
하지만 저는 결국 스스로 선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 이든요. 남들이 정해주는 길은 꽤 달콤합니다. 분명 어른들이 말하는 정도는 그 때까지 살아온 세월동안의 경험에서 온 조언들 일테니까요. 어쩌면 정답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그런 조언들로부터 졸업을 해야 할 때가 오고, 나의 선택을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할 시기가 옵니다. 보통은 대학생이 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이는 학창시절 내내 대학만을 목표로서 바라봐온 까닭에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성의 마녀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원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돌아봄 없이 살아온 인물들입니다. 미오리네는 스스로의 위치를 부정하고 도망가기 바빴고 구엘은 자신이 꾸는 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찰 없이 살아갔죠. 그래도 이들은 작은 생각이라도 있었다면 슬레타는 이중 가장 수동적입니다.
슬레타에게 영향을 주던 프로스페라에 대한 어떠한 의심 없이 그저 옳은 길이라 확정짓고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그 사이에서도 스스로 진정으로 원하던 바가 들어났지만 이는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눈앞의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 라는 슬레타의 진심은 어린 시절을 그린 요람의 별과 첫 화에서 잘 들어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근간에 깔려있던 인간성이 점점 프로스페라의 말보다 우선 순위가 밀려나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대신 선택을 해주는 것은 그 기준을 스스로 정립할 수 없는 유년기 때 뿐이고 성장기를 거치며 선택의 기준을 바로 세우고, 성장기를 지나오며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슬레타는 노레아의 학원습격 사건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학생들을 보며 누군가의 부탁이나 명령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을 얽매이던 굴레에서 벗어나 방황하던 슬레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은 것이죠.
이정도의 대사건은 아니겠습니다만. 우리도 결국에는 현실에서 스스로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슬레타는 작품 내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흔들렸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달은 후로는 무너지지 않고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지켜내니까요.
슬레타는 작중 누구보다 뛰어난 파일럿이었지만 눈 먼 칼이었습니다. 눈이 멀었기에 쥔 사람에 의해 무질서하게 휘둘렸죠. 하지만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만들어지며 진심에 가까워지자 스스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방황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 삼아 휘둘리기만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눈 먼 돌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우리에게 기동전사 건담 : 수성의 마녀가 말합니다.
근데 학원에서 큰일이 났을 때, 모두 다 같이 필사적으로 복구 작업을 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올바른 것이든, 틀린 것이든 자신이 해왔던 것은 되돌릴 수가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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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게에 논란이 되는 글을 누군가 올립니다. 이를 본 사람들이(슬레타) 댓글을 달 것인가(전진), 피카츄의 배를 찾을 것인가를(멈춤) 판단 합니다. 댓글을 달면 추천과 호응, 의견을 피력한 짜릿함 등이... 하지만 전 멈춤을 선택했습니다. 때로는 멈추는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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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게에 논란이 되는 글을 누군가 올립니다. 이를 본 사람들이(슬레타) 댓글을 달 것인가(전진), 피카츄의 배를 찾을 것인가를(멈춤) 판단 합니다. 댓글을 달면 추천과 호응, 의견을 피력한 짜릿함 등이... 하지만 전 멈춤을 선택했습니다. 때로는 멈추는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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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멈춤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23.12.21 09: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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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 23.12.24 23:21 | |